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자】 원한과 분노 없이 지금 이 순간에 머물고 있습니다.
사리불 존자는 기원정사에서 우안거를 끝내고 부처님께 인사를 드린 후 정법 유행길에 올랐습니다. 사리불 존자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한 스님이 부처님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처님 건방진 사리불 존자가 저에게 부딪치고 사과도 없이 유행을 떠났습니다. 어떻게 승단의 대표 스님이 이렇게 남을 무시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이 말을 들으시고 한 스님을 보내서 사리불 존자를 데려오게 했습니다. 그러자 목련 존자와 아난 존자는 이것이 모함임을 눈치채고 사중에 있는 모든 스님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사리불이여 여기 한 스님이 사리불 존자가 저에게 부딪치고 사과도 없이 유행을 떠났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사리불 존자가 대답했습니다.
'부처님, 몸에 대한 알아차림이 현존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동료를 부딪치고 사과도 없이 유행을 떠날 수 있겠지요,
부처님 저는 똥도 오줌도 가래도 고름도 무엇이든 혐오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모두 다 받아들이는 대지와 바람과 같이 원한과 분노 없이 지금 이 순간에 머물고 있습니다.
부처님 저는 똥도 오줌도 가래도 고름도 무엇이든 혐오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모두 다 씻어주는 물이나 불과 같이 원한과 분노 없이 지금 이순간에 머물고 있습니다.
부처님 저는 똥도 오줌도 가래도 고름도 무엇이든 혐오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모두 다 닦아주는 걸레와 같이 원한과 분노 없이 지금 이순간에 머물고 있습니다.
부처님 저는 천민 아이가 손에 바구니를 들고 마을로 도움을 청하러 갈 때처럼 고마움을 아는 마음으로 원한과 분노 없이 지금 이순간에 머물고 있습니다.
부처님 저는 어린 소년이 뱀의 사체나 개의 사체를 보고 혐오하듯이 현재 저의 육신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 마음으로 지금 이순간에 머물고 있습니다.
부처님 저는 뚫린 구멍으로 더러운 것이 새어나오는 기름 자루와도 같은 저의 육신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에 머물고 있습니다.'
사리불 존자의 대답에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이 감동을 받았고 사리불 존자를 모함했던 스님은 부처님 발 아래에 엎드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쳤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물으셨습니다, '사리불 존자여, 이자를 용서하시겠습니까?'
'네, 저는 이 스님을 기꺼이 용서합니다.' 사리불 존자가 대답하자 지켜보던 스님들이 탄복하며 말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억울함에 마음이 상했을 만도 한데 사리불 존자께서는 자신을 모함한 자에게 아무 노여움도 미움도 품지 않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용서와 자비로 대하셨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사리불 같은 사람이 노여움이나 미움을 품는 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사리불의 마음은 대지와 같고 소 떼처럼 든든하고 깊고 잔잔한 연못의 물과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