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노는 토요일
집사람과 함께 가끔 가는 남부시장에 나가 보기로 한다
항상 아침식사준비 관계로 혼자 다니던 새벽시장을 집사람과 함께 가니 한결 여유가 있다.
새벽부터 채전밭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보따리 보따리 해가지고 나오시는 우리들의 어머니들.
그네들의 전대속에 쌓이는 천원짜리의 두께에서 삶의 고단함이 엿보이기는 하지만...
이또한 삶의 숭고한 현장이기에 누구는 가장 인생이 고달플때 시장구경을 가라했던가.
며칠후의 아버지제사에 대비하여 장을 보는 것인지 새송이. 겨울에 먹기 좋다는 노란고구마. 미나리, 물좋은 삼치, 어머니와 딸랑구가 좋아하는 홍시감을 사고 나니 타고간 자전거는 운전하기 힘들 정도가 되어버린다.
이시간이 지나면 도매시장은 끝나고 소매시장으로 변신하며 정적속으로 빠져든다.
날이 갈수록 쇄락해가는 시장의 모습에서 내어린날 엄마손잡고 시장을 따라가면 괜시리 흥분되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은 흘러간 세월의 간격만큼이나 무심하기만 한 때문인지.
10.23. 15:00 전주
동서울행 고속버스에 옆지기와 몸을 싣는다.
제주에서 2박3일동안 무리한 음주와 모기로 인하여 새벽잠을 설치고 신산공원에서 조깅도 해보았지만 컨디션은 최악이다.
여행을 기획하고 인솔해야 하는 책임이 있기에 짧은 출장 긴여행이지만 긴장하기는 마친가지이고 아직도 상존하는 우리네 의식들 가운데 단체행동을 하게 되면 인솔자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게 되고....그리하여 스트레스는 쌓이고
제주에서 유일한 58멍인 “제주”와의 짧은 만남속에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항상 언제 어디서나 마라톤과 동갑이라는 동감대는 새삼 내가 코스모폴리턴이 된 것 같은 생각에 들게 하는 이 포만감이란....
어째 몸살이 올 것 같은 불길함을 뒤로하고 잠을 청해보는데 속절없이 카오스는 무무집에서 모이기로 했다며 만남을 주선하는데...
10.23. 18:30 무무집
시계방향 앉은 순으로 언제나 장난스러움과 진지함이 공존하는 표정의 카우보이,
작심한 듯 내심 무심한 표정의 카오스.
며칠 밤샘한 초췌한 모습의 꼭달이,
처음 보지만 웬지 도인 같아 보이는 홉쓰리,
평창정모보다 더욱 더 말쑥해진 표정의 컨츄리보이,
심각하게 진지한 표정으로 개띠급 돼지띠를 논하는 청룡,
큰 눈만큼이나 천진스런 표정의 아름이,
트레이드 마크인 볼테기살이 없어져 버린 거부기,
항상 심각한 듯 하지만 눈빛이 살아있는 나무,
그리고 무무는 막걸리를 받으러(사러 간게 아니고)갔다는데...
헌데 막걸리를 들고온 무무의 표정마저도 진지해보이는게 뭔가 결의를 다지는 눈치(눙친다)
그렇게 대한민국 최고의 소금구이와 막걸리를 마시며 춘마의 전야제는 무르익어가고,
10.24. 06:20 잠실경기장 입구
05시30분에 기상하여 해장국을 허겁지겁 먹고 경기장정문에 도착하니 안보이던 승훈.재규어.승희, 이른바 자봉조들의 부산한 모습과 밤늦게까지 대회준비를 했다며 나타난 머슬가이가 음료수와 맥주 그리고 아마 모자랄꺼라며 파시코 비닐봉투까지 세심하게 챙겨주며 떠나가고 카오스는 하루종일 텔레비전을 본대나 어쩐대나 그래도 뒷모습은 왠지 허전해보이고.
재돌이와 녹향을 마지막으로 춘천을 향하여 출발하는데,
눈을 감아도 어차피 잠은 안오고
배재라의 비장한 결의를 다지는 소감과 자봉조들의 존경과 시샘섞인 소감을 들으니 나에게도 기회가 된다면 자봉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부상과 함께 결연히 쉬고 있는 승훈이의 모습에서 더욱 마음이 굳어지고
10.24.08:20 닭갈비집 주차장
예정보다 빨리 도착하니 아작 바깓날씨는 쌀쌀하다.
버스에서 휴식을 취하며 어제 도착하였다며 나타난 서글서글한 인상의 깜장부군과 인사를 하고 머슬이가 준 비닐봉투를 뒤집어 쓰고 경기장으로 향하는데 여기저기에서 그 비닐봉투 어디서 주는거냐며 물어본다.(낸들아나?)
도청소재지 경기장치고는 비교적 낡고 규모도 작아 보인다.
여기까지는 좋아보였는데.....
10.24. 10:20 경기장 탈의실 앞
멍들이 가장 많이 모인 날인가?
처음본 멍들과 수인사를 나누고 기념촬영도 하고 “58개띠 ~ 멍” 도 외치고 김제의 자칭 띠동갑 할배 “멍”도 같이 사진도 찍고 배재라는 애주를 애타게 찾아보지만 나타않고 정작 출발지점를 찾아 떠나가자 애주는 나타나는데 신형 쫄타이즈 같은 긴바지는 어떤 연유로 입고 뛴다는 것인지.
암튼 이제 화살은 시위를 떠나고 있는데....
