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로부터 20여년 전 국내엔 희한한 신드롬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사회적인 현상으로 볼
수도 있었던 신드롬 현상은 바로 무술을 배울 수 있는 체육관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배우
고자 하는 중, 고등학생들이 넘쳐났던 시절이었단 것이다. 그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
가를 살펴보면 바로 홍콩 액션 영화의 붐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당시 무술을 배우고 있던 학생들 중 이미 실전 액션 무술인 이자 전설이 되어버린 [이소룡]
이란 무도인으로 인해 혹독한 수련을 하고 있을 때며, 느닷없이 정통 무술 액션이 아닌
“취권”이란 코믹 무술로 일순간에 한국 영화 팬들을 사로잡으면서, “프로젝트A 1편 2
편” “쾌찬차” “용형호제”의 영웅 [성룡]에 매료된 팬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었다.
홍콩 액션 영화가 해일처럼 밀려들면서 [홍금보] [원표] [견자단]등 액션 배우를 닮기 위해
너도 나도 체육관에 입관하여 수련을 했었다. “나도 저들처럼 멋진 무술을 보여 주겠다”
란 일념 하나로 차고, 찌르고, 던지고, 맞고, 때리는 등 처음엔 무작정 다른 이들에게 보여
주기 위한 무술을 배우다가 무술이란 자체에 매력을 느껴 정통 무술인이 되겠다고 밥만 먹
고 수련만을 고집한 이들도 생겨났었다.
현재의 국내 영화계에 종사하는 무술 감독들 대부분도 홍콩 액션을 보고 무술을 시작한 케
이스이고 이젠 무술이 직업이 된 영화인들이란 사실이다. 얼마 전 개봉한 “아라한 장풍 대
작전”을 연출한 [류승완] 감독도 과거 홍콩 액션 영화의 마니아란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며, 영화 속에서 5인의 도인들을 빗대어 “오복성”이란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
홍콩 액션 영화를 관람했던 이들이라면 “오복성”이 영화 제목이란 것을 알고 있다. 그렇
게 홍콩 액션 영화를 통해 매트에서, 공터에서, 산에서, 바다에서 무술 수련 했던 시절이 있
었다는 것이다.
[이소룡]을 지나 [성룡] [홍금보] [원표]를 거쳐 [견자단]과 [이연걸]로 이어졌던 홍콩 액션
배우들 스스로의 스승으로 모시면서 무도인의 꿈을 키웠던 시절은 무술 하는 사람들에게 현
재도 회자되는 배우이자 무도인 이란 사실이다. 하지만 홍콩 영화계의 블랙홀 같은 침묵으
로 인해 더 이상 국내 영화 팬들은 홍콩 액션 영화를 찾지 않게 되었고, 서서히 국내에 우
후죽순 생겨났던 체육관들도 줄어드는 관원들로 인해 문을 닫는 곳들이 늘어났었다. 90년대
를 지나 2000년대를 보내고 있는 현재 20여년전처럼 액션 영화를 관람하고 체육관을 찾는
이들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더 이상 육체를 혹사하면서 수련을 하겠다는 10대들이나
성인들을 거의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필자가 이렇게 20여년 전의 사회 현상을 운운하고 당시의 액션 배우를 거론하는 것은 앞으
로 개봉 될 액션 영화가 한 편이 당시의 현상과 추억을 들춰 내주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
산 국제 영화제에서 먼저 국내 영화 팬들에게 선보였던 영화로 이미 인터넷상에 영화가 떠
돌고 있었고, 이 영화를 본 네티즌들은 “지금까지 본 액션 영화 중에 최고의 액션을 보여
주었고, 와이어 액션이 아닌 실전 액션을 중력이 느껴지는 영화”라 하면서, 침이 마를 정도
의 칭찬이 일색이었으며, 이런 정보를 습득한 영화 팬들은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상영관을
찾았고, 두 번의 상영 때 매진을 기록 하였다. 소문에 의한 선택된 관람을 한 영화 팬들은
“소문은 사실이었다.” “이 영화를 꼭 보아야 한다.” “영화가 아니라 실전 격투를 스크
린을 통해 지켜본 것이다”등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상태에서 글 들을 남겼다.
