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 42화 분량 인간적으로 넘모 많음;;;;
조조 죽은 뒤에는 범작으로 퇴보하는 게 너무 눈에 띄어서 영 안타까웠습니다.
최대 실패 요인은 조비에 대한 캐릭터 해석인 것 같습니다. 작가도 잘못 해석했는데 배우는 거기에 결정타를 날려버림.
이 문제점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난 게 후계자 책봉 상황이었는데,
장자 계승 원칙을 두고 군신 간의 충돌이 일어난다는 건 조조 대 순욱이나 조비 대 사마의나 똑같은 구도인데도,
전자는 명장면으로 남았는데 후자는 김빠진 걸로 모자라 아예 뜨뜻미지근하게 데워놓은 콜라가 되어버림-_-...
순욱과 사마의 둘 다 청류파였고, 정의로운 위선자였고, 군주와 수십 년을 알고 산 벗이었습니다만,
조조와 다르게 조비의 카리스마가 바닥을 치는 걸 뭐 어쩝니까...
순욱은 감정의 밑바닥까지 끄집어내면서 조조에게 일갈을 날리는 기회를 얻었는데,
조비가 뭘 안 터뜨리니까 명색이 극형당할 범죄자인 사마의는 그냥 뻘쭘하게 엎드려만 있고 말이죠.
가장 최악은 조식 가둬놓고 비 오는데 조비가 국어책 읽기 수준 발연기하는 장면.
이 드라마 안에서 발연기라고 당당하게 지적할 수 있는 유일한 장면이었네요.
조비를 두고 냉철함 속에 감춰진 불길을 묘사하려 한다는 작가의 의도는 어느 정도 느낌이 오기는 하는데,
그 불길이 발작적으로 넘쳐흘러야 인성 개차반에 광기서린 조비가 되지, 매번 절제를 너무 빨리 해버리네요.
그것도 어디 한두 번이라야지, 화날 때마다 항상 너무 일찍 식어버리니까 진짜로 화가 나긴 한 건가 싶기도 하고-_-
각본도 그렇게 적혀있는 마당에 배우의 배역 해석까지 엉망이라서,
능력은 있는 나쁜남자 재벌 2세가 아니라 그냥 사람 좋은 부장님 수준에서 멈춰버렸습니다.
이건 조비가 아니라 이릉대전 시점의 유비예요. 울분이 폭발해서 아무도 그걸 말리지 못하는데 정작 기본 바탕이 선함.
조조 생전에 선량한 이미지를 밀던 조비 배역을 제위 등극 후에도 버리지를 못하네요. 아니 그거 연기였던 거 아님??
사마의는 자기 본심을 그렇게 열심히 감추는데, 조비는 사실 착한 놈이었던 거 아닐까? 태조 왕건 최수종인가?
조조 사후에 그나마 눈에 띄는 배역이라면, 일단 사마의는 생각보다 연기를 꽤 잘합니다.
장춘화, 후길, 진군 등등 주변인물들과의 케미가 너무 잘맞고 만담도 빵빵 터지고, 그나마 중심을 잡아주네요.
조씨 가문 안에서는 단연 조홍. 난폭한 악역이긴 한데 주책맞은 오지랖 파출소장 아저씨 같기도 하고 말이죠.
조진이 영 아니게 나와서 차라리 조홍한테 한 표 주고 싶을 지경입니다.
백령균이나 곽조는 대충 평타는 친 것 같고... 견복은 너무 평면적이어서 노잼이긴 한데 이건 각본 잘못인 것 같고...
종회와 등애는... 잘 모르겠습니다.
잘한 것 같긴 한데 싶다가도, 화면에 나올 기회를 그렇게 많이 잡았는데 어찌 이렇게 임팩트가 없었을까 싶어서...
근데 하긴 조조 생전의 사마의가 묻혀버리던 것처럼 그 둘도 묻혀간 거 아닌가 싶기도 해서 뭐라 평하기 어렵네요.
대충 평가는 이 정도입니다. 조조 사후에도 그럭저럭 평범한 한국 사극 본다고 생각하면 꽤 재밌습니다.
각본에서 미스가 나도 돈지랄로 화면 꽉꽉 채우고 시간 팍팍 쳐넣으니까 재미없다는 생각의 가능성이 마비당합니다.
이래서 돈이 중요하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첫댓글 리뷰 잘 봤습니다. 공감이 많이 됩니다.
각본 4년 준비했다는데 후반부 퀄리티 때문에 못 믿겠더라고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