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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부고토와 천상낙원의 모습
어느 날은 천단에 올라 명상을 하며 그윽한 하늘 기운에 감싸 있을 때 문득 눈 앞에 나타난 날개달린 천사를 발견할 수 있었다.
흰옷을 입고 있는 천사의 몸에서는 빛이 나고 양쪽의 날개는 땅에 닿을 정도로 컸다.
“그대 하늘의 이름 백마선은 들으라! 나는 아름다운 영혼들이 살아가는 천상낙원을 지키는 수문장 천사다."
천사는 다짜고짜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아무 말을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수문장이란 이름의 천사는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앉아 있는 자리는 거룩한 기운이 임하는 하늘의 집이니 어두운 기운이 함께 할 수 없다."
이렇게 말한 수문장 천사는 내게 향수가 담긴 병을 내밀었다. 병에 담긴 향수로 천단의 마루에 뿌리자 금세 어두운 기운들이 말끔히 가셔졌다. 어두운 기운이 가셔진 자리에 하늘기운이 증폭되고 있었다.
이어서 수문장 천사는 말했다.
"거룩한 자리에 앉아 있는 거룩한 자여! 나와 함께 아름다운 영혼들이 살고 있는 거룩한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자. 거룩한 영혼에게 보여줄 세상이 있느니라.”
수문장 천사는 내 몸에 향수를 뿌렸고 내가 입은 옷은 빛나는 흰옷으로 변했으며 어느덧 내 몸의 양쪽 어깨에도 커다란 날개가 달려 있었다.
나는 수문장 천사의 뒤를 따라 안내하는 곳을 향해 훨훨 날아갔다.
수문장 천사가 안내한 세상에 도달하니 그곳의 천지에는 거룩한 기운이 가득하고 기화요초가 만발하여 향기가 진동했으며 천사들이 하늘로 날아다니는데 환하고 밝은 모습의 영혼들이 행복에 겨운 표정으로 꽃길을 걸어 다니고 있었다. 꽃길을 걸어 다니는 영혼들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가야금 소리에 맞춰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영혼들이 노래를 부를 때 숲속의 새들도 따라서 합창을 하고 영혼들이 춤을 출 때 황금빛 날개의 나비들이 금가루처럼 공중에서 반짝이며 군중무를 추기도 했다.
거룩한 기운과 기화요초의 향기에 취한 채 영혼들의 행복한 모습에 빠져 있을 때 수문장 천사가 말했다.
“의로운 영들이 신선으로 사는 세상이다. 이 세상의 이름을 천상낙원이라 부른다. 세상에서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착하게 살던 영혼들이 하늘의 부름을 받아 찾아온 천상낙원이다."
수문장 천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영혼들의 복장이 모두 달랐다. 아주 고급복장을 갖춰 입은 영혼과 평범한 복장을 갖춰 입은 영혼과 허드레복장을 입은 영혼 등등 다양했다. 입고 있는 복장에 따라 영혼들의 신분도 달라 보이고 영혼들은 신분에 따라 다른 대접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영혼이라도 신분이 다르게 살고는 있지만 뽐내고 교만한 모습으로 살거나 불평과 불만을 가지고 사는 영혼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높은 신분의 영혼과 낮은 신분의 영혼은 모두 만족한 표정을 짓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은 어디서나 동일했다.
그러한 모습을 보고 수문장 천사를 향해 질문했다.
“이곳 천상낙원 아름다운 영혼의 세상에서도 신분의 높고 낮음이 존재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 주십시오."수문장 천사는 말했다.
“이곳의 영혼들은 세상에서 거둔 의의 열매대로 대접을 받는다. 이곳 영혼들은 하늘창고에 쌓아 둔 의의 가치대로 몸을 치장하고 신분의 가치를 누린다. 그러므로 어떤 영혼이라도 각자가 세상에서 쌓아 둔의의 가치만큼 대접을 받기 때문에 불만이나 불평을 가질 수 없고 만족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수문장 천사의 설명을 듣고 나는 질문을 이어갔다.
"하늘창고에 쌓아 둔 의의 가치란 무엇을 의미합니까?"
“세상에서 살면서 의로운 일을 실천할 때마다 그 가치가 책정되어 하늘세상의 달란트로 계산된 후 그 영혼의 이름으로 하늘창고에 저장된다. 하늘나라로 돌아온 영혼들은 하늘창고에 쌓여 있는 달란트의 액수만큼 신분의 가치를 누리고 몸을 치장할 수 있다. 의의 달란트가 많은 영혼은 그만큼 높은 신분을 누리고 높은 가치의 몸을 치장할 수 있지만 의의 달란트가 부족한 영혼은 낮은 가치의 몸치장으로 낮은 신분의 삶을 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곳 아름다운 영혼의 세상은 공평하고 불만이 없는 세상이다."
“하늘창고에 쌓여 있는 의의 달란트 중에서 높은 가치의 달란트는 무엇입니까?"
“세상에서 생명을 사랑한 의의 행동이 가장 큰 달란트를 얻게 된다. 생명을 사랑한 의로움도 가치가 다양하며, 죽을 목숨을 살려 준 의로움이 가장 크고, 병을 고쳐 준 의로움과 허약한 생명을 보살펴 준 의로움과 굶주린 생명을 살려 준 의로움이 높은 가치의 달란트를 받는다. 가난한 자를 보살핀 의로움과 외로움을 달래주는 의로움과 약자를 보살핀 의로움과 무지를 깨우쳐 준 의로움과 정신을 일깨워 준 의로움이 또한 귀한 가치의 달란트를 받는다. 어른을 공경하는 의로움과 어린이를 사랑하는 의로움과 낮은 자에게 겸손한 의로움이 또한 하늘창고의 달란트로 계산된다. 세상에서 살면서 이웃에게 베푼 작은 배려와 미물에게 베푼 작은 사랑 한 가지도 하늘창고의 달란트로 계산되지 않는 가치는 없으며, 매일매일 실천하는 겸손과 배려와 친절과 사양지심의 한 가지라도 쌓이고 쌓이면 모두 하늘창고의 달란트로 계산되지 않는 달란트는 없다.”
“천사님, 그러면 세상에서 살고 있는 영혼들의 매일매일의 삶이 의로운 가치의 달란트로 계산되어 하늘창고에 쌓인다는 말씀이군요?"
“백마선아, 그렇단다. 세상에서 살고 있는 영혼들의 매일매일의 삶과 순간순간의 말과 행동과 행위들이 의의 가치로 환산되는 달란트로 계산된다. 하늘창고에 쌓인 달란트의 가치에 의해서 부자 영혼과 가난한 영혼의 신분이 결정된다. 영혼의 세계에서는 의로움의 달란트를 창고에 가득 쌓아둔 영혼보다 풍요롭고 행복한 영혼은 없으리라."
“천사님, 그러면 제 이름의 하늘창고도 보여줄 수 있나요? 얼마만큼의 달란트가 쌓였는지 궁금해요."
"보여 줄 수 있다. 그러면 나를 따라 오너라."
수문장 천사를 따라 간 곳에 커다란 하늘창고가 만들어져 있고, 모든 영혼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금고가 하늘창고에 가득했다. 하늘창고의 금고마다 죽은 영혼들의 이름과 살아 있는 영혼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영혼의 이름이 새겨진 금고들을 천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금고를 지키는 천사들의 이름을 금고지기라고 했다.
수문장 천사가 내 이름의 금고지기 천사를 부르자 앞으로 달려왔다. “백마선의 금고를 열라!"
수문장 천사가 금고지기를 향해 명령하자 내 영혼의 이름이 새겨진 금고가 앞으로 나타나며 문이 열렸다. 그리고 금고에 쌓인 달란트를 보여주고 그 가치를 계산 금고지기가 계산해 주었다.
생각보다 후한 가치의 달란트가 쌓여 있었다.
어떤 기준으로 달란트의 가치가 정해져서 금고에 쌓여 있는지 궁금해서 수문장 천사에게 물었다.
"저는 세상에서 가진 것도 없고 남에게 크게 베풀만한 처지도 못되었는데 금고에 쌓인 달란트의 가치가 후하다니 그 의미를 알려 주십시오."
수문장 천사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하늘은 공평하다. 백마선의 의에 대하여 하늘이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으며 하늘은 모든 영혼들에게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공평하게 의로운 가치의 달란트를 매긴다. 백마선의 금고에 쌓인 달란트는 백마선이 세상을 살면서 벌어들인 의의 가치가 정확하게 계산되어 있다. 의문스럽다면 백마선의 달란트가 적힌 장부를 보여줄 수 있다."
"천사님, 그 장부를 구경하고 싶습니다."
나의 말을 듣고 금고지기가 내 이름이 적힌 달란트 장부를 보여 주었다.
금고지기가 관리하는 내 이름의 장부에는 내가 세상을 살면서 실천한 의로움의 행위들이 기록되어 있고, 그 기록에 근거한 달란트의 가치들이 환산되어 있었다. 장부의 내용을 보니 나는 세상을 살면서 달란트를 벌지만 않고 까먹는 일도 많았다.
의의 달란트를 까먹은 행위로 기록된 내용 중에는 어른에게 불손했거나 잘난 멋에 취해서 교만했거나 약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미미한 일들까지 많았다. 평소 의식하지 못했던 말과 행동까지 의의 달란트를 까먹은 행위로 기록되고 있을 줄은 상상할 바가 아니었다.
이어서 나는 다른 이름의 장부를 보여 달라고 부탁했다.
수문장 천사는 내가 부탁한 이름의 장부를 보여주면서 당부했다. "하늘창고의 기록은 비밀이다. 세상에 발설해서는 안 된다."
내가 부탁한 장부의 주인은 높은 신분의 이름들과 낮은 신분의 이름들이었다.
천사가 보여 준 장부의 내용을 보고 나는 놀랐다.
높은 신분의 이름이 적힌 장부에는 달란트가 쌓이기는커녕 많은 빚이 누적되어 있었고 오히려 낮은 신분의 이름이 적힌 장부에 많은 양의 달란트가 기록되어 있었다.
높은 신분의 이름은 세상에서 많은 칭송을 듣고 존경의 대상이 되는 인물이었다. 낮은 신분의 이름은 높은 신분의 가정에서 허드렛일을 맡아 하는 하인이었다. 그런데 달란트 장부에 적힌 내용에는 세상의 신분과 너무 차이가 날만큼 의의 가치가 계산되어 있었다.
달란트 장부를 들여다보고 수문장 천사를 향해 질문했다.
"높은 신분의 달란트 장부에는 빚만 쌓인 채 기록되어 있고 낮은 신분의 달란트 장부에는 높은 가치의 달란트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들이 영혼의 세계를 찾아 왔을 때 그 신분은 어떻게 결정됩니까?"
