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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05
S#1. 도화서 마당 / 낮
홍도, 안타깝게 향시계 보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재가 천천히 떨어지는데..
그 순간, 윤복, 세필로 동자승 둘의 눈을 찍으며...
윤복이 붓을 놓는 것과 동시에, 마지막 향시계 툭! 떨어지고,
관리1, 붉은 깃발 올린다.
관리1 : 시험 종료!!!
고봉, 저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장효원, 고봉을 노려본다. 생도들, 화원들 감탄하고,
여기저기 물감이 묻은 얼굴로 벌떡 일어나 홍도 보는 윤복.
윤복 : 되었습니다! 스승님!
홍도, 조금 물러서 있고, 화원들, 생도들의 그림을 걷어가는 광경 보이는데,
홍도 옆을 스쳐가는 장벽수.
장벽수 : 잘 마쳤군. 허나, (미소 지으며) 여기는.. 도화서란 것을 잊지 말게. (홍도 어깨 툭툭 치면)
홍도 : (불길한 얼굴로 장벽수 보고)
S#2. 도화서 / 생도청 교육장 / 낮
<단오풍정> 화면에 가득 찬 가운데,
예조판서(소리) : 이것 참
김덕성(소리) : 기가 막히는군.
도화서 강당 내에 가득 찬 생도들의 그림.
긴 막대기를 든 장벽수와 그를 둘러싼 원로들, 예조판서와 관리들 보이고... 그들은 모두 윤복의 그림 앞에 서 있다.
장벽수 : 이 그림의 여인들은 벗은 몸을 드러내고도 태연자약하며, 그 표정 또한 음탕하기 짝이 없습니다.
게다가 훔쳐보는 남자들의 천박한 인상은 저잣거리 잡화에나 어울리는 묘법입니다. 또, 이 색을 좀 보십시오.
예조판서 : .. 색은 어떤가?
장벽수 : 색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홍도 : 색을 많이 쓰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장벽수 : (홍도 보며) 색은 절제하고 다스려야 할 대상이지 과하게 불거져서 그림의 형상보다 눈에 띄면 아니되지 않는가?
홍도 : 왜 그렇지요?
장벽수 : 좋은 그림은 자기 존재를 과하게 드러내지 않는 법이네. 각 그림마다 그 용처에 맞는 것이 훌륭한 그림이야.
허나, 이것은 어떤가? 세시풍속을 보여주는 그림에서, 부러 여인의 벗은 몸을 그려넣어 보는 사람의 시선을 끌고,
온갖 색조를 사용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이는 그림 자체로는 자신이 없어서
다른 것으로 시선을 끌려고 하는, 천박하고 조잡한 잡재주에 불과하네.
홍도 : 말인 즉, 이 그림은 마음을 움직이고 혼을 흔드는 힘을 지닌 것이라는 말 아닙니까.
말해 보십시오. 도화서의 어떤 화원이 이렇게 한 장의 그림으로 사람들을 울고 웃게 할 수 있겠습니까?
장벽수 : 재능이 돋보이긴 하나, 도화서의 근본 자체를 무시했네.
홍도 : 별제 어른!
장벽수 : 자네는 심사할 수 없는 자 아닌가? 통, 략도 줄 수 없는 자가 무얼 하러 말을 섞는 것인가?
홍도 : 별제 어른! 별제 어른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 아닙니까. 한 번만 저 그림을 제대로 보십시오.
정녕 저 자연스러움, 저 생생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까?
홍도(소리) : (그림 보는 화원들의 얼굴 위로) 단 한 장의 그림으로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저 능력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장벽수 : 자네가 뭐라고 억지를 부려도 이것은 불통이네. (화원들에게) 그렇지요?
원로들 : 암/ 저리 불경한 그림은 보다보다 처음 보네 / 쯧쯧.. / 재주가 과해 / 천박하군
원로들, 각자 들고 있는 채점표에 붓으로 기록하며 다음 그림으로 옮겨간다.
홍도 : 별제 어른! (지나가는 김덕성 붙잡고) 복헌(김덕성의 호) 어르신!
김덕성 : (홍도 어깨 치며) 딱하게 됐군. (지나가고)
홍도 : (안타깝게 윤복 그림 보는데)
장벽수 : (홍도 스쳐가며) 이제 진짜 별리(=이별)로군. 이거 보고싶어 어쩌지? 허허..
홍도 : 도화서는.. 이제 완전히 썩어버렸군요. (장벽수 보며) 썩어버렸습니다! (나가면)
S#3. 도화서 / 화원회의실 앞 복도 / 낮
홍도, 화원회의실 문 벌컥 열고 나와 성큼성큼 걸어가면,
원로들, 고개 내밀어 홍도 보고,
김덕성 : (홍도 보고 혀 차며) 쯧쯧.. 저놈의 성질은 여전하군.
장벽수 : 저 자는 원래가 도화서에 어울리는 자가 아니네. 제 발로 나간다니, 고마운 일 아닌가? 신경 끄게. (빙글거리며 들어가고)
내관1(소리) : 금번 화원취재 결과를 발표하겠다.
S#4. 도화서 마당 / 낮
생도들(윤복, 장효원, 술태, 고봉, 만보) 모여 있고, 장벽수, 홍도, 신한평, 김덕성이 그들 옆에 있는 가운데
내관1, 두루마리를 펼치고 내관2는 두루마리가 땅에 닿을 위치에 한 쪽 무릎을 세우고 앉는다.
내관1 : 수석, 도화서 화원 장효원.
장효원, 만면에 웃음을 띠고.. 꼬붕과 생도들 어깨를 치며 축하하고,
장벽수도 그제야 미소를 보이고... 원로들, 장벽수에게 축하인사 하면,
홍도 : (윤복에게) 들을 것도 없다. 이깟 화원 취재, 어차피 정해진 자가 입격하게 되어 있어. 나가자.
윤복 : 스승님.
내관1 : 총 열한 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모두 통을 받아 오십오분(주 : 한명 당 최고점은 5분, 따라서 25분은 100점 만점을 뜻함)을
차지하여 최고점을 획득하였다.
고봉 : 이야! 역시, 생도장! (장효원 앞에 엄지손가락 치켜올리며) 응?
장효원 : (좋으면서 괜시리) 어차피 누군가는 붙게 되어 있는 시험인 것을, 뭘 그리 호들갑을 떠냐?
홍도 : (윤복 잡아끌고) 뭘 하고 있느냐? 어서 나오라는데!
윤복 : 스승님, 제가 이번 취재에 떨어지면 스승님은 한양을 떠나야 하지 않습니까.. 저는 끝까지 듣겠습니다.
홍도 : 됐다. 넌 할 만큼 했어. 문제는 도화서지 네가 아니다. 가자.
내관1 : 그리고...
술태 : 그리고?
윤복 : (내관1 말 듣고, 홍도 잡으며) 스승님, 잠깐 기다리십시오!
생도들, 뜻밖에 내관1의 목소리에 조용해지는 가운데,
내관2, 두루마리를 꺼내 벽에 붙인다. 그것은 심사표다!
가로로는 심사위원의 이름이 쓰였던 흔적, 먹으로 가려져 있고, 세로로는 생도들의 이름이 쓰여진 심사표.
각 생도마다 ‘통’ ‘략’ 글씨가 쓰여져 있고, 점수가 합산되어 있다.
장효원과 신윤복의 이름 위에는 붉은 색 점이 커다랗게 찍혀있고,
신윤복에게만 열 두 번째 심사위원이 첨가되어 있다.
심사위원의 이름란은 공백으로 비워져 있고 ‘통’이라는 글자만 쓰여져 있다.
생도들, 그 심사표를 보는 위로,
내관1 : 특선 도화서 화원 신윤복.
신한평 : 그렇지!
윤복 : 특선, 이요?
장벽수 : 특선 화원이라니, 이게 어찌된 것입니까?
내관1 : (두루마리 보며) 위 생도는 열 두 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심사를 받았으며,
한 개의 통을 받아 도화서 화원 취재에 합격하였다.
생도들 : (술렁이고)
장벽수 : (심사표의 ‘신윤복’ 이름 가리키며) 어찌 이 아이만 열 두 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심사를 받았습니까?
고봉 : 도대체 열 두 번째 심사위원은 누구입니까?
장효원 : 누구입니까? 어떻게 이름도 적지 않은 자가 윤복이를 합격시킬 수 있는 것입니까?
생도들, 내관1 보고... 윤복도 내관1을 보는데,
내관1 : 그 분은... (장벽수 보면)
장벽수 : 그래, 누구란 말입니까?
예조판서 : 그 분은, 주상전하시다.
장벽수 : 주상... 전하???!!!
잠시 조용했다가 술렁이는 생도들.
윤복, 놀라서 홍도를 본다.
홍도, 장벽수 보면.. 장벽수의 얼굴 굳으며 예조판서 보고,
장벽수(소리) : 대체 어찌된 일입니까?!
S#5. 정조의 사무공간 / 낮 / 회상
예조판서, 단오풍정 그림을 펼쳐 들고, 힘들어서 팔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
정조, 의자에 앉아 한 팔 기댄 채 단오풍정을 보고 있다.
예조판서(소리) : 기어이 보셔야 겠다고 하는 걸 어찌 하겠는가?
정조 : 노골적이군. 과연 열 한 명의 도화서 원로들이 모조리 ‘략'을 준 이유가 있어.
