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근찬 전집
18 싯다르타 (장편)
19 사랑은 풍선처럼 (장편)
20 제복의 상처 (장편)
22 산중 눈보라 (미완성 장편)
23 내 마음의 풍금 (장편)
싯다르타 - 하근찬 전집 18
하근찬 지음 | 320쪽 | 152*225 |
ISBN : 979-11-6861-615-8 04810 | 25,000원 | 2026년 4월 18일
사랑은 풍선처럼 - 하근찬 전집 19
하근찬 지음 | 568쪽 | 152*225 |
ISBN : 979-11-6861-645-5 04810 | 35,000원 | 2026년 4월 18일
제복의 상처 - 하근찬 전집 20
하근찬 지음 | 360쪽 | 152*225 |
ISBN : 979-11-6861-656-1 04810 | 26,000원 | 2026년 4월 18일
산중 눈보라 - 하근찬 전집 22
하근찬 지음 | 608쪽 | 152*225 |
ISBN : 979-11-6861-657-8 04810 | 38,000원 | 2026년 4월 18일
내 마음의 풍금 - 하근찬 전집 23
하근찬 지음 | 256쪽 | 152*225 |
ISBN : 979-11-6861-658-5 04810 | 22,000원 | 2026년 4월 18일
책 소개
★2021년 작가 탄생 90주년 기념 <하근찬 전집> 최초 출간★
★2026년 하근찬 전집 6차분 발간★
단편적으로 알려졌던 소설가 하근찬,
그의 문학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다
한국 단편미학의 빛나는 작가 하근찬의 문학세계를 전체적으로 복원하기 위해 ‘하근찬문학전집간행위원회’에서 작가 탄생 90주년을 맞아 <하근찬 문학 전집>을 전 24권으로 간행한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소설의 백미로 꼽히는 하근찬의 소설 세계는 단편적으로만 알려져 있다. 하근찬의 등단작 「수난이대」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이어져온 민중의 상처를 상징적으로 치유한 수작이기는 하나, 그의 문학세계는 「수난이대」로만 수렴되는 경향이 있다. 하근찬은 「수난이대」 이후에도 2002년까지 집필 활동을 하며 단편집 7권과 장편소설 14편을 창작했고 미완의 장편소설 2편과 산문집 1편을 남겼다. 하근찬은 45년 동안 문업(文業)을 이어온 큰 작가였다. ‘하근찬문학전집간행위원회’는 하근찬의 작품 총 24권을 간행함으로써, 초기의 하근찬 문학에 국한되지 않는 전체적 복원을 기획했다.
원본과 연보에 집중한 충실한 작업,
하근찬 문업을 조망하다
하근찬 문학세계의 체계적 정리, 원본에 충실한 편집, 발굴 작품 수록, 작가연보와 작품 연보에 대한 실증적 작업을 통해 하근찬 문학의 자료적 가치를 확보하고 연구사적 가치를 높여, 문학연구에서 겪을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하근찬 문학전집은 ‘중단편 전집’과 ‘장편 전집’으로 구분되어 있다. ‘중단편전집’은 단행본 발표 순서인 『수난이대』, 『흰 종이수염』, 『일본도』, 『서울 개구리』, 『화가 남궁 씨의 수염』을 저본으로 삼았고, 단행본에 수록되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하근찬의 작품들도 발굴하여 별도로 엮어내어 전집의 자료적 가치를 높였다. ‘장편 전집’의 경우 하근찬 작가의 대표작인 『야호』, 『달섬 이야기』, 『월례소전』, 『산에 들에』뿐만 아니라, 미완으로 남아 있는 「직녀기」, 「산중 눈보라」, 「은장도 이야기」까지 간행하여 하근찬의 전체 문학세계를 조망한다.
18권 『싯다르타』
인간 존재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석가모니의 여정
불교의 성자 싯다르타의 전 생애를 그린 하근찬의 장편소설 『싯다르타』는 1965년 『석가』라는 제목으로 처음 출간되었다.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도 1922년에 『싯다르타』라는 책을 써서 석가모니의 깨달음과 자기 탐구의 여정을 그린 바 있지만, 하근찬의 이 작품은 하근찬만의 화법으로 주인공 싯다르타의 일대기를 현장성 있게 전개해 나간다.
소설은 전 20장으로 전개된다. 싯다르타의 일대기를 ‘팔상도(八相圖)’에 빗대 ‘전생-탄생-사고-출가-고행-성도-제도-열반’의 여덟 가지 챕터에서 세세하게 묘사한다. 1~3장은 탄생과 왕자 신분으로서 궁중의 삶을, 4~6장은 출가와 정각(正覺)에 이르는 시간을, 7~13장은 인류 스승으로서의 행적을, 14~18장은 인간의 욕망에 대한 깨우침을, 19~20장은 정각을 이룬 석가모니의 제자와 인간 붓다의 열반을 다룬다.
