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새요. 오랜만에 또 글을 한 편 쓰게 되네요.^^ 코로나때문에 많이 힘드시죠! 울 님들 글 읽으면서, 자영업하시며 힘드신 분들...마음 한켠에 어서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서 잘 되시길 간절히 기원해봅니다. 전 요즘 좀 바빴어요. 정신적으로 힘든 어떤 일이 있어서 한 한달여를 고군분투했네요. 다행히 12일에 끝나는 일이고, 업무의 95%정도가 끝나서 얼마전부터는 좀 여유롭게 울 카페뉴스를 볼 수 있었어요.
그러다 늘 애독하는 울 피그님의 글중에 Devil doll이라는 그룹의 음악을 소개하는 글을 읽으면서 막 찌릿찌릿하고, 막 쭈뼛쭈뼛하고, 막 막...ㅎㅎ 그런 걸 느꼈어요.
왜냐하면 전영혁이라는 이름이 나왔거든요.
전영혁은 제가 학창시절에 즐겨듣던 '전영혁의 음악세계'라는 라디오방송의 DJ였어요. 음.. ㅎㅎ 제 음악이라는 종교의 교주같은 분이셨어요. 이 방송은 새벽 1시에 했었거든요. 그래서 이 방송을 25시의 음악세계라고도 했고요, 이 방송을 다 듣고 자면 새벽 3시가 되었죠.
네! 저 학창시절에 '3당 4락' . 즉, 3시간 자면 붙고, 4시간 자면 떨어지는 대입 수능 시험에 전영혁의 음악세계 덕분에 3시간밖에 못자서 우수하지는 못하나 턱걸이로 대학진학에 성공하였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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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로 20 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저는 6시에 퇴근을 하고, 집에 오는 저녁에 '배미향의 저녁스케치'라는 라디오 방송을 듣습니다.
솔직히 저녁 6시는 누구나 그렇듯이 배철수의 음악캠프죠.
학창시절, 전영혁이 저의 음악이라는 종교의 교주였다면,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그냥 하느님이었어요. ㅋㅋ 매일 만나는 일용할 양식같은 라디오 방송이었죠.
저는 제 차를 운전하면서 라디오를 듣지않고, 제가 멜론에서 DCF로 다운(엄청나게 비싸답니다. 한달에 꼬박꼬박 만몇천원씩 뜯어가요) 받은, 제가 선곡한 음악만을 듣는데요. 어느 날 DCF 파일이 문제를 일으켜서, 라디오를 맞추는데 MBC 음악 FM이 안잡히는거에요. 그러다 우연히 배미향의 음악스케치를 듣게 되었고, 그때 저를 감동시킨 다나 위너의 'Ich Liebe dich'가 나옵니다.
진짜 그 시간대와, 꽉막힌 도로와 음악이 3위일체가 되어 절 감동시켰죠. 그 후부터 저의 종교인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대한 일탈과 배신이 계속 되어집니다. 그래요. 종교란, 또 한번 벗어나서 멀리서 보면, 그냥 종교일 뿐입니다. 배철수도 멀리서 보니 배미향과 도긴개긴이던걸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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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1993년으로 돌아갑니다.
한참 고 3인 저는 야자가 끝나고 스쿨버스로 집에 와서는 일상과 같이 라디오를 틀어놓습니다. 전영혁이 메탈리카의 마스터 오브 퍼펫과 메가데스의 심포니 오브 디스트럭션을 함께 틀어줘서 모처럼, 너무 자주 듣는 음악이라 지겨워 라디오 채널을 돌리게 되었는데....
내 평생의 사랑인 그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정! 은! 임!'
전영혁의 채널 옆에서 '정은임의 영화음악'이란 방송이 흘러나왔습니다.
정말 찌릿한 충격이었습니다. 당시 레오 까락스 감독, 줄리엣 비노쉬 주연의 '퐁네프의 연인들'이 개봉하였을 때인데요. 레오 까락스 감독은 배경의 사실성을 만들기 위해 퐁네프 다리를 아예 새로 만들어버렸거든요. 영화 평론가인 유지나씨와 이 영화이야기를 하면서 어찌나 울 은임이 누나가 신나 하시던지... 18살, 어린 고 3 수험생의 마음에 짝사랑의 불을 활활 지피셨어요.
