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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목요 오지 팀 계획에 따라 '삼화회관 → (큰바위얼굴) 이정표 → 전망대 → 능선 합류 → 전망바위(왕복) → 형제바위 → 광대바위(큰바위얼굴) → 화방산 → 병풍바위 → 호랭이굴 → 화방사 → 삼화회관'의 6km, 3시간 20분의 환 종주 산행을 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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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방산[花芳山]
위치: 강진군 군동면 화산리
산행 거리: 4.7km, 2시간
화방산은 아담하고 야트막한 산이지만 병풍바위, 형제바위, 광대바위 등 기암괴석이 많은 신비를 간직한 명산으로 자연이 인간에게 준 경이롭고 볼수록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기암괴석이 세간 알려지면서 최근 화방산을 찾는 탐방객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일명 큰바위얼굴이라고도 불리며 인간의 얼굴을 성형이라도 한 듯 꼭 빼어 닮은 광대바위는 마을 동북쪽 3㎞ 지점 화방산 자락 등성에 있어 마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옛날 황부자 전설이 있는 형제바위, 박쥐가 많이 서식하여 붙여진 동굴인 ‘뽁쥐굴’, 화방사 뒤편에 입구가 협소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400여 명이 들어갈 수 있고 호랑이가 살았다는 ‘호랭이굴’ 등 신비로움으로 가득하다.
화방산 산행은 삼화마을 안길로 이어지는 임도를 약 20분 정도 진행하면 등산로 초입에 도달하게 된다.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조그마한 나무다리를 건너 산길로 접어들면 산행은 시작된다.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진행하면 형제바위, 광대바위가 눈앞에 늘어서고 1시간 30분 정도 산행하면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정상에서 병풍바위, 뽁쥐굴, 화방사를 거쳐 하산하면 산행은 종료된다.
화방사는 고려 1211년(희종 7년) 원모 국사가 백련사를 중창하면서 보은산 고성암과 함께 지은 화방암이 시초가 되었으며 1876년(고종 13년) 화주 경신 스님이 중창하고 1888년(고종 25년) 화산 스님이 중수했다고 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 강진군
4월 둘째 주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 산행은 강진 화방산으로, 2024년 1월 29일 산행 일정 게시판에서 산행 공지를 발견하고 망설임 없이 바로 신청했다. 하지만, '한국의 산하'와 구글링 등으로 화방산을 찾아보고, 아무리 오지라지만, 과연 이런 산까지 가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그나마, 화방산은 창원의 인성산과는 달리, 강진군 사이트에 소개 글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전체 코스가 4~6km에 불과해 산악회 산행 계획의 소요 시간도 3시간 20분에 정도라, 남은 시간은 근처의 남미륵사 구경으로 채웠다. 해서 취소하고 다른 산으로 갈아타는 걸 산행 열흘 전까지 고민하다가, 이번이 아니면 언제 또 기회가 올지 모르는 산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비록 실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동행하기로 했다. 사실 이 산행이 처음 공지에 등장하고 얼마 되지 않아 만석을 채웠으나, 다른 산꾼도 나와 비슷한 생각인지 하나둘 취소자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출발 사흘 전 월요일 현재는 아홉 명이 취소했다.
