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리리리 띠리리리
한가한 지하철안... 벨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빨간색 두건을 쓰고 약간 큰 덩치의 소년. 빨간 두건 옆으로 삐져나온 머리카락 색깔은 약간 짧은듯한 노란색. 힙합 바지에 "Fubu" 라는 메이커가 적혀있는 후드 티를 입고 있는 소년이 주머니에서 전화를 꺼내 들더니 받았다. 그가 전화를 받자 지하철 내에 있는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옮겨졌다.
"여보세요?"
"너 어디야?"
"누구세요?"
"나 Noname! 어디냐고!"
"아 어.. 저기 나 지금 지하철..."
"무슨 역?"
"이대 앞"
"너 죽을래? 지금 시간이 몇신데!? 너 연습도 빠지고 공연 안할거야?"
"지금 가고 있잖아!"
"야... 지금 우리 앞에 Rapper's Clan 형들 하고 있는데! 우리가 바로 다음인데 너 가사도 안 맞추고 이렇게 늦으면 어떻게해!?"
"아 가고 있다고!"
"빨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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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현실에서 꿈으로====
"뭐? 가수?" 하는 목소리가 일산에 있는 꽤 고급 저택에서 흘러 나왔다. 목소리가 얼마나 컸으면 집 밖을 지나가던 행인들이 의아한듯이 그 집을 한번 쳐다보고 지나쳤고, 집 지붕에 앉아 있던 새들이 날아 올랐다.
"예" 전 목소리에 비하면 거의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한 소년이 대답했다. 소년의 방, 그리 작지 않은 스테레오와 책상 그리고 컴퓨터, 보통 학생의 방이었지만 방 안은 난장판이었다. 문은 열려 있었고, 고함을 지른 남자가 양복을 입고 있었다.
"다시 한번 말해봐 이자식아!" 하고 양복을 입은 남자가 다시 고함쳤다.
"아버지 저 힙합 가수가 되고싶습니다. 학교 그만두겠습니다." 하고 작지만 단결한듯한 목소리로 소년이 대답했다. 썩 잘생긴 외모는 아니지만 착하고 귀여운듯한 인상을 주는 얼굴이었고 짧은 스포츠머리에 머리를 노랗게 물들였고 약간 큰 덩치에 하얀색 티셔츠를 입고 힙합 바지를 입고 앉아있는 모습이 약간 불량스러워 보였다. 방 벽에는 각종 포스터가 붙어있었고 대부분이 흑인 랩퍼 가수들 이었다.
"힙합? 가수? 너 이자식아 공부 처 안하고 맨날 음악 들을때 부터 알아봤어! 여보! 여보 이리와봐!" 얼굴이 빨개지며 소년의 아버지는 소년의 어머니를 불렀다. 발갛게 핏대 선 눈을 하고 너무 많이 울어 눈이 퉁퉁 부어 오른 한 40대 중반의 여인이 소년의 아버지 옆으로 왔다. 소년의 아버지는 소년의 어머니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고함 질렀다.
"당신이 집에서 교육을 도대체 어떻게 시켰길래 애가 이따위야? 어?"
소년의 눈가엔 한줄기의 눈물이 흘러 내렀다. 그 모습을 본 소년의 어머니는 방안으로 뛰어 들어가서 아들 앞에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
"민욱아! 엄마가 이렇게 이렇게 빌게! 응? 제발 제발.. 이러지 말아줘... 엄마가 뭘 잘못했니?" 하며 두손을 싹싹 빌었다.
"나가! 너 이자식 나가! 너같은놈으로 아들로 둔적 없어 나가!" 민욱의 아버지가 외쳤다.
"여.. 여보!" 하고 민욱의 어머니는 자신의 남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보았다. 자신의 남편속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예 아버지. 나가겠습니다. 이 말 꺼내면서 이정도 예상 못한건 아닙니다. 나가겠습니다." 하고 민욱이 대답햇다. 그런 민욱을 민욱의 아버지는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민욱의 어머니는 그런 자신의 아들과 아버지를 멍하니 바라보다 조용히 방을 나선후 부엌으로 가 설겆이를 하기 시작했다. 모든것이 마치 없었다는듯이.
