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 매입에서 계획까지
3년간 세 차례 설계 후 실속형 집으로 완성
땅을 매입한 후 공사를 시작할 때까지 2년이 넘는 기간이 있었지만, 틈틈이 시간을 내어 계획안을 만들었다. 1차 계획안의 건물 연면적은 188.1㎡(약 57평)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필자의 경제적 여건이 좋아지지 않자 1차 계획안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실속 있는 공간으로 조정해 건축비용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줄어든 건축면적으로 말미암아 활용할 수 있는 대지 면적이 늘어났으며, 이러한 부분을 활용해 건물 후면에 옥외 활동이 가능한 다목적 덱Deck을 계획했다. 최종안은 초기 계획안에 비해 여러 실을 없애고 단순화한 작은 집으로 완성했다.
글 이동헌<운영건축사사무소 대표>
1 다용도 공간으로 구성한 식당. 2 1층부터 다락까지 연결되는 계단 벽면은 라임색 수성 페인트로 산뜻하게 꾸몄다. 3 오락 공간과 야외 식당으로 자주 이용하는 후면 덱.
연/재/순/서
1. 부지 매입에서 계획까지
2. 공사비용 1(부대비용, 골조공사비용, 전기 및 설비공사비용, 창호 및 잡철공사비용)
3. 공사비용 2(바탕 및 내·외부 마감비용, 가구, 위생도기, 조명기구, 덱공사비용)
4. 외부 공간 및 조경 계획
5. 실내 공간 계획
6. 방수, 일조, 단열 및 환기 계획
건축 개요
·위 치: 의정부시 녹양동
·건축구조: 보강블럭조
·대지면적: 256.1㎡(77.47평)
·건축규모: 지상 3층
·허가면적: 99.48㎡(28.58평)
·지구단위계획지침: 건폐율 40%, 용적률 80% 최고 층수 3층, 경사지붕 설치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단독주택을 짓고 이사와 산 지 2년여의 세월이 지났다. 땅을 매입한 후 3년이 지나서 공사에 들어갔으니 땅을 사들인 지 5년 전의 일이다.
단독주택을 짓기 위해 땅을 사들이고 공사하기까지, 그 과정에서 아내의 열정과 의지가 없었다면 지금도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처음 설계한 것이 고등학교 담임선생의 주택이다. 그 후로도 15년 정도 주택 관련 일을 주업으로 하며 살아왔지만, 내가 단독주택을 짓고 살겠다고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아내는 생각이 달랐다.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어렸을 때 단독주택에 살면서 다양한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고 싶어 했다. 단독주택을 짓고 2년간 살아온 지금 아내의 판단이 옳았음을 새록새록 깨닫는다.
설계 기간만 2년
2009년 봄에 땅을 사서 2011년 9월에 착공 신고했으니, 땅을 매입하고 나서 2년 반이란 시간이 지나 공사를 시작한 셈이다.
땅을 매입할 당시 큰아이가 고등학교 1학년이다 보니 단독주택을 짓고 이사하기가 어려웠다. 땅이 마음에 들어 급하게 토지를 매입했지만, 단독주택 공사를 시작할 시점은 큰아이가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끝난 후에 하고자 했기에 2년 반이 넘는 설계 기간이 자동으로 확보됐다.
