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8시...
남편이 괴산 집에 내려오겠다고 전화를 했네요.
괴산 도착하면 밤 10시가 넘을테고
밤길 운전 걱정되어 오지 말라 했건만....
그래도 혹시 몰라서 반찬 몇 가지 만들어놓고
간장에 담아 밑반찬으로 먹으려고 낮에 따 놓은 깻잎을 다듬었지요.
속으론 남편이 안 오길 바라면서
만약 오면 절대로 화를 내지 말아야지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며 마음을 달래고 있었죠.
밤 10시 30분이 넘어섰고 남편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네요.
웃는 얼굴로 대하기로 다짐했던 그 마음은 어딜가고
남편 속 쓰릴 이야기만 골라가며 바가지를 긁었네요.
시간당 50미리 폭우가 쏟아진다는데
내일 서울에 어떻게 올라갈려고 왔느냐...
여기 와도 별로 할 일도 없는데
마누라 할 일 없을까봐서 일 시키려고 왔느냐....
그러잖아도 위염이네 관절염까지 겹쳐
요즘 컨디션 엉망인데 스트레스 주려고 그러느냐 ...
오려거든 미리 전화라도 해 주면
바쁘게 설치지 않아도 될텐데 오늘따라 전화는 먹통이었냐...등등
사실 제가 어제 너무너무 힘들었거든요.
오락가락 하던 비에 산 쪽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세멘트 길까지 내려앉아
그걸 삽으로 전부 퍼 올려 꽃밭에 옮겨놓고
크고작은 돌은 물길에 움푹 패인 산 아래 길 쪽에 옮겨놓는 노동에
양쪽 팔을 들기도 힘들었는데(사실 눈 감고 안 해도 그만인데 하필이면 제 눈에 그게 보였네요)
저녁때는 상추 씨앗 파종하려고 풀을 뽑고
캄캄할 때 집안에 들어온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남편 전화를 받았으니 ...ㅠㅠ
그렇게 저 혼자 바가지 긁고
심기가 불편했던 저는 점심.저녁 모두 굶고
약도 전부 건너뛰고 커피 한잔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죠.
아침 7시 반...
남편은 집안을 돌아다니며 풀을 뽑고 한없이 키가 커 가는 토마토 지줏대를 세우고 있기에
운동하고 오겠다며 옆집 언니와 30분동안 걷기 운동을 했죠.
그리고 어제 바가지 긁었던 일이 미안해서(제가 성질이 아주 못 되었거든요)
냉장고 뒤적거려 없는 반찬까지 총 출동시켜 아침상 차려주고
점심밥은 좋아하는 잔치국수를 끓여 냈죠.
늘 얻어먹기만 했던 옆집 언니께도 솜씨없지만 국수를 갖다 드리고
저도 맛있게 잘 먹었구요.
마침 옆동네 사시는 아저씨께서 옥수수를 마흔 개 정도 주시기에
옆집 언니와 똑 같이 나눠서 소금만 넣고 삶아 서울집에 가는 남편에게
맛있게 먹으라고 기분좋게 전해주며
다음부터는 미리미리 전화를 하고 괴산으로 오라고 했죠.
이제나저제나 서울에 도착했다는 전화를 기다리는데
오후 6시 조금 넘어서 전화 벨이 울립니다.
남편이 화 내지 말고 이야기 잘 들으라며 하는 말인즉
동서울 톨게이트 도착해서 하이패스 차량 진입로로 진입해서
좁아지는 차선때문에 깜박이 켜고 차선변경했는데
출고한지 1주일밖에 안 된 외제자동차가 뒤에서 들이받았다네요.
순간 남편 자동차는 붕 하고 공중에 떴지만 파손은 심하지 않았고
뒤에서 들이받은 차는 앞 부분이 심하게 파손되었지만
다행히 인명사고는 없었다지 뭡니까?
그런데 문제는 사고직후 상대방에서 부른 보험사 직원(현대해상)이 와서
깜박이를 켰어도 차선을 변경한 건 잘못이니까
저의 측 과실이 7:3이라고 서류를 꾸미고 난 다음
그때서야 도착한 우리측 보험 담당자(현대해상)는 별다른 의견없이 사고 접수를 했다 하네요.