수문장 천사는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영혼의 세계에서는 세상의 신분대로 살지 않고 달란트의 장부에 기록된 의의 가치대로 신분이 결정된다. 세상에서 낮은 신분의 영혼이라도 달란트 장부에 의의 가치가 높게 기록되어 있으니 영혼의 세계에서 높은 신분을 누릴 것이요. 세상에서 높은 신분의 영혼이라도 달란트장부에 의의 가치가 빚만 쌓여 있으니 아름다운 영혼의 세계를 찾아오기는커녕 어두운 세상을 찾아가 빚진 달란트를 청산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영혼의 세계에서는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높은 자가 낮아지는 사례가 많다."
수문장 천사의 말을 듣고 머리를 스쳐가는 생각이 있어 질문했다.
“왕의 달란트는 적고 신하의 달란트가 많을 때 영혼의 세계에서 신분은 어떻게 결정됩니까? 부자의 달란트는 적고 하인의 달란트는 많을 때 영혼의 세계에서 신분은 어떻게 정해집니까? 유식한 자의 달란트는 적고 무식한 자의 달란트는 많을 때 영혼의 세계에서 그 신분은 어떻게 달라집니까?"
수문장 천사는 웃으며 대답했다.
"영혼의 세계에서는 세상의 신분대로 신분의 서열이 정해지지 않고 하늘창고 달란트 금고에 쌓인 가치의 양대로 신분서열이 정해진다. 그래서 어떤 영혼이라도 영혼의 세계에서 불공평과 불만을 느끼지 못한다. 영혼의 세계는 세상의 이치와 달리 공평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어서 수문장 천사는 놀라운 사실을 알려 주었다.
"이곳 아름다운 영혼의 세계에서 왕의 영혼을 갖기는 힘들다. 부자의 영혼도 찾기 힘들다. 권력가의 영혼도 찾기 힘들다. 왕과 부자와 권력가의 영혼을 찾는다 해도 아주 낮은 신분만 찾을 수 있다."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내가 물었다.
"천사님의 말은 믿을 수 없는 설명이므로 자세한 이치를 알려주십시오."
“세상의 왕들은 선정보다 폭정을 일삼았고, 세상의 부자들은 불의한 방법으로 모은 재산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줄 줄 몰랐으며, 세상의 권력가들은 음모술수를 이용해서 그 자리를 차지하고 불의를 일삼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일부분의 선과 의로써 달란트를 얻기는 했으나 까먹은 달란트와 빚진 달란트의 양이 더 많아 아름다운 영혼의 세상에 초대받을 자격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살아가는 영혼들은 누구나 의의 달란트 장사를 하고 있으며, 남은 달란트 장사를 한 영혼은 아름다운 사후세상을 찾아오지만 밑진 달란트 장사를 한 영혼들은 아무도 아름다운 사후세상에 초대받지 못한다."
“천사님, 의의 달란트가 빚진 영혼들이 찾아가는 세상은 어디인지 알려주십시오."
"어둡고 삭막한 사후세상을 찾아가 빚진 달란트를 갖기 위해 노역과 고통에 시달린다. 세상에서 왕이었던 자도 부자였던 자도 권력가인 자도 신부나 목사나 스님이나 그 어떤 종교의 지도자나. 심지어는 하느님이나 구세주의 이름으로 불렸던 자들이라도 영혼의 세계에서 의의 달란트가 부족하면 빚을 갚기 위해 초라한 영혼의 신분으로 노역과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신부나 목사나 스님이나 심지어 하느님이라 불리고 구세주라 불리던 영혼들마저 어둡고 삭막한 세상에 감금되어 부족한 의의 달란트를 채울 때까지 노역과 고통에 시달리다니 도무지 믿어지지 않습니다."
"소위 거짓목자와 거짓 하느님과 거짓 구세주로 순박한 영혼들에게 군림하며 온갖 야욕을 채우던 무리였기 때문이다. 곧 양가죽을 쓴 이리의 종자들이 거룩한 행세를 하며 순박한 영혼들로부터 사리사욕을 채우던 영혼들이 불꽃같은 심판의 눈을 피하지 못하고 어둡고 삭막한 세상으로 사후에 쫓겨 온 것이다.”
“세상에서 거룩한 이름으로 군림하던 영혼들이 사후에 어둡고 삭막한 세상으로 쫓겨 온다면 그보다 치욕이 어딨습니까?"
“불꽃같은 눈동자로 영혼의 삶을 살피는 의의 천사들은 한 치의 불편부당함도 없이 의의 달란트를 책정하여 장부에 기록하고 하늘창고에서 계산함으로 치욕도 불만도 거론할 바가 아닐 것이다."
“그러면 영혼의 세계에는 악한 영혼들에게 벌을 주는 지옥은 존재하지 않나요?"
“영혼의 세계에 불구덩으로 만든 지옥은 없다. 불구덩 지옥은 종교의 지도자들이 순박한 영혼들을 협박하여 사리사욕을 채울 목적으로 지어낸 이름들이다. 천지만물을 창조한 영혼의 아버지는 결코 인간보다 비열한 방법으로 영혼들을 대접하지 않으며 사후에라도 개과천선의 길을 열어 결국에는 모든 영혼들로 하여금 사후 태평성대와 평안의 안식을 즐기게 하신다."
"천사님! 그러면 의의 달란트가 부족한 악한 영혼들이라도 노역과 고통으로 빚을 갚은 후 평안과 안식을 되찾는다는 말씀이군요?”
"그렇다. 무한사랑의 대천존 아버지는 악한 영혼들이라도 모두 사랑하시어 부족한 의의 달란트를 채우게 하신 후 개과천선의 기회를 주어 평안과 안식의 기회를 주신다. 다만 의의 달란트가 부족한 영혼들은 세상에서 빚진 의만큼 노역과 고통을 지불해야 한다. 세상에서 아무리 큰 권력을 누렸던 왕과 부자와 세도가의 영혼들이라도 빚진 달란트를 채우기 전에는 평안과 안식의 기쁨을 누릴 수 없다. 결국 세상에서 악하게 살았던 만큼의 대가를 반드시 지불한 후에라야 어둡고 삭막한 땅으로 쫓겨난 영혼들이 평안과 안식의 땅으로 초대받을 수 있다."
"악한 영혼들이 사후세계에서 뜨거운 불구덩 지옥에 던져지지 않고 개과천선의 기회를 얻게 된 것만으로 감사하고 대천존 아버지의 무한사랑에 감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창조주 대천존은 인간들이 생각하는 무자비하고 극악한 존재가 아니며, 선한 영혼들을 끔찍하게 사랑하는 만큼 악한 영혼들에게도 무한사랑을 베푸시고 개과천선의 기회를 주시니, 하늘을 대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런 말을 마치고 수문장 천사는 나를 데리고 아름다운 영혼들이 살고 있는 세상을 두루두루 살펴보게 했다.
아름다운 영혼의 세계에서는 의의 달란트를 많이 쌓아 둔 영혼이 부자였고 의의 달란트를 적게 소유한 영혼이 가난뱅이였다. 부자영혼들은 높은 신분과 거룩한 풍채를 자랑하며 천상낙원의 뜰을 거닐고 있었고 가난한 영혼들은 평범한 의상을 걸치고 높은 신분의 영혼들을 섬기거나 평범한 생활 속에서 평안과 안식을 즐기고 있었다.
위에서 섬김을 받는 영혼이나 아래서 섬기는 영혼이나 모두 불만족스런 표정은 없었고 누구나 평안한 안식을 즐기며 천상낙원의 백성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수문장 천사는 나에게 섬김을 받는 영혼과 섬기는 영혼들이 천상낙원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고 이렇게 말했다.
"백마선아! 저 섬김을 받는 거룩한 영혼을 보라. 기록한 영혼이 세상에서 살때 어떤 신분인 줄 아느냐?”
나는 대답은 않고 고생 가로 저었다.
"배운 것이 없고 가진 것이 없는 신분이었지만 보이지 않게 의를 행하고, 남모르게 선을 베풀며, 굶주린 이웃을 외면하지 않았던 어진 영혼의 신분이었다. 가난한 자가 베풀던 작은 정성이 부자의 정성보다 컸으며, 남모르게 실천한 의로움이 하늘에서는 큰 달란트로 가치가 매겨져 천사의 장부에 기록되었다. 그래서 세상에서는 초라한 신분이었지만 천상낙원에서 거룩한 신분으로 평안과 인식을 누리고 있다."
나는 수문장 천사의 설명을 듣고 고개만 끄떡었다.
수문장 천사는 다시 말했다.
"백마선아, 천상낙원에서 섬기며 살아가는 가난한 영혼들을 보라.
가난한 영혼이 세상에서 살 때 어떤 신분인 줄 아느냐?“
나느 대답대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세상에서 살 때 학식이 높고 부족함을 모르고 살았던 영혼이었다. 그도 역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베풀고 선을 행하였지만 항상 남들이 보는 앞에서 실천했기 때문에 의의 달란트가 삭감되었다. 그래서 천상낙원에서는 가난한 영혼이 되어 거룩한 영혼들을 섬기며 평안과 안식을 누리며 살아간다.”
나는 수문장 천사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수문장 천사는 말했다.
“세상에서 의와 선을 행하되 남모르게 하라. 그러면 하늘 창고에 쌓아 둔 의의 달란트가 풍족해지지라. 세상에서 의와 선을 행하되 형제에게 베풂처럼 k라는 사심이 없이 하라. 다른 것을 바라는 사심으로 의와 선을 베풀면 이미 그 상은 계산되고 남은 달란트가 하늘 창고에 쌓이지 않느니라.”
수문장 천사의 말을 듣고 내가 질문했다.
“천사님, 바라는 사심으로 의와 선을 베푼다는 의미가 무엇입니까?"
“가진 자가 형제에게 나눠줄 때는 무엇을 바라지 않고 자기 몸에 돈을 쓰듯 돈을 주고 자기 입에 음식을 넣듯 음식을 대접할 것이다. 남에게 줄 때는 남에게 우월의식을 가지려 하고 인정을 받으려 하고 섬김을 받으려는 사실이 사용한다. 그러한 사실이 작용하면 남에게 베풀의 의사 삭감되어 높은 달란트를 배당받지 못한다. 이렇든 저렇든 베풂은 아름다운 행위이나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베풀면 그 의와 선의 가지가 더욱 높게 평가되리라. 의와 선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면 하늘고에 쌓아 둔 달란트가 풍족해지고 천상낙원에서 거룩한 신분의 부자 영혼으로 섬김을 받으리라."
"천사님의 말을 들으니 세상에서 부자로 살기를 바라지 말고 천상낙원에서 부자로 사는 영혼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말을 듣고 수분 천사는 민족을 지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역시 백마선은 지혜로운 영혼이라서 하나를 말하면 열을 알아듣는구나. 그러다. 지혜로운 영혼이 세상에서 알고 실천할 바는 세상의 부를 얻으려고 노력하지 말고 천상낙원의 부를 얻으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수문장 천사는 천상낙원의 모습을 다 구경시켜 준 후 의의 달란트가 부족한 영혼들이 살아가는 어둡고 삭막한 세상으로 향했다.