이 방송의 오픈 시그널은 토니 스콧 감독의 영화 'True Romance'의 'You're so cool'이었어요.
한스 짐머의 음악인데 너무 멋지죠.
이 영화는 울 봉준호 형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타란티노 형님'이라고 부른 퀀틴 타란티노가 각본을 맡았어요. 그 각본 원고료로 '펄프픽션'이라는 영화를 만들어 칸영화제를 휩쓸어버리셨죠.^^
새파란 신인이지만 슈퍼 루키였던 브래드 피트가 마약에 찌든 단역으로, 당대의 슈퍼스타였던 발 킬머가 얼굴도 보이지 않는 엘비스 프레슬리 역의 카메오로, 크리스 펜, 톰 시즈모어, 게리 올드먼, 데니스 호퍼, 크리스토퍼 월켄 등 댱대의 배우들이 총 집결했으나 각각의 출연시간이 5분도 안되는 소모적인 역할로 소비해버리고, 젊음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꽤 괜찮은 영화이자 나에겐 죄고의 영화였죠.
특히나 주인공들, 유쾌한 악동인 클레어런스 역의 크리스챤 슬레이터와 너무나 사랑스러웠던 콜 걸 알리바마 역의 패트리샤 아퀘트의 매력이 넘치는 영화였습니다.
나의 짧았지만 강렬했던 짝사랑 정은임은 2004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
내 마음 속 영원이 되었고, 사랑이 되었고, 영원한 젊음이 되었습니다.
그 시절에도 소수자와 인권을 위해 말을 아끼지 않았으며 리버피닉스를 사랑했던 소녀적인 감성을 지녔던...
첫댓글 천상의빛님 글을 보니 한 숨 들이킨 듯 신선한 공기를 들이킨 기분입니다. 라디오키드셨군요. ㅋㅋ 책상과 책, 필통. 그리고 형광등 불빛 밑의 추억이 상기되는 글을 보았습니다.
울 JH님과 함께 추억의 책장을 넘기는 건 흥미진진한 일입니다.ㅎㅎ
항상 정성어린 댓글들 고마워요!
흠~~~님의 글을 꼼꼼히 읽어봤네유~^ㅎ우선~~글을 차~암 잘 쓰시구~음악,영화등 다재다능하신 분이시군요,~
제주도 사진 과(눈쌓인~ㅋ) 바둑 동아리 사진두~~^기억에 남아유~~^^ㅎ
와 감사합니다. 제 글 꼼꼼히 읽기에 내용이 다소 긴 편인데...
좋은 벗님께 좋은 기억 남을 수 있도록 열심히 써볼게요.^^
제가 학생때 많이 들었던 DJ중 하나는 유영석이었습니다. 말도 잘 하시고 따뜻하고.. 나중에 DJ가 실제로 방송 나오셨을 때 의자에 다리가 안 닿는 걸 보고 충격받았었습니다.
그 후 신해철의 음악도시나 윤상 방송을 잘 듣고 혹시 못 들으면 녹음을 해서라도 들었었습니다. 방송에서 들은 음악을 듣고 갈증나서 홍대 해외음반집에서 디페시 모드 등의 음반을 사서 들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때는 참 많이 찾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ㅋ
아.. 맞아요. 그 시절은 카세트 테잎으로 녹음을 했었죠.^^
저도 유영석 많이 들었습니다. 게스트 나와서 깔깔 거리던 웃음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네요. ㅎ
@천상의빛 카세트테이프에 스카치테이프 붙여서 녹음테이프 만들었던 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솝희 악!! 동감 ㅠㅠ
홍콩 영화음악하고 일본 가요 빽테이프 버린거 항상 떠올리면 속이 쓰립니다. 명곡 많았는데요.