산행이라기보다는 상춘이라고 부르는 게 더 좋아 보이는 화방산이라, 특별히 준비하는 건 없고, 상춘에 맞춰 등산화 대신 워킹화를 신고 갈 예정이다. 그리고 11시 40분 즉 점심시간에 들머리에 도착할 예정이라, 사당역표 김밥도 사갈 생각이다. 그런데, 역시 목요 오지팀에 마가 끼었는지, 출발 나흘 전인 월요일 기상청 중기예보에 의하면, 그 동네가 오후에 흐리다는 정보다. 어차피 조망은 기대하지 않았으나, 비가 오지 않을지 걱정이라, 날씨를 주시하다가 비가 온다는 예보가 아니라도 계속 흐리면 우산을 준비한다. 목요 오지팀이 특별한 일이 없으면 현지에서 식사하는 특성이 있어, 하산주 걱정은 없으나, 다만, 한정식이라, 안주가 적당할지 걱정이다. 다른 산행지에서도 그랬듯이 안주를 위해 무리한 지출이 필요할 수도 있어 고민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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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역 1번 출구 공영주차장에서 7시 출발하는 산악회 버스라, 5시에 기상해 밤새 변동 사항이 있는지 확인했다. 산행 신청이나 날씨는 변함이 없고, 그동안 알 수 없던,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는 '좋음'이다. 고로 조망을 방해하는 먼지는 없으나, 날이 흐린 게 변수다.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준비해 둔 배낭을 둘러메고, 등산화가 아니라, 워킹화를 신고 5시 45분경 사당역으로 가기 위해 구산역으로 향했다. 코스가 짧고, 높이 또한 높지 않아, 비록 오지나, 워킹화로 충분할 듯해, 테스트를 겸해 워킹화를 신었다. 구산역에서 5시 58분 열차를 타고, 삼각지로 향해, 4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환승 통로를 걸어가는데, 승객들이 뛰기 시작해 같이 뛰어 막 들어온 오이도행 차를 탔다. 원래 다음 차로 갈아타야 하는데, 남들이 뛰는 바람에 같이 뛰었다. 해서 목표한 6시 31분 사당행이 아니라, 6시 26분 오이도행을 타고, 6시 38분에 사당역에 도착했다. 고로 너무 이르다.
사당역에 내려, 승차장 종합판매대에서 김밥을 사, 주머니에 넣고, 화장실에 들른 후 1번 출구로 나가 공영주차장으로 갔다. 그리고 산악회 버스 전용이나 다름없는 구역으로 가서 보니, 6시 40분 버스는 이미 출발했음에도 출발 대기 중인 버스가 다섯 대나 된다. 평일에도 잘 나가는 안내산악회다. 애초 단독 석을 신청했으나, 취소자가 많아 두 좌석이 비어 있는 곳으로 하루 전 옮겨, 배낭을 멘 채 차에 탄 후, 배낭을 창가 자리에 두고 통로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배낭에서 보조 가방을 꺼내, 등산화를 벗고 그 안에 들었던 슬리퍼로 갈아 신는 거로 이동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끝내고,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리며 열차에서 보던 책을 이어 보기 시작했다. 사당에서 타야 할 모든 승객이 일찍 도착한 덕에 예정보다 빠른 6시 57분경 공영주차장을 출발한 버스는 양재와 죽전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우고, 멀고 먼 강진으로 향했다.
죽전에서 마지막 승객이 타는 걸 본 후,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깨어 보니, 못 보던 고속도로라, 서해안이 아닐지 생각하고 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실내등이 들어와 잠이 깨, 20분간 휴식을 위해 휴게소로 들어가는 걸 지켜보며, 군산 근처가 아닐지 생각했는데, 볼일을 보려고 차에서 내리며 보니, '정안 알밤휴게소'다. 즉, 공주로 서해안 고속도로가 아니라, 천안논산고속도로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는데, 여기서 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혹시 승객 중 누군가가 요청한 건가? 어쨌든 볼일을 보고, 버스로 돌아가는데, 대형 차량 주차구역은 상춘 관광버스로 만원이다. 와중에 우리 버스 옆에는 같은 산악회의 전주 모악산 가는 버스라, 차를 잘못 탈 뻔했다. 20분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해발 402m에 불과하나, 거의 바닷가에서 시작해 고도차가 꽤 되는 산으로 생각보다 쉬운 산행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코스 중간에 호랑이굴을 왕복하는데, 첫 번째 굴은 호랑이굴이 아니고 계속 가야 호랑이 굴이 나온다고 했다. 끝으로 하산 코스는 급경사로 약간 위험 하니 조심하는 말로 설명을 끝냈다. 그리고 산행 코스가 워낙 짧아, 산행 후 남미륵사 관광을 넣었는데, 알고 보니 지금이 남미륵사 해당화 축제 기간이라, 3시간 20분으로 책정한 산행 시간을 3시간으로 줄이고, 20분을 남미륵사 관광에 더 추가하는 게 어떤지 물었다. 마다할 이유가 없어, 그렇게 결론이 났고, 목요 오지팀의 특징인 산행 후 식사는 예정했던 식당뿐만 아니라 다른 식당도 휴식 시간이라, 간신히 휴게소 식당이 휴식 시간임에도 편의 봐주는 대신 미리 주문해야 한다고 해, 주문을 받았다. 그리고 다시 실내등이 꺼지고 잠이 들어, 11시 40분경 강진 화방산 들머리에 도착하기 직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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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 도착 직전 슬리퍼를 벗고 워킹화로 갈아 신고, 정상 동작에 시간이 걸리는 등산 앱을 기동하는 거로 산행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버스가 들머리에 정차한 후 배낭을 둘러메고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본 후 등산 앱의 트랙 기록을 시작했다. 이후 시간 조금 지나, 앱으로 고도를 확인했다. 57m, 화방산 정상이 402m니, 고도차는 345m로 낮다. 해서 인솔 대장이 3시간이면 충분한 산행이라고 했던 거다. 현위치의 고도를 확인하고, 앞서간 선두의 뒤를 따라, 산행을 시작했다. 삼화회관에서 실제 등산로까지는 포장 임도로, 대략 15분 정도 가면 벌목 지대가 나타나고, 거기서 실제 등산로가 시작된다. 등산로를 향해 임도를 따라가는데, 인솔 대장이 왼쪽으로 보이는 큰바위얼굴을 확인하라고 뒤에서 소리친다. 큰바위얼굴은 그 위치에서만 보인다는 게 대장의 설명이다.
