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망종치성 태을도인 도훈
진법의 인연
2023. 6. 6 (음 4.18)
반갑습니다. 태을도인 새달입니다. 오늘은 망종이면서 또한 현충일인데요. 이번 연휴에 강원도 쪽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오면서 보니까 모내기를 거의 다 끝냈더라고요. 원래 망종 절기에 보리를 베고서 모내기를 하는데, 보리는 이미 잘 수확했을 거라 짐작합니다. 오늘 아침에 태극기를 달면서 주변을 보니, 올해도 태극기를 단 집이 별로 없더라고요. 대한민국을 지켜내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을 기리는 날이 현충일인데, 오늘 하루는 이분들을 생각하고 기리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진법이라고 믿으며 각기 신앙을 하고 있지요. 아직도 바깥에서 진법을 찾아다니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진법과의 인연에 대해 생각해 볼까 합니다.
우선 진법을 찾아 돌아다니는 이유는 내가 기왕의 신앙단체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나의 선택에 불안을 느껴서일 텐데요. 사실 증산상제님을 전혀 모르는 일반인들은 진법이라는 용어를 거의 쓰지 않지요. 잘은 모르지만, 불가에서 혹 쓰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 저 역시 증산상제님을 만나기 전에는 진리나 도라는 측면에서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고 답을 찾아다니는 것을 구도라고 생각했었어요. 증산상제님을 만나고부터 진법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고 저도 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진법은 증산신앙을 하는 분들만 사용하는 조금 특별한 용어라고 생각합니다.
진법의 기준
일단은 증산신앙인들이라고 하면 경배의 대상, 믿음의 대상이 증산상제님일 텐데요. 태을도의 경우, 정음정양의 하느님으로서 증산상제님과 동격으로 떠받드는 고수부님도 계시지만, 우선 증산신앙인 공통의 믿음의 대상인 증산상제님을 놓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진법의 기준은 무엇보다 믿음의 대상인 증산상제님의 말씀 속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증산상제님 재세시에 종도들에게 하신 많은 말씀들이 여러 초기 경전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천지공사에 관련된 부분은 그동안 많은 분들이 도수풀이를 하셨고 지금도 하고 있지만, 현학적인 도수풀이는 전 아직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상제님 말씀이 이현령비현령인 경우가 많아서, 도수풀이에 대해서는 별로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진법이 무엇인지 생각을 해본다면, 상제님의 말씀 속에 답이 다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가, 예를 들면 가정을 대하는 자세나 사회생활에서의 인간관계라든가, 이런 것들에 대해 상제님께서 하신 말씀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 말씀들이 뜻하는 바가 증산상제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는 인간상일 것이고, 상제님의 말씀들을 잘 체득해서 충실하게 현실 속에서 구현해내는 사람이 재생신을 이룬 사람이지 않겠어요?
증산상제님의 말씀 중에 해당되는 구절들을 몇 개 살펴보겠습니다.
조선을 일본으로 넘기실 때, ‘한 가지 못 줄 것이 있으니 어질 인자라. 만일 어질 인자까지 붙여주면 천하는 다 저희들의 것이 되지 않겠느냐. 어질 인자는 너희들에게 붙여주노니, 오직 어질 인자를 잘 지키라.’고 하셨으니, 일단 어진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너희들은 손에 살릴 생자를 쥐고 다니니 득의지추가 아니냐.’고도 하셨으니, 살릴 생자를 손에 쥐고 사람 살리는 사람들이라 역시나 어짊을 지녀야 할 것입니다.
‘척이 없어야 잘 산다.’ 하셨으니 척을 짓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박공우 성도가 부인과 다투고 와서 상제님을 뵈었을 때, 상제님께서 ‘나는 독함도 천하의 독을 다 가졌고 선함도 천하의 선을 다 가졌노니, 네가 어찌 내 앞에서 그런 패악을 행하나뇨.’ 하시며 가정에서 화기를 잃지 말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가정의 화목에 힘써라. 가화만사성이니라. 한 가정도 화목하게 하지 못하는데 어찌 천하사를 하겠는가.’라고도 하셨습니다. 부인 공대는 도인의 기본이라 하겠습니다.