저야 현장에 있지도 않았고
교통 법규에 대해 아는 바 없으니
그냥 보험사에서 처리하는대로 받아 들이고 싶은데
남편은 자기 잘못도 없는데 5:5 과실이라면 모를까 7:3 과실은 말도 안 된다고
저 한테 자꾸만 전화를 해서
사고 이야기를 하고 또 하고...제 화를 돋구네요.
전 귀찮고 복잡한 건 딱 질색이라
인명사고 안 난것만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자동차 보험료 올라가면 그냥 내고말지 싶은데
남편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아는 게 힘이라는 말이 있듯이
무얼 알아야 가타부타 이야길 하지요.
첫댓글 청정화님 시골살이 하시려니 일이 참 많으시죠?
저도 예전 주택에 살때는 주변 정리가 너무 힘든데다 설상가상 몸까지 아프다 보니 공연한 일로 짜증을 부릴때가 참 많았었지요.
남편분도 피곤을 무릅쓰고 먼거리를 마나님 보러 오셨다가 뜻하지 않은 사고 까지.............그래도 청정화님이 눈치 보이셔
정황 설명을 하시면서도 화내지 말고 들어라~고 하시고 또 억울 하다고 생각 돼는 부분을 자꾸 전화 하신다 는건 아내를 많이 의지 하시고 계시네요.
청정화님 듣고 계시자면 심기가 불편 하시더라도 편드는 척 해드리세요 남자들은 아내의 한마디에 날개를 펴기도 접기도 한다 쟎아요 기를 불어 넣으세요 후~^&^
백목련님 말씀듣고 아침 일찍 남편에게 전화해서 어디 아픈데 없느냐고 먼저 물었지요.
그리고 어제 사고 이야길 다시 물어보며 일단 본사에 전화해서 사고경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재조사를 의뢰하라 했지요.
지나고 보면 제가 다혈질이라 화를 너무 잘 내는거 같아 늘 반성하고 있지요.^^*
부군 담당 보험사에게 전화해서 강력하게 이의 제기하고 교통사고 전말을 수정하라고 하세요. 잘 해결되길 바랍니다.
장수촌님 말씀듣고 남편에게 본사에 전화해서 다시 조사해 달라고 했지요.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외재차는...수리비가 엄청 비싸요..ㅡ.ㅡ.........7대3이면 엄청 바가지 씌겟는데요...저도 그쪽으론 잘 모르지만..
그래도 인명사고 없엇다는게 다행이고요..
일은 이미 일어난일이니까...남편분이 더 속상하고 그러실거 같아요. 위로해드리고 잘 수습하시길요~
화이팅요!!!
자동차 보험 가입할 때 상대방 차량 보상 하는 특약을 들긴 했는데
보험 증권이 서울집에 있어 지금당장 확인할 수가 없네요.
그렇다고 제가 지금당장 서울로 달려 갈 기분은 아니고
남편에게 전화해서 일단 병원에 입원해서 어디 아픈데 없나 검사를 해 보라고 했지요.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하루라도 일을 쉬면 큰 일 나는 줄 아는 남편이기에 핑계김에 건강검진을 할 수 있어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구요^^*
부부의 살아가는 모습을 잘 묘사해서 눈앞에서 보는 것 같군요...두분 내내 행복하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지도 못 했던 사고여서 조금 경황이 없지만 잘 해결되리라 믿고 있답니다.^^*
속상하시겠어요.
잘 마무리 되었으면 합니다.
건강도 생각하면서 움직이세요.
요몇칠 5일을 앓고 일어 났습니다.
아프면 나만 서럽더라고요.
그러게요...생각지도 않았던 사고때문에 갑자기 멍 해지네요.
외제차와 접촉사고가 나서 보험특약 든 걸로 잘 해결될지
과실 비율이 잘 나왔으면 좋겠어요.
핑계김에 남편은 병원에서 여러가지 검사 받고 있다 하네요.^^*
내 몸이 힘들면 .... 왜 그 순간엔 그리 너르럽지가 못할까요
남편분은 비오는 데 아내 혼자 있으면서 사고라도 날 까봐 걱정이 되서 왔다 가셨을텐데.... ㅎ
일이 이상하게 되 버렸네요 사고는 잘 수습되셨지요?
마음 속의 진실과 실제 상황에서 나오는 말과 행동이 왜 이렇게 맨날 다른것인지 원 ~~
오늘은 좀 편안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사고 수습이야 보험사에서 알아서 해결 할 것이고
생각없이 일 저지르는 남편덕분에 저만 사흘째 머리가 아프네요.
