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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마동(潛魔洞-4
아군에게는 약이 통하지 않는다.
아군도 모처럼만에 배가 불려 잠깐 잠이 들었다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음부관에서 지내는 동안 온몸의 감각들이 예민해질 때로 예민해져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그가 잠에서 깨어 주위를 살펴보니 지하광장에는 모든 사람들이 쓰려져 있었다.
누구하나 깨어있는 사람이 없다.
상황을 보니 음식에 무슨 약이 들어있었던 모양이다.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처럼 감각이 극도로 발달된 사람들이다.
약이 취하지 않았다면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자신을 옮겨도 깨지 않는 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아군은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자신혼자만의 힘으로 검은 옷을 입을 사람들을 물리칠 자신도 없고
설혹 탈출이 가능하다해도 수혜를 버려두고 갈순 없지 않는가?
아군은 한 사내가 자신에게 다가오자 눈을 감았다.
사내는 아군을 들쳐 매고 긴 복도를 지났다.
사내는 아군을 내려놓고 손과 발을 쇠사슬로 묶어 천장에 고정했다.
아군이 주변을 살펴보니 먼저 도착한 사람들도 모두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다행이 수혜는 아군의 옆에 자리했다.
도대체 극기관(克己關)이란 곳은 또 무엇을 하는 곳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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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화교의 대공자인 혁린강은 아버지의 집무실로 찾아갔다.
현재 둘째인 혁린무는 아버지의 명으로 흑독애의 주인을 만나기 위해 남만에 간 상태고
셋째인 혁린영은 중원에서의 일을 마무리하고 배화교로 돌아오고 있다는 전갈을 받았다.
아버지의 집무실로 들어가니 아버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오너라.”
“절 보자고 하셨습니까?”
“그래...우선 자리에 앉아라.”
“무슨 일로 보자고 하셨습니까?”
“네가 다녀와야 할 곳이 있다. 그 말을 하기 위해 보자고 했다.”
“혹시 포달랍궁을 다녀오라는 말씀입니까?”
“아비의 뜻을 이미 짐작하고 있구나?”
“둘째가 흑독애로 간 것이나 어머니께서 북해빙궁을 다녀오신 것을 보니
제게도 포달랍궁을 다녀오라는 말씀을 하실 거라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짐작하고 있다니 말하기가 편하구나.
북해빙궁과 흑독애 그리고 포달랍궁은 50년 전 우리와 뜻을 같이한 동지였고
나중에라도 힘을 합치자고 약속한 사이다.
다른 사람을 보낼 수도 있지만 포달랍궁의 체면도 있으니
네가 직접 다녀오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글쎄요. 그들이 순순히 우리와 한배를 타려 할까요?
오십년 전의 약속이 있다고 하지만
그 약속을 지금까지 잊지 않고 지킬지는 모르는 일 아닙니까?”
“그건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너도 알고 있겠지만 나는 아직 후계자를 정하지 않았다.
나 다음 대 교주자리는 능력 있는 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흠~ 장남이라고 안심하지 마라,
포달랍궁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면 후계자 순위에서 밀릴 수도 있다..
.이 말씀을 하고 싶은 겁니까?”
“맞다. 너도 알겠지만 배화교 교주자리는 세습제가 아니다.
막말로 지금이라도 능력 있는 자가 애비를 밀어내고 교주가 될 수 있어.
너희들도 마찬가지다.
교도들이 모두 인정할 수 있는 활약이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다음 대 교주는 우리 혁린씨가 아닌 다른 성씨를 가진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쩝~ 저도 알고 있습니다...그게 중요합니까?”
혁린강은 입맛을 쓰다.
자신이 아니라도 아버지의 꿈을 실행시켜줄 자식은 많다.
자신은 그냥 평범한 범부가 되고 싶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니다.
아버지는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많다.
혁린강은 아버지와 교도들의 염원을 거역할 자신이 없다.
아버지와 교도들의 염원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차가운 눈길로 자신을 보고 있다.
혁린강은 풀이 죽는다.
자신의 꿈보다는 교의 염원이 우선이다.
혁린강은 그렇게 교육받았다. 혁린강은 한숨을 쉰다.
“휴~~언제 출발해야 합니까?”
“아직 시간도 많고 포달랍궁은 본교와 그리 멀지 않으니 언제 다녀와도 상관없다.