예조판서 : 맞습니다 전하. 이 그림은 노골적인 춘화입니다. 그럼, 그림을 물리겠습니다. (그림 말기 시작하면)
정조 : 멈추라!
예조판서 : (정조를 보면)
정조 : 모르겠는가? 이 그림의 가치를?
예조판서 : ..주상..전하께서도 이 그림을 속되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정조 : 그것이 바로 핵심이네. 이 풍경은 얼핏 눈에 익은 듯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네. 단오절에 여인들이 목욕하는 곳은
남자들에게 금단의 구역이지 않은가? 볼 수 없다는 말이네. 본다고 해도, 여인들이 잔뜩 경계할 것이네. 안 그런가?
예조판서 : (그림 보며)
정조 : 그런데, 이것은 상상한 것이 아니야. 직접 본 것이네. (내려서서 그림 뜯어보며) 솜씨도 대단하지만, 무슨 조화를 부렸는지,
여인들이 경계하지 않도록 만들었어. 이 얼마나 자연스러운가? (그림 직접 들고 보며) 이것은 보이는 것 너머를
꿰 뚫어본 자의 솜씨다. 겹겹이 가려진 껍질 속에 숨겨져 있던.. 있는 그대로의 인간...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예조판서 : (쩔쩔매는데)
S#6. 도화서 / 장벽수의 방 / 낮
예조판서 앉아있고, 책상 사이에 두고 장벽수가 똥씹은 얼굴로 예조판서 보고 있다.
예조판서 : 그렇게 된 것이네.
장벽수 : (호두 틀어쥐면)
관원1(소리) : 일배!
S#7. 도화서 마당 / 낮
윤복과 장효원, 화원복을 입고 절을 하고 있다.
윤복과 효원 앞에는 의식을 치루는 탁자에 향이 피워져 있고,
뒤로는 생도들과 화원들, 원로들이 열을 맞춰 엎드려 있다.
윤복 뒤에는 신한평이, 효원 뒤에는 장벽수가 화원복을 들고 서있고,
신한평 옆으로는 홍도가, 장벽수 옆으로는 화원2가 서있다.
예조판서 : (관원1에게 두루마리 받아 펼치고) 정유년 오월 오일 화원시험의 결과, 도화서 생도 장효원, 신윤복이
화원으로 입격하게 되었다.
예조판서(소리) : (배경으로 깔리며-관원1이 윤복, 효원에게 나오라고 하기전까지) 장효원은 본래 숙련된 솜씨로
도화서의 엄격한 양식에 한 치의 어긋남이 없는 화풍을 전승하여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신윤복은 생도 중 유일하게 화제를 바탕으로 세시풍속을 그려 주상전하께서 특별히 화원의 자격을 내려 주셨다.
하여, 주상전하를 대신해 도화서 제조를 맡은 예조판서 김시업이 백패를 내려 두 사람을 화원으로 임명한다.
홍도 : (옆에 선 장벽수에게, 작게) 이제 저도 한양에 머물게 되었으니, 별제 어르신이랑 좋-은 추억을 만들 일만 남았습니다.
장벽수 : (효원 윤복 보는 채로, 작게) 그래. 어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한번 만들어 보자구. (이 악 물고) 하나-, 하나- (홍도 보면)
신한평 : (윤복 보며) 어이쿠, 이제 임명을 하려나 봅니다. (빙긋 웃으면)
장벽수 : (신한평 보고..., 한평이 얄밉다.. 끙-)
관원1 : 화원 신윤복, 장효원은 앞으로 나오라!
윤복과 효원, 일어서서 앞으로 나간다.
윤복, 앞에 서서 뒤돌아 보면, 신한평 옆에 서 있는 홍도 보인다.
그 시간, 예조판서, 관원1이 건네준 백패(주 : 잡과에 합격한 자에게 주는 임금의 교지)를 들고 읽는다.
예조판서 : 화원 신윤복. 별 일등. 제 이인. (주 : ‘신윤복은 특별 화원으로 합격하였으며, 성적 순위는 2등’ 이라는 뜻) 입격자.
정조1년. 오월 십 일(주 : ‘합격일자는 정조1년 5월 10일’이라는 뜻). (백패 말아 윤복에게 건네면)
윤복 : (백패 받고)
예조판서 : (관원1이 건네준 해시계 들고) 화원 신윤복은 왕실의 화원으로서 소임을 다할 것을 명하노라.
윤복 : (해시계 받으며) 명 받잡겠습니다.
윤복, 고개 숙였다 일어나면, 화원복 입은 윤복의 반짝이는 눈 보이며,
S#8. 타이틀
붓으로 쓰여지는 글씨, [바람의 화원] 五畵
‘아하하하’ 신한평과 사람들의 웃음소리 들리는 가운데...
S#9. 신한평의 집 / 사화서 / 낮
잔칫상 차려져 있고, 사람들 북적이는 가운데 손님들 속속 도착하면,
화원복을 입은 신한평이 도착하는 손님들을 안으로 안내한다.
생도들(술태, 만보, 고봉 포함), 한 상 차지하고 앉아 먹고 있다가 지나가는 신한평 보자 인사하면,
신한평 : (술태 어깨 두드리며) 그래그래. 많이들 먹거라 응? (들어오는 손님 쪽으로 가며) 어이쿠, 이거, 관상감 별제께서도
와주셨군요. 아니, (뒷편 손님에게) 이판(=이조판서)어른! 아이구, 와 주셨군요. 들어오시지요.
이판 : 그 어렵다는 화원 시험을 단번에 통하다니, 과연 대대로 내려온 화원집안 답군.
신한평 : 아이구, 감사합니다 어르신. (이판 들어가면, 둘러보며) 윤복이 이 놈은 어디가서 뵈질 않아?
S#10. 신한평의 집 / 중문 / 낮.
화원복 입은 윤복, 떡을 한 입 베어 먹으며 중문 지나는데,
신한평처 : (윤복 앞에 서며) 아주 신이 났구나.
윤복 : (인사하며) 어머니.
신한평처 : 지 오라비는 단청소에서 피죽도 못 얻어먹고 고생을 하는데, 그래, 그 떡이 넘어가더냐? 배은망덕한 것 같으니.
윤복 : (떡 손에 감추며 꾸벅) 죄송합니다.
신한평처 : 분수를 알아야지. (가며) 어디서 저런 애물단지를 주워와서..
윤복 : (떡 먹으려다 말고)
S#11. 신한평의 집 / 윤복의 방 앞 툇마루 / 낮
방 앞에 와서 풀썩 누워 눈 감으면,
영복 : 잘 했다 윤복아.
윤복 : (눈 번쩍 뜨고 앉아) 형!
달려가 영복이 벌린 팔에 콱 안기는 윤복.
영복 윤복의 화원복 입을 모습을 보며 윤복을 빙글빙글 돌린다.
윤복 : 어지러 어지러 형...
영복 : 장하다 내 동생! 정말 장해! 이 멋진 화원복이 어째 내 동생을 기다린듯 하니 딱 이구나.
윤복 : 형이 입으면 더 잘 어울렸을 텐데... 미안해.
영복 : (툇마루에 앉으며) 그래, 효원이랑 너랑 단 둘이 화원 시험을 통했다고?
윤복 : (영복에게 붙어 앉으며, 손사래) 말도 마시오. 겨우겨우 시간에 대서 내느라 죽는 줄 알았다니까.
영복 : 나는 3년 동안 못 한 것을 너는 단번에 화원이 되다니, 참으로 대단하다.
윤복 : 형. (영복 돌아보자 소매에서 해시계 꺼내 내밀며) 이거.
영복 : 이게 뭐냐?
윤복 : 형 아니었으면 화원이 되지 못했을 거야. 형이 가져.
영복 : (해시계 보고, 윤복 보며) 윤복아..
허옥 : (발 까딱거리며 하늘 보고 혼잣말처럼) 해 넘어가는 소리 들리네-
윤복 : (영복 옆에 선 허옥 보고) 누구?
영복 : 단청소 백백선생님 손녀 되는 허옥이다.
윤복 : (영복에게, 작게) 예는 왜 데리고 왔소? 혹... 정인?
허옥 : (마루에 턱 걸터앉아 들고 있던 약초바구니 내려놓으며) 언감생심!
윤복 : (불쾌한 듯 허옥 보면)
영복 : 괘념치 말거라.
허옥 : 할아버지 오기 전까지 단청소에 돌아가려면 서둘러야 할 텐데?
윤복 : 형님, 저녁은 먹고 가야지?
허옥 : (하늘 보는 채로) 누구처럼 꽃놀이 하는 사람인줄 아나? 단청공이?
윤복 : 뭐요?
허옥 : (기지개 켜며) 아우- 지루해! 안 갈 거야? (가면)
영복 : (윤복 막으며, 허옥 흘끔 보고) 이제 가 봐야 겠다. (얼른 따라가며) 다시 들르겠다. 잘 지내거라.
(윤복이 준 해시계 들어 보이고 허옥 따라 가면)
윤복 : 독한 꽃이로군. (웃음소리 들리는 사랑채쪽 보며) 단원 선생님은 또 어딜가셔서 안 오시는 거야?
S#12. 주막 / 방 / 낮
진지한 홍도의 얼굴.
옆에 공씨 앉아있고, 앞에는 열여덟쯤 되는 여자아이 하나 앉아있다.
홍도 : 그래, 어디서 어머니를 잃었다고?
