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올해도 말벌에 쏘여 사망했다는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지난 7월 25일 충북 옥천에서 주말 농장에서 일하던 50대 여성이 말벌에 쏘여 병원에 후송되었으나 숨졌다고 한다. 이 같은 사고는 매년 끊이지 않는다.
얼마 전 건강보험 심사 평가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작년 한해(2009년) 벌에 쏘여 병원 진료를 받은 사람이 무려 9609명이나 된다고 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아 병원에 가지 않은 사람까지 합하면 매년 벌에 쏘이는 사람의 수는 수만명 이상에 달할 것이다.
벌에 쏘이는 사고의 대부분은 8월과 9월에 집중된다.
이때는 휴가철과 겹쳐 야외활동이 많아지는데다 또 벌초하러 산을 많이 찾는데다 공교롭게도 벌의 활동이 가장 많은 시기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 사람을 쏘아 문제가 되는 벌의 종류
야외활동 중에 쏘이게 되는 벌은 대부분 말벌과의 벌로 바다리(쌍살벌, Polistes spp.)종류와 땅벌(Vespula spp.), 그리고 말벌류(Vespa spp.)로 나눌 수 있다.
<왕바다리>
바다리 종류는 풀이나 나무의 줄기나 가지, 나뭇잎의 뒷면, 돌 틈, 건물의 처마 밑 등에 집을 짓는데, 집의 모양은 대개 편편하면서 애벌레가 들어있는 방들이 노출되어 있다.
하나의 벌집에 사는 벌의 수는 종에 따라 다르고, 또 계절에 따라 다르며 또 같은 종이라도 봉군에 따라 제각기 다르지만 늦여름 경에는 대개 수십 마리에서 수백 마리 내외 정도가 된다.
바다리 종류는 공격성이 비교적 약한 편이라 벌집에 충격을 가하거나 벌집에 30cm 정도 이내로 아주 가까이 접근하지 않는 한 거의 공격하지 않는다.
또 쏘이더라도 비교적 독성이 약하여 따끔하고 아프며 쏘인 자리 주위가 약간 부어오르는 정도로 끝난다.
물론 여기에는 개인차가 있어 별로 붓지도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손가락에 쏘여도 팔 전체가 부어오르고 욱신거리며 간혹 몇 시간 동안 통증이 지속되는 사람도 있다.
<땅벌>
땅벌은 땅 속에 집을 지어 외부에서 벌집이 보이지는 않으며 출입구 앞에는 흙부스러기가 약간 쌓여있다.
말벌과 벌 중에서 크기는 작은 편에 속하지만 독성은 바다리(쌍살벌)보다 오히려 강하다. 땅벌은 봉군이 대개 수백 마리 이상이고 많은 경우 수천마리에 달하므로 때로 여러 마리로부터 집단 공격을 받는 경우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벌들은 공격하면서 화학물질을 분비하여 벌집 안의 벌들에게 비상사태를 알리므로 한꺼번에 많은 벌들이 공격에 나서게 된다. 이런 공격성은 말벌들이 강하고 그 다음이 땅벌이다.
말벌
말벌류는 속이 썩은 나무의 수동, 큰 바위 절벽 아래, 관목 덩굴, 나무가지, 땅속 등에 집을 지으며 농가나 창고의 처마 밑에도 집을 짓는데 집의 모양은 배구공처럼 둥근 모습이다.
말벌은 공격성이 강하고 독도 강하기 때문에 아주 위험하다.
그 중에서도 장수말벌은 벌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맹독성으로 악명 높은데, 땅속에 집을 짓고 공격성이 아주 강하여 벌집의 출입구에서 4-5m 이내로 접근하면 거의 공격한다.
뱀허물쌍살벌
* 벌에 쏘였을 때 대처 방법
무심코 작업 중에 느닷없이 벌의 공격을 받았을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매년 말벌로 인한 사망 사고가 이어지니 언론의 관심도 높아 말벌에 대해 주의할 것을 당부하며 여러 가지 해설과 설명을 늘어놓지만 잘못 알려지고 있는 내용이 많으며 또 전문가라고 나와서 설명하고 있는 내용도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너무 많다.
엉터리 전문가들이 나와서 전문가 행세를 하며 잘못된 내용을 전파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는 벌이 공격하면 움직이지 말고 엎드려 있으라는 것이다.
벌의 공격을 받았을 때 납작 엎드릴 경우 바다리(쌍살벌)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공격성이 강한 말벌의 경우에는 큰 화를 당할 수 있다.
벌집 부근에 납작 엎드려있게 되면 수많은 벌떼의 공격을 받게 되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여러 마리의 벌에 쏘이게 되면 결국 주입되는 독의 양이 많아지므로 그만큼 더 위험하게 된다. 따라서 벌에 쏘이면 종류에 관계없이 일단 현장에서 도망쳐야 한다.
어떤 이들은 벌의 비행속도가 빨라 달아나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사람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벌의 비행속도는 달리는 사람을 따라 잡을 정도로 빠르지 않으며 또 달아나는 사람을 계속 추적하지도 않는다.
