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토요일 일산 호수공원 반바퀴 걷고난 후,
주엽역 쪽으로 빠져나왔다.
목적이 있었다. 버거를 사먹기 위한 것이다.
잘 가는 버거집이 있다, 이름하여 ‘노브랜드버거(No Brand Burger).’
이 집의 ‘스모키 살사’ 버거를 좋아했던데다,
최근에 출시한 ‘페퍼로니피짜 치킨’ 버거를 한 번 먹어본 후
그게 다시 먹고 싶어졌던 것이다.
입맛을 다시며 기대감으로 그 집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 집은 없었다. 분명 ‘뜨레주르’ 빵집 옆이었는데,
없고 텅 빈 가게만 있었다. 문을 닫은 것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속담이 나에게도 적용되는구나며 허허 웃었다.
집을 가려고 지하철역으로 가려다 문득 영화를 한 편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오펜하이머’라는 영화에 관해 이런 저런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주엽역 부근에 롯데시네마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검색을 해 봤더니,
그랜드 백화점 10층에 있었다. 오후 1시 20분 상영표를 예매했다.
그리고는 건너 편 김밥집에서 간단한 요기로 점심으로 하고 극장에 들어갔다.
2관 D열 3번이 내 좌석이다. 의자가 푹신하고 좋았다.
곁의 어떤 버턴을 눌렀더니 아래 발 쪽에서 발받이가 나온다.
또 한 버턴을 눌렀더니 목 쪽을 받쳐주면서 의자가 서서이 눕는다.
리클라이너 의자였던 것이다. 나는 발받이 만을 빼내 다리를 길게 걸치고 앉았다.
영화는 1시 30분에 시작됐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내 옆에 두 사람을 빼고는 내 앞으로 아무도 없다는 걸 그 때서야 알았다.
아무도 없는 빈 좌석이 유난히 크게 눈에 들어왔다.
영화는 흑백과 컬러를 오가면서 시제를 변동시키고 있었고,
오펜하이머에 대해 간단한 지식만 갖고있던 나로서는 그런 영화적인 해석이 어렵게 다가왔다.
그러니 영화가 좀 지겨웠다. 그러면서 좀 춥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장 안 냉방이 엄청 강했다. 그러니 무더운 밖에서 땀으로 얼룩졌던 몸에
한기가 덥치니 눅눅해지면서 앉아있기가 거북해졌다.
그 때 내 바로 앞의 비어있는 좌석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찍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