어둡고 삭막한 세상의 이름을 음부고토라고 불렀다.
음부고토에 도달하니 천상낙원의 영혼들이 사는 모습과는 달리 여기저기서 신음소리도 들리고 비명소리도 들리고 한숨과 후회의 목소리도 들렸다.
음부고토에서 살고 있는 영혼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훈련천사의 지시를 받으며 힘든 노역과 벌을 받느라 땀 흘리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어떤 영혼은 무거운 짐을 어깨에 메고 나르기도 하고 어떤 영혼은 힘들게 땅을 파거나 집을 짓기도 하고 어떤 영혼은 반복되는 훈련을 받으며 고단한 몸을 쉴 틈이 없었다. 어떤 영혼들은 힘든 노동과 훈련 대신 공부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영혼들은 노동이나 훈련에 시달리는 영혼들보다 진지하고 밝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힘든 노동과 훈련에 시달리는 영혼들은 가끔씩 한숨을 토하기도 하고 흐르는 땀을 닦기도 하고 자조 섞인 목소리로 세상을 잘못 살아온 일들을 후회하거나 반성하기도 했다.
이렇게 힘든 노동과 훈련에 시달리고 있는 영혼들의 표정은 누구나 어두웠다.
어두운 영혼들이 정해진 목표의 노동과 훈련을 마칠 때마다 감시천사가 빚진 달란트의 장부를 펴놓고 정해진 품삯 만큼의 빚을 탕감해나갔다.
곧 음부고토에서 노동과 훈련에 시달리는 어두운 영혼들은 노동과 훈련을 마친 만큼의 정해진 품삯을 받고 있었고, 그 품삯의 대가만큼 빚진 달란트를 탕감 받고 있었다. 빚진 달란트를 모두 탕감 받아야 마지막 공부를 마치고 음부고토로부터 벗어나서 자유의 영혼이 된다고 수문장 천사가 설명해 주었다.
수문장 천사의 설명을 듣고 내가 질문했다.
“자유의 몸이 된 영혼은 누구나 천상낙원의 초대를 받을 수 있습"니까?"
수문장 천사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음부고토에서 자유의 몸이 된 영혼이라고 해서 천상낙원의 초대를 받지는 못한다. 천상낙원의 초대를 받을 때까지는 단계적으로 거쳐서 도달해야 할 관문들이 많다. 더 많은 수양과 담금질을 거친 후 마지막 도달하는 세상이 천상낙원이다."
“고된 노동과 훈련의 대가를 모두 지불한 자유의 영들이 천상낙원에서 즉시 초대받지 못하는 이유가 뭔가요?"
“고된 노동과 훈련의 대가를 지불하고 빚진 달란트를 모두 탕감 받은 영혼들이라도 세상에서 배어 온 습이 모두 영혼의 몸에서 빠진 것이 아니다. 곧 세상의 그릇된 습이 영혼의 몸에서 완전히 소멸될 때까지는 정해진 절차의 관문들을 모두 통과하면서 영혼을 담금질하고 부활의 영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래서 흠과 티가 없는 새 옷으로 갈아입은 부활의 영혼들이 천상낙원의 백성으로 초대받아 신선영혼으로 살아가게 된다.”
이런 말을 마치고 수문장 천사는 나를 데리고 음부고토의 영혼들이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음부고토에서 살아가는 영혼들은 각자 빚진 달란트의 양에 따라 부여받은 노역이나 훈련의 내용이 달랐다.
어떤 영혼은 무거운 짐을 지고 높은 언덕을 향해 오르기를 반복하고, 어떤 영혼은 온종일 단단한 땅을 팠다가 메우기를 반복하며, 어떤 영혼은 돌부리와 가시밭길이 험한 산길을 헤치고 지나가면서 온몸이 가시로 찔리고 피가 흐르는 훈련을 반복했다.
달란트 빚을 많이 갚아야 할 영혼은 힘든 노역이나 훈련을 할당받고 달란트의 빚이 비교적 적은 영혼은 가벼운 노역이나 훈련을 할당받아서 천사의 감시를 받으며 고통을 감내하고 있었다.
노역이나 훈련을 받고 있는 빚진 달란트의 영혼들의 몸에서는 쉬지 않고 땀이 흐르고 가시에 찔린 몸에서는 피가 흘렀으며 그 입에서는 한숨과 비명이 그치지 않았다. 그리고 후회와 반성의 말들이 그치지 않고 영혼들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생전에 선과 의를 베풀며 의의 달란트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지 못했던 삶을 후회하는 반성의 말들이었다. 보이지 않는 천사들의 눈이 세상 사람들의 행위를 바늘 끝 같은 점도 놓치지 않고 감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사후에 알게 된 빚진 달란트의 영혼들은 가슴을 치고 땅을 치며 통곡하는 모습도 보였다.
“벌레 같은 미물의 생명이라도 아끼고 사랑할 걸. 생명을 아끼고 죽을 생명을 살려 준 대가의 달란트가 이렇게 클 줄 누가 알았나. 다시 한 번 삶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생명을 사랑하며 살 수 있을 텐데...."
“배고픈 이웃에게 양식을 빌려 줄 걸. 키우는 개에게 맛있는 고깃국을 먹일 줄을 알면서 굶주린 이웃은 경멸하고 모른 채 했으니... 배고
픈 이웃들의 심정이 오죽했을까? 죽고 나서 이런 고통을 당하는 게 싸지. 이제 와서 지난날을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나는 너무 이웃의 고통은 생각하지도 않고 내 욕심만 채우려고 안하무인이었어."
“나는 너무 이웃을 배려할 줄도 모르고 독선적이었어.”
“나는 너무 권력을 지키기 위해 죄 없는 사람들에게 학정을 베풀었어."
“나는 너무 교만하고 이기적이었어."
"아.... 다시 한 번 삶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음껏 이웃을 배려하고 약자를 도우며 생명을 사랑하겠다. 그리고 하늘창고를 가득 채울 때까지의의 달란트를 벌겠다.”
빚진 달란트를 갚기 위해 고통을 당하는 어두운 영혼들의 모든 입에서는 이런 후회의 말들이 쉬지 않고 쏟아지고 생전의 삶들을 반성하고 있었다.
수문장 천사는 다시 나를 데리고 심판천사를 찾아갔다. 심판천사는 음부고토를 찾아온 영혼들에게 빚진 달란트를 갚기 위한 형량을 부여하고 있었다.
음부고토에는 쉬지 않고 이승의 삶을 끝낸 영혼들이 어두운 모습으로 찾아오고 있었다. 감시천사에 이끌려 음부고토를 찾아온 빚진 달란트의 영혼이 가장 먼저 끌려가는 장소는 심판천사의 심판대였다.
심판대 앞에 선 영혼들은 누구나 몸을 바들바들 떨고 긴장하며 두려워했다. 천사가 심판하는 형량에 따라 음부고토의 노역과 훈련의 강도가 정해지고 기간이 정해지기 때문이었다.
천사의 심판으로 음부고토의 형량을 부여받은 영혼들은 대부분 자신의 형량이 과하다며 항의하기도 하고 억울하다는 항변을 쏟아냈다. 그때 심판천사는 달란트 장부를
보여 주며 말했다.
“네 영혼의 이름이 적힌 이 장부를 보라. 네 영혼이 세상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천사의 눈으로 감시한 내용들이 일거수일투족도 놓치지 않고 기록한 내용들이다. 무엇을 숨기고 무엇을 회피하려 하느냐? 네게 주어진 음부고토의 형량은 바늘 끝 만큼의 착오도 없으니 억울한 마음을 풀고 주어진 형량을 잘 채우도록 하여라.”
처음에는 심판천사가 언도한 형량이 크다고 항변하던 영혼들은 자세히 적힌 장부를 들여다보고 더 이상 할 말을 잊고 노역장이나 훈련장으로 끌려갔다.
신판천사가 내리는 형량은 무겁고 엄중했다.
“네가 빚진 달란트의 형량은 매일 무거운 짐을 높은 언덕으로 나르는 노동이며 형기는 370년!"
“네가 빚진 달란트의 형량은 매일 가시밭길을 걷는 훈련이며 형기는 120년!"
“네가 빚진 달란트의 형량은 매일 땅을 파고 메우는 노동이며 형기는 1200년!"
“네가 빚진 달란트의 형량은 매일 전갈에게 쏘이는 고통이며 형량은 2300년!"
“네가 빚진 달란트의 형량은 매일 낮은 자를 향해 경배하고 겸손을 배우는 훈련이며 훈련기간은 15년!"
“네가 빚진 달란트의 형량은 날마다 빛의 말씀을 암송하고 마음을 닦는 훈련이며 형기는 57년!"
심판천사가 음부고토에 끌려온 어두운 영혼들에게 내리는 심판의 내용들은 주로 이런 모습이었다.
어두운 영혼들에게 형량과 형기를 부여한 후 심판천사는 끝으로 이런 제안을 했다.
"너희 빚진 달란트의 영혼들은 형량과 형기를 채우면서 일심으로 생전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면 그 정도에 따라 형량과 형기가 감소된다. 그러므로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며 일심을 다하면 형량과 형기가 반감되고 줄어서 자유의 영혼으로 출발하는 시간이 빨라질 것이다.”
심판이 끝난 어두운 영혼들은 각각 훈련천사의 안내를 받으며 형장으로 끌려갔다. 형장으로 끌려가는 어두운 영혼들의 모습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처럼 측은해 보였다.
나는 수문장 천사의 주선으로 심판천사와 대면할 기회를 가졌다.
어두운 영혼들에게 심판하는 모습을 보고 궁금한 일들이 있어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음부고토에 끌려온 영혼들의 심판내용을 들어보니 세상에서 살고 있는 모든 영혼들은 매일 매 순간의 삶을 보이지 않는 눈에 의해 감시되고 기록된다고 심판천사님이 설명하셨습니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알고 싶습니다."
“사실이다. 모든 영혼들은 사후심판을 받아야 한다. 다만 의의 달란트가 하늘창고에 쌓여 빚진 달란트가 없으면 심판에서 제외된다. 빚진달란트는 곧 죄를 상징한다. 모든 영혼들이 살아서나 죽어서나 반드시 청산해야 할 잔재는 각자 지은 업이며 죄이다. 그러한 업이나 죄는 의의 달란트로써 해결된다. 의의 달란트로 해결되지 못한 죄는 사후에라도 모두 갚은 후 자유의 영으로 출발한다. 그러므로 육신을 입은 영혼들은 항상 보이지 않는 눈이 불꽃같은 눈동자로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업과 죄를 짓기보다는 선과 의를 쌓아서 하늘창고에 의의 달란트가 가득 채워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즉 육신의 몸을 입은 영혼들은 세상의 재물을 얻어 부자가 되려고 노력하지 말고 의의 달란트를 많이 벌어서 천상낙원의 부자가 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의의 달란트가 빚지지 않은 영혼들은 누구도 사후에 심판을
면하고 천상낙원을 찾아가 신선영혼의 행복을 누린다는 말씀이군요?"“의의 달란트를 빚지지 않은 영혼들은 누구도 사후심판을 면하며 천상낙원을 찾아와 신선영혼으로서 평안한 안식을 누리게 된다.”