저자는 소설의 초반부에 마야부인의 태몽을 풍성하게 각색하여 앞으로 성인이 될 싯다르타의 탄생을 예고한다. 싯다르타는 궁 밖으로 시찰을 나갔다가 땀투성이인 농부와 채찍을 맞는 소, 잡아먹히지 않으려 우글거리는 벌레를 목격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들을 그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본격적으로 인간의 삶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이후 출가한 그는 인생의 허망함과 인간은 결국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수행자의 길을 택한다. 이 여정에서 싯다르타는 정각을 이룬 불타가 되고, 삼독(三毒)의 괴로움에 대한 설법으로 수많은 제자를 거느리게 된다. 이야기의 끝에는 자신이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두 제자를 먼저 떠나보내며 열반으로 가까워지는 불타가 그려진다. 이렇게 인류의 스승으로 살아온 싯다르타의 여정이 마무리된다. 소설은 싯다르타를 붓다로서만 그리지 않는다. 한 사람의 아들로서, 지아비로서, 아버지로서의 인간적 고뇌와, 정각을 이루기 위한 고통을 함께 그린다.
하근찬은 고해 속에 빠진 인간 존재, 모든 것은 무상하다는 도리, 생사에 얽매이지 않는 집착을 버려야 해탈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불타의 입을 빌려 서술한다. 그리고 모든 법 위에서 진정한 해탈을 이룬 싯다르타의 ‘대자대비(大慈大悲)’를 우리에게 전한다.
하근찬은 자신이 발표한 대부분의 작품에서 민중의 삶을 다루었는데, 『싯다르타』는 거기에서 다소 비켜나 있다. 현대에도 인류의 스승이며 종교적 신앙의 대상인 석가모니의 여정을 소설로 형상화함으로써 그의 작품세계에서 보이는 민중, 고해에 빠져 허덕이는 ‘인간의 삶’에 대하여 해답을 찾고자 한 것은 아닐까. 그러한 의미에서 『싯다르타』는 우리에게 탐(貪), 진(瞋), 치(痴) 삼독의 고해에서 벗어나는 지혜를 일러주는 깨달음의 책이다.
19권 『사랑은 풍선처럼』
첫사랑과의 재회가 불러온 삶의 균열
하근찬의 장편소설 『사랑은 풍선처럼』은 1973년 11월부터 1974년 11월까지 《부산일보》에 「안개는 풍선처럼」으로 연재된 후 제목을 바꾸어 간행된 작품이다. 주인공 노수인은 아내 은숙과 슬하에 딸 승미, 아들 승국을 둔 가장으로, 한국교육개발공사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교육개발》의 편집부에 근무하고 있다.
노수인은 경주에서 열리는 전국 교육 연구발표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출장을 갔다가 학창 시절 첫사랑이었던 지월실과 재회한다. 월실은 음악 교사로서 연구한 성과를 발표하며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다. 고등학교 시절 지월실을 향한 짝사랑에 실패한 기억을 지닌 수인은 그녀를 다시 만나며 지난날의 괴로웠던 기억을 아련한 그리움으로 되새긴다. 남편 없이 아들과 단둘이 살아가는 월실과 두 자녀를 두고 아내와 살고 있는 수인은 과거의 추억을 매개로 점점 가까워지고,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만다.
지월실은 굴곡진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고등학교 시절 음악 교사 백남하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예상치 못한 임신을 하게 되어 결혼에 이르지만 가정폭력에 시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술에 취해 귀가한 채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이후 첫사랑 노수인과 재회한 뒤에도, 학부모이자 수인의 동창인 최상태의 일방적인 관심을 받는가 하면, 서울 전근을 도와준 박 교감과의 관계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는다.
서울로 거처를 옮긴 월실은 본격적으로 수인과 동거를 시작한다. 수인의 귀가 시간이 점점 늦어지는 것을 의심하던 아내 은숙은 결국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되고, 그의 가정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월실은 수인의 아이를 임신했음을 알리고, 괴로움에 빠진 수인은 술에 만취한 채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하게 된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월실이 병원을 찾아가 은숙과 마주하면서, 세 사람의 관계는 끝을 예감하게 하는 여운 속에서 마무리된다.