이번 산행의 목적 중 하나가 큰바위얼굴을 확인하는 거라, 이제나저제나 바위가 나타날지 기대하며 임도를 따라가, 고개를 돌자, 벌목 지대가 나타나고 능선 위로 거대한 바위 군락 세 개가 보인다. 분명 저 중 하나가 큰바위얼굴인데, 아무리 봐도 얼굴이 아니다. 혹시 바라보는 위치, 즉 각도가 달라지면 얼굴이 보이지 않을지 기대하며 바위를 주시하며 계속 가는데, 앞선 일행 둘이 벌목지대로 들어간다. 혹시 저 위치에서는 얼굴이 볼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따라 들어갔다. 그런데, 그들의 목적은 얼굴이 아니라, 두릅이었다. 그리고 몇 분 만에 둘이 각각 한 봉지 정도의 두릅을 땄다. 그걸 지켜보다가, 다시 바위로 고개를 돌렸는데, 역시 얼굴의 모습은 안 보여 조금 더 올라가면 보일 거라고 기대하고 선두의 뒤를 따라갔다. 11시 56분 임도가 끝나고, 등산로가 시작되는, 사실 그것도 벌목을 위해 무한궤도 벌목 차량이 오르내린 길이지만, 지점에 도착했다.
벌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급경사라 미끄러운 길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르다가 가끔 뒤로 돌아 혹시 얼굴이 보이나, 세 개의 바위 군락을 유심히 살펴보니, 얼굴이 보이는 듯하다. 다만, 핸드폰 카메라라 줌이 되지 않아 당겨서 볼 수 없어, 아쉬울 뿐이다. 그럼에도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계속 가쁜 숨을 몰아쉬며 위로 오르자, 왼쪽으로 화방산이라 생각되는 뾰족한 봉우리가 보인다. 지난 2월에 다녀온 고흥의 첨산과 비슷한 고깔 모습이다. 생긴 거로 봐선 높이야 높지 않으나, 경사가 급해 오르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이 부근에 특히 이런 모양의 봉우리가 많은 듯하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계속 위로 가니, 벌목 지대가 끝나고, 암릉이 나타난다. 역시 산은 암릉 타는 재미라, 기분 좋게 동영상을 촬영하며 위로 갔다.
기묘한 바위를 보면 사진을 찍고, 등산로에서 벗어난 전망대가 있으면, 잡목을 뚫고 그리로 가, 주변을 기록으로 남기다가 강인지 바다인지 시야가 좋지 않아 헷갈리는 걸 발견했다. 산행 후 지도를 찾아보니, 탐진강이다. 당연히 진행 방향의 절벽도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등산로로 돌아와, 급경사 등산로을 따라 가쁜 숨을 몰아쉬며 위로 가니, 갈림길이다. 좌는 화방산 1.9km, 우는 전망 암봉이라, 당연히 우회전해 전망 암봉을 향해 올라가는데, 위에서 여성 산꾼의 비명이 연속해서 들린다. 분위기로 봐선 뱀이다. 2024년 갑진년 처음 뱀을 대면할 기회다! 그런데, 등산로에 있던 뱀을 선두의 산행 대장이 숲으로 치우는 바람에 꼬리만 구경했다. 어쨌든 그 전망 암봉에서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고, 일행의 부탁으로 인증도 찍어준 후 다시 갈림길로 내려와 화방산으로 향한 시각이 12시 22분이다.
