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가 자랑처럼 이야기했던 꿈 많은 여고생 우리 집 고3 큰 딸
제가 보기에도 참 한국제도교육틀에 안맞다는 생각이 드는 큰 딸.
토론 엄청 좋아하고(학교에선 토론의 신이라고 한다네요) 엄청 논리적이고 합리적이고 책벌레고 글 잘 쓰고 시사에 관심 많고 매우 창의적이고 미대지망생보다 그림 잘그리고 창작도 잘하고 사교육 한 번 없이 자기주도적으로 공부도 제법 잘하고 펜팔로 해외친구들도 많이도 사귀고 있고 언어학자가 되고 싶은....
중학교 때 선생님들도 친구들도 또 고등학교 친구들도 "외국에 가서 공부하면 잘 하겠다..."
고등학교 일학년 때에도 자퇴를 고민하더니 고 2때 또 자퇴를 한다고 했습니다.
학교에 다니는 것이 시간 아깝고 학교와 선생님들이 환멸스럽다하면서...
자퇴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에 가겠다고 했습니다.
내신은 별로고 수능은 거의 일등급 나오는 편인데....
아이 아빠는 노발대발.. 유별나게 굴지 말라고 하고 아이는 더 반발하고
저는 그날 아무 말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틀 동안 여러가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평소 대화와 토론을 많이 하는 편이라 자퇴를 하겠다는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래도 자퇴를 하겠다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고 또 자퇴를 하여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자퇴후 어떻게 생활할 것인지 ... 이 세가지를 물어본 후 엄마인 나의 생각을 두가지 이야기 하기로 하였습니다.
자퇴를 하겠다는 이유는 두세가지였습니다.
학교 선생님이 모두 싫고 아이들도 싫고 내신도 별로고...
자퇴를 하므로써 얻고자 하는 것은 마음의 평화와 좋은 대학 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자퇴 후 그냥 집에서 공부하겠다는 것이었고요.
그래서 저는 자퇴의 이유는 그렇다치더라도 자퇴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을 얻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과연 자퇴인가...
즉 마음의 평화와 좋은 대학합격을 위해 자퇴하는 것이 최선인가 되물어봐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제가 염려하는 두가지를 이야기 했습니다.
하나는 자퇴이후 혼자 생활하는 것이 14개월쯤 되는데 이 기간이 너무 길어서 그렇게까지 긴 시간동안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을 할 필요가 있나였고
또 하나는 혼자 집에서 공부하면 많은 친구를 얻을 기회가 없어져서 친구층이 얇아질 것이라는 우려였습니다.
부연해서 말하자면 너의 결정은 자퇴 후 최상의 상황만 생각한 결정으로 보이며
모든 결정은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와 각오가 있을 때 하는 것이지
최상의 상황을 예측하고 결정하면 망한다고 ...
혼자 지내다가 생각대로 공부도 안되고
검정고시도 최상의 점수가 안나오고 힘들 때 과연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이며 (더구나 친구도 옆에 없고)그 모든 최악의 상황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 자퇴는 아주 위험하고 불안한 결정이지 않은가....
그리고 어려울 때 친구가 오래가며 고 3이라는 어려운 시기를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고 자극받고 위로받으며 동고동락한 친구들이 가장 허물없고 스스럼없는 친구가 되는데 (1,2학년때 친구와 또 다른 친구를 사귀게 된다며) 그런 소중한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 정말 마음에 걸리지 않은가....그러니 다시 생각해보아라. 지금으로서는 엄마가 동의 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하루 지나서 이런 문제는 빨리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더니 자퇴는 안하겠지만
대신 겨울 방학 때 외국에 잠깐이라도 보내달라고 하더군요. 이 한국을 정말 잠깐이라도 떠나있고 싶다면서....(이 대목에서 참 미안하고 가슴아팠지요)
자퇴를 하지 않기로 결론이 났지요.
사실 아이가 내 의견을 참고해서 자퇴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아빠와 말다툼하면서 엄마가 하지 말라면 듣겠지만 아빠가 하지 말라면 듣지 않겠다고도 했거든요)조금 걱정스럽기도 했는데 다행이었어요.
첫댓글 훗날 큰인물이 될 아이임엔 틀림없네요. 자녀를 훌륭히 잘 키우셨고 매우 부러워요... 악동님^^
어제밤에 큰 아이에게 인숙님 댓글로 간접칭찬해주었어요. 누가 카페에서 너보고 큰 인물이 될 것이라고 하더라고... 칭찬 감사합니다. ㅎㅎ
제 큰아이가 홈스쿨러인 관계로 조금 알고 있는 바로는요, 올 입시부터 전형들이 좀 바뀌어서 검정고시 성적을 반영하는 대학(특히 고대)들이 많이 줄었습니다. 인하대 정도가 검정고시 성적으로 내신을 산출하고 대부분은 수능이나 기타 비교과로 비교내신등급을 산출하고 있더군요. 게다가 고3에 자퇴하면 대부분은 학력부...재학시절의 기록을 요구하기도 한답니다.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가족분들이 모두 내남없이 힘이 드셨겠습니다...따님이 성장의 한 과정을 이렇게 힘들게 보낸다 하더라도 이 시간의 경험들이 반드시 아이를 더 튼실하게 만들어줄 거라 봅니다...