『사랑은 풍선처럼』은 인물들의 선택과 감정이 남긴 균열을 섣불리 봉합하지 않은 채, 삶의 아이러니와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깊은 여운으로 드러낸다. 순간의 감정이 만들어낸 파장은 한 가정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사랑과 책임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비춘다. 이 작품은 사랑이라는 감정의 덧없음과 위태로움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것이 현실과 맞닿을 때 어떤 균열을 낳는지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하근찬 특유의 현실 인식과 치밀한 심리 묘사가 어우러진 이 작품은 1970년대 한국 사회의 정서와 인간 군상의 단면을 생생하게 담아내며, 오늘의 독자에게도 사랑의 윤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20권 『제복의 상처』
얼굴에 새겨진 상처, 시대가 남긴 흔적
하근찬의 장편소설 『제복의 상처』는 1977년 10월부터 1980년 2월까지 《국제식량농업》에 「외기러기」로 연재된 후 제목을 바꾸어 간행된 작품이다. 작품은 소설가인 화자가 다락 속 자료들을 정리하다 발견한 세 권의 노트로부터 시작된다. 그 노트들은 몇 년 전 한 여인이 자신이 쓴 소설이라며 읽어봐 달라고 가져온 것이다. 얼굴에 흉터가 있는 그 여인은 화자가 그때 살던 집에서 이사를 가기까지 다시 찾아오지 않았고, 화자는 이 소설을 그냥 묵혀둘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양혜선은 고등학교 2학년이다.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혜선은 아버지,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새어머니를 데려온다는 소식을 듣고, 매사에 적극적이고 활기차던 그녀는 점차 우울에 잠식된다. 아내를 잃고 슬픔의 날들을 보내며 셋이서 재미있게 살자고 하던 아버지가 돌연 새로운 여자를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혜선은 깊은 배신감을 느낀다.
미술에 재능이 있던 혜선은 야외 수업 중 미술 선생이자 화가인 주상운과 가까워지게 되고, 스승과 제자의 선을 넘게 된다. 주 선생은 혜선에게 자신의 그림 모델이 되어 달라고 요청하고, 그녀는 매주 그의 집을 드나들며 스승과 제자 그 이상의 감정을 키워나간다. 그 사이 친구 미애의 사촌 오빠인 두현의 관심을 받기도 하지만, 주 선생의 방해로 일단락된다. 결국 혜선은 임신을 하게 되고, 주 선생과 결혼식을 올린다. 무자녀주의였던 주 선생이 혜선의 임신을 달갑게 여기지 않던 터에, 전처마저 찾아오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어긋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만취해 귀가한 주 선생과 싸우던 중 깨어진 거울에 혜선은 얼굴에 상처를 입는다. 남편에게 두려움을 느낀 혜선은 친정에서 지내면서 아이를 낳고, 주상운은 부산 여행 중 배 사고에 연루되어 뜻하지 않게 사망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소설의 제목인 ‘제복의 상처’는 단순히 혜선의 얼굴에 새겨진 흉터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사회가 여성에게 덧씌우는 역할과 관계의 굴레, 그 안에서 새겨지는 내면의 상처를 함께 담아낸 표현이다. 하근찬은 한 소녀가 가족의 균열, 금지된 사랑, 그리고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겪는 상실과 고통을 섬세하고도 담담한 필치로 그려내며, 억압된 시대를 살아간 여성의 삶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22권 『산중 눈보라』
흔적으로 남은 전쟁이 소설의 대중성과 접합하는 방식
하근찬의 장편소설 『산중 눈보라』는 1980년 1월부터 11월까지 《국제신문》에 연재된 작품으로, 언론 통폐합으로 인해 《국제신문》이 폐간되면서 연재가 중단되어 미완성으로 남은 작품이다. 스스로를 “전쟁 작가”로 자처한 하근찬답게, 이 소설의 배경과 소재 또한 전쟁이다. 하지만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이 작품에서는 전쟁이 하나의 ‘흔적’으로 존재한다.
소설의 주인공 임중하는 시대의 격랑 속에서 아버지를 잃고 의과대학 시절 가정교사를 하던 병원집의 딸과 결혼해 살아가는, 슬하에 1남 1녀를 둔 50대 병원장이다. 어느 날 그는 겨울 산행을 떠났다가 30년 전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 범인은 중하의 중학교 동창이자 주지 스님으로 있는 절의 처사로 살아온 최남팔이다. 하지만 중하는 그를 알은체하지 못한다. 이후 최남팔이 중하의 병원에 일자리를 구하러 오고, 중하의 딸이 교통사고를 일으키며 다시 얽힌다. 의료사고를 가장해 그를 죽일 기회를 맞지만, 결국 범인은 사라진다.
등장인물들에게 전쟁은 흔적으로 남아 있다. 임중하 아버지의 죽음에는 전쟁이 있으며, 소설 속에서 살인자, 방화범, 파렴치한으로 그려지는 최남팔도 사실 그의 삶에는 전쟁이라는 거센 역사의 소용돌이가 있었다. 평범한 시골 청년이었던 그도 전쟁 속에서 공비, 살인자, 화전민, 의용군, 전쟁포로, 날품팔이 등으로 살아오며 타인의 눈을 피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된 것이다.