그런데 2년 반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처한 경제적 상황의 변화로 말미암아 내 집 설계 계획안이 드라마틱하게 변하게 될 줄은 토지 매입 당시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당시엔 165.0㎡(50.0평) 내지 198.0㎡(60.0평)대의 단독주택을 짓고자 했는데, 공사를 시작할 시점 최종안의 허가 면적은 92.4㎡(28.0평)이었다. 땅을 매입할 당시에 짓고자 한 건물 면적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1안-1층 평면
1안-2층 평면
1안-3층 평면
1차 계획안
1 1안-단면1 2 1안-단면2 3 1안-거실 4 1안-식당 5 7 1안-웰컴폰드 6 1안-외관
땅을 매입한 후 공사를 시작할 때까지 2년이 넘는 시간이 있었지만, 틈틈이 시간을 내어 계획안을 만들었다. 설계를 시작할 당시 아파트에선 구현할 수 없는 재밌고 실용적인 실내 공간을 구성해 보고 싶었다. 1층은 주로 온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공적 공간으로 구성하고, 각 실은 동선의 연속성이 유지되도록 계획했다. 2층과 3층은 사적 공간으로 구성했다. 아들 방은 2층에 두고 딸 방은 3층에 다락이 있는 방으로 계획했으며, 마스터 베드룸은 2층과 3층에 걸쳐 복층으로 구성했다. 마스터 베드룸은 서재, 욕실, 침실로 구성하고, 서재와 욕실은 2층에 침실은 3층에 위치하게 했다. 마스터 베드룸의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단면 스케치에서 보듯이 각 층간 레벨 차이를 약간씩 달리해 공간 구성의 재미를 높이고자 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작은 화단과 연못을 마주하게 계획했고, 그 화단과 연못을 웰컴폰드라고 이름을 붙였다. 웰컴폰드는 1차 계획안에서 내 가족들이 많이 기대한 부분이었다. 현관문을 열면 센서가 작동해 현관 맞은편에 위치한 연못 벽면의 물이 음악과 LED 조명과 함께 연출돼 흘러내리도록 계획했다. 집의 현관문을 여는 순간, 밖에서 생활하면서 누적된 마음속 짐들이 웰컴폰드에서 반겨주는 식물과 음악과 빛 그리고 물의 합창으로 녹아내리길 바랐다. 1차 계획안의 건물 연면적은 188.1㎡(57.0평) 정도였다. 1차 계획안의 설계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다 보니 2009년의 가을이 지나가고 있었다.
2차 계획안
1 2차안-1층 평면 2 2차안-거실 스케치 3 2차안-2층 평면 4 6 2차안-외관 5 2차안-다락층 평면
1차 계획안을 마무리한 후 수개월이 지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경제적 여건은 좋아지지 않았다. 건축 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다 보니, 1차 계획안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여유와 재미가 있는 공간보다는, 실속이 있는 공간으로 조정해 건축비용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층간 실 구성은 1차 계획안의 개념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했다. 그 대신 각 실의 크기를 축소하고 실내 동선과 단면 레벨 구성도 단순화했다. 침실마다 다락을 계획했다. 아들 방과 딸 방의 다락은 잠자는 공간으로 사용하도록 했고, 안방의 다락은 수납공간으로 사용하도록 계획했다. 그리고 각 침실의 다락을 통해 옥상 휴게 공간으로 동선이 모이도록 계획했다. 건물 면적은 66.0㎡(20.0평) 정도 줄여 약 118.8㎡(36.0평)으로 계획했다. 줄어든 건축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지 면적이 늘어났으며, 이 부분을 이용해 건물 후면에 옥외 활동이 가능한 다목적 덱을 계획했다. 2차 계획안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덧 2010년 가을을 맞이하고 있었다.
3차 계획안... 최종안
1 최종안-1층 평면 2 최종안-현관 3 최종안-2층 평면 4 최종안-계단 5 최종안-다락층 평면 6 최종안-식당
7 9 최종안-외관 스케치-01 8 덱은 PVC라티스로 시선을 차단하고 12㎜ 투명 강화유리로 지붕을 덮어 안락한 야외 휴식처로 만들었다. 10 외부 공간 구성
2011년 봄이 됐다. 집을 짓고 이사를 가는 것이 옳은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내가 운영하는 설계사무소의 형편상 집 짓는 것이 불가능할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단독주택에 대한 아내의 꿈이 강하고 간절했기에 비용을 최소화해서라도 집을 짓기로 마음을 먹었다. 공사비용을 줄이는 1차적인 방법이 면적을 줄이는 것이기에 또다시 건물 면적을 줄이기로 했다. 목표는 82.5㎡(25.0평) 2층 주택이었으나, 최종적으로 92.4㎡(28.0평)의 2층 주택이 나왔다. 1층엔 주방/식당(다목적용)과 아이들 방을 앉히고, 2층엔 거실과 안방을 배치했다. 2층 상부엔 다락을 설치해 가족의 오락실로 사용하도록 했다(지구단위계획 지침상 경사지붕 설치가 의무 사항인 지역이다).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공용면적에 대한 배려는 초기 계획안부터 최종안까지 항상 설계의 우선순위였다. 그리고 드디어 2011년 9월, 장장 2년 반이 넘는 설계 기간을 거쳐 나의 작은 집 신축 공사를 시작했다. 최종안에선 초기 계획안에 비해 여러 실을 없애고 외관도 단순화한 작은 집으로 완성했다. 완성된 집은 비록 허가 면적상 92.4㎡(28.0평)의 작은 집이지만, 여러 번의 설계를 거치면서 줄어든 건물면적에 반해 완성도는 훨씬 높아진 것 같다.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