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월드컵과 올림픽 어느 쪽이 더 어려운가요?
월드컵과 올림픽을 단순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월드컵 16강은 세계 16위, 올림픽
금메달은 세계 1위 라는 것은 두 대회에 참가하는 나라들의 수준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을 때 나오는 것입니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올림픽의 기본은 23세 이하 선수
들의 출전입니다. 물론 와일드카드 3명이 있지만 기본은 20대 초반 선수들이 주축
입니다. 이 선수들은, 물론 일찌감치 대표팀의 주축으로 자리잡은 선수도 있으나,
대개 갓 대표팀에 진입했거나 유망주로 불리는 수준의 선수입니다.
명실공히 세계 최정상급의 선수들이 각축을 벌이는 월드컵과는 엄연한 수준차이가
있습니다. 굳이 논하자면 대표 2.5진급 정도라고 해야할까요?
출전선수의 구성부터가 이렇다보니 대회의 권위도 월드컵과는 비할 수 없이 처져
있고 축구강국들의 관심도도 현저히 떨어집니다. 월드컵 최다우승국이며 전대회
출전국인 브라질이 아직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했고 이번 올림픽에서는 출전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월드컵에서는 8강 - 16강 수준인 카메룬, 나이지리아가
우승을 맛보았으며 파라과이, 칠레, 호주, 이라크, 미국과 같은 팀들이 4강에 들
어갈 수 있는 것도 올림픽입니다.
물론 축구선진국들이 아닌 팀에서야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다는 것은 분명 녹록
치 않은 일이지만 지레 고개를 저을만큼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일정수준의 실력
에 오른 팀이라면 말이죠. 하지만 월드컵은 다릅니다. 유럽과 남미의 일부 강국
을 제외하면 섣불리 16강 진출을 장담할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강국들마저 방심
하면 심심치 않게 탈락의 비운을 맛보는 곳이 월드컵입니다.
근래 몇 개의 월드컵 대회에서 제3세계 국가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아직은
몇몇 국가의 그것도 한시적인 돌풍에서 그치고 있습니다. 자세히 들어다보시면 여
전히 유럽과 남미를 제외한 국가들에게 16강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 수 있습
니다. 우리나라가 2002 월드컵에서 4강까지 진출하자 수십년 동안 벽으로만 여겼
던 16강을 근래에는 다소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독일 월드컵에서 우
리 국민들은 다시 한 번 16강 진출의 어려움을 절감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