공격성이 강한 장수말벌이라도 30-50m 이상만 달아나면 안전하다.
장수말벌
* 벌에 쏘였을 때 조치 방법
작년 8월 6일 충북 괴산에서 벌에 쏘여 사망한 남성의 경우 벌에 쏘인 후 주위 사람에게 벌침을 뽑아 달라고 부탁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암만 찾아 봐도 벌침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벌침 찾는데 시간을 보냈는지 모를 일이다.
몇 년 전 내 블로그를 방문한 어떤 이는 벌에 쏘였는데 벌침을 찾을 수 없으니 아마 살 속으로 들어가 버린 것 같은데 너무 걱정된다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상담을 해 온 적이 있다.
언론에서 자꾸 벌에 쏘이면 벌침을 뽑아야 한다고 해대니 벌침을 반드시 뽑아야 하는 줄로 오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이다.
꿀벌에 쏘였을 때에만 벌침이 살에 박히게 되며 말벌이나 바다리벌(쌍살벌) 등의 야생벌에 쏘였을 때는 대개 벌침이 살에 박혀있지 않으므로 뽑을 일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벌에 쏘이면 핀셋으로 침을 뽑지말고 카드로 뽑으라고 하는데 창자처럼 생긴 독샘을 누르지만 않으면 무엇으로 뽑든지 상관없는 일이다.
벌에 쏘인 후 어지럽거나, 현기증, 두드러기, 호흡곤란 등이 일어나면 아주 위급한 상황이므로 최대한 신속히 병원으로 가야한다.
응급조치한다고 시간을 끌면 아주 위험하므로 주의해야한다.
사실 벌에 쏘였을 때는 호흡곤란이 올 때 기도를 유지하는 등의 외에는 응급조치할 게 없다.
꿀벌이나, 바다리벌(쌍살벌) 등에 쏘여 그냥 통증만 약간 있는 경우에는 내버려 두어도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니 별일 아니다.
물론 이러한 벌에 쏘여도 드물게 두드러기가 나거나 현기증 등이 나타날 수 있는데 그런 경우는 아나필락시스성 쇼크 증상이므로 신속히 병원에 가야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말벌의 경우에는 독성이 강하므로 쏘였다면 지체 없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게 안전하다.
벌에 쏘이면 암모니아수를 바르라고 배웠을 것이다.
암모니아수가 과연 효과가 있을까?
벌의 독은 단순한 산성 물질이 아니고 여러 가지 효소를 포함한 단백질 등의 독소가 들어 있는데 암모니아수는 이들 독소에 거의 효과가 없다. 따라서 단지 placebo(위약)효과 외에는 기대할 수 없고 견딜만하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조금 기다리면 통증이 사라진다.
통증이 심하면 병원에 가서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지만 꿀벌이나 바다리벌 등에 쏘였을 때는 대개 몇 십분 정도만 지나면 통증이 사라지므로 거의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
말벌에 쏘였을 때는 빨리 병원으로 가서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물론 심한 통증외의 심각한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말벌의 독은 상당히 강하여 보다 많은 사람에서 호흡곤란, 마비, 현기증 내지 의식 상실 등의 심각한 증상이 일어날 수 있다. 전신증상이 나타나면 시간을 다투게 되므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빨리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하겠다.
기도가 폐쇄되어 호흡 곤란이 올 경우에는 기도 유지를 하고 필요하면 인공호흡을 해 주어야 한다. 조치가 늦어 생명을 잃는 경우도 적지 않다.
드물지만 간혹 꿀벌이나 쌍살벌에 쏘여도 호흡곤란이 오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며 의식이 흐려지는 사람도 있다. 이런 증상을 anaphylatic shock(아나필락시스, 과민증)라고 하는데 이는 벌의 독에 대해 앨러지성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특이체질인 사람에게서 일어난다. 이런 경우는 대개 벌에 쏘인 지 한 시간 이내에 치명적 상황에 빠질 정도로 아주 위험하므로 신속하게 병원으로 옮겨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 아나필락시스는 꿀벌에 쏘여도 일어날 수 있으며 한 가지 벌에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해서 다른 벌에서도 반드시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다른 벌에 대해서도 위험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민증이 나타나면 시간을 다투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므로 최대한 신속하게 병원으로 후송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미에서는 봉독 과민증인 사람들이 야외 활동 시 표지 팔찌를 착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언제 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을지 모르므로 팔찌를 보고 구급대원에게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좀말벌 집
* 벌집을 발견했을 때는?
그렇다면 벌초나 야외 활동 중에 벌집이 발견되면 어떻게 해야 될까?
쌍살벌 종류의 벌집은 크게 위험하지 않지만 땅벌과 말벌은 위험하므로 작업을 중단하고 안전하게 철수해야 한다. 설마하고 작업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
건물의 처마 밑에 벌집이 있는 경우엔 편편한 모양의 바다리(쌍살벌)집일 경우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쏘지 않으며 또 쏘여도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도 자연의 일부로 고귀한 생명이니 우리가 함부로 생명을 뺏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배구공 모양의 말벌집은 이야기가 다르다. 헛간이나 사람이 잘 접근하지 않는 곳에 집이 있다면 물론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옳다고 본다. 만약 위험한 곳이라면 섣부르게 건드리지 말고 119에 신고하여 제거를 부탁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간혹 말벌집을 약으로 쓴다며 채취하는 사람도 있다.
