제5편은 다윗이 반역의 무리를 벌하여 주시기를 청하는 ‘개인탄원시편’이다.
다윗은 아들 압살롬을 비롯한 많은 반역자의 죄악을 통해서 자신의 죄악을 발견하고 회개하며 복을 청한다.
1. [지휘자에게. 피리에 맞추어.1) 시편. 다윗]
2절에서 3절까지는 ‘다윗의 기도’이다.
2. 주님, 제 말씀에 귀를 기울이소서. 제 탄식을 살펴 들어 주소서.
1) ‘탄식’은 다윗의 파란만장한 삶을 토로하는 것이다. 다윗이 왜 탄식하며 하느님께 들어달라 청원하는가? 다윗은 수많은 죽을 고비를 넘겼다. 자신의 장인인 사울이 시기하여 죽이고자 하였고, 아들 압살롬이 불만을 품고 반역하여 자신을 죽이고자 하였다.
2) 다윗은 괴롭고 고통스러울 때 하느님께 나가서 그 괴로움을 기도로 하소연하였다. 하느님은 이런 다윗의 이런 탄식의 기도를 들어주셨다.
3) 자칫 괴롭고 고통스러울 때 원망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신앙인은 원망보다 다윗처럼 주님께 기도하며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청해야 한다.
3. 저의 임금님, 저의 하느님
제가 외치는 소리를 귀여겨들으소서. 당신께 기도드립니다.
1) ‘저의 임금님’을 반복하여 부르는 것은 다윗과 하느님과의 인격적인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2) ‘외치는 소리’는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오는 기도를 의미한다. 입으로만 하는 기도가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기도이다. 어린아이가 외치는 소리를 그 어머니는 외면하지 않는다. 하느님께서야 오죽하시겠나.
3) 하느님께서 다윗을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선택하셨다. 그러나 정작 다윗은 자신을 임금으로 생각지 않았다. 진정한 임금은 바로 하느님 한 분이심을 알았기 때문이다. 다윗은 모든 일을 섭리하시고 온 땅을 통치하시는 진정한 임금이신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이다. 자신의 서글픈 삶을 하느님께 하소연하는 것이다.
4. 주님, 아침에 제 목소리 들어 주시겠기에
아침부터 당신께 청을 올리고 애틋이 기다립니다.
1)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아침’은 새벽이다. 새벽은 하루의 첫 시간으로 가장 귀한 시간이라 할 수 있다.
2) ‘아침부터 청을 올리고’는 본디 ‘당신을 위해 준비해 올리고’로, 기도나 제물을 준비하여 바침을 뜻한다. 여기서는 기도와 제물 둘 다를 뜻한다고 할 수 있다.2)
3) ‘애틋이 기다리는 것’은 온종일 기다리는 것을 의미한다.
4)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는 하루 중 찌꺼기 시간이 아닌 가장 귀한 시간에 드려야 하며, 은근과 끈기를 가지고 응답을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5. 당신은 죄악을 좋아하시는 하느님이 아니시기에
악인은 당신 앞에 머물지 못하고
6. 거만한 자들은 당신 눈앞에 나서지 못합니다.
당신께서는 나쁜 짓 하는 자들을 모두 미워하시고
7. 거짓을 말하는 자들을 멸망시키십니다.
피에 주린 자와 사기 치는 자를 주님께서는 역겨워하십니다.
1) 5절-7절에서는 어떤 사람들을 하느님께서 싫어하시는지 말한다. 이런 사람들의 기도는 하느님께서 들어주시지 않는다.
2) ‘죄를 짓는 자’들은 하느님 앞에 나아갈 수 없고, 그들의 기도는 들어주시지 않는다. 여기서 죄악은 도덕적인 것만이 아니라, 하느님을 믿지 않는 불신까지도 포함한다.
3) ‘거만한 자’들은 하느님이 인정하시지 않는다. 이들은 하느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윗이 간음죄를 지은 것은 하느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거만했기 때문이다.
4) ‘거짓을 말하는 자’를 진리이신 하느님께서 싫어하신다. 다윗은 하느님께서 거짓과 살인의 죄를 싫어하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거짓과 살인의 죄를 깊이 회개하였다. 특히 다윗은 아들 압살롬의 반역과 시므이의 저주를 통해서 다시 한번 자신의 죄를 깨닫고 회개한다.
* 잠언 6,17-19 : 주님께서 싫어하시는 것.
거만한 눈과 거짓말하는 혀, 무고한 피를 흘리는 손, 간악한 계략을 꾸미는 마음, 악한 일을 하려고 서둘러 달려가는 두 발, 거짓말을 퍼트리는 거짓 증언, 형제들 사이에 싸움을 일으키는 자.
묵시 21,8 : 그러나 비겁한 자들과 불충한 자들, 역겨운 것으로 자신을 더럽히는 자들과 살인하는 자들과 불륜을 저지르는 자들, 마술쟁이들과 우상 숭배자들, 그리고 모든 거짓말쟁이들이 차지할 몫은 불과 유황과 타오르는 몫뿐이다(병행 : 마태 7,23 참조).
8. 그러나 저는 당신의 크신 자애에 힘입어 당신 집으로 들어가
경외하는 마음으로 당신의 거룩한 궁전을 향하여 경배드립니다.
9. 주님, 저의 원수들 때문이니 당신의 정의로 저를 이끄소서.
