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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회의 시국미사 유감
임 무 현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교회의 원로 평신도들이 “한국 천주교회가 종북 온상이 되고 있다.”면서 “교황청은 가짜 신부를 파문하라.”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뜻있는 신자들이 정치사제들에게 교회를 떠나라고 하고 있으니. 어쩌다가 한국 천주교회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말인가. 그들은 일부 친북·종북사제 즉, 정치사제들로 인해 많은 교우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수 년 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4대강 찬반은 종교문제가 아니다.”고 말한 정진석 추기경을 두고, ‘추기경의 궤변’이라고 매도한 일이 있었다. 교회법이 규정하고 있는 ‘존경과 순명을 표시할 특별의무’를 위반하고, 항명한 것이다. 그리고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사제들은 지난해 9월 서울광장에서 소위 ‘국정원 해체 및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기도회’를 열고, 정치개입을 시작했다. 그 후 천주교 각 교구 일부 사제들이 시국선언을 했고, 제주교구에서도 지난해 9월 말 사제와 수도자들이 제주시내 중앙성당에서 시국선언에 동참한다는 성명을 발표한바 있다. 그 이유가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불법 개입과 공작정치로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고, 사회 각계의 시국선언이 줄을 잇고 있어 동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본다. 국정원이, 국가보안법이 존재하였다 하여 생업에 여념이 없는 순정한 서민들에게 어떤 불편한 점이라도 있었더란 말인가. 그런데 해체, 폐지주장을 하고 있다니 그 이유가 무엇인가. 그리고 민주주의 회복이라니. 어디 무너지기라도 했다는 것인가. 작금의 사회·정치적 상황이 이른바 시국선언을 하고, 시국미사를 감행할 만큼 누란의 위기란 말인가. 보도에 의하면, 지난 달 27일 경남 거제시 고현성당 시국미사에 이어 지난 3일에는 서울 마포구 예수회센터 성당에서 시국미사가 열렸다고 한다. 고현성당 시국미사 영상을 보니, 성당 내부 중앙에 달려 있는 십자고상보다도 더 높게「국가기관 대선 불법개입에 대한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라는 현수막을 걸고서 말이다. 그것이 예수님보다도 더 높게 걸어두어야 할 상위의 가치가 있거나 성물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 신성한 제단에서, 이른바 정치사제는 공동선에 이르지 않은 시각으로 거기다 사회교리의 갓을 쓰고 박 대통령 사퇴 주장 강론을 했다고 한다. “강론은 교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강론은 하느님과 백성 사이에서 생동감 있는 대화를 하는 것이다.”라고 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을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말이다. 이를 두고 정치사제가 아니라고 하면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 헌법은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교회법은 성직자의 정치참여를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염수정 추기경은 “가톨릭교회 교리서에서는 사제가 직접 정치적ㆍ사회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언급한바 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제의 정치참여에 대한 질문에 “인권 유린과 착취 또는 배척상황, 교육 또는 식량부족 상황을 고발하는 것은 정당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근래 정치사제들의 시국미사는 교황에 대한 항명인 셈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시국미사는 ‘인권 유린과 착취 또는 배척상황, 교육 또는 식량부족 상황을 고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론은 분명해 보인다. 사제의 정치참여는 교황의 뜻에 어긋나고, 교리에도 정교분리원칙에도 반하는 행위이다. 이는 좌우 이념, 진보와 보수 논리가 아니라 복음의 문제이다. 그래서 간구하건대, 정치사제들이여! 돌아오라. 황량한 거리에서 사제 본연의 길로. (2014. 2. 5. 제주매일)
바로가기 -> http://pdf.jejumaeil.net/3347/334715.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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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옳으신 말씀.
사이버에서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견해가 다를 수 있을 터인데, 공감해주셔서 다행입니다.
언제 한 번 시간 내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저녁 식사 한 번 모시고 싶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