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가곡 감상 에세이】
장성구 의사 시인이 보내준 ‘잊지 못할 선물’
- 뜻하지 않은 귀한 선물 <시인의 CD 음반 시집>,
- 『장성구 시(詩)와 김동진 가곡(歌曲)의 아름다운 만남』 감상 記
윤승원 수필가,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사실 요즘처럼 인심이 각박하고 살기 힘든 세상에, 조용한 서재나 쾌적한 실내의 침상에 누워서, 정제된 몇 편의 수필을 읽을 수만 있다면 상쾌한 청량제 한 병을 마시는 것보다 훨씬 더 산뜻함을 느끼고도 남으리라는 것이 평소에 내가 지닌 생각이다.”
문학평론가 초강 송백헌 박사(1935~2021)의 말씀이 문득 떠오릅니다. 저의 졸저 문집 《문학관에서 만난 나의 수필》 서평에서 언급하신 귀한 말씀이지요.
저는 이 문장이 좋아 저명인사나 문인들의 귀한 저서를 받을 때마다 떠올려보곤 하지요.
“조용한 서재나 쾌적한 침상에 누워…”라는 표현이 얼마나 여유롭고 낭만적입니까? 얼마나 근사한 선비의 망중한입니까?
의사 시인이며 수필가인 장성구 박사가 보내준 뜻밖의 선물. 저는 오늘 뜻밖에 이 귀한 선물을 우체국 택배로 받고, “조용한 서재나 쾌적한 침상에 누워…” 음미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8월 20일 장성구 시인의 신간 시집 《꿈의 숨바꼭질》에 이어, 오늘은 가곡집 CD인 《초심 初心》를 받았습니다. 장 시인의 시집에 대한 저의 <짧은 소감>에 대한 답장 형식입니다.
※ 장성구 신간 시집에 대한 필자의 소감 :
https://blog.naver.com/ysw2350/22397782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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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음반과 함께 <장성구시인의 편지>가 들어 있습니다.
윤승원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섬섬옥수 정이 가득한 손편지로 보내주신 예리하면서도 다정다감한 분석의 시평은 저에게 큰 격려가 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과찬해 주신 같아 얼굴이 달아오릅니다.
마치 어머니의 씨아 틀이 방금 토해낸 따뜻하고 보드랍기 한이 없는 햇솜의 온기와 같은 바로 그런 분위기에 빠져듭니다. 훌륭한 말씀 전해주신지 꽤 오래되었는데 게으른 저는 악필을 빙자하여 경망스럽게 컴퓨터 글씨를 빌어 답장을 올립니다.
하해와 같은 지도 편달에 감사드리며 꽤 오래전에 만든 CD 한 장을 선물로 올려드립니다. 불민한 저의 시 12편에다 우리나라 작곡의 대가이신 김동진 교수님께서 곡을 붙여주신 가곡입니다.
아울러 음악가 김동진이라는 대가를 만나게 된 사연을 간단히 적어 동봉합니다. CD의 jacket의 글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 있습니다.
요즘은 음원 분야가 워낙 발달하다 보니까 CD를 만드는 일이 아주 드물고, 그렇다 보니 그 흔했던 CD player가 거의 없어진 상황이라 이 곡을 들으실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옛날에는 자동차마다 있고, 컴퓨터마다 붙어 있었고 각 집에도 몇 개씩 있었는데 말입니다.
선생님께서 꼭 들으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면서 우려와 함께 올립니다. 건안 건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9월 8일 於 鶴汝齋 鳴皐 張聲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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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구 시인이 CD음반과 함께 필자에게 보내준 편지, 아래는 김동진 작곡가와 장 시인의 인연을 적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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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글에서 가장 의미 있게 다가오는 대목은 ‘저명 작곡가 김동진 교수와의 각별한 인연’입니다.
아마도 김동진 작곡가를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이 있을까요? 그런 면에서 이번 장성구 시인의 음반 선물은 귀중한 사료적(史料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성구 시인의 시에다 저명 작곡가가 곡을 붙여주신 깊은 뜻을 헤아려 봅니다.
시인과 작곡가의 특별한 인연. 게다가 국내 내로라하는 성악가들에 의해 시가 재해석되고, 널리 불리게 된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창조적 예술의 본보기입니다.
‘귀로 듣는 시집’이라고나 할까요? 아니, 눈으로도 읽을 수 있게 12편의 시가 들어 있는 시집 한 권이 CD 속에 수록돼 있습니다.
“조용한 서재나 쾌적한 실내의 침상에 누워서” 이 귀한 CD 음반을 들을 수 있다면 저는 앞서 송백헌 박사의 표현처럼 상쾌한 청량제 한 병을 마시는 것보다 훨씬 더 산뜻함을 느낄 것이지요.
아니, 청량제 한 병이 뭡니까? 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얼굴로 행복을 만끽할 것입니다.
그런데 장성구 시인이 서한에서 언급한 것처럼 CD를 들을 수 있는 기계 장치가 어디 있는가요?
예전에는 노트북에도 CD 장치가 있었는데, 새로운 노트북으로 바꾼 뒤로는 노트북에 CD를 넣을 수 있는 장치가 없군요.
먼지 쌓인 ‘삼성 카세트’를 꺼냈습니다. 아, 너무 오래됐습니다. 과연 CD가 작동할까요?