급경사 등산로로 다시 고개로 내려가, 화방산으로 향하는 길목에 바위가 절묘하게 얽혀 구멍을 만든 곳에서 일행이 사진을 찍고 있는 걸 구경하다가, 굳이 인증을 남길 필요는 없어, 그것만 기록으로 남기고, 인증을 찍고 있는 일행을 뒤로하고 계속 전진했다. 그리고 다시 암릉을 오르자, 아래에서 본 세 개의 바위 군락 중 첫 번째 군락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마치 얼굴의 옆모습 같다. 모자 쓴 인디언 추장?! 그런 생각을 하며, 바위 군락 중 하나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고 지나온 길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이후 다시 등산로로 내려와 길을 재촉해 두 번째 바위 군락에 도착해 위를 보니, 선두 그룹이 인증을 찍고 있어, 그리로 올라가 먼저 주변의 경치를 기록으로 남기고 나도 일행의 도움으로 인증을 찍었다. 끝으로 바로 앞에 있는 화방산을 찍은 후 바위에서 내려와 등산로로 돌아가, 화방산을 향해 갔다.
세 번째 바위 군락으로 가는 길은 왼쪽은 절벽 오른쪽 급경사인 암릉이라, 신이 나서 그 암릉을 따라가, 바위 군락에 도착하자, 안내문이 서 있다. 큰바위얼굴에 얽힌 전설이다. 고로 큰바위얼굴은 아래에서 봤을 때 제일 왼쪽 바위 군락에서 찾아야 한다. 얼굴 비슷한 모습이 있었던 거 같기도 하다. 어쨌든 여기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위로 올라가, 주변을 둘러보고 역시 다,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아래로 지나가는 일행의 모습도 사진으로 찍은 후 바위에서 내려와 등산로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화방산을 향해 가며, 얼마나 남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번 산행 처음으로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남을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데, 오지 중 오지라는 뜻인지 등산로가 없다. 그리고 아주 짧은 거리에 등고선이 촘촘한 게 급경사라는 걸 지도도 보여준다.
그걸 확인하고 급경사를 올라가며 보니, 저 앞 바위 위에 선두가 인증을 찍고 있다. 그 모습을 잠깐 지켜보다가 길을 재촉하니, 낙엽 쌓인 너덜이라 오르는 게 쉽지 않다. 어쨌든 그 너덜로 위로 올라 좀 전 선두가 있던 바위 전망대에 도착해 주변을 감상하고 사진도 찍었다. 이후 등산로로 돌아와 위로 가니 계속해서 전망대다. 물론 보이는 건 어디나 비슷하다. 그래도 다른 전망대에서 잘 보이지 않는 걸 사진 찍은 후 길을 재촉하며 정상이 얼마나 남았나, 다시 지도를 확인했다. 20m 등고선이니, 60m 정도 남았다. 역시 예상대로 지도를 확인하고 얼마 되지 않아, 등산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당연히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가, 선두가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찍고 있는 정상에 1시 8분에 도착했다. 정상 반경 50m 내라는 음성을 1시 5분에 들었으니, 50m 올라가는데, 3분이 걸릴 정도로 급경사다! 그런데, 동영상을 중지하려고 핸드폰을 보니, 이미 중지된 상태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네발로 암릉 급경사를 올라오다가 나도 모르게 촬영 중인 핸드폰을 건드린 거다.
