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법성게의 구절중ㅡ능인해인 삼매중ㅡ에서 ㅡ 능입해인삼매중ㅡ이라고 하셨습니다. 이유가 있으신가요?
답변입니다
2020년 11월에 <화엄경을 머금은 법성게의 보배구슬>(도서출판 오타쿠)이라는 제목으로, 의상대사 <법성게> 해설서를 출간했는데, 그 내용 중에서 능인이 아니라 능입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pp.300-301). 그 부분을 인용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하겠습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중요한 구절에 대해서는 밑줄을 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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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남에게 이로움을 주는 수행 (利他行)
⑲능입해인삼매중 能入海印三昧中
바다 같은 해인삼매 능히 들어 가시어서
능입해인삼매중. 위에 적은 “바다 같은 해인삼매 능히 들어 가시어서”는 자구(字句)를 맞추기 위한 번역이었고, 직역하면 “해인삼매에 능히 들어가신 중에”로 된다. 그런데 우리 불교계에서는 이 가운데 능입(能入)을 능인(能仁)으로 읽기도 했다. 이능화(1869-1943)의 <조선불교통사>, 설잠 김시습(1435-1493)의 법성게 선해(禪解)인 <대화엄일승법계도병서(大華嚴一乘法界圖并序)>, 조선시대의 유문(有聞)이 과문(科文)하고 주석한 <의상법사법성게>에서는 능인(能仁)이라고 쓴다. 능인이란 석가모니(Śākyamuni)를 의역한 능인적묵(能仁寂默)에서 앞의 두 글자를 떼어서 약칭으로 삼은 것이다. 만일 원문이 ‘능인해인삼매중’이었면 “능인께서 해인삼매 들어가신 중에”라고 번역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의상의 자주(自註)인 <화엄일승법계도>에서는 ‘능인’이라는 용어는 전혀 볼 수 없고, ‘능입삼매’라는 문구는 발견된다. 법성게에 대한 주석 모음인 <법계도기총수록>에는 이 문구가 총 여섯 번 등장하며 모두 ‘능인(能人)해인 …’으로 쓰고 있는데, <진기(眞記)> 인용문에 “능인이란 교화하시는 부처님이시다[能人者能化佛也].”라고 쓰여 있는 것으로 보아, <진기>의 저자가 능인(能人)으로 알고 있었고, <총수록>의 편집자는 이에 근거하여 다른 용례 모두 能人으로 적은 듯하다. 한역 불전에서 부처님을 能人으로 부르는 용례가 몇 군데 보이지만, 고유명사가 아니라 단순히 ‘능력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조어(造語)든지, 능인(能仁)의 오사(誤寫)로 확인된다. 따라서 <법계도기총수록>의 편집자가 모두 능인(能人)으로 쓴 것은 <진기>의 저자의 착오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 60권본이든 80권본이든 <화엄경>을 보면 ‘能入 … 三昧’의 용례는 많이 눈에 띄지만 ‘能仁 … 三昧’의 용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물론 능인(能人)이라는 용어는 아예 사용되지 않는다. 본서에서 법성게의 원문을 확정할 때 능인(能仁, 能人)이 아니라 능입(能入)을 선택한 이유다.
<화엄경을 머금은 법성게의 보배구슬>, pp.300-301
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화엄 전공자들 가운데 법성게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는 분들은 대부분 '능입'으로 씁니다.
이상 답변을 마칩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