여자 : (갸웃거리며) 그러니까... 잘 기억이...
홍도 : 얼굴을 기억하느냐? 어머니 얼굴 말이다.
여자 : (자신있게 끄덕끄덕) ...
홍도 : 어머니 얼굴에 점이 있었더냐?
여자 : 점이요? (곰곰 생각하더니, 코 옆 가리키며) 여기..
홍도 : (코 옆 가리키며) 여기?
여자 : (끄덕이고) 포도씨 만한게... (코 옆 콕 찍으며) 여기..
홍도 : 흠, 포도씨라. 수박씨가 아닌 게 안타깝구나.
S#13. 주막 앞 길 / 낮
주막에서 나오는 홍도. 공씨, 얼른 따라와 옆에 붙는다.
공씨 : 10년도 더 된 일인데, 기억이 희미할 수도 있지 않소? 더 좀 물어보지 않고?
홍도 : 있지도 않은 점이 (코 옆 가리키며) 요기 있다잖소, 포도씨 만한게! 근데, 저 아이는 어디서 찾았소?
공씨 : 전에 말해준 그 집 근방을 뒤지다가, 고 아랫동네 최참판댁에서 10년 전쯤 길에 울고 있는 어린애를 데려와
종년으로 부린다기에 가서 데려왔소.
홍도 : 그래. 접근 방식은 아- 주 좋소. (어깨 치며) 계속 수고해 주게. (가면)
공씨 : 또 어딜 가시오?
홍도 : 글쎄, 알 것 없고. 수고해 주시게. (가면)
공씨 : 이보시오! 아, 단원선생! 나도 바쁜 사람이라고!
S#14. 신한평의 집/ 문 앞/ 낮
사람들 문을 빠져나가고 있고, 신한평과 윤복 옆에 서서 인사하고 있다.
신한평 뒤로 이인문도 보인다.
신한평 : 그럼 살펴 가시지요. 이판 어르신.
이판 : 그래. (윤복의 어깨 툭툭 치며) 정진하게. 젊은이. (나가면)
윤복 : 예. (문 밖 기웃거리고)
신한평 : (안으로 들어가다가 돌아보며) 누굴 기다리느냐?
윤복 : 아닙니다. (들어가면)
신한평 : (이인문에게) 다들 가셨는가?
이인문 : 예. 생도들 몇 명이 취해서 술판을 벌이고 있고, 다른 손들은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S#15. 신한평의 집 / 뒷 마당 / 저녁
윤복, 안으로 들어서는데,
홍도(소리) : 자기 잔칫날에 왜 그리 죽상이야?
윤복 : (벽에 기대서 있는 홍도 보고, 화색이 돌며) 스승님! 어디 있다 이제야 오십니까?
홍도 : 이제야 화원이 되었구나. 네놈 한 놈 화원 되기가(너무 어려워)
이인문 : (홍도 말하는 중 다가오며) 윤복이 어디 있느냐? 이조 좌랑 어른께서 가신다고 찾으시는데,
(하다가, 홍도 보고) 단원 왔는가?
홍도 : 유춘. 있었군.
이인문 : 그래. (홍도에게 나직이) 그 아이는 만나 보았는가?
홍도 : (윤복 슬쩍 보고, 나직이) 그 아이가 아니더군. 하루아침에 그렇게 어미아비를 다 잃고..어디서 밥이나 제대로 먹고 사는지..
윤복 : (홍도와 윤복 사이에서 눈알 굴리다가) 누굴, 찾으십니까?
이인문 : 참 딱하게 됐어..
홍도 : 어디에 있는지.. 난 말이지, 딱! 보기만 하면 알아볼 것 같은데..
홍도(소리/홍도 보는 윤복 얼굴 위로) : 꼭 명이처럼 생겼을 텐데.
홍도 : (윤복이 들고 있는 떡 빼앗아 먹으며) 미색이 고울 거야. 그렇지?
윤복 : (홍도가 쳐다도 보지 않아 삐진) 전 그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버지께서 찾으신다고 하시니, (돌아서려면)
홍도 : (윤복의 팔 잡고) 기다리거라. (윤복의 귀에) 전할 말이 있으니.
이인문 : (팔짱 끼고 생각에 잠겨) 명이가 유명한 금기였으니, 어느 기방에 있을 지도 모르겠군. (생각에 잠겨 뒤돌며)
윤복 : (홍도 옆에 붙어) 무엇입니까?
홍도 : (윤복 귀에 대고 작게) 익일 술시에 광통교 아래로 오너라. 은밀히.
이인문 : (골똘히 생각하듯, 천천히 걸음 떼며) 재능이란 것은 송곳과 같아서, 불거져 나오게 되어 있으니. (홍도보며) 그렇잖은가?
홍도 : (얼른 이인문 보고 진지하게) 그래.. 그럴 지도 모르지...
윤복 : (‘무슨 일일까..’ 홍도 얼굴 보고)
세 사람 옆으로 지나가는 종놈. 종놈 따라가면,
S#16. 신한평의 집 / 뒷마당으로 가는 길(사화서 옆) / 저녁
사화서 옆에 서서 엿듣는 신한평 보인다.
신한평 옆으로 종놈이 지나가다가 꾸뻑 인사하자, 얼른 지나가라는 듯 손짓하는 신한평.
홍도와 윤복, 인문이 무슨 농담이라도 하는지 웃는 소리 들리고, 신한평의 얼굴은 심각해지는데...
신한평 : 그래. 단원이라면 저 아이를 알아볼지도 몰라... (홍도 보는 윤복의 얼굴 훔쳐보며) 저리 따르니... 어쩐다..
홍도와 윤복 웃는 얼굴 보이며,
조영승(소리) : 어찌 매번 마무리가 그리 허술한가!!
S#17. 조영승의 집 / 사랑채 / 밤
심각한 얼굴로 고개 숙이고 있는 장벽수.
조영승, 서안 앞에 앉아 있고 김귀주, 옆에서 찻잔 들고 눈 감고 있다.
장벽수 보고 있고.
조영승 : 도화서 일이니 알아서 하겠다더니, 번번이 이게 무슨 꼴인가?
장벽수 : 송구합니다.
조영승 : 이제 단원이 한양에 머무는 것은 기정 사실이니, 그 자가 무엇을 어찌 캐고 다니는지 잘 감시하게. 알겠는가?
장벽수 : 예.
김귀주 : 공연히 손놓고 있다 화를 자초하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네!
장벽수 : (진땀나는) 예...
S#18. 도화서 / 장벽수의 방 / 낮
서안 앞에 앉아있는 장벽수.
한종일 : (들어서며) 별제 어르신(앉으면).
장벽수 : 그래 단원의 동태를 파악하였는가?
한종일 : 예. 일전에 어찌 수소문을 하여 덕봉이란 자를 만났었다 합니다.
장벽수 : 덕봉이? 덕봉이라... 덕봉이라...
한종일 : 10년 전 별제로 계시던 강수항 어른의 사화서에 있던 자라 합니다.
장벽수 : (생각난 듯) 그래! 덕봉이! 그 자는 지금 어디 있는가?
S#19. 저잣거리 / 낮
어린애들, 신기한 듯 몰려있고... 어린애들이 보는 곳.
덕봉이가 혁필(주 : 가죽으로 물감을 묻혀 그리는 그림)로 문자도를 그리고 있다.
덕봉의 손길에 따라 꽃이 피고, 나비가 생기자 감탄하는 어린이들.
덕봉, 기분 좋게 그림을 그리는데,
장벽수(소리) : 잘 지냈는가, 덕봉이.
덕봉 : 누구.. (올려다보다 털썩 주저앉는 덕봉) 이, 이, 이당 선생...
장벽수 : 잘 지냈는가? (쭈그리고 봉의 혁필화 도구 만지며) 비록 화원은 못됐어도 도화서에 몸담았던 자가... 쯧쯧...
이런 혁필화로 연명하다니...
덕봉 : (장벽수 말하는 사이 벌떡 일어나 도망가면)
장벽수 : (덕봉 보고)
S#20. 저잣거리 / 옆 골목 / 낮
덕봉, 골목을 돌자마자 한종일에게 손목 비틀리고, 그 뒤로 장벽수가 미소지으며 다가온다.
덕봉이 들고 있던 혁필화 도구들 바닥으로 떨어져 흩어진다.
한종일, 한 팔로 덕봉 팔을 뒤로 돌려 잡고, 한 팔로 목 조르면,
장벽수 : (귀에 대고) 겁내지 말게. 내 뭣 좀 물어보러 온 것 뿐이네.
덕봉 : (겁에 질려) 저, 저, 저,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장벽수 : 단원을 만났다지?
덕봉 : 자, 자, 자, 자, 잘못했습니다..
장벽수 : 잘못하긴... 그럴 수도 있지. 그래, 단원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는가? (말하란 뜻으로 고개 끄덕)
덕봉 : 아, 아무 이야기도...
장벽수 : 자네.... 혹 10년 전 그 일에 대해 뭐라 떠든 것은 아닌가?
덕봉 : (갑자기 정색) 아,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아니예요!
장벽수 : (‘뭔가 있군’ 식- 웃고) 그래.. 자네 스승을 그리 만든 자들이 누군 지는 모르네만,
사람 하나쯤은 쥐도새도 모르게 없애버릴 수 있는 자들일게야. 조심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덕봉 : (겁에 질려있는)
장벽수 : 단원 그 자는 무서운 줄 모르고 그 일을 들쑤시나 본데, 자네가 연루되어 좋을 것이 없지. 안 그런가?