정상에서 선두의 도움으로 인증을 남기고 있는데, 따라오던 여성 산꾼이 도착해 그의 도움으로 세 주당의 사진도 찍었다. 이후 정신을 차리고 정상석 뒤에 있는 이정표를 제대로 확인했다. 왔던 방향이야 이미 아는 거고, 진행 방향으로 화방사 0.8km, 호랑이굴 0.5km다. 화방사는 들머리로 향하다가 창밖 왼쪽 산 중턱에 있는 건물을 보고, 다들 깊은 인상을 받아, 그걸 사진으로 찍지 못하는 걸 아쉬워했다. 산 중턱에 있는 기와집이라면 당연히 절일 확률이 높아, 승객 중 한 명이 인솔 대장에게 산행 후 우리가 갈 예정인 남미륵사인지 물었다. 그런데, 동양 최대라는 청동 불상이 보이지 않으니, 남미륵사는 아니라, 대부분 궁금해하고 있는데, 인솔 대장이 '화방사'로, 저기가 하산 코스라고 했다. 고로 하산 때 절 구경도 하고 산, 정확히는 화방산 중턱에 있는 그 모습도 기록으로 남길 생각이었다. 그 화방사가 0.8km에 불과하니,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삼화회관이 멀지 않다.
현재 시각 1시 10분 산행 마감 2시 50분, 마감까지 1시간 40분이 남았다. 우리 앞에는 많아야 서너 명의 산꾼이 있을 뿐이다. 고로 서두를 이유가 없어, 준비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하고 각자가 준비한 음식을 꺼내 먹었다. 물론 나야 사당역표 김밥! 점심을 다 먹은 후, 호랑이굴 방향으로 200m 정도 갔을 때 눈앞에 펼쳐진 병풍바위의 모습을 보고 모두 감탄을 터트렸다. 무등산에서 볼 수 있는 주상절리다! 이걸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당연히 그 위로 걸어가며, 왼쪽으로 보이는 마을과 논, 탐진강 등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계속 가자, 능선 위에 우뚝 솟은 봉우리가 보인다. 당연히 넘어야 할 봉우리라 생각해 유심히 살펴본 후, 고개로 내려갔다. 그런데, 고개에 도착해 보니, 그 봉우리를 넘는 게 아니라, 거기서 좌회전은 화방사 0.5km, 우회전은 호랑이굴 0.2km다. 고로 왼쪽으로 하산하니, 그 봉우리를 넘는 일은 없다.
그 호랑이굴 갈림길 이정표 한쪽에는 우리 인증을 찍어줬던, 여성 산꾼과 먼저 내려온 선두의 배낭이 놓여 있다. 호랑이굴을 구경하고 다시 돌아와야 하니, 배낭을 두고 간 거다. 그리고 다른 선두가 내려놓은 배낭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그걸 지켜보다가, 핸드폰만 꺼내 주머니에 넣고 역시 배낭을 내려놓고, 호랑이굴을 찾아, 우회전해 내려갔다. 이정표에서 50m쯤 가자, 꽤 큰 동굴이다. 그리고 그 동굴에서 먼저 갔던 일행이 나오며 안에 샘도 있다는 거다. 만약 버스에서 인솔 대장이 첫 번째 굴은 호랑이굴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으면, 그걸 호랑이굴이라 생각하고 돌아갔을 거다. 물론 이정표에 있는 ‘200m’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어쨌든 굴로 들어가니, 대여섯은 누울 수 있는 바닥에 누군가 넓적한 돌을 주워다 온돌처럼 깔아 놓았다. 주상절리에서 떨어져 나온 돌이 많아, 재료를 구하는 게 힘들지는 않았을 거다. 그리고 그 끝에 석간수가 나오고, 그게 고인 샘이 있다. 고로 야영하기에는 완벽한 굴이다. 아니 살림을 차려도 될 거 같다. 당연히 그 물맛을 봐야 하나, 지금은 호랑이굴을 찾는 게 급해 돌아올 때 맛보기로 하고, 일단 사진만 찍었다.
