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 미미”vs“인체 치명적”…초유 사태에 전문가도 ‘혼란’ [오염수가 온다③]
장정욱입력 2023. 4. 28. 06:30
ALPS로 방사능 거른다는 일본
삼중수소 상당수 제거 안 돼
“해류 타고 희석…안전 문제 괜찮아”
“검증된 건 없어…방류 저지가 최선”
한국YWCA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 긴급행동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 냉각수(오염수) 해양 방류가 임박한 가운데 예상되는 피해를 놓고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보니 미뤄 짐작할 사례조차 없다. 전문가들도 서로 정반대 의견을 내놓고 각자 주장만 하는 상황이라 일반인은 불안감만 커진다.
현재 오염수에서 논란이 되는 성분들은 삼중수소와 세슘(Cs)-134, 세슘-137, 스트론튬-90 등 방사성 핵종 물질(방사능 물질)이다.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 제1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은 오염수 방출 계획을 밝힐 당시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이들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ALPS에서도 삼중수소는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다. 이에 일본은 삼중수소 농도를 일본 자체 기준의 40분의 1, 세계보건기구(WHO) 식수 기준 7분의 1까지 낮추고 오염수 135만t을 30년에 걸쳐 조금씩 방류하겠다는 계획이다.
오염수 방류가 크게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일본 정부의 계획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대표적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도쿄전력의 해양 배출 계획을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국제적인 사례와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에는 홈페이지를 통해 4차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일본의 방류 모니터링 프로그램에 관해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은 정보의 제한성 등을 이유로 일본을 신뢰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일본은 현재 ▲오염수 저장탱크 그룹별 핵종분석 결과 ▲ALPS 출구 농도자료 ▲ALPS 2차 정화 성능 테스트 결과 ▲ALPS 사용 전 검사 결과 ▲ALPS 성능확인 결과 등을 공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오염수 저장탱크 그룹별 핵종분석 결과는 2021년 3월과 2022년 12월 두 번 공개한 게 전부다. 64종 가운데 9종에 대한 방사능 농도만 담은 것도 문제다.
ALPS 처리수 방사능 농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도쿄전력은 ALPS 출구 농도자료를 2019년 6월과 2022년 12월 두 차례 공개했다. 처리수 방사성 물질 농도 측정 대상도 15개에 그쳤다.
나아가 일본 원자력 규제위원회(NRA)는 지난 2월 후쿠시마 오염수 측정대상 핵종을 기존 64개에서 30개 핵종으로 줄이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 시설 설계 운영 관련 실시계획 수정 심사서’를 인가하기도 했다.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로 수산물에 방사성 물질 피폭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 2월 새벽 부산공동어시장 상인들이 고등어 경매를 위해 모여들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피폭 수치 낮지만 수산물 등 통해 인체 쌓일 가능성은 충분
우리 영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의견이 다르다.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해류’를 근거로 든다.
후쿠시마 앞바다에 방류한 오염수는 쿠로시오 난류와 북태평양 난류를 만나 미국(캘리포니아) 방향으로 흐른다. 태평양을 한 바퀴 돌아오는 데 길게는 4~5년 가까이 걸린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실험 결과 방출된 오염수가 우리 해역으로 돌아올 때는 국내 해역 삼중수소 평균 농도의 10만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나타났다.
해류 이동에 관해 다른 주장을 펼치는 전문가도 있다. 바다 밑에 가라앉은 해수는 미국까지 흐르지 않고 동중국해, 대만해협을 따라 이동한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제주와 부산 등 남해까지 오는 데 1년이 채 안 걸린다고 지적한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해류라는 게 윗물, 아래 물로 나뉘는데, 밑물은 애석하게도 대만해협으로 내려가 제주 연안, 부산, 마산, 진해, 진주, 여수, 묵호로 이동한다. 속초, 양양, 고성까지 빠져나가는 데 1년이 안 걸린다”고 주장했다.
방사선이 수산물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견해차가 크다. 이재기 대한방사선방어학회 방사선안전문화연구소장은 지난 13일 국민의힘이 개최한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관련 긴급좌담회’에서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해서 생선 방사능을 증가시키고 사람 건강을 해친다는 주장은 전혀 비과학적”이라며 “정치적 대일 갈등 때문에 과학적 사실을 왜곡하면 국격만 훼손하고 국민 불안을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2021년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결정하다 “일본 정부 기준치인 6만 베크렐(Bq) 농도의 물을 2ℓ씩 매일 마셔도 연간 피폭량은 0.8마이크로시버트(μ㏜) 정도로 기준치 미만”이라고 말한 바 있다. 참고로 국내 연간 일반인 피폭 허용치는 1밀리시버트(1000마이크로시버트)다.
반면 방사성 물질은 먹이사슬을 통해 수산물에 축적되고, 인체로 들어와 피폭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삼중수소 방사선은 에너지가 너무 작아 사람의 피부를 통과하지 못한다”면서도 “삼중수소가 포함된 물에 자란 수산물이나 음식을 장기간 섭취하거나 흡입하면 내부 피폭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또한 “오염수에 피폭된 수산물을 먹어도 당장은 영향이 없더라도 20~30년 후 자녀에게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며 “방사성 물질의 안전성은 철저히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관한 불신이 커지자 오염수 방류 전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26일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현황 설명회를 열고 “오염수 방류 전 자체 검토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며 “시기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진행 중인 오염수 방류 계획 평가의 최종 보고서 발간 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안위는 검토 결과에서 미흡한 점이 확인되면 자체적으로 일본의 규제기관 검토 과정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오염수가 온다④] 멍게 98%·방어 100%, 신뢰 잃은 수입 수산물, 대책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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