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어찌나 덥던지 직장에서 에어컨을 켰습니다.
4월말에 에어컨이라 된장... 어느 해에는 4월에 눈이 오더니 말이죠
이러다가 4월에 겨울과 여름을 동시에 경험하지 말라는 법도 없겠네요 ㅡ.,ㅡ;;;
오늘은 아침부터 비를 뿌리는게 종일 비가 오려나 봅니다.
강풍을 동반한 비라는데 빗님도 요즘은 심술이 여간 아닙니다.
하여... 오늘은 만사 제치고 간만에 글 하나 올려 보렵니다 ㅎㅎㅎ
올해로 2년차의 텃밭 농사 햇병아리입니다.
산골짜기의 출신의 시골뜨기이면서도 정작
농사를 직접 지어 본 적도 없고 그저 부모님 일하실 때
곁에서 슬쩍 슬쩍 거드는 정도로만 그치고 자라서인지
직접 파종을 하고 병충해를 돌보는 일이 여간 서툴지가 않습니다.
처음인 작년엔 뭐가 뭔지도 모르고 5평 남짓한 텃밭을
눈치 코치 그것도 모자라 발치까지(^^) 동원하면서
그야말로 내맘대로식의 텃밭을 경영(?)해 보았죠.
그 재미가 의외로 쏠쏠하여 호시탐탐 확장 경영을 고민하던 참에
어느 날 주인장 할머니로부터 전혀 기대치 않게도
주말 농장 밭들 중에서도 노른자위 땅을 하사(^^)받게 되었답니다.
그거야 지난 번 글에 올렸으니까 잘 아실테지만요.
여하튼 이 텃밭이란 것도 가꾸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제 맘 속에 뭔 정성이 뻗쳤는지 텃밭을 이~쁘게 꾸며주고 싶어서
밭 둘레에 칸막이를 치기 위해서 사전 작업에 들어 갔습니다.
이 칸막이를 해 두면 여름 장마철에 흙이 쓸려 내려가지 않기에
다른 텃밭들 중에서 칸막이 공사가 잘된 곳들을 눈여겨 보았다가
2주전 토욜날 실로아를 데리고 자재를 구하러 갔답니다.
이런 자재 구입이란게 당연히 돈 들여서 할 리가 없죠.
야산 기슭에 있는 어린이집 공사장에 버려진 자재가 제법 있었거든요.
2주전 토요일 퇴근 후에 실로아를 데리고 그 곳을 갔답니다.
그 공사장에서 텃밭까지 자재를 들고 가기에는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서
차를 동원해서 어떻게 들고 갈까 머릿속이 조금 복잡한 상태였죠.
아무리 버려진 자재라도 주인의 허락을 받아야겠기에
낮에 아무리 그 어린이집에 전화를 해도 전화를 받질 않더군요.
할 수 없이 일단 가고 보자는 마음으로 갔던 것인데
마침 유치원 버스를 운행하는 중년의 아저씨 한 분이
당직을 서고 있길래 자재에 대한 문의를 하였더니
얼마든지 자재를 가져가도 좋다고 흔쾌히 허락하시더군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작업에 들어갔답니다.
사실 집 주변에서 그만한 자재 구하기도 어려웠답니다.
자재인 각목에는 못이 많이 박혀 있었는데
일일이 빼내거나 두들겨서 다치지 않도록 해야 했습니다.
그것도 꽤 번거로운 작업이어서 해 떨어지기 전에 서두르고 있는데
그 아저씨가 오더니 톱을 하나 주면서 쓰라고 하시더군요.
그 톱이 그 순간에 얼마나 요긴했는지는 실로아가 증인입니다.
톱으로 각목의 길이를 적당히 자르는 작업을 하고 보니
운반의 번거움이 일시에 사라지고 정말 손쉽게 운반을 했답니다.
돌아오는 길에 실로아에게 그랬습니다.
“야 천사가 따로 없어. 천사는 바로 저렇게 등장하는거야 ㅎㅎㅎ”
그 각목을 그 길로 텃밭으로 옮겨 놓고서는
일단 기존에 텃밭을 둘러싸고 있던 목재나 자재들을 걷어 냈답니다.
목재 중에는 썩은 것들도 있고 그냥 두기에는
볼썽 사나운 것들도 있어서 맘에 안드는건 모두 걷어내기로 했죠.
그것들을 버릴려면 주말 농장에 두기는 그렇고
인근 야산까지 들고 가서 버리면 되는데
벌써 해가 어둑 어둑하여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었죠.
그러고 있는데 농장 주인의 아들인 현이 씨가 다가와서는
잠깐 인사말을 하다말고는 이 자재들을 그냥 두라고 하더군요.
그 자리에 두면 누군가 가져 가기도 하고
안 그러면 자기네가 불 피울 때 훌륭한 땔감용이 된다면서 말이죠.
“와우! 굿입니다요 굿~~~”
만사가 이렇게 술술 풀리면 얼마나 좋은걸까요?
귀가 길에 제가 또 실로아에게 그랬습니다.
“오늘 천사가 많네. 현이 씨도 천사야 천사!”
어제는 곧장 퇴근하여 실로아와 동네 한바퀴를 나섰습니다.
아침에 운동을 못해서 저녁에 하려던 참이었는데
결국 돌고 돌아서 텃밭으로 향하고 말더군요 ㅋ~
도라지밭에 풀을 뽑고 계시는 주인 할머니께
도라지 2kg을 캐 달라고 다시한번 읍소(^^)까지 하던 참에
텃밭 고참 아주머니 두 분을 만나서 얘기하다말고
작년부터 꼭 한번 심어보고 싶었던 생채, 또는 아사기상추가
화원을 하시는 분한테 모종으로 딱 한 판 남은게 있다고 해서
부랴 부랴 쌍용아파트 입구에 있는 그 분의 화원까지 찾아갔답니다.
화원엘 들렀더니 낯익은 사장님이 저희를 반겨 주시고
실로아와 저는 드뎌 그 맛있고 맛있다는(^^) 상추 모종을 품에 안았답니다.
그것도 외상으로 말이죠 ㅍㅎㅎ
덤으로 화원 내에 있는 난들도 구경했는데
사장님이 난 애호가라고 하시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더군요.
실로아가 난에 꽂혀 집에 갈 생각을 잊을 정도였으니 말이죠.
또 덤으로 대추토마토라고 하는 새로운 품종의 토마토와
계분에 목초액을 섞어 만든 상품의 유기농비료를 알게 되었는데
토마토를 심을 시기인 5월초에 다시 화원에 들러기로 약속을 하였답니다.
6시 30분에 가볍게 나선 산책길이 그만 8시가 훌쩍 넘었더군요.
돌아오는 길에 실로아에게 또 한마디 건네 줍니다.
“오늘은 웬일로 저녁에 운동하나 했더니 이 화원에 올려고 그랬나봐.
화원 아저씨가 천사야 천사! ㅎㅎㅎ”
부지중에 천사를 만나면 잘 대접해야 하는 거 맞죠?!
그나 저나 먼저 받기부터 했으니 순서가 뒤바뀐게 틀림없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천사들이 훌쩍 가 버리기 전에
살찐 송아지를 잡고 입에 살살 녹는 떡을 만들어야할텐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