음악에 조예가 박사급이네유(내수준에서ㅋㅋㅋ)
지는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를 듣고 자랐어유...ㅋㅋ너무 올드하나?ㅎㅎㅎ김기덕의 2시의 데이트 ㅋㅋ
우리가게는 mbc fm만 나옴...배철수님 매일 만나유
마지막에 정은임씨는 충격임...위로해주고싶다 천상 힘내
김기덕 ㅎㅎㅎ 기억이 새록새록... 여의도에서 이쁜엽서전 갔었어요..
ㅎㅎㅎㅎㅎ
저는. 0시의 다이얼
@깨시오 전 그나마 새댁이어서 배철수 음악 캠프 ㅋㅋ
@깨시오 0시의 다이얼 dj는 누규?
ㅎㅎ 왠지 난이 이모에게선 이문세가 나오겠다 했는데... ㅋ 이종환이 나오네요!
진짜 그리운 이름들이네요. ㅎ
@깨시오 깨시오 이모는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를 이야기하실 것 같았는데~~~ㅎ
0시의 다이얼은 저는 잘 모르겠시유~~~ㅋ
@난이 이장희입니다
동아방송 (DBS)
그건너 부른...
@깨시오 헐! 이장희... 대머리 아저씨... ㅋ
세상에... 동아방송... MBC의 전신 아니었나요? ㅋ
울 깨시오 이모님은 이 정도 나와주셔야 해요! 역시... ㅋㅋ
@천상의빛 mbc는 별이 빛나는 밤에
tbc는 밤을 잊은 그대에게
DBS는 0시의 다이얼
3대 심야 음악 방송
거기서 김민기 작곡 '작은 연못' '아침이슬'' 등등을 들었죠
현경과영애의 노래두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헐 동시통역사 였던 배유정이 그 후임이었죠. ㅎㅎ. 맞아요!
평론가는 강유정과 박평식이죠! ㅋㅋㅋㅋ
아. 박평식의 한줄평 읽을 때마다 파안대소가 끊이질 않아요. ㅋ
난 울 솝희님 한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쯤으로 봤는데...
배유정이 영화음악의 진행을 맡았다는 걸 안다는 것은.... ㅋㅋㅋ
조예가 깊으십니다
이시절에 나는 뭐했나 ?~
저에게는 필름이 끊긴 시대인가 보네요
@솝희 ㅎㅎㅎㅎ ㅎ
알코올은 그리 친하지 않고 세상과 벽을 치고 살았나 봐요
천상님 글이 너무 좋습니다
이렇게 무언가에 푹빠져 본 추억이 있는 분들 부럽습니다...잠만자던 고교시절이 기억날 뿐이네요. 라디오는 일취월장하는 dj로써의 박소현에 놀랐던 것만 떠오를뿐..
아, 이상호 아나운서 저녁에 드림팝 라디오 진행하더라구요. 저는 이금희 아나운서님이 좋아요. 잘 듣지는 않지만 ㅎㅎ
ㅎ 그리고 이런 소담스러운 이야기가 오고가는 공간이 너무 좋아요
팍팍한 현실을 잠시 잊게 해 줘서 더 좋았구요
아! 맞다. 그 시절 울 사슴같은 박소현님의 FM데이트가 있었죠.^^
@깨시오 저두 이런 따뜻함이 오순도순 참 좋아요~^^
@천상의빛 박소현님은 여전히 이뻐요. 어쩜 그리 예전 그대론지 비결 좀 푸셨으면..ㅎㅎ
정은임 아나운서의 선곡을 너무 좋아했기에.. 그 시절.. 음.... 마음이 찡 하네요...
천상의 빛 님께서도 전영혁을 아시다니 비슷한 시기를 걸어오셨군요....ㅎ
이 글을 쓰고 피그님 글을 다시 읽으러갔는데 나그네님의 핑크플로이드 이아기를 보고, 입꼬리가 쓰윽 올라가더라구요!
ㅎㅎ
너무 좋았죠. 그때~~~ㅋ
@천상의빛 ㅎㅎ 맞습니다...
그리운 시절..
아~ 전영혁!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반가운 이름이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