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숲과 문화연구회 격월잡지인
'숲과 문화' 2019년 11,12월호에 실린
신정섭님의 글을
원문 그대로 인용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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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은
붉게 반짝이는 나무의 달이다.
여름내 쉬지 않고 곳간을 채웠던
나무들이 열매를 달구는 달이고,
제 몫을 다한 나뭇잎들이 짧은 순간 남은
정열을 불태우는 단풍이 되는 달이다.
11월의 절기로는 8일 입동(立冬)과
22일 소설(小雪)이 있다.
기후온난화가 이야기되는 지금은
매달 울리는 알람이 어색할 때도 있지만
계절의 변화를 상징하는데
절기만 한 것이 없다.
겨울이 시작되고 첫눈이 내리기 때문에
세상의 생물들은 마음과 몸이 부산해진다.
얼마 전까지 떫거나 신맛으로 무장을 하고
푸른 경고를 보내던 나무열매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부끄럼 많은 산골아이의
볼처럼 붉은빛을 띤 모습을
세상에 드러낸다.
한번 맛보시라고,
나를 따서 멀리 데려가 달라고.
찔레, 산수유, 오미자, 구기자, 사과 등
알만한 얼굴들이 가을을 팔고 있다.
감나무와 주목도
이 계절 붉은 열매를 다는 나무들이다.
11월 어느 나무를 택하던
가을의 끄트머리를 표현하는데
어색함이 없겠지만,
잎과 열매를 붉게 달구어 떨어내며
가을을 보내는 감나무와,
푸른잎을 재무장하고 붉은 과육의
옷을 조금씩 벗어버리는 주목을
11월의 달나무로 선정한다.
주목
(Taxus cuspidata S.et Z., Yew)
주목은
소백산의 비로봉 정상부근을 비롯해,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 가리왕산 등
높은 산지에 분포하는 나무이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오래 살며,
주목이 이루는 경관이 독특하고 아름답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태백산, 오대산, 가리왕산, 설악산의 주목
주목은
적목, 경목이라고도 하고,
제주도에서는 노가리나무라고도 부른다.
주목(朱木)이라는 이름은
나무의 수피가 붉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나무의 이름처럼 목재도 붉고
단단하기 때문에 고급 목재로
사용되어 왔으며,
조각, 불상, 악기, 가구 등 다양한 제품의
소재로 이용되고 있다.
주목은
생장 속도가 매우 느린 나무이다.
주로 고산지대에서 자생하기 때문에
양분과 물이 적고 열악한 기후환경으로
성장이 늦어지면서 단단해진
나무의 재질과,
다른 식물들보다 짙은 잎의 색,
그리고 붉은 열매를 맺는다.
짙푸른 잎의 상록수로
사철 변함없는 모습과
아름다운 수형을 보이는 주목은
종자 파종과 삽목으로쉽게 번식되어
본래의 자생지인 고산지대를 떠나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조경수가 되었다.
더욱이 1969년 미국 산림청이
주목에서 발견한 택솔(taxol)성분이 항암제의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더욱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