"지금 당장 나가라. 이제 다신 내 앞에 그 면상 보이지 마! 어디가서 내 아들이란 말도 하지마 이 후레자식아! 난 너같은 아들 모른다! 이놈.. 악.." 하며 민욱의 아버지는 자신으 뒷덜미를 잡았다. 민욱은 그런 아버지를 보고 놀라 부축하려고 다가가자 아버지는 그를향해 고함 질렀다.
"나가! 나가 꺼져버려 이자식아!" 하며 그의 아버지는 외쳤다. 그렇게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버지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뭘 가만히 서있어 이자식아 당장 나가 짐싸서!" 하고 민욱의 아버지는 자신의 뒷덜미를 잡고 얼굴이 빨개진채 고함을 질렀다. 민욱은 가만히 그의 아버지를 바라보더니 가방을 꾸리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자신을 멈춰주길 바라며... 작년 그의 생일선물로 받은 MD Player 와 MD들과 자신의 통장과 지갑, 핸드폰 충전기와 필요한 세면도구 몇가지를 가방안에 쑤셔넣고 아버지 앞에 다가가 말했다.
"아버지.. 이해 못하실거 알았어요. 하하 대기업 회장님에다가, 큰형은 하버드 대학교 수석 입학 작은형은 서울대학교 4년 전액 장학금 받았는데, 막낸놈은 항상 사고만 치고 옷도 치렁치렁 마음에 안드는 옷만 입는다느니... 이 집 제 발로 걸어나가겠습니다. 형들처럼 아버지의 욕심을 못채워 드려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살진 않겠어요 제 인생을 아버지 뜻대로 살진 않겠습니다..." 증오에 차있는 아들의 말을 들은 아버지는 몸을 돌려 2층으로 올라갔다. 아버지가 올라가신 계단을 향해 민욱은 큰절을 했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전 전 저대로 살고싶습니다..."
====2부====혼자의 길====
민욱은 길을 걷고 있었다. 자신의 힙합 클랜인 J I L U 의 멤버중 한명인 유성의 집으로 향해 가고 있었다. 최유성. 그는 김민욱과 동갑내기로써, J I L U 의 B-boy 출신 댄서였고 미국 LA 다운타운 등지에서 살고 있었다. 그를 뺀 나머지 멤버들은 다 랩퍼였지만 그는 바로 작곡 작사를 담당했고 보컬을 담당했다. 민욱은 충분히 지하철로 금방 갈 유성의 집을 터벅 터벅 걸어서 가고 있었다. 지금 그가 처해있는 상황. 믿기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현실이었다... 걷고 또 걸었지만 그의 머리속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헝클어져만 갔다. 얼마나 걸었을까? 그는 어느덧 유성의 집 앞에 있었다. 집이라고 할것 없는 다른 사람이 사는 집 옥상에 있는 옥탑방이었지만 그래도 항상 편안했다. 들어가길 망설이며 민욱은 익숙한 솜씨로 담배 한가치를 빼내어 입에 물고 불을 붙혔다. 반쯤 피웠을까 누군가 그의 어깨를 쳤다.
"김민욱! 니 여기서 뭐하노?" 강한 부산 사투리가 섞여있는 여자의 목소리. J I L U 의 홍일점인 난희였다. 진난희. 그녀는 부산대학교 힙합 동아리에 무심코 들렀다가 다른 멤버들에 비해 늦게 힙합을 접하게 된 여자였다. 그녀는 서울로 상경한 후 J I L U 의 초창기 멤버였다. 민욱보다 3살이나 많은 그녀는 22이었고 한 레코드 회사에 현재 featuring 을 꽤 많이 한 실력파 여자 랩퍼였다.
"아.. 누나..." 하고 난희를 보며 낮게 대답했다.
"니 여기서 궁상떠나? 후딱 드가자!" 하고 난희가 민욱을 잡아끌며 말했다.
"누나 담배 좀 피고 가요. 누나가 그런데 유성이네 왠일이에요?" 하고 다시 주저 앉으며 난희를 보며 민욱이 물었다.
"어? 니 몰랐나? 내 요즘 유성이 금마한테 가사 주가지고 곡하나 만들어 달라고 했다 아이가! 우리 기획사 사장이 데모곡 좀 만들어 오라고 캐사서"
"아... 그래요? 누나 참 좋겠어요..." 하며 말을 흘리며 난희에게 말했다.