다만 그들을 확실하게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을 때 다녀오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천천히 포달랍궁에 대해 조사해 봐야겠군요...
아버지... 설이를 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서...설이를 만나겠단 말이냐.”
“예~ 본지도 오래됐고 그동안 어떻게 변했는지도 궁금하기도 합니다.”
혁린무진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혁린강을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언제 만나겠다는 거냐.”
“내일 보았으면 합니다.”
내가 기별해 놓겠다. 내일 다녀오도록 해라.”
“감사합니다. 그럼 전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가려느냐. 강아...포달랍궁일은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 보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주무세요.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혁린무진은 혁린강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는다.
혁린강은 자신의 큰아들로 가장 영특한 두뇌와 무공을 익히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녀석이다.
하지만 혁린강에게는 문제가 있다.
녀석은 권력에 대해 욕심이 없다.
녀석은 배화교의 교주자리보다는 풍류(風流)를 즐기는 평범한 범부(凡夫)의 삶을 원한다.
또한 녀석은 설이에게 관심이 많다.
그건 참으로 위험천만한 일이다.
하지만 녀석이 설이를 보고 싶다하니 허락한다.
혁린강은 자신의 숙소 앞에서 하늘을 본다.
신강의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반짝인다.
무척이나 상쾌하고 낭만적이다.
가슴이 신원해지는 느낌이다.
왜~ 이곳 사람들은 신강의 하늘을 사랑하지 못할까?
아버지나 이곳 배화교의 교도들은 중원을 동경한다.
자신은 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비록 모래폭풍이 몰아치고 황량한 모래사막이 대부분이지만
자신이 태어나고 자신이 자란 이곳을 너무나 사랑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아닌 모양이다.
물론 중원의 비옥한 토지와 그들의 풍족한 삶을 동경하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교도들의 희생을 감수할 만큼 중원이 가치 있는 것일까?
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남의 것을 탐하는 것일까?
아버지나 교도들이 바라는 중원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할까?
그리고 얼마나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아야 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혁린강은 자신의 숙소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자신의 방에 불이 켜져 있고 누군가가 자신의 방에 있었다.
지금 이 시간에 시녀들이 자신의 방에 있을 것 같지도 않다.
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 본다.
방에는 30대 중반의 너무나도 매혹적인 여인이 자신의 방에 있었다.
그녀는 은은하게 속살이 비취는 하얀 색 궁장에 투명하게 보일정도로 투명한 피부를 가진 미인이다.
바로 자신이 어머니라고 부르는 여인이다.
“어...어머니께서 무슨 일로 저를 다 찾아 오셨습니까?”
여인은 혁린강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녀가 움직이자 여인 특유의 육향이 풍겨온다.
“대 공자는 아직도 날 어머니라고 불러주는군요.”
“하하하~ 무슨 말씀이세요.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는 거야 당연한거 아닙니까?”
“고마워요...우선 자리에 앉으세요.”
혁린강이 의자에 앉으니 자리에서 일어났던 여인도 다시 자리에 앉는다.
혁린강은 어머니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입고 있는 궁장이 너무나 야시시한 옷이기 때문이다
. 하지만 그녀를 탓할 수도 없다.
그녀는 북해빙궁의 여인이다.
그녀는 빙백신공을 익히고 있으며 태어나면서부터 차가운 얼음궁전에 살던 여인이다.
그런 그녀에게 신강의 기온은 견디기 힘들 것이다.
지금입고 있는 옷도 그녀에게는 거추장스러울지 모른다.
그런 사실을 잘 아는 혁린강은 어머니를 이해한다.
“시녀에게 들으니 아버님께 가셨다고 하시 덴데...”
“뭐~ 특별한 건 없습니다. 제게 포달랍궁을 다녀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포달랍궁?..그럼 50년 전의 동맹세력을 다시 규합하시겠다는 말씀이군요.
하긴 둘째 공자가 흑독애로 갔죠.”
“예~ 차근차근 준비하시는 모양입니다.”
“대공자가 포달랍궁을 끌어들이면 50년 전 동맹들이 다시 뭉치는 거네요.
둘째 공자로부터 흑독애가 다시 우리에게 협조하겠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했으니
50년전 동맹들이 다시 뭉치는 건가요?”
