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355. 웬수같은 개미
나는 지금 세상에서 제일 미운 생명이 그 쬐그만 개미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꿀벌과 개미는 사화적 동물이며 그 집단생활과 역할, 그리고 무서운 결집력에 대해 굉장히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솔직히 그 작은 생명들이 개체보다도 집단의 일원으로 역할을 한다는 것에 경이로움을 넘어 감탄하는 마음가짐이었다.
그런데 이런 곳에 오래 동안 살아오면서 그 작은 개미들의 지긋지긋하도록 집요하고 철저하게 인간의 삶 속에 파고 드는 걸 보았고 포기하지 않는 그 근성에 질려버렸다.
지난 해에는 아래층 벽에 설치된 스위치꽂이를 8개나 모두 진흙으로 망가뜨려 놓은 일도 있었다. 벽 속에서 일어난 일이라 완전히 고장 나서 못 쓰게 될 때까지 우리는 알지도 못했다.
이번에 개미는 또 일을 저질렀다. 한국에 다녀온 40 여일 사이에 드러난 일이다.
나무로 된 계단 가장자리가 푸석푸석해지고 색깔이 검게 변했다 싶더니 손가락으로 누르면 푹 꺼져버린다.
속이 비었다. 개미가 파먹었나보다. 여러 곳에 그런 흔적이 있다.
마침 옆집에서 이곳저곳을 수선하려고 불러온 칸이라는 일꾼이 있기에 이 계단을 보여주니 고쳐줄 수 있다고 한다.
먼저 메테리얼부터 사 주어야 하니 우선 2천페소를 건네며 영수증을 가져오라고 했다.
독한 아나이 약을 사 오고 황토색 본드처럼 생긴 깡통과 작은 페인트,그리고 샌드페이퍼 끌칼 등 자잘한 소품 도구들까지 한 보따리를 사 왔다.
독한 냄새가 진동을 하고 보조까지 데리고 와서 짬 날 때마다 일을 했다 싶은데 도대체 마무리를 안 하고 며칠씩 지나간다.
어디 그 뿐인가?
구야바나 쥬스를 먹고 쟁반에 컵을 둔 지 10분도 채 안되었는데 눈에 보일듯 말듯 먼지같은 개미들이 바그바글 꼬물댄다.
자세히 봐야 보이는 개미다. 물을 확 부었더니 산발처럼 흩어지다 물에 둥둥 뜬다.
너무 작아 눈에도 띄지 않는 개미다, 아무데도 없었는데 금방 어디서 왔을까?
칸은 우리 계단을 여기저기 상처처럼 만들어 놓고는 찔끔짤끔 건드리며 일하다가 결국은 열흘이 지난 후에야 마무리를 했다.
돈은 돈 대로 엄청 쓰고 마음은 상하고 마무리는 영 시원치 않다. 계단은 누더기 같다.
망할놈의 개미! 독한 약에 다 죽었던지 더는 이제 못 오겠지.
첫댓글 그런 개미도 있나요?
골치 아픈 개미들이네요.............................
개미덜 …무섭지라 ..
요놈들은 지금도 우리들이 땅에 버려지면
동네 잔치/파티/party 벌릴 준비가 되여 있구먼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