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범행
2009년 03월- 검찰 무기징역 구형
03월- 1심, 징역 12년 선고
07월- 2심, 항소기각
09월- 3심, 기각
2020년 12월 출소(예정)
조두순이 청송교도소에 수감중인 모습.
전 국민을 분노로 들끓게 한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 그의 출소일은 아직(?) 3년이나 남았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조두순이 출소해 또다시 잔혹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까 벌써부터 불안해 합니다. 무기징역으로 더 무겁게 단죄하지 못한데 대한 국민적 허탈감은 여전히 강합니다.
이미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수십만명이 뜻을 모았지만 이 문제에는 법적 '기본 원칙'이 걸려 있습니다. 이 원칙을 깨고 국민 정서법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해 보입니다.
조두순의 출소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에는 61만명(9월6일~12월5일)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했습니다. 재심을 통해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촉구한 것이죠.
그러나 청와대는 지난 6일 오전 온라인 공식 소통채널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를 통해 처벌 강화와 재심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시민들의 두려움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분노는 정당하지만 법치주의에 따라 현행법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현행법상 가능한 보호관찰을 면밀히 시행하겠다는 것이 청와대가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법적 카드로 보입니다.
◇똑같은 범죄로 2번 처벌할 수 없다, '일사부재리의 원칙'
조두순 같이 이미 대법원까지 거쳐 형이 확정된 이후에는 형량을 늘리거나 추가로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법은 같은 범죄로 2번 처벌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한번쯤 들어보셨을 '일사부재리의 원칙' 때문입니다. 이는 헌법에 명시된 대원칙 중 하나입니다. 아무리 흉악한 범죄라도 똑같은 범죄로 몇 번의 죗값을 치르게 할 순 없습니다.
흉악범 조두순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죠.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형이 확정된 범죄에 추가 처벌을 내리지 못합니다. 법적으로 범죄 여부를 따지는 공소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소를 제기하더라도 법원이 판단을 내릴 수 없습니다. 이를 법률용어로는 "기판력을 가졌다"고 말합니다.
다시 재판을 벌이는 재심도 어렵습니다. 형이 확정된 상황에서 재심을 진행하는 것은 무죄 주장에만 허용됩니다. 죄가 없는데도 억울하게 유죄 선고를 받은 사람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특히 재판과정에서 제시되지 않았던 결정적 증거가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조두순 사건과 관련해 답변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
◇취업 제한·얼굴 공개'도 법으로 불가능
현재로선 조두순이 출소했다고 해서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조두순의 재범을 막을 방법은 '7년간의 전자발찌' 부착과 '5년간의 신상 공개' 뿐입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는 어림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죠.
조두순의 사회 생활을 제한하는 것도 법의 원칙과 거리가 멉니다. 성범죄자의 취업 제한과 관련해 지난해 위헌 결정이 내려졌는데요.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는 성범죄자의 취업을 10년간 제한하는 법률이 헌법에 명시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습니다.
헌재는 이 조항이 "아동·청소년을 잠재적 성범죄로부터 보호하는 등 입법목적은 정당하다"면서도 "각 행위의 죄질에 따른 상이한 제재의 필요성은 간과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10년이라는 일률적인 취업제한이 문제라고 본 것입니다.
여성가족부는 헌재 결정을 보완해 지난해 11월 취업 제한 기간을 차등화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1년째 법사위에 발이 묶여 있습니다.
조두순의 얼굴을 공개할 수 없는 이유도 다름아닌 법 때문입니다. 흉악범의 얼굴을 가리지 않도록 하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상 관련 조항이 조두순에게 선고가 내려진 뒤인 2011년 9월에서야 시행됐기 때문입니다.
영화 소원./사진=네이버 영화
◇술 먹으면 범죄 저질러도 무방? '주취감형'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조두순은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해 더욱 분노를 샀습니다. 그런데 술을 먹어서 기억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형량을 줄여주는 '주취감형'은 엄연한 법 조항입니다. 이 때문에 조두순 출소 금지와 함께 진행한 주취감형 폐지 청원에 20만명이 몰리기도 했습니다.
당시 법원은 피해자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중범죄였음을 인정하면서도 조두순의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조두순이 고령인 데다 알코올중독 등을 앓고 있었고, 범행 당시에도 술을 먹었다는 진술을 인정한 거죠. 전과 12범인 조두순은 당시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전과자이기 때문에 부당 대우를 받았다는 뻔뻔한 주장을 펴기도 했습니다.
형법은 심신미약자에 대한 감형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사물변별력이나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범죄에 대해선 죄를 묻지 않거나 감경해주는 취지입니다. 일시적인 쇼크 등 뿐 아니라 알코올 중독·노쇠 등도 감경 대상에 포함됩니다.
조두순은 심신미약을 적용받아 검찰의 무기징역 구형에도 유기징역으로 감형됐습니다. 당시 유기징역의 상한선이 15년이었고 이에 따라 12년이 선고된 것입니다. 이 사건 이후 법이 개정돼 지금은 유기징역 상한선이 30년으로 늘었습니다.
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국민 청원마저 수포로 돌아가면서 이른바 국민 정서법과 실정법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는 것이 재확인 됐습니다.
현재로선 조두순이 또 다시 피해자를 찾아가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누군가는 조두순의 이웃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도 현실입니다. 시민들의 불안과 허탈감을 어떻게 해소할지 정부와 법조계의 깊은 고민이 절실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