덕봉 : 저... 저는 아는 것도 없고...
한종일 : (덕봉의 목 조른 팔에 힘주면)
덕봉 : (목 졸려 켁켁대며) 마, 말, (한 손으로 한종일 팔 치며) 말 하겠!
장벽수 : (덕봉의 얼굴 톡톡 치며) 그래, 무슨 이야기를 했는가? 그것만 말하게. 내, 자네를 만났던것도 싹 잊을테니. 응? 걱정말고.
덕봉 : (한종일의 팔 조금 늦추자, 숨 쉬고는) 그... 그 아이가 살아있다고.
장벽수 : 그 아이라니, 누구 말인가?
덕봉 : 시, 십년 전... 죽은... 일월당 어른의 여식 말입니다.
장벽수 : 뭐? 서징의 딸이 살아있다?!
S#21. 김조년의 집 / 사랑채 / 밤
김조년 사랑채에 들어와 앉으면, 맞은편에 장벽수가 앉아 있다가 인사하고 앉는다.
조년 : 무슨 일로 별제께서 친히?
장벽수 : 내 자네가 너무나 걱정되어 가만있을 수가 있어야지.
조년 : 걱정이 되다니요?
장벽수 : (빙긋 웃으며) 그 아이가 살아 있다네.
조년 : ....
장벽수 : 잊었는가? 10년전에 죽은 화공의 여식 말이네.
조년 : 10년전... (굳는) ... 어디서 흘러나온 소문 입니까?
장벽수 : 소문? 단원 그 자 입에서 나왔대두 소문이라 믿겠는가?
조년 : ....
장벽수 : 단원이 그 여식을 찾으려고 백방으로 뛰고 있네. 정말 그 아이를 찾아 내기라도 하면 (조년의 눈치를 살피곤),
죽은 줄 알았던 아이가 멀쩡히 살아있다니... 대체 일처리를 어떻게 한겐가? 우상대감께서 이 사실을 알기라도
조년 : (OL) 원하는게 무엇입니까? (장벽수를 지그시 보는)
장벽수 : 역시 이해가 빠르군. 자네야 누구보다 화인의 재능을 알아보는 사람이니 간단히 말함세. 자네 화실이 완공되면
장안에 내노라하는 그림 애호가들과 줄이 닫을터, 그들과 내 다리가 좀 되어주게.
조년 : 최고의 화원이신데 여부가 있겠습니까.
장벽수 : 그리고 우리 효원이 말인데... 돌아오는 어진화사때 자네가 힘을 좀 실어줘야 겠어. 효원이가 수석화원만 된다면
내 더 이상 바랄게 뭐가 있겠나?
조년 : 힘을 써 보겠습니다.
장벽수 : (미소띄며) 그래, 그래야지. 이번일은 우상대감께 알리지 않겠네. 서징의 여식 문제는 자네가 책임지고 해결하게.
조년 : (그대로 동상 처럼) 이 사실을 아는 자가 또 있습니까?
S#22. 저잣거리 / 낮
덕봉, 혁필로 ‘잉어그림’ 그리고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설청이 나타나 덕봉을 주시한다.
덕봉, 어깨가 뻐근한지 고개 들고, 설청 슥 몸을 숨기고,
덕봉은 누군가 주시하고 있단 걸 눈치채고, 긴장된 손길로 혁필화 도구 챙기는 덕봉.
S#23. 저잣거리 / 방물점 앞 / 낮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도망치듯 뛰어오는 덕봉, 자꾸 뒤를 돌아보고,
맞은편에서 설청이 걸어온다.
덕봉과 설청이 슥 -- 스친다.
덕봉, 몇걸음 못가 비틀 하더니 풀썩 쓰러진다.
귀 뒤에 꽂혀 있는 독침, 눈 뜬채로 숨 깔딱 거리다 숨 끊어지고,
주위로 웅성웅성 모여드는 사람들.
사람들 뒤로 윤복이 방물점에서 나오는 것 보인다.
윤복 : 많이 파시오. (하며 방물점서 사온 나비 노리개 만지며 웃고)
웅성거리며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는 윤복. ‘무슨 일인가’ 잠시 눈길 주곤, 경쾌하게 걸어간다.
S#24. 계월옥 / 정향의 방 앞 / 낮
윤복, 계월옥 정향의 방 앞에 서서 문에 손 대는데, 문 벌컥 열린다.
단장을 한 정향과, 그 뒤에서 깜짝 놀라는(가야금 든) 막년 보이고,
정향 : 화공!! 이른 시각에, 어찌?
윤복 : (남자같이 과장) 큰 시험에 통하면 사흘간 유가를 받는다네. (장난) 뭘, 하나도 모르는 군?
정향 : (‘화원이 되었구나!’ 알고 기쁘지만, 짐짓) 그래, 무슨 시험에 통 하였기로요?
윤복 : (장난, 으스대듯) 잘- 생각해 보시게. 내, 무과를 봤겠는가? 역관 시험을 봤겠는가?
정향 : (픽 웃으며) 무과요? 창칼을 들 기력이나 있으신지요?
윤복 : 어허! 아녀자의 안목이란! 무슨 시험인지는 (정향의 어깨에 팔 두르며)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세. 내, 줄 것이 있으니.
정향 : (윤복의 팔 잡아 저지하며) 잠시만 기다리시지요. 손이 계십니다. 홀로 오신 손이라니, 그리 길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윤복 : (신나서 들어서다 멈칫하고) 그래? 꼭 가야 하오?
정향 : (웃으며) 금세 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시지요.
정향 가면,
윤복, 정향의 뒷태 보고 식 웃고는 나비 노리개 만지며 기분좋고...
윤복, 정향 방으로 들어간다.
S#25. 계월옥 / 마당 / 낮
정향, 앞서 가며 미소 짓는데... 가야금 든 막년이가 정향 앞을 알짱거린다.
정향 : 왜? (자기 얼굴 보는 막년 보고) 뭐가 묻었니?
막년 : (정향 보며, 놀리듯) 뺨이 발그레 해진 것이 고와서요. 기다리던 정인이 오셔 그런가?
정향 : (웃으며) 어서 가자. 빨리 갔다가 냉큼 돌아가야지, 화공은 워낙 깔깔하여 휭하니 가버리면 어쩌니?
나비란 늘 그런 식이란다. (가면)
S#26. 계월옥 / 손님 방 안 / 낮
주안상 차려져 있고, 술잔 단숨에 털어넣는 김조년.
복잡한 표정, 엷은 미소(또 피를 묻힌 것에 대한 자괴감이 더 큰)를 지으며 주전자 들어 술잔을 채운다.
단숨에 술잔을 비우고,
S#27. 계월옥 / 손님 방 앞 / 낮
방 앞에서 정향을 기다리는 계월, 방안 의식하며 ‘그럼 그렇지’ 오만하게 미소 짓고,
정향 막 들어선다.
계월 : (턱짓으로 방안 가르키며) 잘 뫼셔라. 안색을 보아하니 시름이 크신 모양이다.
정향 : (방 쪽으로 시선 주는) ... 뉘신데요?
계월 : 대행수 김조년 어르신이셔.
정향 : (표정 싸늘해지고) ...
S#28. 계월옥 / 손님 방 / 낮
방문 열리고, 정향 들어와 다소곳이 앉는다.
약간의 침묵 ---
조년 : (정향 보지 않은채) ... 오늘 밤 널 품을수 있겠느냐?
정향 : (놀라는) ....
조년 : (보지 않은채) 돈은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줄수 있다. 허락하겠느냐?
정향 : (싸늘하게) 한양땅이 다 아는 거부이신지라, 소녀 값을 크게 불러도 되겠습니까?
조년 : (그제서야 보는) ....
정향 : 나으리의 전 재산을 주십시요, 그리하시면 허락하지요.
조년 : (피식 웃는) ...
정향 : 왜 아까우십니까?
조년 : 됐다. 술 이나 한잔 따르거라.
정향 : 아까우실테지요, 어떻게 모으신 재산인데. 영세하고 힘없는 상인들 등치고 배문질러 모으신거 아닙니까.
조년 : (애써 태연한 척) 마음이 많이 상했나 보구나. 내가 실수했다.
정향 : (뼈가 있는) 나으리처럼 귀하신 몸이 천것의 마음까지 헤아려 주시니, 감동이옵니다.
조년 : (탁 쏘아본다) ....
정향 : 손이 계신지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일어나 나간다)
조년 : (자존심 무너지는) ... (정향이 나간 곳을 보며, 뭔가 결심하는 듯) 내 너를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만들어 주겠다.
S#29. 계월옥 / 정향의 방 / 낮
윤복, 정향의 방에 앉아 나비 노리개 만지며 미소짓는데,
홍도(소리) : 술시까지, 광통교로 오거라.
홍도(소리/문 밖 보는 윤복의 불안한 얼굴 위로) : 절대 늦어서는 안된다.
윤복, 붓을 꺼내든다.
S#30. 계월옥 / 정향의 방 앞 - 방 안 / 저녁
정향, 급히 걸어와 문을 벌컥! 여는데... 안에 아무도 없다.
정향, 얼른 방 안으로 들어오면, 이불 위에 놓인 종이 한 장.
종이 보면, 나비 노리개 모양(윤곽선만 그린 것. 노리개를 놓으면 맞아떨어지는,) 그려져 있고. 글씨 보인다.
