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띠(sati)에 대한 여러 해석 / 일중 스님
누구에게나 중요하고 중요한 마음
모든 곳에서 필요하고 유익해 문지기처럼 상 지켜보는 역할
번뇌의 공격으로부터 마음보호 자의적으로 현재에 집중하는 것
지난번에는 사띠(sati, 마음챙김)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간결하게 정리해보았다.
사띠는 초기불교명상에서 핵심 중의 핵심이며,
마음에 불을 환하게 밝히는 지혜로운 마음이라고 했다.
이번에는 초기경전과 ‘청정도론’, 그리고 현대의 스승이나 학자들이
사띠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초기경전에는 ‘사띠(sati)’라는 말이 많이 등장한다.
사념처 수행을 제시하는 ‘대념처경’에 따르면
‘이것이 마음챙김의 확립이다’ ‘전면에 마음챙김을 확립하고’
‘분명히 알아차리고 마음을 챙기면서 머문다’
‘오직 지혜를 증장하게 하고 오직 마음챙김을 강하게 한다’
등의 표현이다.
그리고 수행자가 향상시키고 계발시켜야 하는
다섯 가지 기능(五根)에서는
세 번째 ‘마음챙김의 기능’으로 제시되는데,
다섯 가지 요소들이 서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일곱 가지 깨달음의 구성요소인 칠각지(七覺支)에서는
첫 번째 염각지(念覺支)로 제시된다.
마음챙김이라는 깨달음의 구성요소인 염각지가 일어나고
완전하게 성취될 때, 다른 각지들도 연기적으로 일어날 수 있기에
제일 먼저 마음챙김이 성성하게 확립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사띠는 수행의 출발점부터 최종의 목표를 이루는
모든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사띠는 모든 곳에서 필요하고 유익하다”고
초기경전에서는 말한다.
‘청정도론(14장)’은 사띠를 네 가지 측면으로 상세하게 설명한다.
“사띠는 대상에 깊이 들어가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잊지 않는 것을 역할로 한다.
보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강한 인식이 가까운 원인이다.
혹은 몸 등에 대한 마음챙김의 확립이 가까운 원인이다.
이것은 기둥처럼 대상에 든든하게 서 있기 때문에,
혹은 눈 귀 코 등의 문을 지키기 때문에
문지기처럼 보아야 한다”고 했다.
문지기는 문 옆에 서서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을 잊지 않고 지켜보듯이,
사띠는 명상 대상들을 놓치지 않고 잘 지켜보거나,
오감각과 마음의 문에 나타나는 대상들을 지켜보는 역할을 한다.
그럼 현대의 스승이나 학자들은 사띠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미얀마의 우 빤디따 사야도는 수행법문에서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라고 하는 영역은
불완전한 번역이라고 하면서
‘관찰하는 힘(observing power)’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 번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정도론’의 주석을 좀 더 쉽게 부연 설명하고 있는데
몇 가지 인용해보고자 한다.
“마음챙김의 특성은 흔들리지 않음과 들뜨지 않음이다.
즉 관찰 대상으로부터 들떠버리지 않는 것이 사띠의 특징이다.
마음챙김의 기능은 대상을 항상 (시야에 두고) 관찰하고 있는 상태인데,
알아차려야 할 대상에 대해서 혼돈이 없고 잊지 않는 것이다.
마음챙김의 나타남은 대상과 1:1로 직면하고 있음과 보호함이다.
대상과 직면하고 있는 상태에서 마음을 번뇌의 공격으로부터
막아주거나 보호하는 것이다.
마음챙김이 분명하게 나타나 있을 때,
정신적인 번뇌는 의식의 흐름 속으로 들어올 기회를 갖지 못한다.
마음챙김으로 불선한 생각들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보호되는 것이다.”
미국의 존 카밧진 박사는 1979년 MBSR 프로그램을 만들어
의료분야에 명상을 도입했다.
그래서 이 시대에 명상을 보편화, 저변화 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는 ‘왜 마음챙김 명상인가?’라는 책에서 사띠를 이렇게 설명한다.
“마음챙김(mindfulness)이란 특정한 방식으로 주의를 집중한다는 뜻이다.
개인적 판단을 개입시키지 않고 자의적으로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집중하다 보면 더 큰 알아차림과 명료함을 얻게 되고
매 순간의 현실을 보다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되며,
그 결과 우리의 삶이 순간 속에서만 펼쳐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했다. 존 카밧진은 사띠를 깨달음이나
완전한 해탈, 열반의 성취를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현세의 삶을
잘 살도록 돕는 목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 사람마다 수행의 목표는 조금씩 다르다 할지라도,
사띠는 누구에게나 여전히 중요하고 중요한 마음이다.
일중 스님 동국대 강사
2022년 10월 5일
법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