“빚진 달란트의 영혼들이 형량과 형기를 채우는 중에도 일심을 다해 반성하고 뉘우치면 형량과 형기가 감해진다고 심판천사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그 내용에 대해 다시 한 번 설명해 주십시오.”
"음부고토에서는 빚진 달란트의 영혼들에게 고통을 주는 목적이 중하지 않고 참된 영혼으로 부활하게 하는 목적이 크다. 그러므로 생전에 아무리 중한 죄를 짓고 달란트의 빚이 크다고 해도 일심으로 형량을 채우고 반성하는 빛이 크면 하늘의 자비를 얻게 된다. 하늘의 자비를 얻게 된 영혼은 하늘의 특사를 받아 형량을 감하여 형기를 채우기 전에 자유의 영으로 담금질과 부활의 길을 걷게 된다. 완전한 영으로 담금질을 마치고 부활의 몸이 된 영혼은 다시 천상낙원에 초대를 받아서 비로소 편안한 안식을 누리는 신선영혼으로 살아갈 수 있다."
“심판천사님, 죄지은 영혼이라도 다시 개과천선하여 부활의 영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니 다행입니다."
"하늘은 항상 죄지은 영혼들에게라도 자비의 덕을 베풀며 영원한 절망과 고통을 가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엄한 부모가 사랑하는 자녀를 양육하는 이치와 다르지 않다. 하늘부모는 땅의 부모보다 자비롭고 너그러운 아량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마치고 심판천사는 하늘의 특사로 형량을 경감 받아서 음부고토에서 풀려나는 빚진 달란트의 영혼들을 만나게 해주었다.
특사로 풀려나는 한 영혼은 생전에 거짓 종교에 빠져서 다른 영혼들을 미혹하는 직분을 수행했던 신분이었다.
거짓 신앙을 전파하던 영혼은 생전에 거짓종교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죽어서 구원을 받아 천국에서 살게 될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던 광신자였다. 그러나 거짓 종교에 죽도록 충성하고 나서 사후에 얻은 죄명은 거짓 종교로 착한 영들을 미혹한 죄였다.
착한 영들로 하여금 거짓 종교에 속아 재산을 탕진하고 가정이 파산되며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고 평생동안 거짓 교리의 노예로 살게 만든 죄명은 사후에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했다. 착하고 순박한 영혼들을 미혹하여 어둠의 세계로 끌고 간 거짓 종교의 죄는 사후에 예외 없이 심판대에 올라 무서운 형벌을 면치 못한다고 했다.
거짓종교 유포 죄는 대부분 힘든 노역의 형량이 부과되고 그 형기는 1,200년에 이르렀다. 1,200년 동안 매일 같이 무거운 짐을 높은 언덕으로 짊어 나르는 죄가 거짓 종교 유포죄였던 것이다. 음부고토에는 의외로 거짓 종교 유포죄로 끌려온 영혼들이 심판대에 올라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생전의 거짓 종교 유포죄는 살인자와 동일한 죄명으로 심판을 받는 모습들이 상상 밖이었다.
나는 심판천사의 주선으로 거짓 종교 유포죄로 음부고토에 끌려와서 형장에서 고생하던 영혼이 하늘의 특사로 풀려나는 한 영혼과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있었다.
그 영혼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구세주가 물가에 있다고 해도 믿지 말고, 산에 있다고 해도 믿지 말며, 거룩한 성에 산다고 해도 믿지 말고, 초라한 움막에 거주한다고 해도 믿지 마시오. 거짓 종교의 이름으로 돈을 탐하고 여자를 탐하고 가정을 파괴시키며 사리사욕을 채우는 교주를 믿지 마시오. 그들은 모두 착한 영혼들을 미혹하여 어둠의 세계로 끌고 가는 이리와 같은 존재들이니, 입으로는 천사의 말을 하나 속에는 양가죽을 쓴 이리가 살고 있는 자들이오. 나는 생전에 거짓 종교에 속아서 많은 영혼들을 미혹하여 거짓 종교에 충성하게 만들었고, 그리하여 죽은 후에 나 혼자만 음부고토에 끌려오지 않고 착하고 순박한 영혼들을 모두 함께 끌려오게 만들었소. 그리하여 나는 음부고토의 심판대에 올라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았지만 억울하거나 섭섭한 생각이 없었소. 자업자득이었기 때문이오. 자그마치 나에게 부여된 헝기는 1,200년이었고 매일같이 무거운 짐을 이깨에 메고 높은 언덕을 오르는 고통을 참아야 했소. 그리고 무거운 짐을 지고 언덕을 오르며 한 발 한 발을 떼어 놓을 때마다 반성하고 뉘우치미 미혹한 영혼들에게 용서를 빌었소. 그러한 나의 뉘우침과 후회가 하늘에 상달되어 이제 이렇게 특사로 풀려나는 것이오." 특사로 풀려나는 영혼의 말을 듣고 내가 질문했다.
"당신은 생전에 어떤 거짓 종교를 믿고 살았습니까?"
"거짓 구세주가 나타나 자기를 따르면 지금까지 지은 죄를 모두 사함 받고 죽어서 지옥에 가지 않고 천국에 이를 것이라 속였지요. 그 말을 듣고 나는 거짓 구세주의 제자가 되어 충성하며 아무것도 모르는 순박한 영혼들을 속여서 거짓 구세주를 믿게 만들었고 재산과 가정을 다 잃게 만들었다오. 그러나 죽고 나서 거짓 구세주가 약속한 천국은 보이지 않았고 나의 영혼을 마중 나온 천국의 천사도 보이지 않았으며 결국엔 음부고토로 끌려와 심판대에 올라서 무거운 형벌에 처해지고 말았다오. 나는 당연히 거짓 구세주에게 속은 죄로 형벌을 받는 것이 억울하지 않았소. 내 말에 속아서 죽어 천국에 살줄 알던 죄 없는 영혼들이 천국은커녕 음부고토로 끌려와 심판을 받게 되었고, 앞으로도 죄없는 영혼들이 또 다시 음부고토로 끌려와 무서운 심판대에 오를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오. 그래서 나는 매일 같이 무거운 짐을 높은 언덕으로 나르는 형벌을 받으면서도 하늘을 향해 뉘우치고 반성하며 용서를 빌었다오. 그 결과 하늘의 용서를 받고 세상에서 지은 죄의 대가를 해결하였지요. 하늘의 특사로 자유의 몸을 얻은 나의 영혼은 이제 너무 홀가분하고 기쁩니다."
"당신은 세상에서 살며 거짓 구세주의 제자가 되어 당신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영혼들까지도 거짓 구세주의 제자로 살게 만들었고 결국은 사후에 음부고토로 끌려와 무서운 형벌을 면치 못한 신세가 되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소. 백마선. 나는 세상에서 거짓 구세주를 만나 거짓 구세주의 제자로 살았던 죄의 대가를 사후 음부고토로 끌려와 심판을 받았던 것이오. 나뿐만 아니라 내 말에 속은 다른 영혼들까지도 사후에 함게 음부고토로 끌려와 함께 심판을 받았으니 그 미안했던 마음을 무엇으로 설명이 가능하겠소. 그래서 우리 거진 구세주의 제자들은 함께 운영하
고 뉘우치며 하늘에 용서를 빌었던 것이오. 다행히 우리 거짓 구세주의 제자들은 하늘의 무한사랑에 힘입어 특사로 풀려나 자유의 영이 되어 개과천선의 길을 다시 걷게 되었소."
"아무튼 음부고토의 무서운 형벌에서 풀려난 거짓 구세주의 제자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함께 축하를 보내는 바입니다. 그러면 세상에 남겨두고 온 거짓 구세주의 제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없소?"
"백마선은 세상으로 돌아가거든 거짓 구세주를 믿고 있는 영혼들에게 꼭 전달해 주시오. 거짓 구세주가 말하는 구원도 천국도 사후에 존재하지 않으며, 아름다운 영혼들이 살아가는 천상낙원은 거짓 구세주를 따르는 영혼들이 아니라 세상을 착하고 바르고 밝게 살아온 고운 영혼들이라고 진실을 알려 주시오."
"잘 알겠습니다. 거짓 구세주의 제자님, 세상으로 돌아가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신의 말을 잘 전달하여 거짓 구세주의 다른 제자들이 더이상 속으며 재산을 잃고 가정을 잃고 인생을 탕진하지 않도록 설득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사후에 음부고토에 끌려와 무서운 심판대에 오르지 않도록 진실을 전달하겠습니다.”
거짓 종교를 유포한 죄가 사후세계에서 무서운 심판을 받게 되는 경위에 대해서 의문점이 떠올라 심판천사에게 질문했다.
"거짓 종교를 유포한 죄가 살인죄와 다름없는 중죄로 처벌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심판천사는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해 주었다.
"살인죄는 살아 있는 사람의 생명을 끊게 하여 몸을 죽인 죄가 되고, 거짓종교 유포죄는 영혼의 생명을 끊게 하여 영혼을 죽이게 하는 영혼 도살죄와 다름없다. 육신의 생명을 끊게 만든 살인죄도 무겁고 영혼의 생명을 끊게 만든 영혼 도살죄도 역시 무거운 죄가 아닐 수 없다. 세상에는 많은 거짓 구세주가 나타나 순박한 영혼들을 사냥하고 있으나 장차 사후에 무서운 심판대에 올라 무거운 형량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런 말을 마치고 심판천사는 실제로 음부고토로 끌려와서 무거운 형량을 채우며 매일매일 몸이 찢기고 살이 찢기는 거짓 구세주의 영혼을 만나보게 하였다.
세상에서 거짓 구세주로 활약하며 순박한 영혼들로부터 온갖 존귀와 숭배를 받아 온 거짓 구세주가 음부고토에서 초라한 신세가 되어 매일같이 살을 찢기는 가시밭길을 걸으며 고통을 당하는 모습이 처참하면서도 많은 교훈을 얻게 만드는 장면이기도 했다.
거짓 구세주의 영혼은 세상에서 살 때 그 당당하고 오만한 표정이간 곳 없고 가시에 찔려서 피가 흐르고 살이 찢겨나가는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거나 신음소리가 그치지 않는 표정이 가엾기만 했다.
음부고토를 다 구경시킨 후, 수문장 천사는 나를 데리고 다시 천상낙원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으로 안내했다.
