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일 월요일
주님, 빗물로 젖은 바닥처럼 살게 하소서.
이른 아침 전화를 받았다.
대전 한살림의 구량천 담당자에게 블루베리를 135(500g)개를
갑자기 보내 달란다.
마침 보내려고 따놓는 놓은 블루베리가 있었다.
알았다고 하고 블루베리를 담는다.
비가 오는데 따놓는 블루베리다.
일반 블루베리는 비를 맞으며 따면 물러져서 효소를 담거나
냉동창고 행이다.
소부네 심은 북부하이부시 드래퍼는 특별한 놈들이다.
비를 말리고 흔들어서 용기에 담아도 생생하다.
농부의 어깨에 자부심을 주는 열매다.
알은 얼마나 크고 튼실한지
보고 있으면 흐믓하기까지 하다.
더 바랄 것이 없는 열매다.
친구 아들과 종일 여기에 담았다.
이렇게 담았다.
한살림으로 갈 채비를 한다.
다 담고 나니
수원서 친구가 진안에 왔다고 전화가 왔다.
함께 저녁을 먹는다.
아들은 한결 같이 육회비빔밥이다.
우리는 갈비탕이다.
밭에서 박박 긴 무릎이 시린 사연,
자격증 시험을 치르며 고달팠던 애환,
저녁상 위에 먹거리들이 우리의 맛있게 비며지고,
고아진 이야기를 듣고 있다.
동지들은 어디서든 다 통하는가 보다.
낮은 곳에서
흐르는 삶의 얘기가 촉촉히 젖고 있다,
7월 4일 화요일
주님, 하나님의 나라를 잘 담게 하소서.
대전에 한살림물류센타에 친구와 간다.
동양에 사는 형네 들러 스티커를 가지고 간다.
블루베리에 담긴 용기의 수를 헤아려서 담았건만 이게 어찌 된 일인가?
135개를 넘겨주고도 많이 남았다.
담당자가 그런다.
블루베리 수확이 마쳐질 때까지 약정한 100kg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양을 받아 볼 계획이라고 했다.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남은 블루베리를 직원들에게 하나씩 나눠 주었다.
또 남아서 대전에 사는 송완섭씨를 찾았다.
무슨 얘기가 통했는지 친구와 완섭씨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구석과 조용히 앉아 있다가 왔다.
늦은 시간이라
월남국수집에서 이국의 향이 물씬 하는 국수를 말아먹고 왔다.
월남에서 온 아주머니들 얼굴이 밝다.
덕분에 어둔 길도 쉽게 왔다.
알쏭이가 꼬리를 치며 우릴 맞는다.
지난주 알쏭이가 개집을 옮겨 주고 나서부터는 짖지를 앉는다.
친구가 된장을 바르라는데
알쏭이 여전히 꼬리를 치고 있다.
우리 집 알쏭이는 하늘나라에 벌써 들었나?
난 꼬리가 없어서 하늘나라가 아직은 먼가?
꼬리도 안쳤는데 꼬리를 칠 만큼의 신나는
하루가
하늘나라의 모양을 새긴 채 저물고 있다.
7월 5일 수요일
주님, 끈기 있게 기도하게 하소서.
블루베리를 수확 하다보니 감자 캐는 시기를 놓치고 있다.
장마가 시작이 되었는데 물구덩이 속에 오래 두면 썩어 갈 것이다.
그래도 할 수 없다고 뒤로 하고
블루베리를 수확한다.
동네에서 일을 잘하는 두 분이 도와준다.
일찍 셋이서 딴다.
친구와 아들은 아직 이른 아침이다.
열매를 딴다.
블루베리 나무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따지는 열매
농부는 열매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심고 물을 주었을 뿐인데
생전에 아버지가 남자는 함부로 무릎을 꿇는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이렇게 풍성한 나무의 열매 앞에선 무조건
몇 번이고
무릎을 꿇어야만 한다.
쪼그려 앉기를 잘 못하는 남자들,
아들은 끙끙대면서도 잘한다.
난 할 수 없이 하고
아주머니들은 능숙하다.
동네에 있었던 얘기부터 가정사까지 토실익은 블루베리가
귀를 세우고 듣는다.
일로는 거의 신의 경지다.
나무 앞에 몇 백번을 무릎 꿇어야 바구니가 찬다.
그런데 오늘은 자꾸 빨간색을 남긴 열매가 따진다.
그럼 아직 덜 익었다는 얘기다.
오전 참 시간에 물었다 열매가 아직 충분히 익지 않았다고 하니
그렇다고 한다.
오늘 일을 '그만할까요?' 물으니
지난주에 감자를 못캤다고 했으니
그럼 감자를 캐는 일을 하잖다.
일이 술술 풀린다.
함께 감자 밭으로 와서 감자를 캔다.
감자를 캐며 감자가 밭을 갈지도 않고 비닐도 안 덮었는데
이렇게 크다며 농사박사란다.
박사학위는 이렇게 따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농부들이 인정하는 박사학위 거 좋다.
감자밭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감자알이 논문의 결과이다.
점심을 넘기고 다 캤다.
다시 블루베리 밭에서 블루베리를 딴다.
뭐가 홀가분하다.
장마에서 건진 감자가 뽀송 마르면 한살림에
보내질 것이다.
아우에게 전화가 왔다.
감자를 얼마나 캤는지?
350kg 정도고 감자의 북주는 시기를 놓쳐서 파란 감자가 많다니
그 감자들은 씨감자로 쓰라고 한다.
아!~
감자박사는 아직 멀었다.
배움의 길은 끝이 없었다.
가끔은 끈기 있는 기도가 장마에 감자를 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