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장
신 정 민
무꽃이 핀다 지금은 썩고 바람들고 짓무를 때 물의 기억 세상에 없다던 마지막 사투 늙은이의 혼잣말 꽃잎 끝 동서남북 벌이 올 수 없는 곳에서도 꽃들은 피는구나 사색이되 거칠지 말자 수사슴 뿔처럼 힘이 가자는 곳으로 위대할 필요 없는 대지의 결심 생각이 가자는 대로 아무것도 아닌 모든 것을 향해 그냥 그렇게
- 시집〈의자를 두고 내렸다〉달을쏘다
의자를 두고 내렸다 - 예스24
의자를 두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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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민 시집 〈의자를 두고 내렸다〉 달을쏘다 | 2022
내가 아버지의 구근식물이었을 때
늙은 호박을 열었을 때 세계는 어디에나 있다는 걸 알았다 땅콩 캐던 날 뽑아 올린 줄기마다 주렁주렁 달린 것들도 그랬다 화근은 정처 없이 떠다니는 모래알갱이들 아름다운 것들은 관심을 바라지 않았다 잡화점에서 키우던 오래전의 개는 지금쯤 죽었을 것이다 어느 날엔가 문득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냉장고의 자석인형이 스스로 떨어지면서 목을 잘랐고 회사에서 해고당한 아들은 그것을 주워 들고 우물쭈물 거렸다 모든 게 당연하거나 당연하지 않았다 마른하늘에서 개구리들은 왜 안 떨어지나 어디서든 회오리가 일어 바닥에 개구리들을 떨어뜨려야 할 텐데 개구리들이 펄쩍펄쩍 뛰어야 할 텐데 그 때 나는 새소리를 받아 적고 있었다 치릇 치릇 치치토릇 치치릇 치치릇 치치 치치또릇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입 속을 크게 비워서 둥근, 이란 단어를 굴리고 굴렸다 아무리 구슬려도 둥글어지지 않는 둥근, 단어들은 왜 사랑을 나누지 않을까 너와 나는 첫눈에 반했는데 너무 늦게 만나 후회할 수도 없게 되었는데
- 계간『시와 사람』2010년 겨울호
저녁은 안녕이란 인사를 하지 않는다 - 예스24
목숨보다 눈부신 것은 없다『저녁은 안녕이란 인사를 하지 않는다』에서 신정민 시인이 주목하고 있는 실패의 지점들은 교환이 불가능한 것들이다. 예측할 수 있는 결과물의 범주에서 탈락된
신정민 시집 〈저녁은 안녕이란 인사를 하지 않는다〉 파란 |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