감사합니다.
40대 우리 남편. 고 2 때 자퇴한 검정고시 출신입니다. 단과반 다니며 혼자 공부한 독종이죠^^;; 그 때 결정을 지금 돌이켜 보니 자퇴하겠단 말에 '알겠다' 한마디만 하셨던 아버지, 아버지 뒤에서 울기만 하던 어머니 마음이 나중에야 후회가 되더랍니다. 공부야 그럭저럭 했지만 고등학교 동창이라 할 만한 친구가 없다는 것,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다는 외로움이 참 컸다고 하더군요. 이제 초등학생인 우리 아들이 나중에 똑같이 얘기하면 어쩔래? 종종 얘기하면 웃습니다. 그래도 남편이나 저나 대학 가기 전에 아이에게 제 인생에 대해 고민할 시간, 할수만 있다면 1년쯤 휴학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은 같습니다. 그게 아니면 방학 중
긴 여행이라도요. 그때는 외롭고 힘들다 생각이 컸지만 지나고 나니 방황의 시간 만큼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낭비 없이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남편에 비해 인생 큰 방황없이 이때껏 온 마누라는 요즘 방황 중입니다^^;;
부부의 대화가 재미있네요. 감자님의 방황이라... 알듯 말듯...
자퇴 이유을 좀더 적극적으로 대응하시는 것이 좋을듯 합니다. 학교 선생님과 아이들이 싫은 부분은 사회에 나와서도 나와 맘에 안맞는 사람들과 생활을 해야하기 때문에,이러한 문제를 피하기 보다는 나와 생각이 다른이들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능력을 키운다면,훌륭한 역량개발이 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아이의 사고가 창의적이라 판단되어 선진적인 창의성 교육의 기회를 주고싶다면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하여 유학을 보내는것도 방법입니다. 어렵지 않고 이건희 장학금(연 5만불)등 많은 제도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비슷한 마음고생을 하였지만, 일반고 졸업하고 외국대학에 입학하여 너무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어떤 조직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들이죠. 그리고 우리 아이나 저나 대학부터 유학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필요하다면 대학원부터 유학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제 고등학교 시절을 보는 듯 합니다. 남들 볼땐 모범생이었지만 전 학교가 너무 싫었어요. 지금은 책 읽고 싶은 시간인데 시간표에 따라 공부해야하는 학교 생활이 끔찍했지요. 중학교때도, 고등학교때도 검정고시를 꿈꾸며 지냈어요. 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은 그때 학교생활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소중한 친구들, 추억들이 모두 그시절에 겹쳐져 있으니까요. 남편의 선배님 한분이 검정고시로 대학에 진학하셔서 지금은 유명한 의사이시지만 꼴찌를 하더라도 학교생활은 이후의 인생에 분명 의미가 있다고 당신 자식들은 자신과 같은 길을 걷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시더군요. 저 역시 요즘의 우리나라 교육현실에 염증을
느끼지만 제 아이들은 어째든 학교에 열심히 보내고 있답니다.
저두 비슷한 마음고생을 하면서 학창시절을 보냈어요...학교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을 수도 없이 했지만 부모님과의 의견조율이 되지 않았죠...어쨌든 남들 다니는 학교 다 다니고 졸업했지만...저는 후회를 많이 했어요...그때 학교를 그만두지 못한것을요...둘중에 어떤것을 선택하든 양쪽 다 잃는것과 얻는것은 모두 있다고 봅니다...중요한건 나 자신이겠죠...
맞아요. 잃는 것과 얻는것....후회를 하셨다니 마음이 조금 아프네요. 하지만 지금은 괜찮겠지요?
고3이라면 자퇴는 말리고 싶습니다. 저도 학원을 하지만 요즘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너무 혐오감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요즘은 내신은 전혀 반영하지 않고 수능만으로 대학에서 입학생을 뽑는 경우가 많으니까 내신 때문에 너무 고민하지 말고 수능준비 열심히 하라고 전해주세요. 전 요즘 대학생들 등록금 때문에 방송에서 나오는 것 보고 한없이 우울해지더군요. 도대체 이 나라는 누굴 위해서 교육이 존재하는지. 정말 학생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눈꼽만큼은 있는지... 시대가 정말 우리의 10대 20대를 너무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힘내세요. 악동님
악동님의 딸같은 소양이 많은 4학년 딸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댓글을 보면서 위로도 돼고 내가 딸의 미래를 위해 준비된 맘을 가질 수 있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