10.24.11:15
내가 속해있는 G그룹도 파도에 밀려가듯이 출발하는데 머리도 멍하고 몸은 무겁지만 초반 5분30 ~ 6분대를 옆지기와 다짐하며 여정을 시작하는데 여름혹서기와 그혹서기보다 더 덥고도 힘들었던 경산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데 어찌 어찌 완주는 하리라 다짐하면서,
10.24.12:14(10키로 지점)
초반의 과속을 억제하며 무난하게 이어지는 페이스다.
지난 겨울 빙어낚시한다고 이길을 지나갔던 기억이 새로운데 의암호를 끼고 도는 주로는
가을을 정취를 물씬 풍기며 마라톤 여행의 진수를 보여 주는데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달리게 하는지 그저 발자국 소리만이 포도를 때리며 가을을 재촉하는데....
13키로 지점에서 옆지기를 먼저 보내고 소변을 보고나니 한기가 든다.
역시 무리인가?
조금 뛰어보니 이제는 졸리기까지 하는데 옆지기를 쫒아갈 힘이 없다.
아침에 차속에서 승희에게 런하이가 어쩌고 하면서 일장연설을 하였는데 이게 무슨 꼴이람.
역시 사람일은 한치 앞을 모를 수 밖에.........
속도를 올려보지만 한번 들어앉은 마음속의 번민은 떠나려 하질 않고 뭔가 화두의 꼬뚜리라도 잡아보려 하지만 기진맥진하기는 마찬가지,
14키로 지점에선가 사진을 찍으며 가볍게 달리는 전차와 조우하고 지나쳐 16키로에선가 빛고을과 조기자가 지나치듯 지나가고 18키로에서는 옆지기도 걸었던 듯 느린 속도로 달려가는 옆지기를 바라보면서도 걸어야만 하는 기막힌 심정이라니...
그렇다 주로에서는 뛰면 모든 것이 사라져 간다.
드디어 20키로지점에서 회수차량이 보이고 마음의 결정을 한다.
회수차를 타기로.......
어쩌면 옳은 결정일것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하면서
이른 아침식사 때문인지 사람들이 유달리 찰떡쵸코파이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나도 대여섯개를 먹고나니 이제는 만사가 귀챃다.
한참을 쉬며 고민하고 있을 즈음 나타난 카우보이에게 회수차를 타야겠다 하니 아무말이 없다.
무언의 질책을 달게 받으며 돌아서 간다.
첫댓글 드라마처럼 연결된 족적들이 편안하다. 너의 글처럼 우리 편안하게 달리면 되지 않을까. 회수차를 타는 것은 아주 용기있는 일이다.^^
들풀아 꾸밈없는 용기!!! 정말 고생 했구나 몸조리 잘하고 수일내 연락할께.....
들풀아 너의용기에 박수를친다.나같은 초보에게는 조은교훈이다,들풀 힘~~
부상을 각오하고 완주하기보다는 담을 기약하며 포기한 들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멀리서 올라왔는데 제대로 인사도 못했구나. 몸조리 잘해라.
그 동네 모텔들이 요상한 곳이라서 밤새 뒤척인거 아니야? 포기도 아름다운 더목이다. 잘햇다. 11월에 전주에서 만나자
고생많았다. 몸조리 잘하구 옆지기님에게도 안부좀 전해주구 보석에서 보자꾸나.
전주에서 보자 들풀아 수고 ㅎㅆ 글고 부럽구 옆지기를 같이한다는것 자체 ^^
몸과 맘 얼른 추스리고 힘 내!! 다음 대회 이번 몫까지 기쁨 2배 누려라! 밟아도 밟아도 생기 발랄하게 솟구치는 들풀처럼!
옆지기와 같이 하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고 부럽다... 포기도 용기가 있어야 하는것. 다음 대회를 기약하며.... 히~ㅁ!
야~전주에서 올라왔는디...안타깝다...동아가 기다리잖여~그걸루 위로삼아라...
달리 들풀이냐? 바람이 부면 부는데로 누워서 사는게지, 잘 했다. 담에는 꼿꼿이 서자.
그날의 수고가 사르르 사라졌지?들풀아 제주에서 피로가 춘천까지 왔구나. 멋쟁이! 담에 반까이하자
들풀아 한번 타면 자꾸 타개 되어... 장열한 최후를 맞을 준비하고 달리어라..전장에 죽드시
항상 옆지기와 함께하는 들풀이 부럽다...
들풀아~~ 편안하게달리는모습이 상상된다..마라톤은자기훈련이야..다음엔회수차 다지말거라.죽어도 걸어 들어오겠다는마음으로 출발을시작해봐..그럼완주할수 있다..빨리 들어오는시간은숫자일뿐이다.우리집옆지기 올3월첫풀7시간 7분인데..롱비치에서 5시간5분이야..이러듯이..처음이어려운거야..
기권을 환영하는 회수버스, 목빼고 기다려도 안오던디....근데 뭘 `회수'한다는 거여, 이름 한번 고약쿠먼..
20km 지점에서 본 것 같았는데 그랬구나~ 청룡,나, 마들,정파던가? 누구더라 그 복잡한 지점에서 물 마시고 58개띠 멍!!! 크게 외치고 출발했는데~ 그라고 금강산 후기 아직도 쓰고 있냐?
그런 결심하기가 쉽지 않지. 후회하지 않는다면 최선의 선택이었을거야.
저런... 들풀아 마음이 아팠겠구나.
니글을 일그니 들풀처럼 푸근하구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