“둘째라면 충분히 흑독애를 끌어 들일 줄 알았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포달랍궁이 우리 일에 가담하지 안할지는 모릅니다.”
“대 공자가 나선다면 포달랍궁을 끌어들이는 일은, 일도 아니죠.”
“하하하~ 제가 능력이 있습니까? 다만 최선을 다할 뿐이죠. 그런데 무슨 일로 제방을 다 찾아오셨습니까?”
“그냥 보고 싶어서 왔어요. 왜~ 꼭 볼일이 있어야 찾아와야 되나요?”
“아...아니 그건 아니지만...다소 의외라.”
“호호호~ 대공자의 얼굴이 붉어졌네요.”
그녀의 말처럼 혁린강의 얼굴에는 붉게 물들었다. 다소 당황한 모습이다.
사실 지금 눈앞에 있는 여인은 자신이 어머니라 부르고는 있지만 친모는 아니다.
자신과 동생들을 나아주신 친모는 어릴 적에 돌아가셨다.
지금의 그녀는 아버지가 새장가를 드시며 들어온 새어머니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녀와 자신은 나이차이도 얼마나지 않는다.
또한 그녀는 아버지와 사랑해서 혼인한 것이 아니라
북해빙궁과 배화교사이의 정략적인 목적에 의해 혼인한 사이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동생들은 그녀를 어머니로 인정하지 않는다.
“대공자를 보고 싶었지만 대 공자가 찾아주지 않으니 내가 직접 찾아온 겁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바닥만 보고 있을 거죠.”
혁린강은 어머니의 말에 고개를 들어본다.
가장먼저 그녀의 가슴이 눈에 들어온다.
얇은 궁장사이로 붉은 색의 유실이 보이고 타원형의 젖가슴이 보인다.
어머니는 탁자로 허리를 숙인다.
궁장이 벌어지며 어머니의 젖가슴이 반쯤 드려난다.
혁린강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가서니 창문을 활짝 열어버린다.
그녀는 혁린강이 창문너머를 바라보며 등을 돌리자 입술을 깨물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굴을 보았으니 그만 일어나야겠네요.”
“가시겠습니까? 죄송합니다.
어머니와 담야설넷도 나누어야 하는데 갑자기 마음이 심란해 지내요
. 다음에 제가 찾아뵙겠습니다.”
“그래요. 다음에 꼭 한번 찾아주세요. 그럼 이만 가볼게요.”
여인은 입술을 깨물고 자리에서 일어나 조요히 방을 나선다
. 혁린강은 그녀가 방을 나갈 때까지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등을 돌린 혁린강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빙후(氷后) 냉가령...그녀의 이름이다.
그녀는 무슨 일로 자신을 찾아왔던 것일까?
자신을 유혹하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일까?
혁린강의 머리가 복잡해진다.
어머니..그녀는 향상 이런 식이다.
늙으신 아버지께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까? 후후후~ 웃기는 일이다.
어머니...그녀가 무섭다. 그녀의 속마음을 모르겠다. 왜~ 왜~ 그녀를 두려워해야 하는 걸까?
자신도 모르겠다. 불안하다. 그게 솔직한 마음이다.
아버지...어머니...그리고 동생들...모두가 미쳤다. 정상적인 사람이 없다.
냉가령은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며 빙긋 웃는다
. 혁린강..정말 탐나는 녀석이다. 하지만 그에게 접근하기 힘들다.
자신의 남편인 혁린무진보다 어쩌면 더 까다로운 상대인지 모른다.
그녀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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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은 손에 힘을 준다. 쇠사슬을 풀어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쇠사슬은 단단하게 묶여 있어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
흑의인들은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은은한 사향(麝香)냄새가 풍기는 약을 먹인다.
약을 먹은 사람들은 하나하나 정신을 차리고 자신들의 처지를 확인한다.
수혜도 정신이 들었다.
그녀는 주변을 살펴보더니 바로 옆에 묶여 있는 아군을 발견했다.
“어떻게 된 거지. 여긴 또 어디야.”
“정신이 들어요...전 아가씨가 깨어나지 않으면 어쩌나 싶었어요.”
“어떻게 된 거야. 왜 내가 묶여 있지.”
“흑의인들이 아가씨를 이곳으로 데려 왔어요.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이곳이 극기관인 모양입니다.”
“그..극기관이라고..그런데 어떻게 된 거지. 내가 잠이라도 든 건가?”