극락선경이란 이름이 붙여진 아름다운 세상의 이름이었다.
극락선경에서 살고 있는 영혼들은 천상낙원에서 살고 있는 영혼들보다 더 자유롭고 지극한 평안과 즐거움을 누리며 천 년이 하루 같이 쾌락이 넘치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극락선경의 정체가 궁금하여 수문장 천사에게 물었다.
"천상낙원이 아름답고 모든 영혼들이 평안한 안식을 누리는 세상이었으나, 극락선경은 천상낙원과 비교할 수 없는 쾌락 속에서 모든 영혼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두 세상을 비교하여 설명해 주십시오."수문장 천사는 알기 쉬운 설명을 내게 들려주었다.
"천상낙원이란 세상을 착하고 의롭게 살아온 영혼들이 하늘창고에 쌓아 둔 의의 달란트 가치만큼 보상을 받아서 즐거움을 누리는 사후세계이며, 극락 선경은 모든 아름다운 영혼들이 도솔천 미륵의 큰 가르침을 받아 빛 담금질을 마친 후 신선의 신분으로 찾아와서 영원무궁토록 살아가는 세상이다. 결국 하늘과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영혼들이 궁극적으로 소망하여 살고 싶은 세상이 극락 선경이다."
"수문장 천사님, 땅에서 살고 있는 영혼들과 음부고토에서 고생하는 영혼들과 천상낙원에서 즐거움을 누리는 영혼들이 모두 지향하고 꿈꾸는 마지막 세상이 극락선경이요, 극락선경의 신선으로 사는 꿈이 모든 영혼들의 바람이란 말씀이군요?”
"그렇다. 백마선, 하늘과 땅 모든 영혼들의 마지막 소망이 극락 선경에서 사는 극락 신선이다."
이런 말을 마치고 수문장 천사는 나를 데리고 극락선경의 이모저모를 모두 구경시켜 주었다.
극락선경에는 또 다른 선경세상이 따로 펼쳐지고 있었다. 극락선경에 펼쳐진 다른 선경의 이름은 도원선경, 풍류선경, 태평선경, 송학선경, 요운선경, 연화선경의 이름이었다. 도원선경은 복사꽃 물결이 만발한 무릉도원의 선경이요, 풍류선경은 춤과 노래와 풍류가 넘치는 선경이요, 태평선경은 눈물과 탄식과 한숨소리를 찾아 볼 수 없고 평안과 안식과 지극한 평화가 숨 쉬는 선경이요, 송학선경은 아름다운 계곡의 솔밭에 학이 날고 신선들이 구름을 타고 학을 타고 무아경지의 즐거움을 누리며 사는 선경이요, 요운선경은 빛나고 아름다운 구름이 천지를 뒤덮고 그림 같은 집들이 구름 속에 지어져 가야금과 거문고소리가 그치지 않는 선경이요. 연화선경은 연꽃이 만발한 호수에서 신선들이 뱃놀이를 즐기고 용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선경이었다.
이 외에도 묘악선경, 무아지경, 도통진경, 춘원선경, 태을선경 등의 다양한 선경세상이 극락선경에 펼쳐지고 있었다.
극락선경의 이모저모를 모두 살펴본 후 나는 수문장 천사에게 부탁하여 극락선경의 수호신을 만나보았다.
극락선경의 수호신에게 나는 궁금한 일들을 질문했다. 극락선경 수호신은 나에게 극진한 대접을 베풀고 의문 나는 질문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해 주었다.
"수호신님, 극락선경을 찾아오는 영들이 누구인지 제게 설명해 주십시오."
“하늘과 땅에서 살고 있는 영혼들이 각자 닦은 업과 행한 바 대로 빛담금질을 마치고 찾아오는 세상이 극락선경이다."
“살아 있는 영혼들은 극락선경에서 살고 싶어도 살 길이 없습니까?"
“살아 있는 영혼들은 장차 땅에서 펼쳐지는 지상낙원 극락선경에서 살게 될 것이다. 땅에서는 그 이름을 신천지라 하리라. 죽어서 극락선경을 찾아오는 영혼도 복이 있으려니와 살아서 신천지 극락선경에서 살게 되는 영혼들은 더욱 복이 있을 것이다."
"죽은 영혼 중에는 아직도 눈을 감지 못하고 저승을 찾아와 안식을 누리지 못한 채 구천을 떠돌며 억울한 한풀이가 끝나지 않은 원혼들이 있습니다. 이 원혼들이 장차 극락선경의 신선으로 살아갈 방법은 없습니까?"
"구천을 떠도는 원혼들이라도 해원하여 업을 풀고 빛 담금질을 마치면 극락선경의 신선으로 살아가게 되리라. 다만 원혼들은 그 억울함을 하늘에서 풀지 못하고 땅에서 풀어야 하니 그 한풀이가 쉽지는 않으리라."
"제가 장차 세상으로 돌아가면 원혼들을 불러서 신선봉안을 올리고 해원식을 펼쳐서 원혼들의 업을 풀어주고자 합니다. 신선으로 봉안된 원혼들이 장차 세상의 업을 풀고 해원하여 극락선경에 왕생하기를 소망합니다."
“백마선의 뜻이 갸륵하여 원혼들의 신선봉안은 하늘이 돕고 땅이도우리라. 원혼들이 해원되어 극락선경을 찾아온다면 극락선경의 신선들은 기꺼이 환영하고 극락신선으로 함께 태평성대를 누리도록 도우리라."
"극락선경 수호신의 말씀을 믿어도 됩니까?"
“원혼들의 극락왕생은 하늘과 땅이 기다리는 바이니 백마선의 대원은 성취하고 남으리라.”
"제가 장차 세상에서 천주의 이름으로 천하의 원혼들을 불러 모아 신선봉안제를 펼칠 때 극락선경 수호신께서도 함께 하시어 원혼들의 해원을 축복해 주십시오."
"그날을 잊지 않고 극락선경의 수호신과 땅의 수호신과 하늘의 수호신들이 모두 참여하여 원혼들의 해원경사를 함께 축복하리라."
"그럼 저는 편한 맘으로 세상으로 돌아가 원혼들의 신선봉안을 주도하겠습니다.”
“백마선의 이름은 하늘의 이름이니, 하늘의 이름으로 펼치는 일을 하늘과 땅이 함께 축복하며 이루게 하리라."
"땅에서 살고 있는 영혼들은 또한 신선서품을 받아 신선의 이름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신선의 이름으로 살다가 세상을 하직하고 사후세계를 찾아오는 영혼들을 또한 극락선경의 신선으로 환영하고 받아주십"시오."
"땅에서 신선의 이름을 얻으면 죽은 영혼이라도 신선의 이름을 얻을 것이니, 신선의 영혼이 극락선경의 신선으로 살아감은 당연한 이치리라."
“그러면 저는 편한 맘으로 세상으로 돌아가 살아 있는 영혼들에게 천주의 이름으로 신선서품식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살아 있는 자들의 신선서품식에도 극락선경의 수호신과 하늘의 수호신과 땅의 수호신들이 모두 참여하여 함께 축복하고 기뻐하리라. 천주의 이름으로 펼치는 경사를 하늘과 땅이 함께 즐거워하고 찬양하리라."
극락선경 구경을 모두 마치고 나서 나는 수문장 천사에게 엉뚱한 부탁을 했다.
“이제 지옥을 방문하고 싶습니다."
수문장 천사는 생뚱맞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옥이라니? 사후의 세계에는 그런 이름의 세상이 없다."
"천사님이 지옥을 모르신다면 누가 아나요?"
"글쎄, 백마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구나?"
"사람들이 세상을 살면서 죄를 짓고 죽어서 가는 곳이 지옥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 지옥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용광로와 같은 솥으로 죄지은 영혼들이 사후에 던져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사람들이 하늘을 믿는 신앙의 목적은 모두 그 무서운 지옥에 던져지지 않고 천국에 가려는 이유가 큽니다. 세상의 어린이들도 착하게 살면 죽어서 천국에 가고 악하게 살면 죽어서 지옥에 간다고 믿고 있습니다. 세상의 어린 아이도 알고 있는 사실을 천사가 모르고 있다면 악마가 알고 있는 사실일까요?"
"지옥이 있다면 죄를 지은 영혼들이 가야할 곳이 아니라 멸주요 악마들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악마라도 지옥에 던져지지는 않는다. 악마에게 물어봐도 지옥은 모른다 할 것이다."
"그러면 세상 사람들이 알고 있는 지옥은 무엇인가요? 또 하늘을 믿어야 구원이 있다고 외치는 하늘의 입들은 무엇인가요?"
"구원이란 의미는 영성의 회복이다. 본연의 영혼들은 누구나 순결하고 흠이 없으며 때가 묻지 않아 아름답다. 상처 나고 흠결이 있는 영혼들은 결코 본연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구원이란 의미는 순결한 영혼의 모습을 되찾아 본연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자격을 되찾는다는 의미다."
"지옥이란 의미는 무언가요?"
"지옥이란 자업자득의 어두운 공간이다. 지옥은 죽어서 가는 절망의 공간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징벌의 공간이다. 죽은 영혼들은 세상에서 저지른 잘못을 스스로 뉘우치며 괴로워한다. 그 괴로운 고통은 하늘이 벌하지 않고 스스로 마음속에 파놓은 지옥에서 만들어지는 고통이다. 세상에서 저지른 죄의 씨앗들이 모두 몸 속에서 빠져나갈 때까지 모든 영혼들은 지옥의 고통을 겪어야 한다. 그 고통이 지옥 불에 던져지는 고통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 영혼의 고통은 하늘의 고통이며 한 영혼이 죄의 대가로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날 때까지 하늘도 그 영혼과 함께 하며 고통을 공유한다. 그 이치가 바로 하늘 어버이의 무한사랑이다."
“그러면 죄지은 영혼들이 끌려가는 곳은 지옥이 아닌 음부고토가 전부란 말씀이군요?"
“죄지은 영혼들이 죽어서 끌려가는 지옥은 없다. 다만 죄지은 영혼들의 마음속에 만들어지는 고통의 공간이 지옥이다."
"그렇지만 악한 영혼들이라도 음부고토에서 심판을 받고 죄에 상응하는 형량을 채운 후 자유의 영이 되고 천상낙원과 극락선경의 세상을 다시 찾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 다행입니다."