『산중 눈보라』의 등장인물들에게 전쟁의 기억은 고정된 과거로 머물지 않고, 그들의 삶 속을 파고들며 현재를 끊임없이 침식하는 ‘흔적’으로 살아 숨 쉰다. 소설 전체를 가로지르는 원한, 두려움과 연민의 감정은 어떤 이념이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민중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장 깊고 근본적인 정서로부터 길어 올린 것이다. 또한 작품 곳곳에 스며 있는 민속적 상상력과 전근대적 감각은 단순한 미신이나 낡은 사고방식이 아니라, 근대적 이성과 논리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인간 경험의 또 다른 층위를 보여주는 서사적 장치로 기능한다. 복수와 용서, 기억과 망각, 증오와 화해 등 하근찬이 소설 속에서 던지는 물음들은 특정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한 언제 어디서나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보편적인 삶의 조건에 닿아 있다. 그는 이 물음들에 쉬운 답을 내놓지 않는다. 대신 그 답에 이를 수 없는 인간의 한계와 조건을 가감 없이 독자 앞에 펼쳐 보임으로써, 우리 스스로 계속해서 생각하고 질문하게 만든다.
23권 『내 마음의 풍금』
하근찬의 기억에서 탄생한 사실주의적 연애담
하근찬의 사실주의적 장편소설 『내 마음의 풍금』은 그 원형을 1981년에 발표된 중편 「여제자」에서 찾을 수 있다. 「여제자」가 1999년 이영재 감독의 영화 <내 마음의 풍금>으로 개봉, 상영된 이후 같은 해 개작되어 『내 마음의 풍금』으로 출간된 것이다. 이후 동명의 소설이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2008)으로 제작되어 한 편의 소설이 여러 장르로 활용되는 사례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1인칭 시점의 자전 소설로, 하근찬 작가는 1948년 산골 국민학교에 교사로 부임하면서 겪은 일을 거의 그대로 담았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설 속 선생이 자신이며, 홍연이라는 이름의 여학생 역시 실제 인물이고 그녀가 혈서를 보내온 일도 실화라고 설명한다. 즉, 『내 마음의 풍금』은 작가의 체험을 바탕으로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하여 각색한 자전적 소설이다.
소설은 30년 만에 연락 온 제자 홍연의 전화로부터 시작한다. 화자는 과거를 회상하며 당시의 기억을 소환하고, 자신도 미처 몰랐던 ‘그리움의 감정’을 마주한다. 갓 스물을 넘긴 21세의 강 선생은 산리국민학교의 교사로 배정된다. 그때 홍연은 17세 늦깍이 국민학생으로, 둘은 네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사랑에 눈뜨기 시작한 존재’라는 점에서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처음에 강 선생은 홍연이 자신에게 보여주는 ‘애모의 정’을 부인하기도 하지만, ‘이성에 대한 그녀의 연정’을 현재에는 인정한다. 홍연은 담임 강 선생이 매주 검사하는 일기를 통해 그를 향한 짝사랑을 드러내고, 화자는 이를 부정하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홍연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그러다 양 선생이 등장하여 삼각관계가 만들어지며 화자는 실연의 아픔을 겪기도 한다.
『내 마음의 풍금』은 선생과 학생의 사랑이라는 금기의 관계를 소재로 삼으면서도, 이를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대신 작가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3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떠오르는 첫사랑의 기억을 애틋하고 낭만적인 감각으로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야기 속에는 강 선생, 홍연, 양 선생이라는 세 인물이 얽히며 두 쌍의 사랑이 모두 이루어지지 못하는 안타까운 결말로 흘러간다. 이 과정에서 1인칭 화자인 강 선생의 시선으로 세 인물 모두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흔들림을 포착해내며, 독자들로 하여금 각 인물의 마음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한다.
1950년대를 대표하는 사실주의 작가답게 하근찬은 특유의 사실성과 낭만성으로 교사와 학생의 위계적 관계 속에서도 청춘 남녀의 애틋한 떨림과 섬세한 감각을 선명하게 그려낸다. 이 작품은 그 위에서 1980~90년대 한국 낭만 연애소설의 정점을 보여준다.
하근찬 전집 발간 목록
<중단편전집>
1 수난이대 단편집
2 흰 종이수염 단편집
3 일본도 단편집
4 화가 남궁 씨의 수염 단편집
5 낙도 단편집
6 기울어지는 강 중편집
7 삽미의 비 단편집
8 산의 동화 단편집
<장편전집>
1 야호 장편
2 달섬 이야기 장편
3 월례소전 장편
4 산에 들에 장편
5 작은 용 장편
6 징깽맨이 장편
7 검은 자화상 장편
8 남한산성 장편
9 제국의 칼 장편
10 싯다르타 장편
11 사랑은 풍선처럼 장편
12 제복의 상처 장편
13 은장도 이야기/직녀기 미완성 장편
14 산중 눈보라 미완성 장편
15 내 마음의 풍금 장편
16 내 안에 내가 있다 산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