“음식에 약을 섞은 모양입니다. 아가씨와 다른 사람들은 음식을 먹고 잠들었어요.
그 사이에 흑의인들이 이곳으로 대려와 우릴 묶었습니다.”
“그...그래. 이것들이 또 뭐하려는 거지.”
수혜는 불안한 표정이다.
제1관인 음부관에 이어 극기관이란 곳에서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걱정이기 때문이다.
그때 검은 옷을 입을 사람들이 석실로 들어왔다.
그들은 모두 복면을 쓰고 있었고 손에 체직을 들고 있었다.
“이곳 극기관에서 너희들은 육체적 고통의 극한을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곳의 규칙도 음부관처럼 간단하다.
살아남아라. 살아남기만 하면 된다.”
천장에서 다시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바로 음부관에서 들었던 목소리다. 석실로 들어온 흑의인들의 체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휘이이익”
“아악~”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수혜의 가슴에도 체직이 떨어지고 옷을 길게 찢어버리며 가슴에 붉은 체직자국을 남긴다.
다시 체직이 날아와 수혜의 아랫배에 떨어지며 옷을 찢어버리고 뱃가죽에 붉은 상처를 남긴다.
“아가씨..아가씨...이런 빌어먹을 자식들 뭐하는 짓이야.”
아군은 발악을 하며 쇠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을 준다.
하지만 아군의 힘으로 쇠사슬을 끊는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흑의인들이 휘두르는 체직은 수혜와 아군에게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흑의인들의 체직은 도치와 무룡을 비롯하여
음부관에서 살아남은 모든 이들에게 똑같이 떨어지고 있었다.
“야~ 개 잡종새끼들아. 그래 죽이라 죽어. 품속에 벽력탄이 있으니 아예 같이 죽자고. 킥킥킥~”
한쪽에 있던 악무룡이 바락바락 악을 쓰니
무룡을 때리던 녀석이 잠깐 멈추고 다른 흑의인들도 멈추게 했다.
그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묶여있는 사람들의 품을 뒤지기 시작했다.
무룡의 품에서는 몇 가지 암기와 벽력탄이 나왔고, 도치의 품에서는 오리 뒷다리가 나왔다.
아마 나중에 먹기 위해 감춰둔 모양이다.
아군의 품에서는 무룡에게 받은 소이탄과 벽궁세가의 지하에서 챙겨온 책자가 나왔다.
“아악~ 어딜 만지는 거야. 놔~ 악~~”
수혜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린다.
수혜의 앞에 있던 흑의인의 손이 그녀의 가슴 속에 들어가 젖가슴을 주무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 사내는 수혜의 옷을 잡더니 거칠게 찢어버린다.
수혜는 한순간에 알몸이 되었다.
수혜의 벗은 모습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녀는 음부관에서 지내는 동안 많이 수척해 있었다.
음부관에서 잘 먹지도 못했기 때문에 뼈에 가죽만 붙여놓은 것 같다.
사내는 수혜의 벗을 몸을 음침한 눈길로 바라본다.
사내의 눈에 수혜의 작은 젖가슴과 검은 수풀까지 모두 드려났다.
수혜는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사내를 바라본다.
사내는 수혜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혜의 작은 젖가슴을 거칠게 주무른다.
수혜뿐만 아니다. 흑의인들은 모든 사람들의 옷을 찢어버렸다.
쇠사슬에 묶인 사람들은 한순간에 모두 알몸이 된 것이다.
“이런 죽인 놈들...나중에 이 원한은 꼭 갚아주겠다.”
수혜는 이를 간다.
수혜의 젖가슴을 주무르던 사내는 이내 수혜에게 떨어져 음침하게 웃더니 다시 체직을 휘두른다.
“휘이이익~”
“아악~~”
체직은 정확하게 수혜의 젖가슴에 떨어졌다.
수혜는 가슴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아팠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가슴이 체직에 갈라져 붉은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아군의 눈에 불똥이 튀다.
수혜가 당하고 있는데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 아군은 체질이 떨어져도 신음야설넷하나 흘리지 않는다.
육체적 고통보다 정신적 고통이 더욱 극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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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린강은 설이의 처소로 찾아갔다.
설이의 처소는 배화교 삼대금지 중의 한곳이다.