"하늘은 아무리 악한 영혼이라도 아주 버리지는 않는다. 세상에서 잘못을 저지른 영혼들이 음부고토로 끌려와 심판을 받고 형벌을 채우면 그 영혼도 다시 자유를 찾아서 빛 담금질을 마치고 천상낙원의 삶을 즐긴다. 하늘과 땅의 모든 영혼들은 대천존 창조주의 자녀들이거늘 그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무서운 지옥 불을 만들어 영원토록 꺼지지 않은 불속에 던져버릴 악한 창조주는 없으리라. 인간들도 자식이 잘못하고 실수하면 용서의 기회를 주고 탕자라도 뉘우치고 돌아오면 환영하거늘 하늘의 대천존(大天尊) 창조주께서 인간보다 못한 악행을 그 자녀들에게 베풀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영혼의 어버이이신 대천존 창조주는 무한사랑의 존재시다. 그래서 잘못을 저지른 영혼을 향해 호된 꾸지람과 영원히 인연을 끊을 것처럼 말씀하시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무한사랑으로서 그 영혼을 보살피게 하신다. 네 말처럼 잘못을 저지른 영혼들을 향해 하늘이 노하실 때는 펄펄 끓는 용광로 불에 던져버리실듯 호통을 치시지만 실제로 대천존 창조주의 심성에는 자비가 가득하다. 세상의 부모들도 자식이 말을 듣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안 볼 것처럼 꾸지람을 하고 무서운 벌을 내릴 것처럼 노발대발한다. 땅의 부모들이 자녀를 사랑하듯 하늘의 부모도 모든 영혼을 사랑하신다. 음부고토를 만들어 죄지은 영혼들을 심판하여 무서운 형량을 부여하는 건 그 영혼을 버리려고 벌하심이 아니라, 새로운 영혼으로 부활시키고 영원한 행복을 선물하시려는 고육지책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 사람들은 죽어서 지옥에 가지 않으려고 하늘을 믿을 것이 아니라, 영성을 키워서 하늘이 보시기에 흠과 티가 없는 영혼의 새 옷을 갈아입기 위해 하늘을 섬기고 바른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하늘은 영혼들이 아파할 때 함께 아파하시며 영혼들이 고통을 당할 때 함께 고통을 당한다. 음부고토에서 벌을 받는 영혼과 함께 사시며, 천상낙원에서 태평성대를 즐기는 영혼과 함께 하시며, 타락한 영혼이 방황할 때 그 고난을 함께 하시며, 극락선경에서 쾌락을 즐기는 영혼과도 함께 하신다. 세상의 모든 영혼들은 창조주 대천존의 지체이니 몸의 일부가 상처를 입을 때 그 몸 전체가 고통을 느끼는 이치와 다르지 않고, 대천존 하늘 어버이는 한 영혼의 고통을 함께 하시고 한 영혼의 쾌락을 함께 하신다. 그러므로 하늘은 결코 펄펄 끓는 지옥을 만들어 아무리 죄지은 영혼이라도 그 속에 던지지는 않으신다. 앞으로 백마선이 세상으로 돌아가거든 사람들이 지옥에 가지 않으려고 하늘을 섬기지 말고, 상처 난 영혼을 회복하고 영혼 본연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하늘을 섬길 것을 부탁하라. 그리하여 하늘의 참 마음을 세상에 바르게 전하라.”
“천사의 말씀을 들으니 하늘 어버이의 영혼에 대한 사랑을 참으로 느끼게 합니다. 영혼들이 죽어서 천국에 가고 지옥에 가는 문제가 중요하지 않고 하늘 어버이의 무한사랑을 영혼들이 깨달아 하늘을 실망시키지 않고 사는 것이 중요하단 사실을 지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 영혼이 지옥의 고통을 당할 때도 하늘은 그 고통을 함께 하며, 한 영혼이 극락선경의 쾌락을 즐길 때도 하늘은 그 쾌락을 함께 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하늘의 무한사랑을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인간세상에 하늘을 대신하여 천주가 나타날 것이다. 천주는 하늘 마음을 대신하여 인간들을 가르치고 빛 담금질로 그 영혼들을 회복하게 할 것이다. 천주가 하늘의 마음으로 세상에 찾아오는 이유는 상처난 영혼들을 회복하여 땅에서 후천의 극락선경을 이루고자 함이니, 백마선은 천주의 일에 앞장서서 하늘의 일을 돕도록 하여라. 백마선은 하늘의 이름이니 백마선이 천주의 일에 앞장서면 하늘이 기뻐하리라."
“저는 세상으로 돌아가 하늘을 기쁘게 하려고 천주를 돕지 않고 불쌍한 원혼들을 위해 천주의 일을 돕고자 합니다. 천주의 이름으로 원혼들을 신선봉안하여 해원시키는 일이 제게는 중하고 소중한 목적입니다. 지금도 죽어서 눈을 감지 못한 채 구천을 떠돌며 방황하는 원혼들을 생각할 때 제 마음속 측은지심은 크기만 합니다. 하늘도 땅도 외면했던 원혼들을 해원시키지 않는다면 아무리 하늘과 땅에 극락선경이 펼쳐지더라도 무의미할 것입니다. 천상낙원 수문장이신 천사께서도 그 점을 간과하지 마십시오."
“백마선의 진심을 이해한다. 또한 구천을 떠돌며 인간세상을 향해 한풀이에 정신없는 원혼들의 아픔을 이해한다. 원혼들의 한풀이는 하늘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땅에서 해결할 일이다. 이제 백마선이 원혼들의 해원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하니 비로소 하늘과 땅이 바라던 숙원이 눈앞에서 풀리는 듯하구나. 백마선은 하늘의 이름이니 백마선이 원혼들의 해원을 위해 앞장서면 하늘이 돕고 땅이 도우리라. 백마선의 말처럼 원혼들의 해원이 있어야 하늘과 땅의 극락선경이 바르게 펼쳐질 것이니, 그 순간을 위해 하늘의 천사들도 동조할 것이다."
수문장 천사는 다시 나를 데리고 천상계 영혼의 세상에 펼쳐진 다양한 모습들을 구경시켜 주었다. 영혼의 세상도 육신의 세상만큼 복잡하여 다차원의 현상들이 미로처럼 미묘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영혼의 형상들도 각양각색이요 영혼의 삶도 각양각색이었다. 영혼의 세상은 단순하게 죽어서 찾아가는 일관된 모습의 공간이 아니었다.
육신의 세상에서 미묘한 일들이 펼쳐지듯 영혼의 세계에서도 미묘한 일들이 펼쳐지는 현상은 마찬가지고, 영혼의 세계에서도 또 다른 변화와 창조는 계속되고 있었다.
천상계의 구경이 모두 끝나고 수문장 천사는 내 앞에서 점점 멀어지더니 드디어 높은 하늘의 구름 속으로 그 모습이 사라지고 있었다.
천사가 사라지자 내 몸에 달렸던 날개도 사라지고 내 몸은 어느새 천단의 맑은 기운 속에 묻혀 명상하는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비몽사몽이었을까? 유체이탈이었을까? 어떤 현상으로 내가 천사를 만나 천상계 영혼의 세상을 방문하고 천사와 함께 하늘을 날아다녔는지 그 이치를 깨닫지는 못했지만, 맑은 기운 속에서 명상 삼매경에 빠져 있는 심정은 평안하고 영혼이 기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니가 뱃속에 태아를 잉태하여 날마다 새 생명의 씨앗을 기다리는 심정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모든 육신들은 몸 속에 영혼의 새 생명을 잉태한 산모와 다르지 않는 처지란 걸 처음으로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육신의 허물을 벗는 날 과연 육신의 몸 속에 잉태하고 살았던 영혼의 새 생명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빛을 바라보며 우주의 새 출발을 시작할지 기다려지는 순간들이 아닐 수 없었다.
천단의 명상이 끝나고 잠깐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에 도취되어 사색에 빠져 있을 때 불현듯 샤르비네의 모습이 눈 앞에 나타났다.
천상계의 아무리 절세미인 선녀가 살고 있다 해도 눈 앞에 나타난 샤르비네의 미모를 따르지 못할 것이란 느낌이 강해졌다. 온갖 기화 요초가 피어난 꽃길을 따라 사뿐사뿐 걸어와 눈 앞에 나타난 샤르비네의 모습을 바라보며 내 마음은 무엇에 홀린 듯 멍한 기분이 되는 것 같았다.
아름다운 단장으로 눈 앞에 나타난 샤르비네는 고혹적인 표정과 미소로 내 마음을 흔들며 가까이 다가오더니 살며시 내 무릎에 앉으며 속삭였다.
"명상은 잘 끝냈나요? 온종일 샤르앙을 생각하면서 지루한 하루를 보냈는데……. 명상 중에 방해가 된 건 아닌가요?"
이렇게 속삭이는 샤르비네의 몸에서는 꽃향기 같은 체향이 물씬 풍겼고 말할 때도 입김 속에 향기가 배어 있었다.
"아니오. 명상은 잘 끝냈소. 마침 시간을 맞추어 샤르비네가 찾아와 주어 반가운 기분이 크기만 하오."
나는 샤르비네에게 가볍게 대꾸하며 무릎에 앉아 있는 샤르비네를 포옹했다. 샤르비네와 포옹할 때 언제나 부드럽게 와 닿는 피부의 감촉이 특별했다. 언제 봐도 청순가련한 선녀의 몸매를 지닌 샤르비네는 신선들의 마음을 들뜨도록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샤르비네와 포옹하는 시간에는 세상의 어떤 근심걱정이라도 눈 녹듯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주변에 온갖 기화요초가 피어 있는 천단에 둘이서 마주앉아 오붓한 시간을 즐기노라니 천하의 부러움도 이 만 못할 것이란 기분이 들만큼 좋았다.
천단에서 단둘이 마주앉은 샤르비네와 나는 다시 막혔던 말문을 이어갔다.
-명상을 하면서 좋은 세상을 경험했나요? 샤르앙의 표정이 아주 밝아 보여요"
샤르비네가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질문하자 나는 여전히 들뜬기분을 감추지 못하고 대답했다.
"천사와 함께 천상계를 구경하고 돌아왔다오."
"샤르앙을 천상계로 인도한 천사의 이름이 뭐지요?"
"천상낙원을 지키는 수문장이라 하였소."
"수문장 천사?”
"그렇소, 샤르비네도 알고 있는 천사의 이름이오?"
"알고 있어요. 저도 천단에서 명상을 할 때 수문장 천사가 나타나 천상계 영혼의 세계를 구경시켜 주었어요. 언젠가 샤르앙도 그 천사를 만나서 천상계를 방문할 줄 알고 있었어요. 아무튼 샤르앙이 좋은 경점을 겠다니 기뻐요."
"샤르면 사람들은 참 행복이 넘치는 신선과 선녀들이란 생각이 문득머리를 스치고 지나가요."
"언제는 갖지 않던 생각인가요? 지구의 삶과 샤르면의 삶을 비교하면서 샤르앙이 입버릇처럼 말해오지 않았나요?“
“그런 의미의 생각이 아닌... 샤르별 사람들은 천단에 올라 명상을 하면서 천상계의 존재들과 대화를 나누고 특별한 세상들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 더욱 행복하게 느껴진다는 의미를 말하는 것이오."
