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유명 MC와 톱스타의 설전이 세무조사, 나아가 법적 공방까지 예상되며 중국 연예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토크쇼 진행자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추이융위안(崔永元, 이하 '추이'라고 함)이 판빙빙(范冰冰, 이하 '판'이라고 함)을 비롯한 연예계 고소득, 탈세 의혹 등 폭로글과 함께 이면계약 등 증거자료를 SNS에 올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영화 한편으로 틀어진 관계
왜 한물간 MC가 톱스타를 깎아내리려 안달일까? 사실 추이는 판을 저격하기 전에 이미 영화감독 펑샤오강(馮小剛, 이하 '펑'이라고 함), 작가 류전윈(劉震雲, 이하 '류'라고 함)을 연달아 저격하였다. 이들의 악연은 한편의 영화에서 시작된다.
2003년, 펑은 류와 손잡고 판 등 주연의 영화 <Cell Phone(手機)>을 제작하였다. <Cell Phone>은 방송국 유명 진행자가 대중 앞에서는 긍정적인 이미지지만 사생활에서는 가족과 내연녀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그리고 이러한 양면성과 모순, 갈등이 생활 필수품인 휴대폰을 통해 극에 달하는 작품성, 흥행에 모두 성공한 영화이다. 문제는 영화 속 주인공이 진행자로서 최고 주가를 올리던 추이를 모티브로 한 것이다.
당시 추이는 중국 관영매체 CCTV에서 <사실대로 말하다(實話實說)> <추이가 사건을 말하다(小崔說事)> 등 토크쇼로 승승장구, 진행자지만 톱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영화가 개봉된 후 추이는 가족, 회사생활 모두 큰 타격을 입었고 이들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바야흐로 2018년, 펑, 류, 판 등은 SNS 상에 <Cell Phone 2>의 제작 소식을 전했다. 15년 전 불씨에 기름 부은 격이다.
세금 도피죄
추이의 폭로에 따르면 이면계약 등 방법으로 높은 수익을 챙기고 조세포탈, 탈세 등 일삼는 것이 중국 연예계 관행이다. 그렇다면 중국 형법상 조세포탈, 탈세는 어떤 처벌을 받을까? 아래 중국 형법 제201조 세금 도피죄(逃稅罪, 3년 이하 징역 혹은 구역, 3년 이상 7년 이하 징역 및 벌금)에 대해 알아보자.
1. 대상은 둘
본죄는 납세자(納稅人)와 원천징수의무자(扣繳義務人) 등 두 가지 대상을 규제한다. 원천징수의무자라 함은 쉽게 말해서 급여를 받는 직원이 내야 할 세금을 국가를 대신해 징수, 납부하는 회사와 같은 조직을 말한다. 세금 도피에 가담한 중국 세무기관 공무원은 세금 도피죄 공범이 성립될 수 있다.
2. 행위는 셋
본죄에서 규제하는 행위는 첫째, 사기, 은닉 등 수단으로 허위 납세신고하는 경우, 둘째, 세무기관 납세 통지를 받고도 신고하지 않은 경우, 셋째, 세금 납부 후 허위 수출 신고 등 사기 수법으로 환급받은 경우 등 세 가지가 있다.
3. 목적은 하나
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본죄의 목적은 세금 도피이다. 즉, 세금 납부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도피하는 것이다.
4. 기준은 둘
납세자는 세금 도피 금액이 5만 위안 이상이며 해당 금액이 납부해야 할 세금 총액의 10% 이상일 경우에만 본죄가 성립될 수 있다. 원천징수의무자는 세금 도피 금액이 5만 위안 이상만 되어도 본죄가 성립될 수 있다.
본죄는 상기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성립될 수 있다. 또한, 본죄는 납세자에 한해 처벌 조각 사유(處罰阻卻事由)를 규정하고 있다. 즉, 세무기관의 추징 통지를 받은 후 기한 내에 세금, 체납금, 벌금 등을 추가 납부하고 행정처벌을 받은 납세자는 형사책임을 추궁하지 않는다. 단, 세금 도피로 5년 내에 형사처분 혹은 2회 이상 행정처벌받은 때에는 본죄가 성립된다.
추이 폭로글이 SNS에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중국 세무당국에서 판과 그 소속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였다. 다른 연예인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에서 영화, 엔터 관련 주는 하루 만에 100억 위안이 날아갔다. <Cell Phone 2>제작도 무산된 셈이다.
무릇 세금 도피죄의 성립 여부는 세무기관의 조사가 끝나고 결정된다. 때문에 사태의 진전에 대해 좀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번 계기로 중국 연예계 전반에 대한 추가 조사, 규제가 이루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