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6(수) 사순절 열아홉째 날 묵상(출애굽기 15:22-24)
쓴 물과 인동초(忍冬草)
모세는 이스라엘을 홍해에서 인도하여 내어, 수르 광야로 들어갔다. 그들은 사흘 동안 걸어서 광야로 들어갔으나, 물을 찾지 못하였다. 마침내 그들이 마라에 이르렀는데, 그 곳의 물이 써서 마실 수 없었으므로, 그 곳의 이름을 마라라고 하였다.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에게 “우리가 무엇을 마신단 말입니까?”하고 불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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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백성은 홍해에서 극적인 하나님의 능력과 구원을 체험한 후 수르 광야로 들어갑니다. 이제부터 약속의 땅을 향한 긴 여행이 시작되고, 광야를 건너야 합니다. 사흘 길을 걸었는데도 물을 찾지 못한 이들은 목이 타고 걱정과 초조함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애굽의 나일강이 피로 물들었을 때, 물을 찾아 헤매며 우물을 팠던 애굽 사람들처럼 된 것입니다.
마라에 이르러서 물을 발견했지만, 써서 도저히 마실 수가 없었습니다. 광야의 물은 소금기가 함유된 쓴 물이었고, 이것은 생명의 물이 아니라 오히려 죽음의 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흘만에 물을 발견했는데, 그 물이 죽음의 물이라니!
이 때 이스라엘 백성의 심정이 어땠을지 떠올려 보아야 합니다. 마라라는 명칭은 “쓰디쓰다”는 뜻을 가지는데, 지금 쓰디쓴 것은 물맛만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의 상태이기도 했습니다. 밝은 미래를 그리며 꿈에 부풀어 애굽을 빠져 나왔는데, 광야에서 고스란히 죽을지도 모르는 위기가 닥친 것입니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자유를 향한 모험이 절망과 번민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부르짖는 백성의 탄식에 모세는 하나님께 간구했고, 다행히 주님께서 보여 주신 나무 한 그루! 그 나뭇가지를 꺾어서 물에 던지니, 물이 단물로 변합니다. 이렇게 해서 이제 길고 긴 광야의 생활은 시작됩니다. 앞으로도 이스라엘 백성은 수없는 위기와 곤경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을 견디면 약속에 땅에 들어가는 것이고, 견디지 못하면 광야에서 생을 마치게 되는 것이지요.
김대중 대통령의 별명이었던 인동초(忍冬草)라는 식물은 그 이름 때문에 큰 의미를 얻었습니다. 풀이 아니라 나무이고, 사실 모든 나무들은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새싹과 꽃을 피워내지요. 그러나 이름 자체에 겨울을 견딘다는 뜻이 있고, 실제로 혹독한 시련을 이겨낸 이들에게 붙여 줄 만한 이름이지요. 기후재앙으로 인해 쓴 물을 마시고 있는 전 세계 사람들이 인동초처럼 잘 견뎌내고 지구 생명체가 함께 공존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를 소망해 봅니다.
기도: 어려운 시절을 겪을 때, 쉽게 포기하거나 절망하는 사람이 되지 않게 하여 주소서. 품은 뜻이 더 간절하도록 끝까지 견디게 하여 주소서. 용기를 잃지 말고, 굳센 믿음 또한 주소서. 어수선한 세상에서 불안이 증가할 때도,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깨달으며 하루하루 매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내게 하소서. 쓴 물이 단물로 변하는 기적도 체험하며, 곳곳에서 주님의 손길을 느끼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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