교주의 허락 없이 들어갔다가는 죽음을 면치 못하는 곳이다.
설이는 배화교에서 특이한 존재다.
다른 교도들은 설이를 아버지의 친딸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아버지와 그녀는 피한방울 섞이지 않는 남남이었다.
그녀는 아버지가 거둔 양녀(養女)였던 것이다.
설이의 처소에 도착하니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나타나 혁린강의 앞을 막는다.
혁린강은 품에서 작은 패를 보여주었다.
사내들은 패를 확인하더니 다시 연기처럼 살아진다.
혁린강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아름다운 정원이 나타나고 형형색색의 자갈이 깔린 길이 나타난다.
그는 붉은 색의 벽돌만을 밟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아가씨가 기다리고 계십니다.”
혁린강이 자갈길을 벗어날 때쯤 한 여인의 나타나 그에게 고개를 숙인다.
설이의 시녀 중 한명이다.
혁린강은 시녀의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눈에 커다란 나무한그루가 들어왔다.
그는 나무를 살펴본다.
향상 있던 사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 사내는 향상 나무위에 앉아 초점 없는 눈으로 술을 마시던 사내다.
“금이라는 사내가 보이지 않는구나.”
“떠나셨습니다.”
“오호~ 금이라는 사내가 떠났다고...기다림에 지친 모양이구나?”
“소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하긴 너는 모르겠지...바라만 보는 사랑이라면 가슴 아픈 일이지...쩝 자~ 들어가자.”
혁린강이 설이의 처소에 도착하니 붉은색 궁장에 면사를 한 설이가 밖에까지 나와 있었다.
“어서 오세요. 오신다는 전갈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황송한 때가 있나. 설이가 직접 마중까지 나오더니...하하하~”
“안으로 드시지요...너는 다과를 준비하도록 해라.”
시녀는 설이의 말에 자리를 피했고 혁린강은 설이의 안내를 받으며 그녀의 처소에 들었다.
혁린강은 마주앉은 설이의 모습을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비록 얼굴을 면사로 가리고 있지만 날씬한 몸매와 금빛으로 빛나는 머리카락만으로
그녀는 너무나 아름답게 보인다.
“아직도 면사를 벗지 않았구나.”
“저의 저주스런 외모 때문에 면사를 벗을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오셔서 그런 말씀만 하시면 섭섭합니다.”
“하하하~ 그래 나중에 네가 벗을 때가 되면 벗겠지.
그런데 금이라는 사내가 보이지 않더구나. 어떻게 된 거지.”
“덧없는 기다림을 하지 말라 했습니다. 이제 자유롭게 날아가라 했습니다.”
“너의 말을 듣고 순순히 물러나더냐. 내가 보기에 쉽게 포기할 사내는 아닌 것 같았는데...”
“희망 없는 기다림은 무의미합니다. 그 사람도 그걸 깨달은 거겠죠.”
“아직도 너의 가슴속에는 북풍한설(北風寒雪)이 몰아치는 모양이구나.”
“북풍한설이라..마음이 죽은 겁니다.
어디서 왔는지..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는 년이라 누굴 사랑할 만한 여유가 없는 겁니다.”
“그래....휴~그 이야기는 그만하자.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
“그냥 자수를 배우고 있습니다.”
“답답하진 않느냐. 이곳은 감옥 아닌 감옥이지 않느냐.”
“밖에 나가는 것보다는 이곳에서 지내는 것이 편합니다.”
그때 시녀가 다과를 준비해서 방으로 들어왔다.
설이와 혁린강은 입을 다물었다.
시녀가 나가자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서로 할말이 없는 것이다.
혁린강이 설이를 찾아온 것도 일년 만이다.
혁린강은 설이의 면사를 뚫어지라 바라보다가 한숨을 쉰다.
“그...면사...벗어줄 수 있겠느냐.”
안됩니다.”
“휴~ 그래 그만두자. 널 보았으니 그만 가야겠구나.”
“벌써 가시려하십니까?...차라도 드시고 가세요.
“먹은 것으로 하자.”
혁린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답답하다.
그녀는 자신의 동생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베일이 가려진 여인이다.
아버지..어머니...설이..모두가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다.
혁린강이 나가자 설이는 혁린강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면사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눈동자에 작은 떨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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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솟구치고 살덩이가 뭉텅이로 떨어져 나간다.
