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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상옥프로폴리스 원문보기 글쓴이: 유랑아제
2011. 7. 30(토), 포항 불빛축제가 펼쳐진다는 소식이 있었다. 먼발치에서 지나가는 이밴트로는 몇번 보았으나 하늘 가득 펼쳐지는 불꽃놀이의 화사함이 자꾸 관심을 갖게 하였다. 그래서.... 올 포항불빛축제는 현장에서 느끼기로 작정했다. 손회장님에게 전활했다. 우리 가로등카페 벙개라도 함 하는 것이 어떨지를....... 손회장님은 그거 괜찮다며 한번 해보자고 했다.
아내에게 동행여부를 물었더니 그러지 않아도 가까운 동기생부부들이 함께 가자고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고 했다. 환상적 불꽃놀이 구경을 가로등불님들과 같이 가는 것도 좋겠지만, 모처럼 가족끼리 가고픈 생각이 들었다. 가로등불님들 중에도 관심있는 사람들은 이미 개별적으로 계획을 짰을테고.... 손회장님에게 가로등 벙개는 다른 주제에 가기로 하고 이번엔 개별적으로 가겠다고 전했다.
포항하면... 박승호 포항시장보다 먼저 떠오르는 우리 함박꽃님..... 동기생 부부를 모두 끌고 함박꽃님 집에서 점심을 먹으려 했으나 다른 일로 출타 중이었다. 오전 10시, 대구포항간 20번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이미 고속도로는 평소의 것과는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많은 차량들이 포항쪽으로 내달렸다. 특히 포항쪽이 가까워오자 고속도로에서부터 차량들이 늘어져 정체되기 시작했다. 겨우 돌고 돌아 죽도시장에 닿아 차를 세웠다.
영일만 내항은 언제봐도 평화롭다.
가무잡잡한 새끼광어들이 엎드려있다. 이들은 뼈째썰기(세꼬시) 광어횟감으로 차례를 기다리는 운명이다.
다 아시듯 두 눈이 왼쪽에 있으면 광어, 오른쪽에 붙어있으면 도다리라고 부른다. 듬직한 광어에 잡어 몇가지를 택했다. 세상에 가장 불쌍한 것이 수족관에 바짝 엎드려있는 광어 떼이다.
앉아 조금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려니 우리가 주문한 광어회가 두 접시에 가득 올라왔다. 물회도 한그릇 시켰다. 모처럼 바닷가에서 회를 즐겼다. 별로 술을 밝히지 않는 동기생 부부이지만, 대낮의 소줏잔 하나를 거절하기엔 광어회의 유혹이 너무 강했다.
포항일원의 가볼만한 곳이 나와 있다.
길을 헤집고 겨우겨우 찾아들어간 곳이 해맞이 공원 뒷편....
해맞이공원 내의 박물관 건물.
해맞이공원 위로 가는 길에 정자 하나가 있었다. 신발을 벗고 곱게 니스칠을 한 정자엘 올라서니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였다. 드러누우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기하학적 천장의 고운 구조가 눈에 가득 잠겨들었다. 귀퉁이에 '자장면 배달' 쪽지가 보였다. 정자에 앉아 자장면을 먹으면 참 어울릴 것이라 예감한 중국집 주인의 예지가 생각나 웃음이 났다. 저녁은 이 곳에 모여 삼선간짜장을 시켜 먹자며 모두 웃었다.
공원 관람대에 올라 바라보니 오늘밤 포항 불빛축제의 불꽃놀이가 펼쳐질 포항 북부해수욕장이 바로 코앞이다.
한참 머물다 내려온 관람대가 뒤돌아보인다.
내려다보니 건너편 포철공단이 평화롭기 짝이 없다.
해맞이 공원에 있는 조각상.....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는 돌고래 두마리의 몸짓이 세상을 뚫고 나가려는 율동으로 그려져있다.
해맞이 공원 입구까지 내려오니 해묵은 소리가 들렸다. "아이스 깨끼이~~~~~, 맛있고 시원한 아이스 깨끼이~~~~~" 녹음기에서 무심하게 들리는 남자의 목소리가 유혹하는 옛 기억 때문에 아이스깨끼 두 개를 사서 아내와 하나씩 나눴다.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 아내가 바닷물이 몰려드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 트라이포트를 배경으로 방파제에 앉아있다. 먼 수평선에 화물선 두어척이 한가롭고, 바닷바람은 시원했다. 모든 풍경은 달콤하고 정겨웠다.
