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신부전 환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혈관 석회화의 원인이 줄기세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혈관 안쪽에 무기질이 쌓이고 동맥경화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연구에도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는 줄기세포 전문 학술지 ‘셀 스템 셀’(Cell Stem Cell) 9월 8일자에 소개됐다.
연구를 이끈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의대 신장내과 벤저민 험프리스(Benjamin D. Humphreys) 조교수는 “과거에는 이 혈관 석회화 과정을 수도관 안쪽에 광물질이 달라붙는 것처럼 혈관 안쪽 벽에 무기질이 침착되는 수동적인 현상으로 보았다”며, “최근 들어 이 석회화가 세포들에 의한 능동적인 과정이라는 것을 알았으나 어디서 유래한 어떤 세포가 그런 일을 하는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위 그림에서 붉게 보이는 혈관 외피 줄기세포인 Gli1 세포가 동맥경화 위험을 높이는 동맥 칼슘 축적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같은 조건은 심장병을 일으키고 만성신부전 환자에게는 특히 공통적인 증상을 보인다. 이번 연구는 동맥경화를 예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을 제시한다. ⓒ Humphreys lab
혈관 속 줄기세포 Gli1이 열쇠
연구에 따르면 혈관벽에 무기질을 침착시키는 세포들은 동맥의 외피에 존재하며 Gli1이라 불리는 양성(positive) 줄기세포다. Gli1은 성체 줄기세포이기 때문에 부드러운 근육이나 지방, 뼈 등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연결조직으로 분화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험프리스 교수팀은 Gli1이 건강한 상태에서는 수축력이 있는 새로운 근육세포가 됨으로써 손상된 혈관을 수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만성 신부전 상태에서는 혼란스런 신호를 받아 뼈를 생성하는 골아(骨芽)세포로 분화함으로써 혈관에 칼슘이 쌓이게 한다고 보고 있다.
험프리스 교수는 쥐 실험 결과 “만성 신부전이 걸린 쥐에서 Gli1 세포들은 골아세포와 유사하게 돼버려 혈관벽에 뼈 물질을 분비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장에 이상이 생기면 혈압이 높아지고 피 속의 독성이 증가해 염증을 촉진하게 된다”며, “Gli1 세포들은 손상 신호를 받고 수리 역할을 수행하려 하지만 독성과 염증 환경이 이들을 엉뚱한 형태의 세포가 되도록 잘못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세인트루이스 워싱턴의대 벤저민 험프리스 교수(왼쪽)와 논문 제1저자인 아헨대 라파엘 크라먼 박사
사체에서도 쥐 실험과 같은 결과 나와
연구팀은 또한 신장 이상으로 사망한 환자의 조직도 조사했다. 이 환자의 대동맥에서는 석회화 현상이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논문 제1저자인 라파엘 크라먼(Rafael Kramann) 박사는 “쥐에서 Gli1 세포를 발견한 것과 똑 같이 그 환자의 대동맥 같은 부위에서 Gli1 세포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현재 2000만명 정도의 다양한 신부전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들은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할 정도의 최종단계로까지 가지는 않는데, 그 이유는 이 환자들이 먼저 심장병으로 죽기 때문이라는 게 험프리스 교수의 설명이다. 심장병의 특징인 동맥 혈전은 신장병이 있을 경우 혈관에 추가적인 무기질이 더 쌓여 심장병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Gli1 세포를 어떻게 올바로 유도하는가가 과제
험프리스 교수팀은 Gli1 세포들이 혈관 석회화를 일으킨다는 주장을 보강하기 위해 성체 실험 쥐에서 Gli1 세포를 제거했다. 그러자 쥐에게서 혈관 석회화가 예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험프리스 교수는 “Gli1 세포가 동맥에서 칼슘을 축적하는 원인으로 밝혀졌으므로 이 과정을 막는 연구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Gli1 세포를 억제하는 약은 신장병 환자의 주요 사망원인인 혈관 석회화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 될 수 있으나, 이 세포들이 한편으로 혈관의 손상된 근육을 치료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험프리스 교수는 신장에 초점을 맞춰 Gli1 세포들이 뼈를 생성하는 골아세포가 되지 않고 혈관을 치유하는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찾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논문 제1저자인 크라먼 박사는 독일의 아헨대에서 심장을 대상으로 같은 연구를 수행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