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출지(書出池) 비틀어 보기
노병철
경주 통일전 옆에 2천 평쯤 되는 서출지라는 못이 있다. 고목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어 찾는 이의 마음을 고풍스럽게 만든다. 여름엔 연꽃이 피어 장관을 이루고 가을엔 단풍이, 봄엔 벚꽃이 반긴다. 이 일대는 풍천 임씨 집성촌이다. 풍천 임씨 경주파 임적(任勣)이라는 분이 물 위로 누마루가 돌출한 팔작지붕의 건물 ‘이요당(二樂堂)’을 지어 글도 읽고 경관을 즐겼다고 한다. 이요당은 본인 호이기도 한데 현재 이 건물은 폐가가 다 되었다. 들어가지 못한다. 요즘 근처에 멋진 카페가 들어서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운치를 즐긴다.
못 옆에 삼국유사 사금갑 편에 신라 21대 소지왕(일명 비처왕)이 못에서 나온 노인의 편지 때문에 죽을 위기를 넘겼다는 전설을 적어놓았다. 일명 사금갑의 전설이 생겨난 뒤 서출지로 명명되었다고 사람들은 다 안다. 까마귀도 나오고 쥐새끼도 나오고 돼지 두 마리도 나오는데 이야기가 참 산만하다. 중요한 것은 거문고를 넣어놓는 상사를 활로 쏘니깐 그 안에 자객이 왕비와 같이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자객이란 이야기도 있고 승려라는 이야기도 있다. 여기까지가 인터넷 뒤지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서출지 자료이다. 작가는 이 역사적인 사실을 약간 비틀어 보는 성향이 있어야 한다. 어차피 스토리텔링이 다 펙트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깐 말이다.
수고래와 암새우가 결혼했는데 고래가 죽었단다. 궁합이 안 맞아 허파가 뒤집어졌다나 어쨌다나. 하고는 싶은데 되지는 않고. 소지왕에 대한 자료를 뒤지다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몇 대목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만약에, 정말 만약에 소지왕이 성불구자라는 가정을 한다면 이야기가 한층 더 흥미진진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야 퍼즐 조각이 제대로 맞아 들어가기에 말이다. 소지왕이 성불구자라서 왕비들은 바람이 나기 시작했고 서출지의 이야기에 나오는 왕비처럼 재수 없이 들켜 죽임을 당하기도 하지 않았을까.
옛날에 애를 낳지 못해 절에 백일기도하면 여자들이 얼마 안 가서 여추없이 임신을 하게 되는 건 많은 이야기 속에 나오지 않는가. 나중에 아이가 주지와 닮았다는 이상한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오는 걸 봐서 왕비가 바람피우기 좋은 곳은 절간이 안성맞춤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신라 왕궁 안에는 천주사라는 절도 있었다니 이야기는 된다. 당시에 유전자 검사하는 기관도 없었을 것이고 대충 발가락이 닮았다고 우겨도 될 때였으니 영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소지왕이 죽고 40년 지난 후에야 법흥왕이 불교를 받아들이니 이때의 스님들 수준도 그렇게 높지 않았다는 전제를 깔고 하는 이야기니깐 불교에 대한 비하의 목적은 한치도 없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어윤적의 '동사년표'책에 보면 소지왕 나이 60에 벽화라는 16살 아리따운 첩을 얻는다. 첩을 얻고 3개월 만에 소지왕은 죽는다. 왜 죽었을까? 허파가 뒤집어져서 죽지 않았을까? 예쁜 여자를 얻어놓고선 아무 짓도 할 수 없으니 속병이 났으리라. 물개 생식기나 뱀탕도 영 죽은 것은 어쩌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온 나라 한의원을 망하게 만든 ‘비아그라’조차 듣지 않을 땐 남자들은 자멸하게 된다. 소지왕이 성불구가 아닐까 의심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자식이 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왕비를 둔 왕이 자식이 없을 땐 합리적 의심이 무엇인가. 딱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소지왕이 갑자기 죽자 부랴부랴 왕을 정하는데 6촌인 64살의 지증왕이 왕위에 오른다. 정광태가 부른 ‘독도는 우리 땅’ 노래에 나오는 그 지증왕이다. 4촌도 아닌 6촌이자 64살의 노인을 왕으로 옹립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증왕은 엄청난 대물을 소유한 정력적인 남성이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지증왕의 생식기 길이가 1자 5치(40cm)로 삼국유사에 나온다. 거의 말(馬)이다. 불국사 만든 경덕왕의 24cm는 비교가 안 된다. 이러니 성불구인 소지왕과 너무나 대비가 되니 왕으로 옹립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큰 발견이라도 한 듯 한참 흥분해서 입에 거품이 일 정도로 떠드는데 집사람이 슬그머니 일어나 가더니 이내 30cm 자를 가지고 오면서 씨익 웃는다. 자존심 상해 대뜸 한마디 쏘아붙였다.
“줄자 가지고 온나.”
첫댓글 제목에서 뭔가 있을 것이란 기대로
숨죽이며 봤는데 ㅋㅋㅋㅋㅋ
푸하하하~~~ 아이구! 우서버라!~
몬산다!
국장님 ~ 뱃꼽 찾아 주세요. 푸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