‘나를 괴이려면 네 부모를 먼저 괴이고, 나를 공경하려면 네 형제를 먼저 공경하라.’ 하셨으니, 가정에서 부모님을 잘 모시고 형제간에도 우애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신도들에게 지킬 것을 가르치고, 실제로 지켜내고자 하는 신앙단체여야 진법의 가능성을 일단 가지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나에 대한 믿음과 진법의 인연
그런데 그런 진법을 내가 찾으러 다니기 시작하면 사실 한도 끝도 없거든요. 그래서 인연이라는 용어를 제목에 썼습니다. 고수부님께서 고찬홍 성도에게 하신 말씀이 있지요. 어느날 신정공사가 끝난 후에 모든 도인들이 돌아가는 중에 고찬홍도 고수부님께 작별 인사를 드리고 가려는데, 고수부님께서 “보라, 고찬홍!” 부르시고는 다그쳐 물으십니다. “너는 누구를 믿느냐.” 찬홍이 “저는 저를 믿나이다.” 대답하니, 고수부님께서 “꼭 그러하더냐.” 다짐받으시니, 찬홍이 “꼭 그러하나이다.” 다짐합니다. 고수부님이 또 물으시기를 “그렇다면 첫째는 네가 너를 믿되, 그다음은 누구를 믿느냐.” 하시니까 찬홍이 “그다음에 믿는 바는 오직 상제님이로소이다.” 대답하니 고수부님께서 비로소 수긍하십니다. “응, 그러하리라. 스스로 저를 못 믿으면 증산도 또한 못 믿나니, 스스로 저를 잘 믿고라야 상제님도 잘 믿을 수 있으리라. 그러하니 너희들은 꼭 이와 같이 믿도록 하라.” 이렇게 당부하시지요.
일단은 진법을 찾겠다고 생각하는, 육신을 가지고 존재하는 나를 인정하고 믿어야 할 것입니다. 나에 대한 믿음, 지금 현재 존재하고 있는 나에 대한 믿음 위에서 증산상제님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상제님 말씀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그 말씀 속에서 이현령비현령의 도수 풀이가 아니라 그 말씀의 본질이 무엇인지, 말씀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하시고자 하는 의도가 뭔지, 차근차근 따져나가다 보면 결국 진법의 본질을 깨우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깨달은 그 본질을 가지고 세상을 둘러보면,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진법을 반드시 찾을 수 있으리라고, 아니 자연스럽게 인연이 되어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대두목과 진법 인연
예전에, 우리 일은 판 밖에서 성도해서 들어오는 일이고 그 판을 한반도라고 해석해서, 대두목은 파란눈의 외국인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요. 또 자신의 정체를 이미 드러낸 사람은 드러냈기 때문에 대두목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은신밀사를 다들 얘기하니, 일견 일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또 찬찬히 생각해보면, 그 대두목이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아니지 않습니까?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그 존재가 드러나겠지만, 그 사람이 자신이 누군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거나 또는 정말 그때 태어난 어린아이라고 한다면 성사재인이란 용어가 의미 없어지는 것이지요.
어디선가 조용히 준비하고 있는 그 사람이 있을 것이고, 자신에 대한 믿음과 지금 이 시기에 나를 태어나게 해주신 증산상제님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증산상제님 말씀을 찬찬히 들여다본다면, 그 믿음과 깨달음 속에서 그 사람과의 인연, 진법과의 인연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입니다.
지금까지 드린 말씀은 사실 태을도인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밖에서 진법을 찾으시는 증산신앙인들에게 참고하십사 드리는 말씀입니다.
우리 태을도인들이 할 일은, 우리가 이미 깨우친 증산상제님 말씀의 본질을 찾아 매 순간 일상에서 충실하게 이행하고, 만약 이행할 여건이 안된다면 이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이를 통해 태을도와 인연되실 분들께 앞장서 모범을 보이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 태을도가 진법으로 차차 자리를 잘 잡아나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