몸을 보하려다 아차하면 수십 년 먼저 저승길로 갈 수 있으니 그만큼 위험하고 어리석은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 벌에 쏘였을 때 가장 위험한 아나필락시스성 쇼크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우리 몸에 외래 물질이 들어오면 몸의 면역체계가 이를 항원으로 인지하여 항체를 생산하여 이를 제거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시토킨, 히스타민 등의 다양한 화학물질이 함께 분비된다. 이런 항원이 들어 온 후에는 면역체계에 기억세포가 있어 이 항원을 기억하게 되는데 추후 같은 항원이 다시 들어오게 되었을 때 단시간 내에 훨씬 강한 면역반응이 일어나 항원을 제거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 면역반응이 너무 과민하게 과잉으로 일어나서 히스타민 등의 화학물질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등의 원인으로 쇼크가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기작에는 이론도 있지만 일부 언론 기사에서 보도되는 대로 면역기능이 없는 사람에서 쇼크가 일어난다는 내용은 전혀 근거가 없으며 사실은 정반대인 것이다.
이런 쇼크는 대개 생애 최초로 벌에 쏘였을 때는 일어나지 않으며 두 번 째 이후 쏘였을 때 일어나며 많이 쏘일수록 증상이 악화된다. 그 이유는 이런 반응이 항원-항체 반응이기 때문에 한번 쏘인 다음에야 몸 안에 항원에 대한 기억세포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사람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여기에 관해서는 조사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일본의 鹽田(1974)이 일본인 학생 384명을 조사한 결과 6%인 24명이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 Purdue 대학의 J. F. MacDonald 교수에 의하면 땅벌과 꿀벌에 과민 반응을 나타내는 사람은 대략 전체 인구의 0.4-0.8% 정도라고 한다.
이와 같이 두 자료에서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과민반응의 기준 자체를 달리 적용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연구 자료는 보고된 바 없으며 미국에는 없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에 서식하는 말벌을 고려하면 일본의 연구 결과와 가깝게 나타나지 않겠나 싶다.
* 벌에 쏘이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가?
누구나 쏘이는 순간 화끈한 작열감과 함께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통증과 쏘인 부위가 어느 정도 부어오르는 증상은 누구에게나 나타나지만 그 정도는 쏘인 벌에 따라서 또 개인에 따라서 제각각이다.
일반적으로 장수말벌>기타말벌>땅벌>바다리(쌍살벌)>꿀벌의 순으로 통증이 심하지만 사람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
통증과 부종 외에 전신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데 전신반응도 약한 정도에서 심한 정도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전문가들도 전신반응이 나타나면 모두 과민반응으로 간주하는 사람도 있고 또 다르게 분류하기도 하지만 증상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누어 볼 수 있다.
1) 가벼운 전신 증상
부종, 온 몸의 가려움, 두드러기 발생, 나른함, 불안감,
가벼운 전신증상을 나타내는 사람이 추후 벌에 쏘일 때는 증상이 더 심하고 위험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는 앞에서 설명한 쇼크가 왜 일어나는지에 관한 내용에서 설명한 바 있다.
2) 중등도 전신증상
위의 가벼운 전신증상이 일어나는 외에 추가하여,
목과 흉부의 수축, 복부 통증, 메스꺼움, 구토, 현기증, 호흡곤란, 온몸의 부종 등이 일어난다.
3) 중증 전신증상
위 1) 2)의 증상 외에 추가하여,
심한 호흡곤란, 음식물을 삼키기 곤란하고 말하기 곤란, 무력증, 위험에 대한 두려움 엄습 등이 耉爭??
4) 쇽크
위의 1) 2) 3) 증상 외에 추가하여,
혈압 강하, 청색증(적혈구의 산소 결핍으로 인해 온몸이 창백해지는 현상), 심한 무기력, 의식상실 등이 일어난다.
* 벌에 쏘인 사람의 치료
본인은 의사가 아니므로 치료에 대해서는 영역이 아니다.
다만 자료에 의하면, 전신반응이 일어나면 이를 호전시키기가 쉽지 않으므로 벌에 쏘인 후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 주사를 맞는 것을 권고한다. 특히 이전에 전신 증상을 경험한 사람은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여러 자료들에 의하면 벌에 쏘여 죽는 사람의 약 80%가 1시간 이내에 사망한다고 한다. 따라서 전신반응을 경험했던 사람은 다음 번에는 더 심한 증상이 나타나는것이 일반적이므로 시간을 다투어 병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워낙 시간을 다투는 문제이다 보니 외국에서는 '봉독응급키트"가 있다고 한다.
봉독응급키트는, 에피네프린 주사, 항히스타민 정제, 소독용 알코올과 탈지면 등으로 구성된다.
자료: 우리숲진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