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시
여름이면 유행하는 옷차림이 바로 '나시'다. 여기서 '나시'는 원래 '소매가 없음'을 의미하는 일본어 '소데나시'에서 유래한다. '소데'는 생략하고 '나시'로 굳어져 널리 사용되고 있는 줄임 말이다. '나시'는 소매가 없는 티셔츠, 블라우스를 일컫는 말로 통용되고 있지만 순화대상 용어이기도 하다.
문화체육부가 지정한 바에 따르면 일본말 '나시'는 우리말 '맨팔(옷)'이나 '민소매'로 쓰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렇게 말하도록 하자. "야, 너 맨팔 옷 정말 멋있구나""응, 어제 샀는데 민소매라 무척 시원해"
◆ 일본말 찌꺼기
아직도 우리말에는 일본말 찌꺼기가 많이 남아 있다. 우선 일본말 발음이 그대로 쓰이고 있는 경우다. 대표적인 예로는 우동(→가락국수), 다대기(→다짐, 다진 양념), 사시미(→생선회), 아나고(→붕장어) 등이 있다.
일본이 서양말을 자기네 소리 체계에 맞춰 받아들여 쓰는 것을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인 것들도 많다. center를 센타로, inflation을 인프레로, muffler를 마후라로, television을 테레비로 쓰는 것들이 그 예다. 이 말들은 센터, 인플레이션 머플러, 텔레비전으로 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본인들이 자기네 방법대로 표기한 한자를 그대로 쓰는 경우, 즉 '일본식 한자말'을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예다. 이 때도 우리식 한자말이 예전부터 쓰이고 있기 때문에 바로 잡아야 하는데 다음 말들은 괄호 안의 말들로 써야 한다.
개찰구(→표끊는곳/들어가는곳), 견적서(→추산서), 경합(→경쟁), 굴삭기(→굴착기), 기합(→얼차려), 납득하다(→알아듣다/이해하다), 세대(→가구), 수속(→절차), 시건장치(→잠금장치/자물쇠),추월하다(→앞지르다), 특단의(→특별한), 행선지(→갈곳/가는곳) 등이 그 대표적 예다.
◆ 생활 외래어
우리말의 반 이상이 외래어라고 한다. 중국에서 들어온 말이 대부분이지만 서양어권 말도 꽤 많다. 서양어권 외래어를 올바로 쓰기 위해 알아둬야 할 규칙들을 알아보자.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긴홀소리(장모음)의 긴소리(장음)는 따로 표기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과거 표기법에서는 루우트, 서어비스, 티임 등 긴소리를 표기하기 위해 홀소리(모음)을 겹쳐서 사용했다. 그러나 이는 억지로 말을 늘리는 것이었다. 지금은 긴 홀소리의 홀소리를 따로 표기하지 않게 됨에 따라 루트, 서비스, 팀 등으로 적는 게 맞다. 큐우슈우, 토오쿄오, 오오사카 등 지명도 규슈, 도툐, 오사카로 표기해야 한다.
텔레비-젼, -챠-밍, -쥬-스 등 많이 쓰는 용어들은 홀소리 단순화에 위배된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서 텔레비젼은 텔레비전으로, 쥬스도는 'ㅜ'로 적기 때문에 주스로 써야 하고 챠밍도 '아'로 적으므로 차밍이 된다.
◆ 외래어의 된소리
외래어표기법 제1장 '표기의 기본원칙' 제4항은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음성기호'에서 모음 앞의 [p] [t] [k]는 한글로 옮겨 적을 때 'ㅃ, ㄸ, ㄲ'가 아닌 'ㅍ' 'ㅌ' 'ㅋ'으로 대응된다.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중국어 등에 한글을 대응시킬 때도 각 언어의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 글자를 쓰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paris'는 발음상 '빠리'에 가깝지만 '파리'로 적고 발음해야 한다. 또 'conte'도 '꽁뜨'가 원음에 비슷하지만 '콩트'가 표준말이다.
이런 원칙이 적용되는 말 중 잘못 쓰는 말들의 예는 많다. 아틀리에(아뜰리에X), 오사카(오사까X), 카페(까페X), 후쿠오카(후꾸오까X), 코냑(꼬냑X), 도쿄(도꾜X), 피에로(삐에로X) 등이 그런 외래어다.
물론 파열음 표기에서 된소리를 쓰는 예외도 있다. '삐라(bill)' '껌(gum)' '빨치산(러.partizan)'이 대표적인 경우. 이 말들은 원칙을 따르자면 '비라' 검' '팔치산'이 되겠지만 된소리로 굳어졌기 때문에 된소리로 표기하는 게 맞다. 그러나 예외는 예외일 뿐. 이들 외에 '버스' '가스' 가운' '댐' 등이 각각 '뻐스' 가스' '까운' '땜'으로 발음된다고 해서 된소리로 써서는 안되다.
◆자장면
이 낱말은 '자장'과 '면', 즉 외래어와 한자말이 합쳐져 우리말에 녹아든 경우다. 그런데 이 낱말은 사람들 사이에서 보통 '짜장면'으로 쓰여 혼란을 주기도 했다. '자장'이 맞는 지, 아니면 '짜장'이 맞는 지는 자장에 해당되는 중국어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중국음은 [zhajiang]이므로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면 '자장'이 된다. 따라서 실제 생활에서 대부분 '짜장면'이라고 말하고 있더라도 그 표기는 '자장면'이라고 해야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