“지구에서는 함부로 갖기 어려운 현상들이란 말씀이네요?
“샤르별은 하늘과 열려 있는 세상이라면 지구는 하늘과 차단된 닫혀있는 세상이라고 비교할 수 있을 것이오. 지구 사람들도 샤르별의 사람들처럼 천상계의 존재들과 대면할 시간들이 주어진다면 지금처럼 함부로 삶을 내던지고 영혼의 상처를 입으며 살지는 않을 것이오."
“그렇군요. 하늘에서 태어난 존재들이 하늘과 닫혀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건 형별과도 다르지 않는 삶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군요. 하지만 샤르앙은 샤르별을 찾아와서 하늘의 문을 열었고 지구로 돌아가서도 하늘의 존재들과 교류가 가능하다면 큰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감사하세요."
“지구로 돌아가더라도 하늘의 존재들과 교류가 가능할까요?"
"샤르별에서 한 번 열린 하늘 문이 지구로 돌아간다고 닫히지는 않을 거예요."
"그렇다면 내게는 큰 행운이며 우주의 선물이 아닐 수 없을 것이오."
“세상의 어떤 일도 하늘의 축복을 얻지 못하면 이룰 수 없어요. 하늘의 축복을 누리며 세상에서 샤르앙이 꿈꾸는 바 일들을 모두 이루도록 하세요. 샤르앙의 곁에는 항상 샤르비네가 있고 샤르비네도 열심히 샤르앙의 일을 도울게요."
"내게는 하늘의 축복도 크고 샤르비네의 선물도 크오."
“아무튼 우리는 일심동체라는 소중한 인연 속에서 하늘과 땅 어떤 곳에서도 큰일을 함께 펼치며 하늘의 일을 도모하도록 우리 다짐해요."
“다짐하겠소. 샤르비네와 일심동체의 인연으로 하늘의 일을 함께 펼쳐 갈 미래가 너무 기대 되오."
"그 기대는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천단에서 만난 샤르비네와 나는 이런 대화를 나누면서 복사꽃의 물결과 온갖 기화요초가 만발한 꽃길을 걸어서 하산하고 있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 깊은 숲속에 땅거미가 내려앉고 있었다.
잠시 후 주스니라 산자락의 숲속에는 칠흑 같은 어둠이 깔려 적막강산을 방불케 하고 하늘에 반짝이는 별빛들은 금세라도 쏟아질듯 찬란한 빛을 경쟁하고 있었다.
지구의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자리와는 다르지만 억억조조 헤아릴 수 없는 별빛들이 반짝이는 샤르별의 밤하늘도 지구의 밤하늘과 분위기는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문득 어릴 때 동생과 함께 밤하늘을 바라보며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아버지와 할머니, 할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저 별은 할머니별, 저 별은 아빠별, 저별은 할아버지별> 하면서 별을 세던 기억이 떠올랐다.
모든 영혼들은 각자의 별이 있다고 하는데 저 억억조조 헤아릴 수 없는 별빛 속에 나의 별은 어디서 숨어서 반짝이고 있을지 궁금했다.
샤르비네와 나는 함께 칠흑 같은 어둠 속의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들을 함께 세면서 우리들의 별이 어디서 반짝이고 있는지 찾아보았다. 그리고 샤르비네와 나는 둘이서 정답게 마주보고 떠 있는 별빛을 찾아내어 샤르비네와 나의 이름을 그 별빛에 붙여 주었다.
아쉽게도 내가 지구로 돌아간 후 그 별빛을 다시 바라볼 순 없겠지만, 우주 어딘가에 샤르비네와 나의 별빛이 다정하게 마주보며 빛나고 있을 것이란 기대는 변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행복했다.
별빛들을 바라보며 샤르비네와 함께 손을 마주잡은 채 복사꽃 물결의 숲길을 따라 천천히 하산하고 있을 때 무수한 별빛 속의 한 빛이 나의 시선을 압도했다. 그 별빛과 함께 무언가의 영감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그때 귓가에서 들리는 아름다운 여인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 목소리는 나의 귓가에는 들리는데 샤르비네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샤르비네의 표정으로 별빛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나 혼자 듣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누구시나요?"
나는 별빛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채널링을 시작했다. 채널링의 대화는 마음속으로 이어갔기 때문에 곁에 누가 있건 상관이 없었다.
'나는 풍요의 나라에 살고 있는 화려여신(女神)이랍니다.'
이렇게 들려오는 우주여신의 목소리는 매혹적이었다. 단숨에 나의 마음이 우주여신의 목소리에 빨려가는 느낌이었다.
화려여신과 나는 계속 채널링을 이어갔다.
'풍요의 나라 화려여신이 어떻게 저를 알고 채널링을 걸었나요?
'하늘의 이름 백마선을 이미 알고 있답니다.'
'화려여신께서 제 이름을 알고 있었다구요?"
'그렇습니다. 지구에서 샤르별을 찾아와 하늘의 일을 꾸미는 백마선의 이름을 풍요의 나라를 다스리는 이 화려여신이 잘 알고 있답니다. 불쑥 낯선 목소리를 듣게 되어 기분이 편치 않나요?"
'아니오. 화려여신님, 그런 건 아닙니다. 뜻밖의 상황이라 기분이 얼떨떨할 뿐입니다.'
'이 화려여신이 백마선께 제안할 일이 있답니다.'
'무슨 제안인지 말해보시오.'
'오늘 밤 조용히 이 숲으로 나오면 저와 단둘이 만나서 긴한 의논을 나눌 일이 있습니다. 오늘 밤 백마선의 일심동체는 신선놀음 축제에 참석합니다. 그때 백마선은 적당한 핑계를 대고 당신의 일심동체와 동행하지 마세요. 그리고 저와 이 숲에서 긴한 의논을 나누도록 해요.'
나는 그날 밤 우주의 별빛 속에서 들려오는 화려여신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샤르비네와 동행해야 할 신선놀음 축제에 불참했다. 그리고 화려여신과 약속했던 주스니라 산자락의 숲속으로 찾아왔다.
그때 채널링의 목소리가 우주에서 들려왔다.
'잠깐 기다리면 제 모습을 바라볼 수 있어요.'
그 채널링의 목소리가 그치자마자 한 여신이 눈 앞에 사뿐히 나타났다. 아름다운 미모의 여신이었다. 청순가련한 외모는 샤르비네 외모를 방불케 했다. 화려여신의 화려한 치장은 샤르별의 선녀들의 어떤 치장도 견줄 바가 아니었다.
화려여신의 화려한 용모에 나는 넋이 나갈 듯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화려여신은 내 앞에 나타나자마자 상냥한 표정으로 다가와 포옹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백마선."
화려여신의 몸에서는 샤르별에서도 맡기 힘든 고혹적인 향기가 풍겼다. 화려여신의 아름다운 외모와 고혹적인 향기가 내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가고 있었다.
"화려여신, 반갑습니다."
나는 형식적으로 화려여신의 말에 대꾸했다.
그러나 화려여신에 대한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만나서 의논하자는 내용이 더욱 궁금했다.
그래서 내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화려여신을 향해 질문했다.
"화려여신께서 저와 의논할 내용이 무엇입니까?"
내 질문을 받고 화려여신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입가에 흘렸다. 그리고 여전히 고혹적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백마선의 미래가 확실하게 보장되는 기쁜 소식으로 의논을 나누고자 한답니다."
화려여신의 대답을 듣고 내가 주저하는 표정으로 질문했다.
"화려여신께서 저와 무슨 상관이 있어 제 미래를 보장하는 중요한 의논을 나누고자 합니까?"
“백마선의 미래도 보장되고 우리들의 기쁨도 천만 배가 되는 일이랍니다.”
"내용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화려여신의 의논을 들어나 봅시다."
“저와 손잡을 생각은 없나요?"
"의논할 내용을 알아야 손을 잡든 뿌리치든 할 게 아니겠습니까?"
"백마선, 그렇군요. 그 제안을 먼저 들려줘야 할 것 같군요."
"우리 풍요의 나라에는 세상의 모든 육신들이 꿈꾸는 풍요로움이 가득해요. 특히 지구에서 살고 있는 육신들이 갈망하는 권력과 명예의 도구까지도 모두 우리의 손에 들려 있어요. 이미 우리 풍요의 나라에서 공중권세를 모두 손에 넣고 육신의 마음들을 좌지우지 흔들고 있어요. 만약에 백마선이 우리와 손을 잡으면 그러한 모든 권세를 풍족하게 누릴 수 있도록 도와줄게요. 어떤가요? 구미가 당기지 않나요?"
“풍요의 나라에서 세상의 공중권세를 모두 손에 쥐고 사람들의 마음을 좌지우지 흔든다고 했소?"
“그래요. 백마선. 세상의 모든 권세가 우리들 손에 쥐어져 있어요. 세상의 어떤 왕과 부자와 권력가도 우리의 손아귀에 쥐어진 노리갯감에 불과해요."
"그렇담. 화려여신, 당신의 신분은 멸주의 여왕이란 의미오?"
"호호호. 백마선, 용케도 제 본래 정체를 알아맞히셨군요. 그래요! 제 본래의 신분은 멸주의 여왕이지요. 우리 멸주의 왕이 백마선에게 이로운 제안을 많이 했지만 결국은 거부했다고 하더군요. 그건 백마선의 어리석은 판단이에요. 세상의 모든 영혼들은 본성적으로 풍요와 쾌락을 추구하면서 겉으로는 정의니 무엇이니 내세워 스스로를 혹사하며 궁핍함과 근심걱정을 못 면하고 있지요. 백마선도 마음만 바꾸고 우리들과 합심하면 얼마든지 세상의 부귀와 풍요를 누리면서 한 세상을 무탈하게 영화를 즐길 일인데 무엇 때문에 고생을 사서 하지요? 제가 진심으로 백마선의 행복을 위해 충고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가난뱅이 천주를 위해 일을 하겠다는 결심을 바꾸고 우리 멸주들과 풍요함을 즐기고 세상의 영화를 함께 누리도록 해요. 삶은 한 번 뿐이에요.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백마선은 하늘의 이름이라서 진심으로 우리 밀주들이 함께 손잡고 일하고 싶어요."
“아름다운 화려여신께서 멸주의 여왕이라니.... 정말 나는 지금 실망을 많이 했소. 멸주들이 꿈꾸는 일이 장차 세상을 전복하여 순박한 영혼들을 파멸의 길로 이끌어 하늘의 뜻이 땅에서 펼쳐지지 못하도록 방해하려는 계획이 아니오? 그런 어리석은 계획에 내가 동참할 줄 알았소? 그런 의논을 하겠다면 화려여신께서 당장 내 눈 앞에서 사라져 주오! 하늘을 실망시키는 어리석은 일에는 우주를 얻는다 해도 함께 할 마음이 없소."