어떤 사람은 살점이 떨어져 하얀 뼈가 드려났다.
극기관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실신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흑의인들은 실신한 사람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숨이 끊어진 사람은 지하광장에서 끌어내고
숨이 끊어지지 않은 사람에게는 단약을 먹인다.
단약은 먹은 사람들은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깨어난다.
그럼 다시 흑의인들의 매질이 시작된다.
수혜의 몸은 걸레처럼 너덜너덜했다.
젖가슴은 쩍쩍 벌어졌고 몸은 마치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런 상태로 살아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흑의인은 실신한 수혜의 입에 단약을 먹인다.
도치와 무룡의 상태도 비슷하다.
그들의 몸도 만신창이가 되었다.
다만 무쇠 같은 몸뚱이를 가진 아군만은 수많은 매질에도 상처하나 나지 않았다.
아군은 안타까운 눈으로 수혜를 바라본다.
그녀가 죽지 않았는지 걱정된다.
그는 당장이라고 흑의인들을 죽이고 싶다. 하지만 힘이 없다.
자신을 결박하고 있는 쇠사슬은 너무나 단단하다.
얼마나 많은 지났을까? 이곳 극기관에 들어온 것이 십 여일은 지난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흑의인들의 손에는 채직 대신 철삭(鐵索)이 들려있었다.
이제 체직에서 철삭으로 변한 것이다.
사람들의 살점이 뭉텅뭉텅 날아간다.
철삭으로 변한다음 뼈가 부려지고 가닥가닥 끊어지며 죽은 사람이 속출했다.
잠마제일관 음부동에서 수련이 부족했던 방관자들은
제2관 극기관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나가는 것이다.
흑의인들도 지치는 모양이다.
얼굴에 복면을 쓰고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벌써 몇 번은 교체된 것 같다.
맞는 놈도 힘들지만 때리는 놈도 힘든 법이다.
한동안 매질을 하던 흑의인들이 물러갔다.
“아...아가씨....아가씨. 정신 차례요. 아직 살아있는 거죠.”
아군은 축 늘어진 수혜를 불러본다. 수혜는 힘들게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아름답던 얼굴에도 체질자국이 선명하다.
그녀의 입술은 터지고 뺨에도 긴 상처자국이 선명하다.
“아직 안 죽었어. 아니 못 죽어. 빠드득~”
수혜는 이빨을 갈며 중얼거린다. 아군은 수혜의 눈을 보았다.
수혜의 눈은 붉게 물들었고 보는 이가 섬뜩할 정도로 살기가 풍기고 있었다.
“괜찮은 겁니까? 죽으면 안 됩니다. 꼭 살아서 나가야 합니다.”
“걱정하지 마. 안 죽어. 억울해서 못 죽어. 꼭 살아남아서 복수할거야. 모두 죽일 거야.”
수혜는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중얼거린다.
흑의인들이 사람들에게 먹이고 있는 약은 마령단(魔靈丹)이라는 약이다.
마령단은 배화교에서 제조한 단약으로
단 한 알만 먹어도 십년이상의 내공을 증진시켜 주는 효과가 있는 약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단기간에 내공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육체적 고통을 견디어야 하며
마령단을 복용하면 할수록 인성(人性)이 말살된다는 것이다.
또한 마령단은 일종의 마약이다.
수혜도 벌써 몇 알의 마련단을 복용했기 때문에 서서히 난폭하고 거칠게 변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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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정도가 흐른 모양이다.
흑의인들은 이제 철삭이 아니라 봉으로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팔이 부러지고 다리가 부러진다.
어떤 사람은 양쪽 다리가 부러져 축 늘어져 버린다.
하지만 흑의인들의 매질은 멈추지 않는다.
매질을 견디지 못하면 죽는 것이다.
사람들 중에 서서히 변화가 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뭉텅이로 살점이 떨어지고 뼈까지 드려났던 사람들이 서서히 새살 돋아나는가 하면
흑의인들의 봉을 튀겨내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하지만 수혜는 반응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혜의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
그녀도 새살이 돋아나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수혜의 피부가 장마철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지더니 살점들이 떨어져 내렸다
. 임독양맥과 생사혈관이 타동되는 환골탈퇴의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그녀의 몸에 기연이 일어난 것이다.
