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타인으로 산다는 것
시/정환웅
어라! 거기 어디선가 만난듯한 사람인데?
어라! 저기 어디선가 본듯한 사람인데?
아닐 거야.
나이로 보아 내가 아는 그 사람일 리 없어.
그 사람 동생인가?
아니면 내가 그 사람 아들이나, 딸을 보고 있나?
세상에는 낯익은 얼굴들이 참 많다.
내가 살아온 날들이 여러 날이고,
내가 만나 온 이들이 여럿이기 때문이리라.
아이에서 청소년으로,
청소년에서 성년으로,
성년에서 노년으로 살아가는 것.
사람이 거꾸로 살아 젊어질 수는 없는데.
언젠가 만난듯한 그 소년.
오랜 지인인 듯한 그 청년.
우리의 인생 여정은 각기 달라도
오늘의 얼굴들은 어제의 얼굴들과 참 많이 닮았다.
제멋대로 서 있는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듯이,
제 각각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도 세상을 이루고 있다.
소나무들의 군무(群舞)
똑같은 사위(四圍)와 똑같은 얼굴은 없다.
그러나 숲은 있다.
인간세상의 군중
똑같은 자태와 똑같은 미소는 없다.
그러나 낯이 익다.
소나무숲 속에서 유난히 유약한 한 나무.
분주한 군중 속에서 오막집으로 남은 한 사람.
그도 숲이고 싶다.
그도 세상이고 싶다.
그도 청초함으로 남고 싶다.
아! 외람되이 밀려오는 현기증
내가 너무 오래 살았나?
2006.4.6
마로니에
마로니에 그늘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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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림 보다 음악이 더 아름다우면 어떻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