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화(鄭英和) 시인
1952년 경북 김천 출생
1991년 <문학세계> 등단
시집 : 『세상의 푸른 저녁』, 『안드로메타에 사람이 산다』, 『가거라 사랑아』, 『풀벌레가 부럽다』
경북 김천시 부곡동 960-8 한일부곡타운 102동 1305호
가거라 사랑아
- 정영화
만날 일 없으니
헤어질 일도 없으리라
잡았던 손 안의 바람을 놓듯
지워진 수첩에 네 이름을 얹는다
이승의 덧없을
한 줌 물거품이 그리울 사랑
무엇으로 이제껏
기다림의 보상을 채울 것이냐
이제는 더
사랑으로 서러울
이별가는 없으리니
너로 하여 처연했던
애증의 수평선 넘어
이별이 어찌 그리 쉽기만 한 일이던가
살면서 못 할 일이 사랑하고 미워하며
때로는 싫더라도 보내기도 해야 건만
이별이 그리도 어찌 쉽기만 한 일이던가
떠나고 보냈대서 한 사랑이 매듭질까
따져보면 이별조차 사랑 속의 티끌인 걸
평생을 보내며 살아도 도 남는 건 이별인데
사람들 살아가며 사랑쯤은 그냥 그냥
발래감 풀 먹이듯 그일 조차 잊는건지
얼마를 더 보내면 이별즘은 길이 들어
사랑도 헤어짐도 내 저절로 닥달하며
한번쯤 나고 듦 없는 동심원의 삶을 살까
모를 일 한심한 질문을 사람마다 던지면서
동박새 홀로 울음 흩어지는 들판에서서
이세상 어디에도 없는 비상구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