"엉 뭐가?" 하고 난희가 민욱을 보며 물었다.
"누나가 조금씩 누나 꿈을 향해서 나아갈 동안... 전 제 인생 넋두리나 하고 있으니까요..."
"니 무슨일 있쟤? 와이카노? 말해봐라!" 하며 난희가 민욱의 등을 치며 말했다.
"아니에요 들어가요..." 하며 담배를 발로 밟아 끄며 유성의 옥탑방으로 통하는 계단을 올라갔다. 난희는 그런 민욱을 보며 그의 뒤를 따랐다. 계단을 올라가자 자그만한 꽃밭이 보이고 (꽃밭이라기 보단 화분을 모아놓은것 뿐이지만) 탁 트인 서울 야경이 보였다.
"유성아~" 하고 난희가 유성의 마당앞에서 그를 불렀다.
"누구세요?" 하고 유성이 문을 열고 나왔다.
"아.. 난희 누나! 누나 곡 아직 다 안됬는데... 죄송해요~" 하며 애교를 떨며 유성이 말했다.
"아아 아이다! 무슨 죄송은! 그래? 니 밥은 뭇나?" 하며 난희가 물었다.
"아뇨... 짱개 시켜 먹을라고요... 어! 민욱이 왔냐? 킥... 인사좀 해라 앙?" 하며 유성이 문을 나서며 슬리퍼를 신고 민욱에게로 다가왔다.
"아.. 어" 하고 민욱이 짧게 대답했다.
"그건 그렇고 난희누나, 있다가 영호 형 하고 진석이도 온데요."
"어? 진짜가? 와? 금마들이 와?" 하고 난희가 물엇다
"그냥 놀러요 금 같이 놀아요 뭐 드실래요?" 하며 난희를 보고 물었다.
"어? 짱개 먹는다고? 내는 짬뽕! 오늘 누나가 살게 알았제? 민욱이 니는 뭐 먹을래?" 하고 난희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전 됐어요." 하고 민욱이 짤막하게 대답햇다.
"누나누나! 제가 사야죠! 손님이신데 그래도! 헷 오늘 월급 받았어요! 그러니까 제가 쏠게요!" 하고 난희에게 유성이 말했다.
"오 민욱아 콜해라! 유성이 임마가 사는건 날이면 날마다 오는게 아이다!" 하며 난희가 민욱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누나 저 좀 피곤해서 그런데 들어가서 잘게요... 유성아 나 잠좀 잘게..." 하며 난희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유성의 옥탑방 안으로 들어갔다.
"누나 민욱이 왜 저래요?" 하며 유성이 민욱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선 물었다.
"내도 잘 모르겠다. 점마 와저라노? 어디 아픈거 아니가?" 하고 난희가 걱정스러운듯 물었다. 그런 민욱을 보고 유성은 민욱을 따라 들어갔다.
"야야야! 우리가 왔다!" 하는 고함소리와 함께 힙합 옷을 입은 두 사내가 걸어 들어섰다. 키가 크며 머리를 빡빡 깍고 두건을 말아서 머리에 두른 한 소년과, 답답할 정도로 머리를 길러 눈 앞을 가리며, 아무런 질서 없는 머리결을 가진 카가 작은 소년이 들어왔다. 키가 큰 소년은 김진석.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부모님 몰래 미국에서 한국으로 온 케이스로써, 프리스타일의 천재였다. 키가 작은남자는 고영호. 난희와 동갑 내기로 조만간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 왔나!?" 하고 난희가 둘을 맞았다. 진석은 난희를 보고 의아한듯이 물었다.
"누나가 왜 여기 계세요? 유성이는요?"
" 와? 내는 여기 있으면 안되나? 쿡쿡... 유성이는 민욱이랑 얘기하러 들어갔다. 드가자!" 하고 난희가 진석을 잡아 끌며 말했다.
"와 난희 너무한다... 이제 조금 있으면 군바리라고 나 상대도 안해주는거야?" 하고 장난 스럽게 영호가 말하자 난희가 영호의 팔짱을 끼며 "까르르" 웃었다. 그들이 들어서자 유성이가 안에서 열심히 전화기를 붙잡고 중국음식을 시키고 있었다.
