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장 이용훈 주교)는 2022년 주교 현장 체험의 두 번째 일정을 4월 29일(금) 강원도 철원군의 DMZ(비무장지대) 평화의 길에서 가졌다. 민족화해위원회가 주관한 이번 체험에는 주교회의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이기헌 주교(의정부교구장), 정신철 주교(인천교구장),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김주영 주교(춘천교구장)가 참가했으며,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운회 주교(전 춘천교구장)도 동행했다.
이날 체험은 민족 분단의 상처 치유와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고, 남북한 군대의 대치 지역에서 복무하는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진행 준비에 통일부가 적극 협력했으며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모든 일정에 동행했다.
▲ 강원도 철원군의 백마고지 전적비.
▲ (오른쪽) 주교단이 강원도 철원군 DMZ 평화둘레길 구간을 걷고 있다. 앞줄 왼쪽 두번째부터 이기헌 주교, 김운회 주교, 정신철 주교, 김주영 주교. 걷기 안내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앞줄 맨 왼쪽)이 맡았다.
강원도 철원군은 ‘철원 오대쌀’로 친숙한 고장으로, 화산암이 분출되어 생성된 철원평야가 펼쳐져 있고 그 사이에 한탄강이 흐른다. 그러나 한국전쟁이 멈춘 지 70년이 가까워지는 지금까지도 중무장한 남북한 군대가 서로 대치하고 있는 군사작전 지역이기도 하다. 이날 여정에는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가 제작하는 교육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한 가톨릭평화방송 촬영팀, 주교 현장 체험 취재를 위한 가톨릭신문과 가톨릭평화신문 취재팀이 동행했지만, 군사 보안 엄수를 위한 촬영 제한이 수시로 이루어지기도 했다.
주교단은 철원군에서 점심식사를 한 뒤 낮 12시 50분 백마고지 전적지에 모여 군 관계자들의 안내에 따라 평화의 길 순례를 시작했다. 철원군의 보안을 담당하는 육군 5사단의 군종교구 열쇠성당 류창훈 주임신부와 종교요원들도 주교단의 순례에 동행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를 청했다. 백마고지 전망대와 공작새능선전망대를 경유하는 3.5km의 길은 군사 보안 지역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었고, 길 한편에는 민간인의 접근을 엄금하는 철조망이 촘촘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 이기헌 주교가 평화의 길에서 육군 5사단 열쇠성당 류창훈 신부(왼쪽)의 도움에 감사와 격려를 전하고 있다.
▲ 김운회 주교가 평화의 길에 있는 공작새능선전망대에서 안내지도를 살펴보고 있다.
취재진과의 짧은 인터뷰에서 김주영 주교는 “[평화를] 그냥 기도하면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부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이루기 위해 지금 우리가 있는 자리에서의 평화, 화합, 일치를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정신철 주교는 30여 년 전 군복무 시절에 보았던 군사 시설의 삼엄한 경계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음을 한탄하면서, “남과 북의 화해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남쪽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거부하고 편가르기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마음 아파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했다.
오후 2시 30분경 주교단은 주한유엔군사령부(약칭 ‘유엔사’) 관할구역 통문에 도착했다. 유엔사 관할구역은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2~3km 거리에 있어, 모든 출입자는 사전 등록과 허가를 마친 뒤에도 현장에서 신분증을 확인하고 철모와 방탄조끼를 착용해야 했다. 전자통신기기의 휴대도 엄격히 금지되었다. 출입 준비를 마친 주교단은 군용 차량을 타고 유엔사 관할구역으로 들어가 화살머리고지 지뢰제거‧유해발굴작전 기념비,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발굴조망소를 방문했다. 주교단을 비롯한 모든 참가자들은 마지막 방문 지점인 조망소에서 민족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묵주기도 1단을 바치고 성가 ‘자모신 마리아’를 합창하며 평화의 길 여정을 마무리했다.
▲ 이기헌 주교가 평화의 길 순례를 안내하러 나온 종교요원을 축복하고 있다.
▲ 유엔사 관할구역인 철원군 화살머리고지에서 주교단이 군 요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발굴 전망대에서 주교단이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며 묵주기도를 하고 있다.
[내용출처 - https://cbck.or.kr/Notice/20220370?gb=K1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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