영화를 제작한 국가는 “태국”이다. 영화에 대한 낯선 “태국”이란 국가에서 제작된 영화
“옹박”은 자국에서 7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 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영
화의 주인공 [토니 쟈]는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일약 스타덤에 앉으며, 국민적인 영웅이 되었
다. 액션 영화에 관심이 있는 언론인들 가운데 “옹박”에 대한 정보를 습득한 분들은 영화
가 수입되어 개봉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을 때, 모 영화의 언론 시사장에서 상영
된 예고편에 처음으로 “옹박”이 소개 되었고, 멋지고 화려하며 파워 풀한 액션에 모두들
신기한 듯 예고편에 심취되자마자 영화의 제목 “옹박”이 커다랗고 선명하게 방점을 찍는
순간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는데 이유는 촌스러운 영화 제목 때문이었다.
“옹박”의 내러티브는 영화에 등장하는 한 마을의 불상 이름이다. 이 불상의 머리가 도굴
범들에 의해 사라지게 되고, “옹박”의 머리를 찾기 위해 무에타이 전수자인 [팅:토니 쟈]
이 도시로 향하면서 도굴단들과 맞붙게 된다는 아주 간단한 이야기 구도를 가진 영화이다.
대부분 액션 영화의 내러티브는 간단하다. 선과 악이 맞붙고 결말은 악은 응징되고 선은 승
리한다는 것이다. 정확한 이분법적 논리가 적용되고 철저하게 기본에 따른다는 것이다. 단순
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바로 화려한 불거리에 있
다.
“옹박”의 화려한 볼거리는 우리의 주인공 [팅]이 보여주는 무술 액션에 있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주인공의 무술을 보는 순간 필자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맥박이 빨라지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토니 쟈]가 펼치고 있는 무에타이의 파워풀한 무술 실력에 그만 넋을 잃었
다고나 할까.. 20여년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해왔던 필자이기에 [토니
쟈]의 무술 동작 하나하나에 온 신경이 집중 되었고, 상대를 제압하는 타격과 스피드에 절
로 탄성이 나왔다. 스턴트 액tus이라고 할 수 있으나, 스크린 속에 펼쳐지는 액션은 마치 실
전 격투를 연상케 하므로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엄청난 파워를 자랑한다. 무술에 대해서
조금만 안다면 [토니 쟈]가 신명나게 자신의 기술을 보여주는 무술 동작들에 대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토니 쟈]는 무에타이를 17여년간 수련해 왔다고 한다. 하나의 무술만 17여년간 해 왔다는
것은 무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것이고, 자다가도 동작이 되는 경지에 오른 상태인 셈이다.
“무에타이”의 타격 중 가장 강한 타격은 상대의 목을 양손으로 잡고 복부나 옆구리를 가
격하는 무릎치기와 얼굴을 타격하는데 있어 강한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팔꿈치 치기는
“무에타이”의 기본 타격술에 속하는 기술이다. [토니 쟈]의 무릎치기와 팔꿈치 타격이 영
화 속에서 자주 보여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으며 인간의 신체 중 가장 강한 곳이기 때
문이다. 즉 관절 부분이 신체 중에 가장 강하다는 것이다.
[토니 쟈]의 무술 동작 중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동작은 공중에서 역회전에 걸렸음에도 불
구하고, 상대를 타격하는데 그저 묘기처럼 보여지는 아크로바틱한 동작이 아니라 상대에게
강한 충격을 줄 만큼의 타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육체를 이용한 타격술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무기술까지 선보이고 있어 할말을 잃게 만들었다. 영화를 관람하면 분명 알 것
이다. 필자가 유난을 떨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유를 말이다. 영화 속엔 한 시절을 풍미했
던 액션 배우들의 동작들이 보여지는데 필자의 사견으론 아마도 감독의 오마쥬가 아닌가 싶
다.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놀 만큼 무술에 심취하게 만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한 편의 무술 영
화를 관람하고 나면 무작정 체육관으로 달려가 샌드백을 두드리게 만들었던 시절.. 친구들과
“나는 이소룡이다..” “나는 성룡이다..” “나는 이연걸이다..”라면서 각자가 좋아하는 액
션 배우의 흉내를 내면서 무술 동작을 따라하며 흉내 내었던 시절.. 흥분을 감출 수 없었던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 영화 “옹박”은 새로운 액션 스타를 예고하고 있다. 현재의 10대들
이 이 영화를 관람한다면 20여년전 그러니깐 지금의 30대이상의 장년들이 그랬던 것처럼 무
술을 배우기 위해 체육관으로 향하지 않을까 묘한 상상을 해 본다. 그리고 [토니 쟈]를 자신
의 스승으로 섬기는 10대들이 나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