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의 나이를 미수(米壽)라고 한다. '쌀 미(米), 목숨 수(壽)'로 쓴다. '쌀 미(米)'를 분해하면 '팔십팔(八十八)'이 되는 것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요즘은 옛날에 비해 흔해졌지만 반세기 전만 해도 미수의 사람은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듯 드물었다.
김천 YMCA가 미수(米壽)를 맞이했다. 오늘(2월 23일) 제88차 총회를 YMCA 강당에서 개최했다. 참석 회원들이 저녁식사를 같이 하고 오후 7시가 조금 지나 총회가 시작되었다. 영남에 터를 둔 시민운동 단체로서 미수의 총회는 의미가 결코 적지 않을 것이었다.
아무리 바쁘고 또 피곤해도 YMCA로 달려오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일 다 내려놓고 YMCA에 사랑과 열정을 쏟는 회원들이 있다. 이들로 인해 극히 변화를 싫어하는 박토(薄土) 중의 박토 김천에서 시민운동이 이어갈 수 있는 게 아닌가. 희망의 새끼를 꼬고 있는 것이 아닌가.
1부 예배, 2부 총회는 매년 반복되는 짜여진 틀이다. 박시우 부이사장의 사회로 예배가 시작되었다. 무슨 일이든 예배로 시작하는 것은 기쁜 일이다. 주님이 그리스도이고 우리는 그분께 속한 지체임을 고백하는 것이 되니까 말이다. 아직 믿기 전인 회원들도 다소곳이 함께 해 주어 고마웠다.
김재용 이사가 기도를 했다. 그는 김천 YMCA의 발전과 그리고 관계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기도했다. 이어 황금동교회 원로 장승현 목사님이 마 11:28-30을 본문으로 "예수님께 배웁시다"란 제목의 설교를 했다. 그는 설교에서 예수님으로부터 섬김 베풂 순종의 삶을 배울 것을 강조했다.
박희대 이사장의 사회로 2부 총회가 이어졌다. 삶이 어렵다는 것이 당장 우리 YMCA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예년에 비해 회원이 줄어들었고, 예결산도 마찬가지였다. 세상 일이 확장될수록 사업이 늘어나고 따라서 필요 예산이 늘어나야 정상인데 그렇지 못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사무총장을 비롯해 실무자들이 자료집을 꼼꼼하게 정리한 탓에 정리된 내용이 대부분 원안대로 통과되었다. 다만 내(이명재)가 김천지역 교회 목사님을 초청, YMCA에 대해 브리핑하는 시간을 가까운 시일 안에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YMCA 운동에 대한 이해 없이 응원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이다.
그리고 연 예산 1조원에 달하는 김천시에 그 살림을 감시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단체 내지 기구가 없는데, 우리 김천 YMCA에서 의정감시단을 강화해서 그 일을 하면 좋겠다고 했다. YMCA 자체 역량으로 부족하면 김천민단협 등의 민주 단체와 함께 추진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 김천 YMCA는 매년 행하는 4대 복지 사업이 있다. 가래떡 나누기(설), 송편 나누기(추석), 사랑의 김장 나누기, 산타 행사(성탄절)가 그것이다. 주로 소외계층, 즉 혼자 사시는 노인 분들, 소년소녀 가장, 장애인, 다문화 가정 등을 찾아가서 사랑을 전하는 이 행사들은 10년이 넘는 역사는 가지고 있다. 이른바 김천 YMCA의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달의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이사회 때에 한 번 거른 바 있지만 실무자가 총회 보고하는 과정에서 4대 복지 사업 중 '사랑의 김장 나누기'를 다른 것으로 바꾸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재정도 재정이지만 김장에 필요한 일손을 구하기 힘들다는 것이 주 이유인 것 같았다. 맛있는 김장에는 어느 정도의 숙련된 기술을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다른 단체(신협, 복지관 등)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김장 나누기 행사를 중단하거나 축소한다고 한다. 나는 어렵고 힘든 일이니까 우리 YMCA에서 지속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다면 각자 주어진 조건에서 알아보면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박시우 부이사장이 옴부즈맨 제도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리며 우리 김천 YMCA가 그 일을 감당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긴 한데 아직 우리의 역량이 그것을 담아내기에 부족함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옴부즈맨 제도는 신뢰성과 공정성 거기에 객관성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따랐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력과 재정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김천 YMCA는 그런 궤도에 진입해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총회의 '총'자는 '다 총(總)'이다. 그러니까 '남거나 빠짐없이 모두'의 뜻을 가지고 있는 한자어(漢字語)다. 총회 보고서에 등재되어 있는 266명의 회원 중 10%도 안 되는 숫자가 모여 총회를 연다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부자연스럽다. 우편과 전화 위임이 있다고 해도 그렇다. 다른 때는 몰라도 적어도 총회 때만은 회원의 7,80% 정도가 참석해서 성황을 이루어야 한다.
길수록 총회 참석 회원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회원 모두 각성할 일이다. 적어도 YMCA 소속 기관 회원들은 최대한 참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소년 유해환경감시단, 청소년 사랑의 밥차, SUNS 야구단 등의 근간 조직원들, 대학 YMCA 및 Y's Men 등의 참여도 강력 권면할 필요가 있다.
영남 그 중에서도 경북에서 시민운동을 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지역 정서와 반대쪽에 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 일이 지역 주민을 위하는 길이고 궁극적으로 정의와 진리를 수호해 지역을 발전시키는 길이기 때문에 멈춰서는 안 된다. 더욱 매진해 김천을 맑고 밝은 지역으로 만드는 산소와 같은 단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김천 YMCA 미수를 축하하고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