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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핀’에게 6월 일요일 오늘, 한라산을 다녀왔어요. 어젯밤 늦게까지 당신이 주인공인 된 영화를 보면서 당신에게 빠져버렸답니다. 청소부 하루 일과를 끝내고, 나무 위에 올라가 바람을 느꼈을 때, 당신이 나무를 끌어안고 저 높은 곳에 시선을 두는 표정은 내가 동심으로 돌아간 듯했어요. 난 희열을 느꼈죠. 그림을 본능적으로 그릴 수밖에 없었던 당신의 작품들을 보고 강한 삶의 의지를 보았답니다. 당신의 나무와 꽃들은 너무 강렬했고 평범한 시선을 거부했죠. 당신이 그림에 빠져들수록 난 겁이 났어요. 혹시 몸이라도 상하면 어떻게 하지. 하지만 내 불길한 예감처럼 당신은 정신병원에 하얀 벽으로 둘러싸일 수밖에 없었죠. 여고시절 보았던 '까미유 끌로델'의 자화상이 자꾸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 난 외쳤어요. ‘세라핀을 자연에게 돌려주세요. 지금 그곳에 있으면 안 돼요~!' 나의 외침과 눈물과 달리 세라핀, 당신은 정신병원에서 두 손 두 발이 묶여야 했고 당신은 눈물만 흘릴 수 밖에 없었죠. 당신은 의자를 들고 동산 위 한 그루의 나무를 향해 비틀비틀 걸어갔죠. 그리고는 큰 나무 아래 의자를 놓고 당신은 당신의인생을 내려 놓 듯 앉았어요. 아주 천천히. 당신의 이야기는 파란색 스크린으로 감춰졌어요. 당신이 사라지고 자막이 올라가자 저는 저의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동안 혼란스러웠어요. 당신에 대한 감동이 나를 이렇게 혼란스럽게 하는걸요. 그런데 오늘 사라오름을 오르며 나무들이 다르게 보였어요. '세라핀이 이 나무들을 안아주었을 텐데. 세라핀은 사라오름의 나무들을 보며 어린아이 눈빛으로 호기심이 가득했을텐데. 그 생각에 그치자 저는 나무들을 만져보기로 했죠. 양 손으로 꼭 감싸안았어요. 나무 기둥은 내 손바닥 온도와 비슷했고 표면의 거칠은 생김새가 제 손바닥 혈관 하나하나에 유화의 터치처럼 느껴졌어요. 세라핀, 고마워요. 이 세상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는 눈물이 나요. 오늘 당신을 가슴에 담을래요. 잘 자요! |
첫댓글 아! 이 영화 보고싶게 만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