윤복(소리) : 금명간에 다시 오겠소.
막년 : 무엇입니까?
정향 : 꽃이 없으니, 나비가 떠난 게지.. (털썩 앉으며) 조금만 지체하시지.. (종이 만지고)
S#31. 광통교 아래 / 밤
홍도, 광통교 아래 기대 있는데, 윤복이가 헐레벌떡 달려온다.
홍도 : 늦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윤복 : 늦었습니까? (둘러보면)
홍도 : 안 늦었다. 어서 가자.
윤복 : (따라가며) 헌데, 어딜 가는 것입니까?
홍도 : 너를 화원이 되게 해 주신 분한테 간다.
윤복 : 화원이 되게 해 주신 분..
홍도 : 열 두 번째 심사위원.
윤복 : 열 두 번째... (멈춰서며) 주, 상 전하?!!!
S#32. 정조의 처소 앞 / 밤
윤복, 벌벌 떨고 있고, 옆에 홍도와 홍국영이 있다.
홍도 : 괜찮느냐?
윤복 : (긴장한 채 끄덕이고)
홍국영 : 공적인 알현은 아니니 격식을 차릴 것은 없으나, 절대로 주상전하를 똑바로 보아서는 아니된다. 알겠느냐?
윤복 : 똑바로 보아서는 안된다...똑바로 보아서는 안된다....
홍국영 : (윤복 흘끗 보고, 홍도 보면)
홍도 : (고개 끄덕 하고)
홍국영 : (안쪽 향해) 전하. 화사 김홍도 신윤복 입시하였습니다.
정조(소리) : 들라 하라.
홍국영, 홍도와 윤복 보면,
S#33. 정조의 처소 / 밤
윤복, 납작 엎드려 있고, 윤복의 시선으로 정조의 발치가 보인다.
정조(소리) : 이 화공인가? 자네가 지켜보고 싶다는 화공이.
홍도 : 그러하옵니다.
정조(소리) : 고개를 들거라.
정조(소리) : (윤복의 시선에 따라 정조의 무릎, 허리, 가슴으로 조금씩 보이는 부분 많아지며) 조금 더. 조금 더. 조금 더.
윤복 : (정조의 목 부근 보다가) 더... 말이옵니까?
정조(소리) : (윤복의 시선에 따라 목 근처 보이는 위로) 더 들거라. 눈을 보고자 함이다.
윤복 : (고개 들어 정조 보면)
정조 : (빙긋 웃으며) 과연. 범상치 않은 눈을 가지고 있군. 신윤복이라 하였느냐?
윤복 : 예. 전하.
정조 : 어찌.. 귀 밑의 점까지 그대로 그렸느냐.
윤복 : (‘기다림’ 그림의 범인을 알다니... 놀라 정조 보고 홍도 보면)
홍도 : (자신도 놀라 정조 보고) 전하.. 어찌..
정조 : 이름을 쓰지 않아도 두 그림의 칼로 벤 듯 한 필획이 일치하니, 어찌 그 흔적을 가릴 수 있겠는가.
윤복 : (엎드리며) 전하- 죽여 주십시오..
정조 : 화공은 보이는 것을 그릴 뿐. 괴념치 말라. 다만, 단청소로 간 네 형을 구명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홍도 : 망극하옵니다. 전하-
정조 : 내 오늘 너희를 부른 것은, 두 사람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서이다.
홍도 : 그것이 무엇입니까 전하.
정조 : 두 사람의 그림을 보고싶다. (홍도 보며) 천재와 (윤복 보며) 그 천재가 인정한 천재. 두 사람의 그림 대결을 보고 싶다.
홍도 : 그림.. 대결이라 하시면..
정조 : 동제 각화(주 : 동제각화. 같은 화제로 각자 그림을 그리는 것을 말함)를 말함이다.
윤복 : 스승님과.. 말씀이십니까? (홍도 보면)
정조(소리) : (새카만 놈과 대결이라니.. 다소 불쾌한 얼굴로 정조 보는 홍도의 얼굴 위로) 이것은 승패를 가르는 대결이다.
정조 : 같은 소재로 각자 그림을 그려 오너라. 춤추듯 살아있는 홍도의 필선과 칼로 자른 듯 날이 선 윤복의 필선.
두 사람은 그 필선으로 도성의 살아있는 사람들을 그려 오라. 솔직한 모습 그대로.
윤복, 홍도 : (서로 보면)
정조 : 이틀 후, 해가 뜰 때 까지다. 은밀하여라.
S#34. 길 / 밤
홍도 걷고 있고, 윤복은 흥분상태, 홍도 앞으로, 옆으로 걸으며 알짱거린다.
윤복 : 스승님이랑 동제각화라니, (홍도보며) 무엇을 그리면 좋겠습니까? (손가락 입에 물고, 눈 굴리며) 도성의 사람들을 그리라..
도성의 사람들이라... (홍도에게) 뭘 그릴까요 스승님?
홍도 : 쫑알거리긴. 들어가서 푹 자고, 익일 해뜨기 전까지 화구를 챙겨서 (손가락으로 땅 가리키며) 여기로 나오거라.
도성을 살피려면 낮에 다녀야 하니. (은밀히) 은밀하여야 한다. 알겠느냐?
윤복 : (끄덕이고)
S#35. 신한평의 집 / 윤복의 방 / 밤
윤복, 붓이며 먹이며, 화구들 챙기는데, 문 열리고 신한평 들어온다.
윤복 : 아버지 오셨습니까.
신한평 : (앉으며, 화구들 보고) 무슨 일로 화구를 챙기고 있느냐?
정조(소리/ 멈칫, 하는 윤복 위로) : 은밀하여라.
윤복 : (한평 앞에 앉으며) 그저 갈무리를 해 두려고..
신한평 : 그래. 이제 너는 도화서 화원이니, 함부로 경거망동을 해서는 아니된다. 장차 어진화사를 하고 자비대령화원이 되려면,
열심히 배우고 정진하여야 하느니라. 알겠느냐?
윤복 : 예.
신한평 : 그래서 하는 말인데...
윤복 : (한평 보면)
신한평 : 단원..말이다. (윤복이 보면) 단원은..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좋은 사람이 아니다. 지나치게 어울려 다녀서 좋을 것이 없어.
윤복 : 단원.. 선생님이요?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신한평 : 그 자가.. 묘향산에 쫓겨간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다. (은밀히) 단원이 묘향산에 간 것도 10년 전이고..
너희 부모님이 비명에 가신 것도 10년 전이다. 이것이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윤복 : 단원 선생님이... 그 일과 관련이 있단 말씀이십니까?
신한평 : 어쨌거나,.. 그 자는 위험한 자이니, 조심하거라. 너무 가까이 지내서는 안된다. 알겠느냐?
윤복 : 단원 선생님이 그럴 리가 없습니다.
S#36. 길 / 새벽
윤복, 화구통 만지며 서 있는데...
신한평(소리) : 그 자는 위험한 자이니, 너무 가까이 지내지 말거라. 알겠지?
홍도 : 쥐콩. 왔느냐? (윤복 보면) 금일은 늦지 않았군.
윤복 : (피하며) 오셨습니까?
홍도 : (자기 화구통과 윤복의 화구통 보며) 도성을 휘젓기엔 거추장스러운데... (둘러보며) 어디 둔다...
(하다가) 아, (윤복에게) 따라 오너라. (가면)
윤복 : (불안한 눈으로 보다가 따라가고).
S#37. 서징의 집/ 낮
서징의 집으로 와 익숙하게 올라서는 홍도. 문 열고 들어가고.
윤복, 폐허가 다 된 그 집을 둘러보며 따라오는데..
윤복 : 여긴.. 어딥니까? (먼지투성이 마루, 잡초가 무성한 마당 보면)
홍도 : (문 열고 나오며) 지우의 집이다. 당분간 여기서 화사를 하도록 하자. (마당 가운데 선 윤복 보고) 뭘 하고 있느냐?
윤복 : (처마 끝이며, 부엌 보며 손으로 쓸어보면) 스승님의 지우... 그분이 누굽니까?
홍도 : 그거야 알 것 없고, 짐이나 어서 들여놓고 나가자. 이리 다오.
윤복 : 혹.. 10년 전 그 여인의 집입니까?
홍도 : (짐 들여놓다가) 뭐? 여인?
윤복 : 그, 유춘(=이인문) 선생님이 말씀하신 그 여인 말입니다. 찾았냐고 물어 보시던..
홍도 : (‘서윤’ 말이었군, 싶어 웃으며) 여인이라? 하하. 그것이 아니고,
윤복 : 쑥스러워 마십시오. 얼마나 애틋하기에 10년이나 찾고 계십니까?
홍도 : 그게 아니라 그 아이는, (하다가, 밖으로) 개자. (가고)
S#38. 다리 위 / 낮
홍도, 손가락으로 프레임 만들고 지나는 사람들 둘러보며 가는데,
홍도 : 무얼 그리면 좋겠느냐? 도성 풍경이라면, 사람들이 많은 저잣거리를 그릴까? 아니면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을 그릴까?
윤복 : 스승님, 궁금합니다. 말해 주십시오. 그 여인은 누구입니까?
홍도 : 쓸데없는 소리 말고 날래 오라!
윤복 : 거 보십시오. 그런 여인이 있으면서 어찌 정향이를 만나는 걸 이해하지 못하십니까? 이제 비긴겁니다.