방파제에 자릴 깔고, 과일 등 준비해간 먹을꺼리를 먹고 있는데 느닷없는 손회장님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지금 어디있느냐고 묻길래 포항에 있다니까 대구에서 지금 출발 중이니 조금 기다리라고 했다. 거기에서 여기가 어딘데 오시려느냐 말렸지만, 모두 알다시피 결정된 목표를 밀어부치는 손회장님의 고집아닌가. 평소 같으면 1시간도 안걸리는 20번 고속도로가 지금 2시간은 족히 걸릴 터인데 온단다. 몇번의 만류에도 결국 우리는 포항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만나 저녁을 먹기로 약속했다.
동기생 하나가 말했다. "야.... 너 같으면 내가 포항에 있다면 잘 갔다오라고 하지 예까지 달려오겠냐?" "글쎄 말이다... 거참.... 결코 니가 포항에 있다면 후다닥 내려 오지 않겠지.... 아암." 출타 중이었던 함박꽃님도 급히 되돌아와 우리와 합류하였다. 약속된 시각에 모여있으니 복잡한 길을 달려 식당을 들어선 손회장님은 도시락을 내려놓았다. 밍크고래 고기란다. 포획하면 잡혀간다는 그 밍크고래..... 수십년 전에 고래고기를 먹어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부위별로 고급스럽게 장만된 것은 첨이었다. 맛있었다. 손회장님, 함박꽃님, 그리고 동기생 3자웅은 귀하고 귀한 밍크고래고기를 맛봤다. 몇점 먹다가 인증 샷을 남겨야하지 싶어 사진을 찍었다.
점심에 이어 자연산 광어로 배를 채운 우리는 7시가 가까워지자 북부해수욕장으로 나섰다. 손회장님은 택시를 잡았으나 행선지가 북부해수욕장이라고 하는 순간 승차가 거부되었다. 걸어서도 10분 밖에 안걸릴 정도로 지척인데다가 일단 들어가면 빠져나올 재간이 없기 때문이란다. 걸어 당도한 북부해수욕장은 차량통제로 확보된 도로에도 인파가 넘치는 도보가 되어 있었다. 북부해수욕장엔 사람으로 가득했고, 서울의 호우경보 소식으로 우릴 위협하듯 하늘엔 구름이 가득했다. 혹시 공연 중에 소낙비가 쏟아질까 걱정하는데, 손회장님이 비닐우의를 8개 샀다. 하나에 2천원.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묻자 상인왈, 비가 올 것 같으니까...... 평소엔 하나에 천원짜린데, 분위기만 특별해지면 이렇게 두배로 뛰기도 하는 것이 세상살이다. 바다에 떠 있는 바지선에서 서치라이트 몇 줄기가 하늘을 꿰차고 올라갔다.
개막식으로 일본 아이들의 작품이 올랐다. 물론 정치와 민간 교류는 분리되어야지만, 작금의 독도에 대한 저 친구들의 입질을 생각하면 그리 유쾌한 장면은 아니었다.
여태 본부석에서만 축제를 바라보던 손회장님이 처음으로 관중석에 앉아 축제진행을 보고있다. 다른 각도로 대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경험과 지식의 폭을 넓히는 효과가 있다.
그 비좁고 혼잡한 곳에서 예상 외의 손회장님 주선으로 VIP 석에 앉게 된 동기생 부인들이 행복해하고 있다.
생각에 잠겨있는 손회장님은 진행되는 축제의 또 다른 면을 음미하고 있는 듯 했다.
의외로 호강하게 된 동기생 부인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불꽃놀이의 섬광은 유성처럼 흘렀다. 세상만사 환호해야 할 일의 모두에서, 경축해야 할 대상의 시작과 절정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화려하고 찬란하게 타오르는 격정의 몸짓 아닌가. 사진을 찍으려니 찰라적으로 지나가는 불빛을 인화지 한장에 담아놓는다는 것이 너무 단편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하늘 가득 쏟아지던 불빛의 함성들을 담으려니 디카의 메모리 부족경고가 자꾸 떴다. 휴대폰 무비 스윗치를 누르니 밧데리가 가마득히 떨어져있다. 정말 스마트폰의 밧데리는 많이 보강해야할 대상 중의 하나다. 암튼 현장의 감동을 조금이라도 맛보기 위해 동영상 촬영분을 확인해서 다른 제목으로 올려볼 계획이다.
한발한발 도로를 나아가 집에 돌아오니 새벽 두시. 그렇지만, 그 귀로가 하나도 짜증스럽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유성처럼 흐르던 그 불꽃의 무리들이 내게도 하나의 꿈으로 꿈으로 되살아날 것 같다. 인생 후반전을 지탱하는 하나의 꿈으로.....
손회장님과 함박꽃님 덕분에 유성처럼 쏟아지던 불빛 속에 잠시 머물렀던 기억이 소중하게 남아있다.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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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빠른 소식-유랑아제 펴뮤니케이션,
첫댓글 행복한 하루를 보내셨네요..덕분에 불꽃축제를 다녀온 기분입니다..^^
부지런도 하시지~~~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