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에 시달리면서도 진보정당의 꿈을 키우고 온몸으로 부딪히는 여러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합니다. 여러분들에게 ‘동지’라는 단어를 쉽게 붙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이유는 아니고, 나이가 들어서인지 ‘동지’라는 단어가 가볍지 않게 들리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금도 그 단어를 붙일 수 있는 사람은 몇 안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그냥 비슷한 나이의 친구로 편하게 몇마디 하고 싶은 겁니다. 저는 위아래 10년은 그냥 친구로 봅니다. 특별히 대단한 얘기는 없습니다.
학생운동할 때까지 제가 특별히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생각을 해 본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대학원 무렵부터 내가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원 다니면서 생활비를 벌기위해, 8년만에 다시 수학참고서를 펴놓고 공부해서 과외 수강료를 조금 벌 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연구원으로 2달간 잠깐 다니면서 제 생애 처음으로 월급을 받았을 때, 내가 현실 사회에 다시 적응하기 시작하고 있다는 느낌을 조금 받기도 했습니다. 평일에 자주 늦게까지 일을 하게 되면서, 왜 많은 직장인들이 주말 시간을 그렇게 아끼고 소중하게 느끼는지 처음 몸으로 느끼게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제가 자주 느끼는 것은 내 고민이 어떤 틀을 못벗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 이유를 제가 직장생활 경험이나 그외 다양한 경험을 학생운동이후 많이 해오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때는 다시 직장으로 들어갈까 이런 생각도 했었습니다. 뭐 지금은 그럴 처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의 생각의 깊이와 사용하는 언어는 우리의 경험과 창조적 사유의 반영입니다. 당의 젊은 상근자들은 사회의 가장 첨단에서 달리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경험의 폭과 생각의 넓이와 깊이로부터 나오는 호통 소리로 사회가 진동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진보정당의 역할입니다.
현재의 당의 어려운 재정 여건과, 관성화된 운동권 문화 모두를 이겨내야 그것이 가능하리라 봅니다. 이번 지방선거나 2004년 총선이후 당의 재정적 어려움이 어느 정도는 극복되리라 봅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사랑을 하고 싶으면 미친듯 사랑도 하고, 의견이 다르다 싶으면 온 열정으로 문제를 던져도 보고, 엉뚱한 생각을 던져서 마구 논쟁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새로운 기술과 기법이 필요하다면 다시 바닥에서부터 하나 하나 배워도 가고… 타고난 게으름과 어떤 틀을 유지하려는 제 기질로 인해, 잘 그러지 못하는 저는 항상 그게 아쉽습니다. 젊은 상근자들은 그렇지 않나요?
인터넷과 채팅, 가볍게 볼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그리 잘 못하지만, 여러분들께서는 밤에 좀 여유가 생길 때, 노사모든 아니면 각종 토론방에 들어가서 한 한달간 어떤 논쟁에 정면으로 붙어보셨으면 합니다. 왜 그들이 노무현을 지지하는지 한 달만 끈질기게 논쟁을 해도, 그 사람들의 정서적 흐름과 논리 모든 것을 다 알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민주노동당의 반박 논리도 쉽게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한 달 뒤 여러분들께서 각자 보고서 하나 작성해 보십시오. 아마 많은 것을 남길 것입니다. 물론 오프라인에서의 만남도 중요하죠. 내가 말하는 것은 현실의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삶을 좀 더 정면으로 응시하고, 그것을 당의 정치적 발전으로 끌고 나갔으면 한다는 점입니다.
고되고 힘든 상황속에서도 여러분 자신의 건강을 잘 지키고, 정치에 뛰어들었을 때의 각오를 되짚어, 소모되지 않고 커가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했으면 합니다. 고난의 2년을 넘기면 당도 제 자리를 잡고 여러분들의 꿈도 펼 수 있는 시대가 되리라 봅니다. 그러면 저도 개인적인 마음의 부담도 덜수 있을것 같습니다. 저도 제 길이 있습니다. 지금 저의 10년 목표는 ‘사회복지 정책 전문가’가 되는 것입니다. 10년 뒤에 무엇을 할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 10년, 바다를 건널 때의 그 헝그리 정신으로 돌아가 열심히 살아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