홍도 : 날래 오라! (가면)
윤복 : (따라가고)
홍도와 윤복 지나가면, 그들 뒤를 쫓는 설청.
그리고, 그 뒤를 쫓는 또 한 명의 남자(홍국영의 수하. 이하 ‘수하’)
S#39. 김조년의 집 / 담장 밖 / 낮
동네 남정네들, 자리 다툼을 하며 담장에 매달려 안을 구경한다.
S#40. 김조년의 집/ 사랑채 마루 / 낮
조년, 계월 앉아 있고. 정향이 그 앞으로 서 있다.
마당에 여종과 머슴들도 한쪽에 숨어서 구경하느라 신났고.
마당 구석에 있는 막년은 발 동동 구르며 속상해 죽겠는.
정향 : (경멸하는 눈빛으로 조년을 본다) ...
조년 : (팽팽하게 시선 겨루다 보란 듯이 돌리는) ...
계월 : (조년에게) 미색을 보려면 앞태를 볼 것이요, 자태를 보려면 뒷태를 본다 하였습니다. 돌거라.
(정향 천천히 뒤돌면) 뒷태입니다.
조년 : (마치 물건 보듯 꼼꼼히 정향 뜯어보고)
계월(소리/ 정향 보는 조년 위로) : 어떠십니까?
조년 : (본심을 숨기고, 일부러) 눈요기는 되겠구나.
계월 : (조년의 속내를 꿰뚫고 있는 표정 짓곤) 여인의 미를 보려면 삼목을 보아야 한다지요. (정향에게) 보이거라.
계월(소리/ 정향의 목, 팔목, 발목 걷어 보이는 위로) : 목, 팔목, 발목, 이렇게 삼목이 가늘면 미인이라 합니다.
정향 : (수치심에 눈물이 그렁해지는) ....
계월 : (미소짓고)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 그 중에 평생을 함께 하는 것이 ‘치’라 하였으니, (정향에게) 이를 보이거라.
정향 : (이를 보여주고)
계월(소리/ 이 보이는 정향 위로) : 첫째는 색이 밝을 것이요, 둘째는 그 모양이 가지런할 것이요, 셋째는 그 크기가 고른 것이
좋은 이라 하였습니다.
계월 : 어떠신지요?
조년 : (정향 지그시 보다가) 눈 끝이 다소 긴 것이 흠이군.
조년(소리/ 눈 내리깐 정향과, 정향 보는 조년 위로) : 눈 끝이 흐르면 눈물이 흐르는 것이라 하여, 슬픈 일이 생긴다 하였는데...
계월 : 눈 끝이 다소 길긴 하나, 저 눈은 봉황의 눈이라. 재물을 불러올 눈입니다.
이 계월이가 그만 안목도 없이 저 아이를 들였겠습니까?
조년 : (부채 촥 펼치며 정향 보고)
정향 : (괴로움을 꾹 참는데)
계월 : 언제 들이겠습니까?
조년 : (부채 탁! 접으며) 이틀 후.
계월 : (좋으면서) 그렇게나 빨리요?
조년 : 곧 사화서가 완성되네. 현판식 때 선을 보이려면 금일이라도 데려다가 예를 가르쳐야 하겠네만,
정 붙은 곳을 쫓기듯 떠나는 것은 좋지 않을 듯하여 말미를 주는 것이네. (돈뭉치 던지며) 선금이네.
정향 : (툭 떨어지는 돈뭉치 보자, 가슴 ‘철렁’ 내려앉고)
조년 : (지긋이 정향 보며 미소짓고)
계월(소리/ 정향과 조년 마주보는 위로) : 이제 가야금 소리를 들어보시겠습니까?
S#41. 김조년의 집 / 낮
상을 따로 두고 식사를 하고 있는 김조년과 조년처.
조년처, 도도한 얼굴로 깎은 듯 앉아 입을 오물거리고 있다. 수저 소리만 들리는 숨막히는 식사시간..
조년, 밥 먹다가 조년처 보고,
조년 : 이제 사화서가 완공되면 손들이 무시로 드나들텐데, 매번 기생을 부르는 것 보다 훨씬 돈도 줄어 들고.
부인께서 신경쓰실 일은 없을 것이오.
조년처 : (눈 내리깔고 내외한 채) 언제 뜻대로 하지 않으신 적 있습니까? 다만, 아랫것들 눈도 있으니
행실에 각별히 신경써야 겠지요.
조년 : 알겠소. 내 주의하리다.
S#42. 계월옥 / 정향의 방 / 낮
고운 옷감들과 옥가락지, 장신구가 든 함이 있고, 막년이 입을 쩍 벌리고 본다.
계월, 마치 더러운 것을 보듯 장신구를 보는 정향 보다가,
계월 : 그 자리는 기녀로서 최고의 자리다. 양반댁 구색을 갖추려고 들인 허울뿐인 안주인이니,
네 하는 바에 따라서 첩실 자리를 제대로 꿰찰 수도 있을 게야.
정향 : 꼭 ... 그런 자에게 가야만 하는 것입니까?
계월 : 천출이라 하나, 맨주먹으로 시작해 시전 점포의 절반을 먹어치운 대 상인이 아니더냐? 이제 사화서가 완공되면 집안에서
화원들을 먹이고 재우며 그림을 그리게 한다니, 예악을 아끼는 그 성정을 잘 건드려 사랑받을 방도를 찾도록 하여라.
정향 : 화공들을... (계월 보며) 집 안에 들인다고 하셨습니까?
계월 : 쓸데없는 것에 마음 주지 말거라. 사내들은 어리석은 종자들이다. 질투에 눈이 멀면, 어떤 여인네보다 잔인해지는 것이
사내야. 딴 마음일랑 아예 품지 말어. 알겠느냐?
정향 : (서글프고 아픈)
S#43. 저잣거리 / 낮
홍도, 손가락 프레임 만들어 사람들 관찰하다 돌면, 윤복이 프레임 안에 들어온다.
홍도 : 어서, 무얼 그릴까? 응? (사람들 보며) 누구를 그릴까? (도포 입은 남자가 두리번거리며 여자 훔쳐보는 모습
프레임 안으로 보며) 저 자를 그릴까?
윤복 : (그 남자 보며) 무턱대고 사람만 덜렁 그린다고, 그 사람을 알 수 있습니까?
홍도 : 갓 쓰고 도포를 입었어도, 부채 너머로 저렇게 여인들을 훔쳐보는 모양을 보니, 그 성정은 능히 알만한 것 아니냐?
윤복 : 아니요. 저는 그것으로는 저 사람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 있다 생각지 않습니다.
홍도 : 허면, 어찌 알면 되느냐?
윤복 : (홍도가 만든 프레임 속 남자 함께 보며) 일단, 가지요.
윤복과 홍도, 남자 따라가면, 그들 뒤를 쫓는 설청 위로,
김조년(소리) : 단원이 무엇을 하는지 잘 살피도록 하거라.
설청 지나가고, 그늘에서 슥 나오는 홍국영의 수하. 설청을 따라간다.
S#44. 선술집 / 낮
주모, 술국자를 딸깍거리며 술 퍼 주면, 술 마시는 별감과 나장, 양반들 모습 보이고,
홍도와 윤복이 따라온 남자, 그들 중 가운데 자리잡고 술 받아 마시는 모습 보인다.
그들의 모습 손가락 속에 자리잡으면, (신윤복의 [주사거배] 속 모습)
윤복 : (담장 옆에 숨어서) 보십시오. 이렇게 술집에 들어와 있으니, 이제야 저 자가 무얼 하려는지 알 수 있지 않습니까?
홍도 : 무얼 하려는 것이냐?
윤복 : 술을 마시려는 것이지요. 저 자는 복색으로 보아 지체높은 집 사람이요, 대낮부터 일과는 미뤄두고 불콰하게 취하는 자니,
그 자의 성정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홍도 : (윤복이 만든 프레임 속 장면 보고) 네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허나, (윤복 끌어내리면)
윤복 : (홍도와 함께 쪼그리고 앉으며) 아야!
홍도 : (윤복 어깨 걸고 납작 엎드려 손가락 프레임 만들며) 요걸 봐라. 사람들 표정이 잘 보이잖느냐? 저 피곤해 보이는 주모의
모습이며, 낮부터 불콰-하게 취한 양반네의 얼굴. 이 얼굴, 이 표정, 저 몸짓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느냐?
화폭 속에 담는 것은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아니되는 것이다.
윤복 : 그러니 저 자가 있는 곳이 어딘지 화폭에 담아야 저 자의 마음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홍도 : 어허, 말귀를 참으로 못 알아듣는군. 배경이 없어도 마음을 아는데는 하등 지장이 없다지 않느냐?
윤복 : 아니라 하지 않습니까?
홍도 : 어디, 근거를 한 번 들어보거라,
윤복 : 들 수 있습니다!
홍도 : 그려 보겠느냐?
윤복 : 예, 물론입니다-
홍도와 윤복 아웅다웅하는 사이, 선술집 손님들 술 마시고 혀 끌끌 차며 나가고,
S#45. 도화서 / 생도청 앞 / 낮
고봉, 생도들과 붓 빤 것 들고 생도청으로 가다가 멈춰선다.
생도들 고봉 보자,
고봉 : 먼저들 가게. (생도들 가면, 뒤돌아 벽쪽으로 온다) 무슨 일이냐?
