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계신 하느님은 우주 인류 역사의 중심이시다 - “우연은 없다”
2023.9.25.연중 제25주간 월요일 에즈1,1-6 루카8,16-18
지난 주말 토-일요일 양일간 장충동 수도원 피정집에서 왜관 수도원 서울 봉헌회 14명의 피정지도를 하면서 4회 강의를 했습니다. 온통 하느님과 기도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어디서나 눈들어 하늘보고 기도하라 직립인간의 인간임을 강조했습니다. 수도원의 도움을 받아 살아가는 네 발로 걸어다니는 여러 개와 고양이들은 결코 하늘을 볼 수 없습니다. 온통 먹이를 찾아 다니는 것이 일입니다.
그러니 하늘을 잊고, 기도를 잊고 땅에서의 먹고 사는 일에 온 힘을 쏟는 탐욕뿐의 영성부재의 사람이라면 이런 네발 달린 동물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지요. 너무나 자명한 살아 있는 하느님을 까맣게 잊고 지내는 사람들입니다.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둘이니 하나는 하느님이요, 하나는 죽음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죽음을 늘 기억하며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며 살 때 비로소 겸손하고 진실한 참 삶일 것입니다. 살아 계신 하느님은 인류 역사의 중심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생사를 주관하시며 인류 역사를 이끄십니다. 우연은 없습니다. 바로 오늘 강론의 제목입니다.
“우연은 없다. 지나고 나니 모두가 하느님의 은총이요 섭리였다,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이다.” 제 자전적 고백 ‘사랑밖에 길이 없었네’ 맨처음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그렇습니다. 몰라서 우연이지 알고 보면 지금까지 모두가 하느님의 은혜로운 섭리였음을 깨닫습니다. 일어나는 모든 일이 하느님의 뜻은 아니더라도 하느님의 허락없이 일어나는 일을 하나도 없습니다.
지난 9월18일 일간지 1면 오른쪽에 크게 자리잡았던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의 성 김대건 신부 성상 축복식 사진이, 어제 9월24일자 가톨릭신문과 가톨릭평화신문의 1면 반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사진과 더불어 1면 톱기사 제목입니다.
“성 김대건 신부, 가톨릭의 심장 바티칸에 우뚝 서다”
순교 177주년인 2023년 9월16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전에 성상 봉헌
1846년 9월16일날 새남터에서 순교하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가 177년후 똑같은 날 2023년 9월16일 바티칸에 성상으로 부활하리라고, 우뚝 세워지리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겠는지요! 바로 우연이 아닌 순전히 하느님 은총의 섭리였음을 깨닫습니다. 제가 8년 동안의 교편생활을 접고 지금 여기 불암산 기슭 요셉수도원에서 평생 정주의 수도사제의 삶을 살리라고 누가 감히 상상할 수 있었겠는지요! 이 또한 하느님의 기막힌 섭리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모든 역사와 사건의 중심에서 끊임없이 활동하고 계신 하느님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요 하느님의 일에 최선을 다해 협조해 드리는 일일 것입니다. 요즘 국내 정치상황에서도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으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섭리를 감지합니다. 하느님은 인간들이 악하게 일을 꾸민 것을 오히려 구원섭리에 도움이 되도록 이끄십니다.
모사(謀事)는 재인(在人)이요 성사(成事)는 재천(在天)이라는, 즉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지만 일을 이루는 것은 하늘이신 하느님이라는 제갈량의 어록도 생각납니다. 물론 이에는 하느님께 협조하는 인간의 최선의 노력도 함께 해야 함을 봅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말마디의 뜻은 ‘열흘 붉은 꽃이 없으며, 권세는 10년을 못간다.’뜻으로 참으로 하느님 앞에, 역사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한문이나 숱한 속담들의 진리 안에 함축된 하느님의 손길을 감지합니다. 모두가 지나가지만 하느님만은 언제나 삶의 현장 중심에 자리 잡으시고 영원한 현재로 현존하시며 당신 뜻대로 역사를 이끄십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늘 말씀의 이해도 확연해 집니다.
주님께서는 페르시아 임금 키루스의 마음을 움직이시자 키루스는 마침내 바빌론에 유배중인 이스라엘 백성들을 예루살렘에 돌려보내고 하느님의 집을 짓기 위한 온갖 협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바로 이런 고진감래(苦盡甘來)의 기쁨을 노래한 오늘 화답송 126장 시편의 이스라엘 백성들입니다.
“눈물로 씨뿌리던 사람들, 환호하며 거두리라.”
흡사 속담처럼 들리는 이 말씀 안에서도 우리는 하느님의 구원섭리를 봅니다. 오늘 복음도 세 단절어 안에서 우리는 이런 속담처럼 그 말마디 안에 담겨져 있는 하느님의 구원 섭리를, 또 우리가 해야 할 바를 깨닫게 합니다.
“아무도 등불을 켜서 그릇으로 덮거나 침상 밑에 놓지 않는다. 등경 위에 놓아 들어오는 이들이 빛을 보게 한다.”
바로 등경 위에 놓아져 있는 등불같은 존재로 이웃을 환히 밝히는 복음적 삶을 삶으로 하느님께 적극 협조하라는 말씀입니다.
“숨겨진 것은 드러나고 감추인 것은 알려져 훤히 나타나기 마련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 앞에 진실하고 정직한, 투명한 삶을 살라는 말씀입니다. 안팎이 다른 이중적 위선의 삶을 살지 말라는 것입니다. 사람은 잠시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언젠가는 폭로될 것이요, 이미 하느님 앞에서는 다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疎而不失)”이란, 천지 자연의 법칙은 광대하여 엉성한 듯 보이지만, 악인에게 벌을 주는 일을 빠뜨리지 않는다는 뜻의 말마디도 생각납니다. 하느님 앞에 완전 범죄는 불가능함을 깨닫습니다. 이 모두가 하느님 앞에 진실하고 투명한 삶을 살라는 가르침을 줍니다.
“너희는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잘 헤아려라. 정녕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가진 줄로 여기는 것마져 빼앗길 것이다.”
자만하지 말고 끊임없이, 한결같이 노력, 훈련하여 습관화하라는 것입니다. 역시 영적 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부익부 빈익빈의 진리입니다. 이런 속담들 잘 듣고 헤아려 삶의 지침으로 삼으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성서를 통해서만 아니라 이런 지혜의 결정체인 속담들을 통해서도 당신의 뜻을 배워 깨닫게 하십니다.
참으로 이런저런 속담들이나 사건들을 통해서도 부단히 하느님의 뜻을 찾고 깨달아 알 때 참으로 겸손하고 지혜로운 삶이겠습니다. 평생 매사 깨어 하느님을 공부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함을 깨닫습니다. 무엇보다 참으로 우리를 겸손하고 진실하고 지혜롭게 하는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아멘.
- 이수철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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