호랑이굴을 찾아가다가, 굴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우리보다 앞선 (지난 일요일 가리산행 때[산행기], 등산로에서 찍은 리본의 주인) 산꾼에게 굴에 대해 몇 가지 묻고, 계속 가는데, 앞서갔던 선두가 되돌아오며, 굴이 없다는 거다. 해서, 여성 산꾼 포함 넷이 상하좌우로 흩어져 굴을 찾았으나, 기본적으로 굴이 있을 만한 절벽이 안 보인다. 그러다 한 명이 왔던 길로 약간 돌아갔다가 좀 전에 만났던 산꾼이 매단 리본을 발견했다. 그런데, 그 위치가 직진이 아니라, 좌회전 내려가는 곳이다. 고로 우리 넷은 갈림길을 보지 못해 엉뚱한 곳에 굴을 찾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건, 그 갈림길에서 직진 방향으로 5m 정도 거리의 나뭇가지에 어느 산악회가 매단 리본이 있어서다. 어쨌든 좌회전해 아래로 내려가자 길은 다시 좌회전해서, 우리가 왔던 방향이고, 아주 좁은 길을 따라 20여 미터를 가니, 거대한 암벽이 나타나고 그 아래 생각보다 좁은 틈이 있다. 그 틈으로 들어가면 꽤 깊고 넓은 호랑이굴이다. 굴로 기어들어가 내부를 구경할까 하다가, 혹시 호랑이를 만날 수도 있어 그만두고, 입구만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호랑이는 어떻게 다녔을지 궁금한 비좁고 위험한 호랑이길로 갈림길로 돌아왔다.
굴 구경을 마치고 굴을 향해 오는 일행과 교행하며 갈림길에 도착해, 다음 산꾼은 우리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직진 방향에 매달려 있던 리본을 떼서 갈림길 앞에 다시 매달고,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 직진 방향을 막았다. 이후 다시 화방사 갈림길로 돌아가다가 물맛을 보기 위해 첫 번째 굴로 들어갔다. 당연히 어두워 카메라의 플래시를 켜고, 물을 마시려고 보니, 무언가 꿈틀거린다. 벌레다. 그걸 보자, 물을 마시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져,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 갈림길로 올라가, 내려놓았던 배낭을 둘러메고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 길이 인솔 대장이 버스에 언급했듯이 비좁은 급경사의 흙길이라, 미끄러운 와중에 군데군데 날카로운 돌이 튀어나와 있고, 너덜을 지나기도 해 약간은 위험했다. 그 길을 조심조심 내려가, 1시 54분 화방산 중턱에 자리 잡은 화방사에 도착했다.
산 중턱이라는 위치로 봐서는 생각보다 규모가 큰 화방산에 도착해 보니, 바로 아래에 승용차 두 대가 있는 주차장이다. 여기까지 포장도로를 내려면 보통 일이 아닌데, 냈다! 그리고 절로 들어가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감로수다. 그렇지 않아도 첫 번째 굴에서 물맛을 보지 않아 아쉽던 차라 바로 감로수로 가 그 물맛을 봤다. 이후 산신각을 찾기 위해 위에 있는 전각의 현판을 차례대로 훑어봤다. 감로수가 바로 위에 산신각이 아니라 산령각(山靈閣)이다. 당연히 그리로 가 무사 산행을 산신에게 감사하는 인사를 했다. 다음은 본존불이라, 먼저 산령각 옆에 있는 건물로 가, 현판을 보니, 영산전(靈山殿)이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내부를 둘러봤다. 그 옆 건물이 예상대로 대웅전이나, 비좁은 땅에 건물을 올려, 전면에서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 본존불에게 신고했다.
본존불과 산신에게 인사로 해야 할 일은 다 했으니, 이제는 본격적인 절 구경이다. 아주 조망 좋은 절묘한 위치에 있는 절로, 비좁은 땅에 다섯 채의 전각과 한 채의 정자를 지어 놓았다. 특히 최고의 조망 위치에 있는 정자는 사면을 유리로 막아, 비바람이 들이치지 못하게 해 놨다. 불손한 생각이기는 하나, 비 오는 날 운치 있게 거기 앉아서 술 한잔하고 싶었다. 아마, 술 대신 차를 마시겠지? 곡차?! 절 구경도 끝나고, 돌계단으로 내려가며 보니, 정자가 더 잘 보여, 다시 사진을 찍었다. 그때 막 도착한 산행 대장 일행이 뭐 좀 먹고 가자고 해, 우리는 바로 내려갈 거라고 얘기하고, 드시려면 운치 있게 정자로 올라가 드시라고 하고 계속 내려가자, 돌계단이 끝나고, 임도다! 화방사가 급경사 산 중턱에 있어 갈지자를 쓰는 임도는 당연히 도로까지 이어진다.
