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종아리를 내리친다
십 리 밖 백 리 밖에서
이 소행 어찌 알았는지
천 리 밖 만 리 밖까지 나가
회초리를 구해 왔다
이놈, 이 몹쓸 놈
이른 새벽 철썩철썩
지구의 따귀를 때린다
오늘은 어제처럼 살지 마라
내일은 오늘처럼 살지 마라
그럼그럼 끄덕끄덕
막 나온 아침 해가 맞장구친다
-『부산일보/오늘을 여는 詩』2024.12.31. -
일출 보려고 나온 바닷가에서 철썩철썩, 천 리 밖 만 리 밖에서 달려온 소리가 시인에겐 회초리 소리로 들립니다. 오늘을 잘 살고 있느냐고 바다가 묻습니다.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 더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전언을 되새겨봅니다. 지나간 어제의 이름도, 기다리고 있는 내일의 이름도 오늘이겠지요.
그런데 파도는 왜 자신의 따귀를 때릴까요. 종아리를 걷고 걸어봅니다. 내가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잘못을 생각해 낼 때까지 기다려주려고 바다는 저렇게나 멀리 가서 사랑의 매를 구해옵니다. 나밖에 모르는 삶이 부끄러워집니다. 시는 나를 바르게 살게 하는 힘이라던 시인의 말이 자꾸만 밀려옵니다.
〈신정민 시인〉
△ 1961년 전주생
△ 2003년 부산일보 신춘등단
△ 시집 '의자를 두고 내렸다' '나이지리아의 모자' '뱀이 된 피아노' '저녁은 안녕이란 인사를 하지 않는다' '꽃들이 딸꾹' '티벳 만행'
△ 최계락문학상, 지리산문학상 수상
△ 부산작가회의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