"아니! 그게 아니고요! 짬봉 하나! 짜장면 하나! 그리고 탕수육 대짜로 하나! 예... 예? 아니요 대! 대짜요! 예 여기가..." 그런 그 모습을 본 난희가 유성이의 방안으로 들어갔다.
"니 안나오나? 진석이 하고 영호 왔는데 안나올끼가?" 하고 누워있는 민욱에게 물었다. 민욱이 마지못해 일어나 다시 거실로 나왔다.
"오오오! 민욱이! 자고 있었냐?" 하고 영호가 민욱을 향해 손을 들며 앉은채로 물었다.
"아니에요..." 하고 민욱이 짧게 대답하자 난희가 끼어들며 한마디 거들었다.
"야야야! 오늘 민욱이 상태 안좋으니까, 다들 건들지 마라? 알았제? 알았나?"
"뭔일이냐?" 하고 진석이 물었다.
"별일 없어... 집 나왔다" 하고 민욱이 말을꺼냈다. 그순간 침묵이 있었고 전화를 끊은 유성은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냉장고에서 물통을 꺼내왔다. 진석이는 그럴줄 알았다는 눈빛과, 한심하단 눈빛으로 민욱을 노려보았다.
"왜? 가진게 너무 많아 짜증나냐?" 하고 진석이 물었다.
"뭐 이새끼야?" 하고 민욱이 낮으면서 화난 목소리로 진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돈 잘벌어주는 부모님, 잘나가는 형들, 기사까지 데리고 다니는 도련님께서, 집을 나왔다. 사치부리냐?" 하고 진석이 민욱의 눈을 보며 물었다.
"입조심해 이새끼야!" 하고 민욱이 진석을 덮치려고 할 찰나, 유성이 민욱을 잡았다.
"왜? 누군 부모님 보고싶어도 못 보는데, 넌 사치 부리냐? 엉? 집을 나와? 네가 나냐? 네가 내 얘기보고 한심하다고 한놈 아니냐?!" 하고 진석이 민욱에게 소리쳤다.
"야! 입조심해 이..." 하고 민욱이 말을 하려고 했다.
"둘다 입닥쳐!" 하고 영호가 고함질렀다.
"맞다 맞다! 느그들 그라면 안되제!" 하고 난희가 끼어들었다.
"민욱이 잠깐 따라나와." 하고 영호가 민욱을 잡아 끌고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나가자 진석이가 짜증난다는 듯 잠바를 벗어 거칠게 의자위로 던졌다. 밖으로 나온 민욱을 보고 영호가 물었다.
"아버님한테 들킨거야?"
"제가 말씀드리니까 나가라고 쫓아 내더라구요..." 하고 민욱이 땅을 보며 말했다.
"형이 언제 말했지? 우리 이 짓 평생 못하는 시한부라고... 너 잠깐동안을 위해서 모든걸 포기하는거냐?"
"형... 전... 지금이 좋습니다..."
"너 평생 랩만 하고 살수 있을거 같어? 네가 40살땐? 그때도 랩할래?"
"형... 죄송하지만... 제 문제에요.."
"그래 너 마음인거 다 알어... 근데 넌 아직 어려... 기껏해봐야 넌 고등학생이라고... 돈은? 밥은? 잠은?"
"형... 이제 와서 돌아가도... 형도 우리 아버지 아시잖아요...."
영호가 담배를 하나 입에 물고 민욱에게서 돌아서며 말했다.
"내가 너 처음 만난게... MB .라는 클럽에서지? 그때 네가 나랑 프리스타일 배틀 뜬날... 맞지?"
"큭... 예... 그때 처음으로 마이크를 쥐고 사람들 앞에서 무대위에 선날이엇죠? 그때 형한테 혼났잖아요..."
"그랬나? 기억이 안난다... 나 군대 갔다와서 음악할지 모르겠다... 나도 이제 늙었잖아... 젊을때 혈기로 랩한거지... 이젠... 그러니까... 다시 한번 생각해봐... 학교는?"
"자퇴했어요... 형...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래.. 넌 MC 욱 이잖아... 항상 든든한 동생... MC 욱... 그래... 네가 알아서 해라..." 하며 영호가 민욱의 어깨위에 손을 올리자, 민욱의 눈가엔 눈물이 맺혀 흐르기 시작했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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