막년 : (생도청 옆 벽에 붙어 기웃거리다가 깜짝 놀라며) 어머나!!
고봉 : 넌 계월옥 막년이 아니냐?
막년 : (놀라며) 알아보십니까? 저를?
고봉 : 화공 아니냐? 그래, 무슨 일이냐?
막년 : 저.. (편지 내밀며) 신윤복이라는 화공을 아시면...
고봉 : (편지 보고, 뺏으며) 윤복이? 잘- 알지. 윤복일 주려고 가져왔군? 그래, 내가 전해줄 테니 걱정 말고 가거라.
막년 : (편지 한쪽 끝 붙잡고) 꼭.. 중요한 일이니, 꼭 전해드려야 한다고요.. 제가 직접 드리면 안될까요?
고봉 : 어딜! (둘러보고, 은밀히) 도화서가 어떤 곳인데? 여긴 여자는 들어올 수 없는 데야. 여자가 들어가면 큰일난다.
막년 : 저번에... 아가씨는..
고봉 : 그래, 그 때 정향이가 와서 아주 난리가 났다구. 그럼 절대로 안되는 거야. 알겠느냐?
막년 : 아.. (끄덕끄덕) 그럼, 꼭 전해 주셔야 합니다.
고봉 : 그래. 걱정 말고 가 보거라. (막년 가면, 편지 보고)
S#46. 도화서 / 작업실 / 낮
화원복 입은 효원, 한껏 집중하고 밑에 공신도를 놓고 종이 위에 그 선을 베껴 그리고 있는데, 고봉이 들어온다.
효원, 고봉이 온 것 알지만 모른 척... 한껏 집중해 붓질하면,
고봉 : 저기... 효원아?
효원 : (붓질하며) 무슨 일이냐?
고봉 : 정향이가 팔려간다.
효원 : 정향이? 누가 그러더냐?
고봉 : (편지 톡톡 치며) 정향이가.
효원 : (붓 놓고 편지 획 빼앗아 펼쳐 보며) 이것들이...(바깥 보고)
S#47. 주막 / 밤
홍도와 윤복, 술잔을 앞에 두고 마셔가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홍도 : 보거라. 아무런 배경이 없이, (김홍도의 [주막]중 국밥을 먹는 남자만 그려진 그림) 이렇게 시원하게 국밥을 먹는 것만
보아도, (국밥 먹고 있는 남자 가리키며) 저 자의 성정이 보이질 않느냐?
윤복 : 보십시오. (종이에 새를 한 마리 그리고) 이 새는 이렇게 있으면 그저 새일 뿐입니다. 무얼 생각하는지 알 수 없지요.
허나, (새 위로 새장을 그려넣고) 이렇게 새장을 그려 넣으면, 그저 새였던 이 새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 마음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홍도 : (그림 보다가) 그래, 이 새의 마음은 무엇이냐?
윤복 : 새는 날아가야 할 터인데, 새장은 새를 날지 못하게 합니다. 허니, 이 새의 마음은 새장으로 인해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그림 속의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그 마음을 읽을 수 있지 않습니까?
홍도 : (윤복이 그린 그림 속의 새 보다가) 다소 재밌는 말이로구나.
윤복 : 다소 재밌다니요? 제 말이 맞다 인정 하시지요?
홍도 : 흥미로운 접근법일 뿐이디.
윤복 : 스승님은 꼭 곤란하면 피양 사투리를 쓰지 않습네까? 제 말이 맞디요?
홍도 : 이 놈이? (윤복 목을 팔로 걸며) 어서 까부네?
윤복 : 아, 놓으십시오! (하닥, 홍도 겨드랑이 간질면)
홍도 : (윤복놓고 물러앉아, 갑자기 정색) 그래, 이제 그리는 방법에 대해서는 충분히 말했으니, 무엇을 그릴지만 찾으면 되겠구나.
윤복 : (그림 보다 정신이 드는지, 홍도 옆에 앉으며) 어쩌면 좋습니까? 벌써 어두워 졌는데, 진종일 이것 때문에 갑론을박하다
본 것이 없으니.. 본 것이라곤 술집에 주막 밖에 없으니, 어쩌면 좋습니까?
홍도 : 술집이라? 그래. 그것도 재밌겠군. 술집을 그리자. 이 주막과, (홍도가 보는 곳, 홍도의 [주막] 풍경 보이고)
선술집. 같은 소재로 각자.
윤복 : 예??? 주상, (작게) 주상전하께 드리는 그림을, 술집을 그려요? 안됩니다!
홍도 : 왜, 여기 이 사람들은 사람이 아니냐?
윤복 : 그렇지만, 이 사람들을 그려도 좋을지... (고민하는데)
홍도 : (고민하는 윤복 보고) 네놈은 생각이 너무 많아. 그리면 되지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느냐? 그러다 날 새겠다.
윤복 : 정말 괜찮을지 생각을 좀 하구요..
홍도 : 열 셀 동안 정하거라. 하나, 둘, 셋, 넷, (이어지고..)
하는데, 옆자리 남자들의 말소리 들린다.
남자1(소리/ 고민하는 윤복 얼굴 위로) : 정향이가? 아이구, 드디어 팔려가는군! 그래, 어디로 간다고 하던가?
남자2(소리/ 윤복 얼굴 위로) : 시전의 대-행수가 사갔다더군. 자그마치, 이천냥이나 내고.
윤복 : (그들 말 듣고 벌떡 일어나 남자1, 2옆으로 가면)
남자1 : 이, 이, 이, 이, 이천!! 이천냥!!! 집 한 채 값을, 기생 한 명 한테?!!
윤복 : 그것이 사실입니까? 언제랍니까! 정향이가 가는 날이.
홍도 : 일곱- (하다가, 윤복 보고) 뭘 하는 것이냐!
남자1 : 이 놈이? 새파란 놈이 어른한테 뭐하는 짓이냐?
윤복 : (남자1 옷자락 잡으며) 언제입니까? 예?
남자1 : 이 놈이? 놓지 못해?!!
홍도 : (얼른 윤복 떼어내면) 정신 차리거라!!
윤복 : (넘어지고) 언제냐구요!
남자2 : (식식대는 남자1 말리며) 익일이라네. 익일 간다고 들었네. (남자1에게) 여보게, 어린 친구가 취중 그런 모양인데,
윤복 : (얼른 일어나면)
홍도 : 어딜 가는 것이냐!
윤복 : 가봐야 합니다. 이제 다시는 못 볼 지도 모릅니다!
홍도 : (윤복 잡고, 작게) 주상전하께서 시키신 일이다! 네 지금 이 일의 무게를 모르는 것이냐?
윤복 : 보아야 겠습니다. (홍도의 눈, 코앞에서 보며) 보내 주십시오..
홍도 : 절대로 안된다.
윤복 : 보내 주십시오!! 아직 시간이 남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얼굴만이라도 보아야 겠습니다, 스승님! 금세 다녀오겠습니다..
(간절하게 홍도 보면)
홍도 : (윤복 눈 보다가) 두 식경 후까지, 그 때 까지 꼭 와서 화사를 마쳐야 한다. 알겠느냐?
윤복 : (끄덕이고) 그리로 가겠습니다. 스승님.
홍도, 윤복 잡고 있던 손 놓자마자, 바람처럼 달려가는 윤복.
그 뒷모습 보는 홍도.
S#48. 길 / 밤
주막으로 들어서는 사람들 헤치고 달리는 윤복,
윤복이 지나가자, 설청이 슥 고개 든다. 안쪽 보는 설청.
S#49. 다리 위 / 밤
다리 위를 달리는 윤복의 얼굴, 그 위로,
정향(소리) : 꽃을 함부로 밟는 나비가 어디 있답니까?
S#50. 포목점 / 낮 / 회상 - 1부
천을 보는 정향의 고운 옆선.
정향, 윤복 살짝 흘기며 웃고..
S#51. 다리 건너편 / 밤
윤복, 나비 노리개 꼭 쥐고 달려가면,
S#52. 계월옥 / 연못가 / 밤
정향, 문 쪽 기웃거리다가 돌아선다.
정향 : 제대로 전하였느냐?
막년 : 예? 예...
정향 : 왜 이리 지체하시는 것이냐?
막년 : (우물쭈물 거리는데)
계월 : (장죽 휘두르며 옆에 오며) 남자들은 다 그렇다. 자기가 필요할 때는 오지 말래도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지만,
마음이 떠나면 그 쪽으로 방귀도 안 뀌는 자들이야. 헛힘쓰지 말고 들어가거라.
꺼칠한 얼굴을 하고서 내 물건에 흠집 났다는 말 듣게 하지 말고. (지나가려면)
정향 : 그 분은 다른 남정네들과는 다릅니다.
계월 : 무엇이?
정향 : 다릅니다. 그 분은.
계월 : 물색없는 것. 어서 들어가거라!
정향 : 어머니..
계월 : (막년에게 눈짓하고)
정향 : 편지를 보셨으면 꼭 오실 것인데..
막년 : (찔려서 고개 숙이고, 정향 이끌며) 어서 들어가시지요.
S#53. 도화서 / 장벽수의 방 / 밤
장벽수, 편지 보고 내려 놓으면, 앞에 장효원이 앉아있다.
장효원 : 윤복이놈, 화원이 되어서도 기생질을 끊지 못하였으니.. 왕실의 화사를 수행할 자격이 없는 것 아닙니까?
