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비 · 올리브영 · 디지털파크 독특한 서비스로 승승장구
온라인 매장보다 더 잘나가 - 오프라인 매장의 스마트한 반란
한동안 매장에 직접 가서 물건을 사면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 싸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데 굳이 매장에 갈 필요가
무어냐는 뜻이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고 소셜커머스가 성장하면서 온라인 매장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선 온라인 쇼핑시장 규모를 34조3000여억
원으로 추정한다. 대형마트 시장 규모보다 조금 큰 수준이다.
온라인 쇼핑시장은 성장률도 가파르다. 지난해 실시한 롯데백화점 유통전략연구소의 조사 결과를 보면 인터넷 쇼핑몰의 올해 예상 성장률은
19.4%로, 대형마트(6.2%)·수퍼마켓(3.4%)보다 훨씬 높았다. 그렇다고 모든 온라인 매장이 죽을 쑤고 있는 건 아니다.
온라인 매장에서는 만끽하기 어려운 체험, 특별한 이벤트로 승승장구를 거듭하는 오프라인 매장도 있다. 애플 제품 전문 매장인 프리스비, 건강과
뷰티 전문 스토어 올리브영, 롯데마트의 체험형 가전매장 디지털파크가 대표적이다.
서울 강남대로에 있는 프리스비 매장. 대학원생 임경진(32)씨가 애플의 초슬림 노트북인 맥북 에어를 살펴보고 있다.
바로 옆에서는 푸른색 반팔 셔츠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맥북 에어의 특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설명을 찬찬히 듣던 임씨는 맥북 에어를 사기로
결정했다.
그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는 것보다 믿을 만해 이곳에서 제품을 구입했다”며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제품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데다 직원 설명도
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고객이 요청해야 말 거는 매장
전국에 10개 매장이 있는 프리스비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남다른 서비스를 제공해서다. 프리스비 각 매장에서는 매월 맥 제품의 무료교육을 한다.
맥의 효율성을 알려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다.
각 매장에는 세미나·모임 등을 위한 특별한 공간도 만들었다. 이 공간을 사용하길 원하는 고객에게는 무료로 빌려준다.
고객은 프리스비 홈페이지에 사용일 일주일 전 접수하면 된다. 2시간가량 이용 가능하다. 특별한 용도 제한은 없지만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
개발 동호회가 주로 장소를 빌린다.
‘맥 디스커버리 데이(Mac Discovery day)’도 개최한다. 분기별로 여는 고객을 위한 이벤트로 최근에는 아이패드로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행사를
열었다.
프리스비는 또 애플 액세서리를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프리스비 온리(Frisbee Only)’도 개최한다. 고객으로선 다양하고 독특한 케이스
필름 등 액세서리를 구입할 수 있는 기회다.
이런 차별화된 마케팅 덕분인지 프리스비의 아이폰·아이패드·맥북 판매량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09년 창업 첫해 150억원의 매출을 올린 프리스비는 지난해 470억원, 올 상반기에는 3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프리스비를 운영하는 갈라인터내셔널 상품팀 최고은씨는 “프리스비에서는 애플 고객의 체험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며 “매장에 상주하는
맥 전문가들이 자세하게 상담하기 때문에 방문 고객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프리스비 관계자는 “올해 11월 강남2호점을 열 예정”이라며 “고객 접근성이 좋은 곳을 중심으로 매장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강식품과 화장품 등 뷰티제품을 판매하는 올리브영.
이곳 직원은 방문 고객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고객이 요청한 경우에만 상담한다. 화장품, 건강식품 매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전문 상담원이
상담 과정을 거쳐 제품을 추천한다.
올리브영 신사점에서 만난 대학생 박우리(22)씨는 “직원이 옆에 있지 않으니 더 자유롭게 제품을 보고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화장품, 미용 제품을 직접 테스트할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디지털파크, 특별한 체험공간으로 성공
올리브영은 국내에서 팔리지 않는 수입상품을 처음으로 들여와 판매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미국의 유기농 화장품 주스뷰티, 프랑스 보디용품
코티지, 일본 헤어브랜드 1위 츠바키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 곳이 올리브영이다.
1999년 서울 강남 신사동에 1호점을 개점한 올리브영은 2002년까지 매출액이 100억원 미만이었다. 하지만 뷰티산업이 성장하고 독특한
마케팅이 효과를 내면서 올리브영의 매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03년 108억원이던 매출은 2007년 537억원, 지난해 1360억원으로 늘었다.
CJ올리브영 김은진(마케팅팀) 대리는 “올리브영에서는 가장 트렌디하고 인기있는 다양한 상품을 쇼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9월 1일 개장한 서울 잠실의 디지털파크. 화장대처럼 생긴 체험 공간에서 한 여성 고객이 고데기를 사용해보고 있다.
그 옆에선 오디오를 파는데, 오디오 제품 한 개마다 의자가 놓여 있다. 고객은 모델별로 음질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디지털파크 잠실 월드점은 약 3900㎡의 공간에 9000여 개의 상품을 취급한다. 컨셉트는 고객에게 제품체험공간을 확실하게 주겠다는 것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고객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가전제품 매장에 ‘특별한 체험공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며 “가전제품을 파는 다른
오프라인 매장이 부진의 늪에 빠진 것과 달리 디지털파크의 매출이 성장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2009년 서울역점에 처음으로 디지털파크의 문을 열었다. 잠실 월드점은 아홉 번째 매장이다. 디지털파크는 디지털 가전제품과
함께 액세서리와 소모품을 판다.
롯데마트가 디지털파크 매장을 따로 꾸민 이유는 마트의 강점분야인 식품 외에서도 경쟁력을 얻기 위해서였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일반매장을 디지털파크로 전환한 뒤 가전부문 매출이 40%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