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 수산교를 건너
오월 하순 수요일이다. 하지를 한 달 앞둔 즈음이라 새벽이 일찍 밝아옴을 실감한다. 자연학교 등교는 여전히 아침 이른 시각부터 길을 나선다. 전날은 열차 편으로 한림정역으로 나가 금계국이 지천으로 핀 강둑을 거슬러 오르면서 걸었다. 북부리 팽나무 근처에서 시니어 봉사활동 동료와 합류해 점심을 먹고 오후 일정을 수행하다 국도변 주택에 핀 덩굴장미를 글감으로 삼았다.
수요일 아침 식후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월영동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소답동에서 내렸다. 횡단보도를 건너간 정류소에서 창원역을 출발해 대산 강가로 가는 1번 마을버스를 탔다. 용강고개를 넘어간 버스는 동읍 행정복지센터 앞을 지나 주남저수지를 비켜 대산 일반산업단지를 지나자 승객은 거의 내렸다. 아침 승객은 대개 회사나 비닐하우스에서 농사일을 돕는 부녀들이다.
나는 가술과 모산을 지난 제1 수산교를 지날 때 마지막 승객이 되어 내렸다. 종점을 얼마 앞둔 다리목 정류소에서 1킬로미터가 넘는 제1 수산교를 건너갔다. 아마 다리를 걸어서 건너는 이는 많지 않을 듯했다. 창녕함안보를 빠져나온 강물은 삼랑진 방향으로 유장하게 흘렀다. 창원 시민들의 상수원을 퍼 올리는 강변 여과수 취수정은 밀림이 연상되리 만치 물억새와 숲이 무성했다.
난간 곁으로 간신히 확보된 인도를 따라가니 넓은 강폭의 강심에서는 팔뚝보다 커 보이는 잉어들이 간간이 솟구쳐 뛰어올랐다. 아침이나 저녁이면 강물에서 잉어들이 물 밖으로 뛰어오르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강 건너는 하남읍 소재지 수산이라 높은 아파트도 시야에 들어왔다. 다리를 건너간 북단에서 교각 밑으로 내려서서 둔치에 조성된 체육공원으로 향했다.
둔치 공원 너른 꽃밭에는 이른 아침부터 인부들이 뭔가를 심으려고 했다. 가장자리는 엊그제 심은 듯한 나무수국에 물을 주어 놓고 축구장보다 몇 배가 넓어 보이는 공터는 흙살이 부드럽게 경운을 마쳐 놓았더랬다. 조경 분야에서 오래도록 종사해 일머리를 잘 아는 인부들이 익숙한 솜씨로 씨앗을 뿌렸다. 천일홍 꽃씨를 모래흙에 섞은 통을 겨드랑이에 끼고 흩뿌림을 하고 있었다.
산책로 가장자리는 벚나무와 느티나무가 녹음이 짙어 그늘을 드리운 벤치가 놓여 있었다. 아침나절 일과 시간 분배에서 독서는 야외에서 해 볼 참이다. 아까 지나쳐 온 가술 마을도서관을 찾지 않음은 엊그제도 들렀지만 월수금은 열람실이 지역 어르신 대상 문해교육 교실과 같이 쓰는 공간이었다. 매번 찾으려니 사서와 강사에게 미안해 한번 건너뛰려고 일부러 들리지 않았다.
집을 나설 때 배낭 속에는 교육단지 창원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넣어 갔다. 나무 그늘에서 허서진의 ‘시의 언어로 지은 집’을 꺼냈다. 작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를 키우는 젊은 엄마이며 국어를 가르치는 당찬 교사였다. 지난날 내가 지도하기도 했던 시들을 육아 장면에 곁들여 여성의 섬세한 눈길로 해석했다. 내가 경험 못할 영역을 엿보면서 창작 동인이 되었다.
두 시간 걸려 시 해설서를 독파하고 쉼터에서 일어나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국궁장으로 가는 잔디밭에 찌르레기 무리가 앉아 재잘거렸다. 여름 철새 찌르레기는 남녘으로부터 먼 비행 후 안착해 서로 눈이 맞은 짝을 찾은 듯했다. 멀리서 바라보기에는 암수 한 쌍이 나란히 밀어를 나누는 모습으로 보였다. 어딘가 둥지를 틀어 모아갈 온기가 남은 새알을 두고 먹이를 찾고 있었다.
국궁장에서 수산대교 교각을 지난 둔치 파크골프장에는 동호인들이 여가를 즐겼다. 명례로 가는 둑길에는 어제 대산 북부리 강둑에서 본 금계국이 거기도 지천으로 피어 절정이었다. 둑길을 되돌아와 수산대교를 건너 모산을 거쳐 가술로 갔다. 들녘에는 한낮 더위도 잊은 인부들이 당근 수확에 땀을 흘렸다. 가술 국숫집으로 들어 점심을 먹고 오후에 부여된 일과를 수행하고 복귀했다. 24.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