제 앞에 당신의 길을 바르게 놓아 주소서.
1) 8절-9절에서는 다윗이 악인들과는 달리 어떤 자세로 하느님께 나아갔는지를 알 수 있다.
2) 다윗이 하느님 대전에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다윗의 회개를 보시고 하느님께서 베푸신 크신 자애 곧 용서 때문이었다.
* 1열왕 8,44 : 당신 백성이 적과 싸우러 나갈 때, 당신께서 그들을 어느 길로 보내시든지, 그들이 당신께서 선택하신 도성과 제가 당신 이름을 위하여 지은 이 집을 향하여 주님께 기도하면, 당신께서는 하늘에서 그들의 기도와 간청을 들으시고 그들의 사정을 돌보아 주십시오.
3) 하느님께서는 원수들을 채찍으로 삼으시어 다윗을 바른길로 인도하심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하느님의 길, 곧 계명을 지키는 삶을 살도록 청하고 있다. 즉, 자신의 인생을 주님께 맡기고, 주님의 의로운 길로 이끌어 주시기를 청하고 있다. 다윗은 주님의 도우심이 있어야 살 수 있음을 깊이 깨달은 것이다.
4)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당신이 가르치신 바른길로 나아가도록 여러 가지 방법으로 채찍을 드신다. 특히 자정 능력을 상실하면 외부의 힘을 빌리시어 채찍을 드신다.
* 이사 26,7 : 의인의 길은 올바릅니다. 당신께서 닦아주신 의인의 행로는 올곧습니다.
잠언 3,6 : 어떤 길은 걷든 그분을 알아 모셔라. 그분께서 내 앞길을 곧게 해 주시리라.
10. 그들 입에는 진실이 없고 그들 속에는 흉계만이 들어 있으며
그들 목구멍은 열린 무덤이고 그들 혀는 아첨하기 때문입니다.
11. 하느님, 그들이 죗값을 받게 하소서. 자기들의 음모에 빠지게 하소서.
그들의 죄악이 많으니 그들을 내치소서. 정녕 그들이 당신을 거역하였습니다.
1) 10절과 11절에서 다윗은 배반자들의 죄악을 드러내며 하느님 처분에 맡긴다.
2) 사울과 압살롬, 그리고 아히토펙과 시므이는 악하였다. 그들은 입에는 진실함이 없고, 다윗을 모함하며 곤경에 빠트리는 말뿐이었다.
3) ‘열린 무덤’은 시체가 썩는 악취가 뿜어나오는 것으로, 부정한 말과 더러운 말을 하는 것을 말한다.
* 로마 3,13 : 그들의 목구멍은 열린 무덤, 혀로는 사람을 속이고 입술 밑에는 살모사의 독을 품는다.
4) 다윗은 이런 악인과 직접 싸우지 않고, 심판을 하느님 손에 맡겼다. 그들이 자기가 판 함정 곧 자기 꾀에 빠지도록 기도한다.
5) 자칫 악에 대항하여 싸우다가는, 악을 이기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또 다른 악한 방법을 찾을 수가 있다. 악인에 대한 심판은 하느님께 맡기고, 선으로 악을 이겨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승리다.
12. 그러나 당신께 피신하는 이들은 모두 즐거워하며 영원토록 환호하리이다.
당신 이름 사랑하는 이들을 당신께서 감싸 주시니
그들은 당신 안에서 기뻐하리이다.
1) 다윗은 주님께 피신하여 온전히 의지하였다.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며 부르짖어 기도하였다. 이런 다윗을 반역자들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주셨다. 다윗은 하느님께서 자신을 보호해주셨음을 확신하고 기뻐하였다.
2) 다윗은 자신이 보호받은 것이 기쁜 게 나니라, 자신을 보호해주신 하느님 때문에 기쁜 것이다. 한나가 사무엘을 낳고 기쁜 것은, 사무엘 때문이 아니라 사무엘을 주신 하느님 때문에 기쁜 것이다.
3) 우리도 하느님 때문에 기뻐해야 한다. 기도를 통해서 어떤 일을 성취했을 때, 성취감에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성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하느님 때문에 기뻐해야 한다.
13. 주님, 당신께서는 의인에게 복을 내리시고
큰 방패3) 같은 호의로 그를 덮어 주십니다.
1) ‘의인’은 정의로운 사람을 뜻하기보다,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고 의지하는 사람을 보호해주시는 것이다. 하느님 친히 방패가 되시어 보호해주신다.
2)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의로운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받아들였기 때문이며(마태 1,19-25 참조), 그의 삶을 하느님께서 보호해주셨다.
우리 신앙인은 그 약함 때문에 짓는 죄로 인해 힘들어 할 수 있다. 그러나 좌절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되고, 다윗처럼 하느님 앞에 진실한 회개를 통해 하느님과 화해해야 한다. 늘 기도하고 큰 은혜로 자비를 베풀어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며 기뻐해야 한다. 그리고 의로운 생활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회개하고 믿음으로 사는 의로운 사람은 바로 하느님 때문에 기뻐하는 사람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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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히브리말 본문의 뜻이 분명하지 않다.
2) 주석 성경 ‘시편’, 63쪽, 각주 3 참조.
3) 본디 ‘장방패’로서 온몸을 덮을 수 있는 방패를 말한다(주석 성경 ‘시편’, 63쪽 각주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