▲ 오래된 카세트 라디오에 CD 재생 장치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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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세트 녹음 장치는 제가 1990년 초 KBS 1 라디오 인기 문학프로그램인 《시와 수필과 음악과》에서 방송되는 시와 수필을 듣기 위해 마련한 것이지요.
저는 이 카세트 라디오를 통해 저의 ‘방송 수필’을 녹음해서 가족과 함께 들었습니다. CD로 제작된 저의 방송 수필집도 이 카세트를 통해 듣고, 또 듣고, 그야말로 가슴에 안고 살다시피 ‘사랑’했지요.
▲ 필자의 '방송 수필'을 CD로 제작하여 가족과 함께, 또는 지인들과 함께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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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랜만에 틀어보니, 라디오는 잘 나오는데 CD 재생이 잘 안 되는 거예요. 언젠가 전자기기 전문가가 한 말이 생각났어요.
오래된 카세트테이프나 CD는 ‘쾌속(빨리 돌리기)’을 해보라고요. 역시 그대로 몇 번 ‘빨리 돌기기’를 해 봤더니, 음악이 잔잔히 흘러나오는 겁니다.
와!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9월 초순, 촉촉이 비가 내린 뒤라 그런지 거실 공기도 상큼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오래된 카세트를 통해 흘러나오는 가곡 12곡을 들으면서 눈을 지그시 감았습니다.
▲ 김동진 작곡, 장성구 시인 작사의 12 가곡이 수록된 CD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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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의 성악가들이 부르는 가곡을 들으면서 마치 초호화 콘서트홀 귀빈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처음입니다. 제 귀에는 언제부턴가 트롯풍의 대중가요가 더 익숙하고, 삶의 애환이 담긴 ‘방송 수필’이 익숙하거든요.
이런 귀를 가진 사람에게 그 유명한 ‘김동진 작곡’의 성악가 노래를 12곡이나 음미하다니요.
『장성구 시(詩)와 김동진 가곡(歌曲)의 아름다운 만남』이라는 타이틀이 새겨진 CD 음반에는 성악가 소개와 제작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소프라노 강혜정,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테너 류정필, 테너 이재욱, 테너 윤병길, 바리톤 송기창, Piano 이지현, producer 이현주, Music Director 정애련.
▲ 김동진 작곡, 장성구 시인 작사의 12 가곡을 부른 성악가와 음반 제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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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모든 정보를 스마트폰과 유튜브가 대신해 주니 TV도 잘 안 보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장성구 시인이 보내준 CD 음반 시집을 들어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아, 그렇구나! 이 상큼하고 아름다운 가을에는 가곡을 들어야 제맛이 느껴지는구나. 아니, 봄에 들으면 또 어떤 느낌일까요?
어떤 계절에도 상관없이 춘하추동 분위기에 걸맞은 시와 음악이 담긴 『장성구 작사, 김동진 작곡 CD 음반 시집』.
장성구 시인의 시 <고향의 달>에는 어머니가 계시고, <청령포>에는 늙은 사공과 늙은 솔이 긴 가지를 드리우고 있으며, 보일 듯 집힐 듯 승방의 홍매화도 피었습니다.
<2003년 한국>에는 태극 깃발이 보이고, <초심 初心>에는 세월의 강물, 흰 고무신, 오솔길, 도라지꽃, 소년의 꿈이 피어납니다.
<젊은 그들>에는 창공을 헤매는 지혜의 발길이 닿고, <취국 翠菊>에는 나그네 기러기, 뜻 못 이룬 지사(志士)가 나타납니다.
<고향>에는 종달새가 하늘과 땅 사이를 희롱합니다. <여름밤>에는 열 손가락 별을 세면 반딧불이 고개를 넘습니다. <도솔천>에는 소매 끝 인연 따라 낙엽이 집니다.
<북소리>에는 흙비 맞은 긴 다리 학이 날개를 접습니다. <푸른 여명>에서는 하늘의 연두색 바람이 앵두꽃 면사포에 입맞춤합니다.
<예맥의 노래>에서는 높은 산과 깊은 골은 명승을 잉태하고 상서로운 무지개 대륙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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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듣고 나니, ‘문학과 역사와 철학(文史哲)’이 응축된 음반 시집이었습니다. 장성구 시인에게 ‘감사의 답장’을 이렇게 졸고 소감으로 드립니다. ♧
2025. 9. 9.
대전에서 尹昇遠 감상 소감 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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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네이버 ‘청촌수필’ 블로그 댓글
◆ 박경순 작가(전 총경) 2025.9.9. 20:17
선배님~~
귀한 선물을 받으셨군요.
CD가 작동되었을 때
기뻐하셨을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좋아하는 노래를 녹음해서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듣던
시절도 있었었지요.
오랜만에 반가운 글
잘 읽고갑니다.
환절기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 답글 필자 윤승원 2025.9.9. 20:22
와, 존경하는 박경순 작가님.
박 작가님은 어쩌면 그렇게 좌견천리이신가요?
저의 행복한 표정을 그 먼 곳에서 다 읽으시니
감동입니다.
이런 소감을 쓰고나서 박 작가님처럼 따뜻한
격려 댓글 주시면 더욱 행복하지요.
고맙습니다.
장성구 시인 답글
장성구 시인 답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