임도로 내려가다가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화방산 중턱에 있는 화방사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갔다. 그리고 어느 절에나 다 있는 대나무 터널을 지나고, 200여 미터를 가자, 임도가 끝나고 도로와 합류한다. 그리고 앞서가는 선두와 다시 만났다. 그리고 조금 더 가니, 주차해 있는 빨간 버스다. 현재 시각 2시 19분 산행이 끝났다. 마감인 2시 50분까지 남은 시간은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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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 19분경 오전에 출발했던 삼화회관에 도착해, 옆 수돗가에서 손을 씻고 아침에 본 정자로 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속속 도착하는 일행을 관찰하고 있다가, 끝으로 인솔 대장이 도착하는 걸 보고, 버스로 가 배낭을 짐칸에 넣고 차에 탔다. 갈 때와 달리 올 때는 산행 후 배낭에 땀 냄새가 배어, 들고 타는 걸 기사가 싫어하기 때문이다. 산행이 아닐 때는 통근 버스로 활용되는 차라, 기사가 냄새에 민감한 것도 이해는 된다. 어쨌든 산행 시간을 3시간 20분에서 3시간을 줄였는데, 모두 산꾼이라, 다들 그것보다 일찍 하산한 덕분에 계획보다 10분 이른 2시 40분경 남미륵사로 향했다. 그런데, 평일임에도 상춘 차량으로 길이 밀려, 버스에서 내려 걸어서 절로 갔다.
남미륵사로 주당끼리 걸어가며, 원래 절 주변에 식당이 없으나, 축제 기간이니, 분명 포장마차가 있을 테니, 절에서 사진만 찍고 나와 소주 한잔하기로 했다. 해서 2시 57분 남미륵사 불이문에 도착해, 3시 21분까지 절과 철쭉, 해당화를 감상하고, 주차장 직전 카페 옆 포장마차 외부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아, 먼저 소맥으로 무사 산행을 축하했다. 이어 속속 도착한 산 구들과 잎새주 세 병, 맥주 한 병을 파전과 닭발을 안주로 잎새주 3병과 맥주 한 병을 마시고, 4시인 마감 5분 전 주차장에 대기 중인 버스로 갔다. 그리고 4시 정각 남미륵사 주차장을 떠난 버스는 예약한 식당으로 향해 4시 12분에 도착했다.
국밥 전문점이라, 메뉴는 소머리국밥, 도가니탕, 사골우거지탕, 황태콩나물국밥이 전부라, 안주를 위해 주당 넷은 메뉴에도 없는 소머리국밥 특대를 예약했었다. 당연히 소머리국밥을 안주로 남미륵사 입구 포장마차에서 1차 후 2차로 술을 마셨으나, 전작이 있어 많이 마시지는 않고, 마감인 5시 5분 전에 식당에서 나와 버스로 갔다. 당연히 차에 타자마자 잠이 들어, 실내등이 들어와 잠에서 깨, 내려보니 군산이다. 지난 3월 27일 흑석산행 때 왔으니, 거의 3주 만에 다시 온 건가? 어쨌든 볼일을 보고 바로 버스로 돌아와 다시 잠이 들어, 죽전 승객을 위해 실내등이 들어올 때 완전히 잠에서 깨, 하차 준비를 했다. 그리고 9시 19분경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서 내려, 지하철로 집으로 향해, 10시 20분경 도착하는 거로 강진 화방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 계획에 따라 '삼화회관 → (큰바위얼굴)이정표 → 전망대 → 능선 합류 → 전망바위(왕복) → 형제바위 → 광대바위(큰바위얼굴) → 화방산 → 병풍바위 → 호랭이굴(왕복) → 화방사 →삼화회관'의 7.2km(트랭글) 코스를 2시간 42분의 환 종주했다. 이동 2시간 26분 휴식 16분!
미세먼지가 시야를 방해하지는 않았으나, 흐리기만 하다는 예보와 달리 간간이 가랑비가 내려, 시야가 좋지 못한 게 아쉬운 산행이었다.
높이 402m에 불과하고, 총 거리 7.2km에 불과한 화방산이나, 암릉과 암봉의 연속이라 산행 재미가 괜찮은 산으로 한 번쯤은 가볼 만하다. 의도한 건 아니나, 가성비 면에서는 이번처럼 남미륵사 해당화 축제 기간과 연계해 다녀오는 게 괜찮아 보인다.
비록 상춘인파에 치이기는 했으나, 남미륵사 해당화 축제만으로도 비용이 아깝지 않은 산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