극기관은 아군에게 별반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아군은 이미 생사혈관이 타동되고 금강불괴, 만독불침의 몸이었기 때문이다
. 다만 아군이 극기관에서 얻은 것이라면 몸의 세포들이 극도로 애민해졌고
매를 맞는 법을 자연스럽게 습득했다는 것이다
. 언제부터인가 아군은 철삭이나 봉이 날아오면 세포들이 미리 반응하여 급소를 피한다.
아군은 극기관에서 수혜의 모습을 지켜보면 피눈물을 흘렸다.
매질에 의한 육체적 고통은 아군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수혜의 고통을 지켜보며 자신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아군의 가슴을 갈가리 찢어놓았기 때문이다.
수혜를 시작으로 환골탈퇴의 관정이 벌어지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젠 광장에 비명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흑의인들의 봉은 수혜의 몸에서 튀겨나간다.
철삭도 마찬가지다. 철삭도 수혜의 몸 근처에 이르면 튀겨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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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의인들이 광장에서 빠져나가며 그들이 드나들었던 석문이 기관에 의해 잠긴다.
그리고 사람들을 결박하고 있던 쇠사슬이 풀렸다.
사람들은 쇠사슬이 풀리자 주변을 살펴본다.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은 흑백의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쇠사슬이 풀리기 전에 모두 도망친 것이다.
극기관까지 사람 남은 사람은 백 명이 되지 않았다.
다시 수백 명이 극기관의 관문을 극복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결박이 풀리자 누군가 석벽에 벽력장을 내리친다. 하지만 석벽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죽어...죽어...죽어 새끼야.
이런 빌어먹을...이 새끼들 다 어디갔어. 나와~ 나오란 말이야.”
도치도 석벽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석벽이 진동한다. 하지만 석벽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멍청한 새끼. 그만해. 석벽이라도 때려 부술 생각이냐. 석벽이 무너지면 모두 깔려죽어 새끼야.”
“뭐야...어떤 새끼야.”
“나 무대포다. 성질 더러운 걸로 치면 나도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 그래도 가만있다.
잠마동 만든 새끼가 아무 생각도 없이 만들었겠냐.
네놈 주먹이 무너질 석벽이 아니다.”
“너도 안 죽었냐. 그래서..계속 끌려 다녀야 한다는 거냐. 이게 사는 거냐.”
“누군 성질 없어서 참고 있는 줄 아냐.
생각 같아서는 벽력탄으로 잠마동을 날려버렸으면 시원하겠다.
하지만 지금은 참자. 살아남아라. 무조건 살아남아라. 절대 죽지마라
. 나중에...나중에 잠마동을 벗어나면 잠마동과 관련된 놈들은 산체로 씹어 먹을 거다.
아주 잘근잘근 뼈까지 씹어 먹을 거다.
그때까지 살아남아라. 알았냐. 도치야.”
“큭큭큭~ 그래 살아남아야지. 억울해서 못 죽지. 억울해서 못 죽어.”
“잠마동 제2관 극기관을 통과한 것을 축하한다.
너희들은 이제 제3관 연무관(演武關)으로 가게 될 것이다.”
지하광장에 웅웅~ 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쪽 석벽이 기관에 의해 좌우로 갈라졌다.
그곳으로 들어가라는 모양이다.
“저놈...나중에 용서치 않을 거야.
자~ 가보자...또 어떤 관문이 기다리는지 가보자고..
십팔~이제 겁나지도 않아. 죽기 밖에 더하겠어. 그래 죽는 거야. 또 어떤 관문인지 가보자.”
사람들은 이제 모두 악밖에 남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를 갈며 갈라진 석벽을 따라갔다.
석벽 중간에 극기관에 들어와 사람들에게 압수한 물품들과 옷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극기관에서 벌거벗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대충 옷을 걸치고 자신들의 물품을 챙겼다
. 다만 아군이나 악무룡에게 압수한 폭탄은 그곳에 없었다.
잠마도 제3관...연무관에서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아무도 모른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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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감 합니다.
잘 보았읍니다
감사합니다.
시련을 이겨내야하는데??
재미있네요 잘 보았습니다
잘봅니다..^^
재미있게보고있읍니다 감사
잼나부요잉~
고맙게 잘보고 있어요~~~
잠마도 삼관??? 어떤일이??
감사합니다
감사
감사
재밋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