장벽수(소리/ 장벽수, 눈 감고 생각에 잠긴 위로) : 윤복이가 기생집에 엎어져 있다...
장효원 : 화원이 되고 3일간은, 마음을 정결히 하라는 기간이 아닙니까? 그 기간에 기생질을 하였으면,
장벽수 : (눈 번쩍 뜨고 효원에게) 그래! 그 기간에는 몸과 맘을 정결히 해야지!
장벽수(소리/ 장벽수 보는 효원 위로) : 윤복이가 화원 자격이 없다면, 단원 그 자 까지 책임을 물게 할 수 있겠군!
장효원 : 그 기생이 팔려간단 소문이 파다합니다. 윤복이가 소문을 들었다면 녀석은 지금 계월옥에 있을게 분명합니다.
장벽수 : 가자. (일어서면)
S#54. 도화서 / 장벽수의 방 앞 / 밤
이인문, 장벽수의 방 앞에 있다가 슥 사라지고,
S#55. 도화서 / 신한평의 방 / 밤
이인문, 신한평 앞에 앉아있고,
신한평 : 뭐??? 우리 윤복이가? 계월옥 기생이랑 그런 관계다- 이 말인가?
이인문 : 그런 듯 합니다.
신한평 : (딱 잘라) 그럴 리 없네.
이인문 : 젊은 혈기에 그런 일이 종종 있지 않습니까?
신한평 : 허허. 글쎄, 그럴 리가 없다잖는가. 그 아이는, (‘여자인데’ 하려다 이인문 보고) 아무튼, 그 아이가 계월옥에 있는 것
같다는 말이지?
이인문 : 예.
신한평 : 대체 어찌된 일인지.. 가세. 가 보면 알겠지. (나가면)
S#56. 계월옥 입구 / 밤
윤복, 달려와서 계월옥 앞에 멈춘다.
헉헉- 숨 고르는 윤복. 계월옥으로 들어서고,
S#57. 계월옥 / 정향의 방 / 밤
정향, 윤복이 남기고 간 노리개 그림을 보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린다.
막년, 한 쪽에 앉아있다 놀라며 물러서고.
정향 : 왜 이리 늦으셨습니까!
윤복 : (단숨에 정향에게 와서) 가지 마시오.
정향 : (고개 저으며) 가야 합니다. 가야 하나.. (윤복의 손 안타깝게 잡으며) 조금만 더 화공과 함께하고 싶었는데...
(눈물 고이며) 이렇게 빨리 헤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윤복 : 정향아...
정향 : 마지막 밤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화공.. 서둘러야 한다고 편지에 이르지 않았습니까?
윤복 : 편지.. 라니?
막년 : (고개 숙이면)
정향 : 이제와 그것을 따져 무얼 하겠습니까? (막년에게) 가야금을 가져오너라. 마지막으로 화공에게 연주를 들려드리고 싶구나.
윤복 앉으면, 정향, 가야금 올려놓고 손 치켜드는데...
S#58. 서징의 집 / 방 / 밤
(정향의 가야금 소리 이어지며)
홍도, 등잔 아래서 종이 펼쳐놓고 그림 그리려다 붓 놓고.
S#59. 선술집 / 낮 / 회상
홍도의 손가락이 만든 프레임을 함께 들여다보는 윤복.
S#60. 주막 / 밤 / 회상
주막, 술상 옆에 놓고 그림 그리는 윤복과 보는 홍도.
윤복 : (새장 속의 새 그림 보고) 이 새장이 새에게 마음을 만들어 주지 않았습니까? 그렇지요? (홍도 보는 얼굴)
S#61. 주막 / 밤 / 회상
홍도, 윤복의 앞섶 잡고, 두 사람 코앞에서 마주보며,
윤복 : (홍도의 눈, 코앞에서 보며) 보내 주십시오..
홍도 : (윤복의 눈 보며 눈빛 흔들리고)
S#62. 서징의 집 / 방 / 밤
홍도 : (벌떡 일어나며) 끝까지 말썽을 부리는군.
홍도, 바닥에 내려놓았던 갓 쓰며 밖으로 나가면
S#63. 서징의 집 / 밤
홍도, 신발 꿰신고 밖으로 나가는데,
홍도 뒤에서 나타나는 설청. 홍도를 따라가는데,
설청을 가로막는 그림자. 설청 보면, 수하다.
설청이 홍도쪽으로 가려면 수하가 가로막는 사이, 홍도는 이미 빠져나가고..
설청 : (얼른 칼 겨누며) 넌 누구냐!
수하 : (재빨리 칼 꺼내며) 화공을 보호하라 지시받은 사람이다. 그러니 함부로 화공을 해할 생각 마라.
설청과 수하, 서로 빈틈을 보며 칼 겨누고... 두 사람의 실력이 막상막하인지 함부로 칼 휘두르지 못하는데,
수하 : 네 놈은 여자군.
설청 : (잠깐 눈빛 흔들리며) 시끄럽다!
하는 사이, 수하의 칼, 설청의 팔을 스치고 지나가며, 설청의 연검은 땅을 슥- 훑고 돌아온다.
두 사람, 비껴서서 뒤돌아 선 채로, 수하의 바지를 묶은 끈이 떨어져 나간다.
수하 : (칼집에 칼 넣으며) 일을 시킨 사람에게 전하거라. 화공을 보호하는 자가 있더라고.
수하 사라지면,
칼 거둬들이며 그 쪽 보는 설청. 설청의 팔에서 피가 한 방울 뚝! 떨어지고,
S#64. 김조년의 집 / 사랑채 / 밤
팔에 붕대 감고 김조년 앞에 앉은 설청.
설청 : 높은 분이 비밀리에 그림 일을 시킨 듯 합니다.
김조년 : 화사를 시켰다...
설청 : 예. 어린 화공과 함께 하루종일 도성을 돌며 화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김조년 : 다음부턴 실수 하지 말거라.
설청 : 예
김조년 : (다친 팔을 보는)
설청 : 살짝 스친 것입니다.
김조년 : (시선 거두고) 몸이 상해서야 쓰나. 아끼거라.
설청 : (보는) ...
S#65. 길 / 밤
장벽수와 한종일 지나가면, 잠시 후 신한평과 이인문이 같은 곳을 지난다.
(정향의 연주 마지막 부분 들리고)
S#66. 계월옥 / 정향의 방
정향, 연주를 끝내고 손을 내려놓는다. 윤복, 보면.
정향 : 이제 화공의 농현을 기다립니다.
윤복 : 농현... 이라니?
정향 : (가야금 한 쪽으로 내려놓으며) 소리내는 악기가 가야금 뿐이겠습니까? 사내의 손에 울고 우는 최고의 악기는
여인의 몸이겠지요. 이년.., 물건으로 팔려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정인의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정향, 고름 풀고 이불 걷고 단정히 들어가 누워 윤복 보면,
윤복 : .... 그리 할 수 없소.
정향 : .... (윤복 보며) 천한 기녀의 몸이라 꺼리십니까?
윤복 : 그것이 아니오.
정향 : (일어나 앉으며) 그럼 무엇입니까?
윤복 : 내게도 그대는 다시없을 정인이오. 허나, 그대를 품을 수는 없소.
정향 : ... 이 년 비록 술자리의 유흿거리로 지냈으나, 단 한 번도 아무에게나 마음을 내보인 적이 없습니다.
단 한 명, 내 음률을 알아주고 내 영혼을 알아봐 줄 단 한 명을 애타게 기다려 왔습니다. 화공! (윤복 보며 눈물 그렁그렁)
이제야 만났는데,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을지 모르는데...(눈물 툭 떨어지며) 천한 기녀에겐.. 그것조차 사치였단 말입니까?
윤복 : (정향의 어깨 잡고, 가슴아파 정향 보며) 아니오, 그것이 아니오!
정향 : 그럼 무엇이란 말입니까..
정향, 눈물 가득한 눈으로 윤복 보고...
S#67. 계월옥 / 정향이 있는 건물 앞 / 밤
홍도, 계월옥 마당 가로질러 건물로 들어서고,
S#68. 계월옥 입구 / 밤
장벽수와 한종일, 계월옥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신한평 : 이당!
장벽수 보면, 신한평과 이인문이 와서 선다.
신한평 : 어쩐 일이신가? 이 늦은 시각에, 이제 술판을 벌여 익일 어쩌려고?
장벽수 : 나야 왠 미꾸라지가 도화서 먹칠을 하고 있다기에 잡으러 왔네만, 자넨 어쩐 일이신가?
신한평 : 미꾸라지라.. ?
장벽수, 신한평 : (계월옥 안쪽 보면)
S#69. 계월옥 / 정향의 방 / 밤
윤복 : (정향 앞으로 다가와) 보시오. 이것이 그대를 품을 수 없는 연유요.
정향 : (눈물짓다 보면)
윤복 : 놀라지 마시오...
정향 : (눈물 가득한 눈으로 윤복 보면)
윤복, 천천히 자기 고름으로 손 가져가는데...
S#70. 계월옥 / 정향의 방 앞 / 밤
정향의 문 앞에 와 서는 홍도.
S#71. 계월옥 / 정향의 방 / 밤
스르르- 풀리는 윤복의 고름.
윤복, 정향 보면... 정향, 윤복 보고...
S#72. 계월옥 / 정향의 방 앞 / 밤
정향의 방 문고리를 잡는 홍도의 손 보이며,
- 5부 끝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