“천하를 얻고 세상의 부귀공명을 한 몸에 얻을 정말 좋은 기회를 백마선이 왜 놓치려 하지요?"
“멸주의 여왕은 너무 교만한 말을 내게 하고 있소. 권능의 주인은 하늘이며 하늘로부터 허락받지 못한 어떤 부귀공명도 나중에는 결국 거품처럼 사라지고 말 것이오. 멸주의 여왕께서나 세상을 손아귀에 넣고 맘대로 쥐락펴락 하겠다는 꿈은 접으시오. 나는 결코 화려여신이 제안하는 어떤 유혹에도 빠져들지 않을 것이오. 화려여신이 이 백마선을 잘못 보았소."
"그래요? 백마선이 감히 이 화려여신의 성의를 거부하다니... 그 판단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곧 깨닫게 될 것입니다. 후회하지 마세요."
이런 말을 하는 화려여신의 표정에는 화가 많이 나 있었다. 곱고 아름다운 얼굴이 금세 붉으락푸르락해지며 호수처럼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눈빛이 살기로 번득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소름끼치는 표정으로 변한 화려여신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갑자기 두려운 생각까지 엄습해왔다.
잠시 후 두려운 생각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1
화려여신이 무언가 신호를 보내자 보이지 않던 무력자들이 건강하고 험악한 표정을 짓고 눈 앞에 나타났다.
검은 옷을 입고 있는 무력자들은 몸집이 크고 사나워 보이며 금방이라도 나를 헤칠 기세로 화려여신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력자들이 내 앞에 버티고 있을 때 화려여신이 다시 한 번 나에게 추파를 던졌다.
"백마선. 그러지 말고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봐요. 가난뱅이 천주를 돕다간 백마선의 신세도 거지 신세를 못 면해요. 세상의 권세는 이미 우리들 손에 쥐어져 있어요. 지금 백마선의 마음을 돌이키기만 해준다면 백마선이 원하는 모든 부귀공명을 약속할게요. 마음을 돌이키지 않으면 이 무력자들의 손에 백마선의 운명이 어떤 불행한 일을 만나게 될지 장담할 수 없어요. 부탁이에요."
조금 전 살기가 번득이던 눈매와는 달리 이렇게 말하는 화려여신의 표정은 다시 청순가련함을 드러내고 애원하듯 말하는 표정 속에 저절로 측은지심이 들게 했다. 그때 내 마음이 동하려는 느낌을 받았고 그럴수록 화려여신은 측은지심을 유발시키며 청순가련함의 퍼포먼스로 공세를 가했다.
그 순간 혼미해지려는 정신을 가다듬은 나는 단호하게 의사를 밝혔다.
“지금 화려여신이 내게 무력자들을 이용해서 어떤 협박을 가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소. 그러나 나는 이 목숨을 영원히 우주에서 잃을지언정 당신들의 악행에 동참할 수 없어요. 나의 마음을 당신들에게 돌이킬 바에는 차라리 화려여신의 어리석은 판단을 되돌리는 일이 더 쉬울 것이오.”
나의 단호한 거절 앞에서 화려여신의 표정이 일순간 험악하게 일그러지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다시 부드러운 눈빛이 살기로 변한 화려여신의 입에서 드디어 험악한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어리석은 백마선! 하늘의 이름답게 현실을 풀어가는 지혜가 있어야지 그렇게 꽉 막힌 생각으로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는 거야! 한번 제대로 맛을 보여 줘야 정신을 차리려나?"
화려여신의 험악한 말과 함께 대기하던 무력자들이 나에게 덤벼들어 린치를 가하기도 하고 목을 조르기도 하고 무쇠 같은 주먹을 휘두르며 공포스런 분위기를 만들었다.
겨우 혼절을 면한 나는 화려여신의 독기서린 표정을 바라보며 마지막 설득을 했다.
“멸주의 무리들은 이런 방법으로 순박한 영혼들에게 겁을 주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세상을 손에 넣으려 하지만 끝내는 멸망의 길로 빠지고 말 것이오. 화려여신은 부디 마음을 돌이켜 하늘에 대항하는 어리석음을 중단하시오."
내 말에 더욱 독기가 오른 화려여신은 분을 못 참겠다는 듯 무력자들에게 다시 지시를 내렸다. 사납게 달려든 무력자들은 금세라도 나의 팔다리를 꺾고 입을 비틀어버릴 기세로 공격을 가해왔다. 정신이 점점 혼미해지려는 순간 다시 화려여신이 무력자들의 행동을 막았다.
그리고 무언가 회심의 미소를 짓더니 시종으로 보이는 여종을 시켜서 성분미상의 음료수를 한 잔 가져와 나에게 먹이게 했다. 수상한 낌새를 느낀 내가 여종이 권하는 음료수를 거부하자 무력자들이 강제로 입을 벌리고 마시게 만들었다.
수상한 성분의 음료수가 입 속으로 넘어가자 순간 마음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화려여신의 말에 고분고분해지고 싶은 충동이 마음속에서 일어났다.
그때 화려여신이 다시 부드러운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백마선! 이제 좀 흥분된 마음이 가라앉아요?"
"네, 화리여신님.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다행이군요. 진즉 그렇게 부드러운 마음으로 나왔으면 무례한 일을 당하지 않아도 될 것을 왜 필요 없는 고집을 부렸나요? 정말 이제 잘해보기로 해요. 백마선에게 꼭 부귀공명으로 보답할게요. 앞으로 우리와 함께 세상을 손에 넣도록 노력해요."
"제가 화려여신을 위해 도울 일이 무언가요?"
"배마선의 의통이 우리에게 필요해요. 의통의 무기가 삐마선의 손에 들려 있어요. 그 무기가 천주의 손에 들려지면 우리 주들의 꿈이 산산조각날 수 있어요. 그러므로 제발 백마선의 의통을 우리 민주들에게 빌려 줘요. 그리고 앞으로 원혼들을 위해서 신선봉안을 올린다든가 해원을 시킨다는 꿈은 버리도록 하세요. 원혼들은 하늘도 땅도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 짐승들이요. 무엇 때문에 짐승들과 상대하며 골지아픈 일들을 겪으려 하세요. 원혼들을 해원시키면 우리 주들의 사업이 많은 지장을 받아요. 우리 밀주들이 골지 아파하는 일반 삐마선이 앞장서서 펼치려 하니 이 하리이신의 마음이 너무 속상해요. 이젠 제발 이 리이신이 속상해 하는 일들을 중단해 주세요. 배마선. 제발 뜻을 이해하겠죠?"
그때 나는 자신도 모르게 '미안해요. 마리이신, 앞으로는 아리이신의 맘을 상하지 않게 저신하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그렇게 마음이 약해지고 변하는 스스로가 속상했다.
한쪽 마음은 화리이신을 돕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고 한쪽 마음은 화리여신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해야겠다는 각성이 일어났다. 그러나 후자의 생각보다 전자의 생각이 더 강하게 마음을 지배했다.
억지로 마신 성분미상의 음료수에 마음을 변화시킨 기능이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여신은 약해진 내 맘속을 들여다보며 대답을 재촉했다.
"삐마선, 어서 대답해줘요! 우리와 함께 세상을 손에 쥐고 부귀공명을 누리겠다고 약속해줘요. 한 마디만 대답하면 배마신은 이제 세상을 얻을 수 있어요."
내 마음은 여전히 청순가련한 표정의 화리이신에게 측은지심이 발동하면서 당장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해주고 싶은데, 겨우겨우 입 속에 나오리는 말을 참고 있었다.
그리고 속으로는 '안 돼! 밀주의 무리들과 함께 해서 세상을 얻고 우주를 얻는다 할지라도 하늘을 배반할 순 없어!" 라는 생각을 혼신의 힘으로 지키고 있었다.
화려여신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조금 전까지 나의 대답을 기대하며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가 인내의 한계를 느끼는 듯 약간 거친 말투로 대답을 강조했다.
"배마신! 이시 한 마디만 대답해요. 우리 함께 세상을 얻고 부귀공명을 누리겠다고 한 마디만 약속해줘요. 어차피 약속할 일을 가지고 세 마음을 힘들게 하지 말아줘요."
그리고 화리이신은 내 표정과 입을 빤히 쳐다보았다.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젖을 달라고 보채는 표정으로 나의 대답을 화려여신이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나는 입을 열었다.
겨우 힘들게 내 뱉는 말이었다.
"나는 당신 멸주들과 운명을 함께 할 수 없소."
순간 화려여신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당황하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백마선. 다시 말해 봐요. 내 귀로 지금 잘 못 들은 백마선의 대답이지요?"
나는 다시 힘을 내어 단호하게 대답했다.
"나는 멸주들을 위해서 운명을 함께 할 수 없소!"
순간 화려여신의 표정과 곁에서 명령을 기다리는 무력자들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찬물을 끼얹듯 조용해졌다.
드디어 화려여신의 입에서 무력자들을 향해 일갈의 명령이 떨어졌다.
“처치해!"
화려여신의 일갈 명령과 함께 무력자들의 잔인한 행동이 나에게 가해지고 있었다. 살려달라는 비명도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젠 내 운명도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희미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그 순간 하늘에 밝은 빛이 나타났다. 밝은 빛이 나타나자 흉악하게 굴던 무력자들이 갑자기 혼비백산한 표정으로 행동이 얼어붙더니 손하나 꼼짝하지 못하고 축 늘어졌다.
살기와 기세가 등등하던 화려여신의 자취는 눈 깜짝할 사이에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몽롱한 정신을 겨우 가다듬고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겨우 버티고 앉아 있는데 머리 위에 나타난 빛 속에서 한 음성이 들렸다.
“오늘 내가 빛으로 너를 낳았다.”
그 음성의 주인은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존재였다.
빛 속에서 들려오는 음성을 듣고 나자 몽롱하던 정신이 점점 맑아지기 시작하고 만신창이가 된 몸에서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잠시 후 연화가 쟁반에 무언가를 들고 와 나타나더니 연꽃 향기가 풍기는 음료수를 내 입에 넣어 주었다. 연꽃 향기의 음료수를 마시자 비로소 몽롱하던 정신은 온전히 맑아지고 희미하게 보이던 주변의 경관들이 환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연화는 이어서 쟁반에 받쳐 들고 온 물과 물수건으로 상처 난 내 몸을 닦아주었다. 그러자 멍든 자국들이 사라지고 쓰리던 상처들이 서서히 아물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나는 연화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연화도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 말없이 나의 아픈 상처들을 치료만 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시지11 – 신과의 대화2
첫댓글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
근데 여기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하늘에서 온 메시지"(총3권)에
창조주 말씀의 의하면 지도를 한번 펴놓고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 한번 봐라~ 지구의 중심에 있다.
고로 한국은 지구의 중심이면서 우주의 중심이 되네요.
네 맞습니다 우주의 중심 지구
지구의 중심지적인 큰 일이 이루어지고 있는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