마음 편해지려고 움직이기 싫다는 발걸음 재촉해서
노동에 전념하고 있네요.ㅎㅎ
ㅎㅎ 예전의 제 모습을 보는것 같습니다
늘 혼자 있는 내가 안쓰러워 휴일이면 먼 장거리를 운전해 오는데
난 또 난 잘 있는데 힘들게 와 또 힘들게 그 먼거릴 가느냐고....
남편은 자기맘도 몰라주는 내가 야속하고....난 내마음을 몰라주는 남편이 야속해 하고....
외제차 수리비는 부르는게 값이라더군요 보험사와 적절한 타협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
사고 문제는 보험사에 맡겨버리면 되겠지만
여전히 자기 과실 없다고 주장하는 남편 고집은 어떻게 하나요?
25년 함께 살았으면 조금은 서로 비슷하게 닮아가야 하는 거 아닐까요?
힘 드네요.
아 얘기가 잘 돌아가나 했는데 갑자기 교통사고 얘기가 나와서 숙연해집니다
근데 어찌 뒤에서 박은 분이 책임이 많을텐데 어찌 남편분 책임이 더 많은지 이해가 안됩니다
남편분 맘이 많이 상해있겠습니다...그런데 남편분 보험직원도 받아들였다 하니 맘이 아프네요....
바가지 끍는데도 가만히 들어 주는 남편분도 고맙네요...우리는 같이 쏘아 붙였을텐데요 ㅎ
아무튼 인명사고 없어서 불행중 다행으로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인명 사고 없어 감사한 일이네요.
기분 내키는 대로 움직이는 남편 덕분에 사흘째 머리가 아파요...
그냥 포기하고 살려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고...
생각 안 하려고 일에 집중하려는데 오늘따라 일손도 안 잡히고...
그냥 부슬비 내리는 날 노래나 들어야겠어요.^^*
글을 읽으면서 놀랬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에 안심을...^^* 남편분이 지금은 괴산에서 일을 안하시는군요. 저희남편은 약 1년정도 더 있어야 될것 같다면서 한숨을 푹푹 쉬던데요
수원쪽으로 가면 집에서 가까우니 좋은데 그게 쉽지 않은가봅니다. 남편분이 괴산에 안 계시니 심심하시겠어요. 제 생각만 그런건가요? ㅎㅎ
자인행님...
저는 요 혼자 있음 영양실조 걸릴까 그게 좀 걱정되지만
혼자서도 참 재미나게 잘 놀거든요.
그런데 생각과 사고방식이 다른 남편이 옆에 없음
그때부터 머리가 복잡해지며 답답해지니 어쩌면 좋을까요?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한 성격이라
제가 왜 답답해하는 지
전혀 이해를 못 하는 사람이네요...ㅠ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고속도로 상에서는 차선 변경한 운전자 과실이 크다 하네요. 아무리 잘 봐주어도 8:2라고 하니...
한 이틀 속이 끓었는데
어제부터 열심히 텔레비젼도 보고
걷기 운동하며 전부 털어버렸지요.^^*
그래도 남편분이 다치질않아 다행이네요. 억울하게 당하신것같은데 좋게 해결되길 바랍니다.
고속도로 상에서 운전 법규가 차선 변경하는 운전자가 절대적 과실이라고 하네요...
알아두어야 할 중요한 경험을 한 거지요.
이번 일을 계기로 남편이 운전 습관이 좀 달라졌으면 좋겠어요.^^*
몸이 피곤할땐 사소한일도 왕짜증이지요..
그래도 맛난 국수까지 삶아 드렸으니 이해하실겁니다...ㅎㅎㅎ
남편분,,,억울하시겠지만...크게 다치지 않은걸로 위안삼으세요...
그러게요...뒷차가 들이받을때 차가 붕 하고 떴다는데 다치지 않았으니 천만 다행이죠.
이번 일을 계기로 운전습관이 좀 달라지길 바라고 있답니다.^^*
아는 게 힘이라는 말이 있듯이
무얼 알아야 가타부타 이야길 하지요.
그러게요...
저도 장롱면허만 갖고 있을뿐 아는 게 없어
사람 안 다친게 다행이라고 한 마디 했을뿐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