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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를 쓰며
박인경
눈이 침침했다. 잠시 눈을 감고 쉬어 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얼마 전부터 책을 보려면 글자가 흐려 보이고 조금 멀리 띄면 잘 보이게 되었다. 바늘귀에 실을 끼우려 해도 구멍이 엇갈려 보여 제대로 끼울 수가 없었다. 나도 이제 노안이 시작된 것이다.
할머니 생각이 났다. 종가집의 사랑채에서 조부모님의 건넌방 생활을 했던 나는 늘 할머니의 잔심부름을 도맡아 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 가장 여러 번 하셨던 말씀은 "인경아, 와서 바늘귀 좀 꿰어 다오!" 였다. 그 때는 어려서 무엇 때문에 할머니는 바늘에 실을 끼우는 일을 내게 부탁하셨는지 이유를 몰랐었다. 그냥 말 잘 듣는 손녀로서 거역하지 않고 그 일을 해 드렸을 뿐이다.
아는 언니가 있다. 그녀는 문자를 보내도, 부재중 전화를 남겨도 응답이 없다. 처음에는 성의를 무시하는 사람이고 예의 없는 사람이라고 여겨 멀리하였다. 그러나 나중에 듣고 보니 돋보기를 써야만 휴대전화의 글씨를 볼 수 있고, 가끔 그마저도 잊고 가지고 다니지 않을 때가 있어 다른 사람들에게 실수가 많다고 나이 탓을 하는 것이었다.
남편은 시력이 무척이나 좋은 사람이었다. 근시가 있어 근시안경을 착용해야 먼 데 있는 물건들을 명확히 볼 수 있던 나는 항상 남편의 시력을 부러워했다. 그러나 세상사 모든 일들이 ' 새옹지마' 라더니 남편은 오래 전부터 돋보기 없이는 책을 보지 못한다. 눈이 좋은 사람은 노안이 빨리 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망증도 심해 지금까지 잃어버린 돋보기 숫자는 열 손가락을 세어야 할 것이다.
사람의 눈은 멀리 보거나 가까운 곳을 볼 때 수정체가 자동적으로 두꺼워지거나 얇아져 망막에 초점을 맺어 정확하게 물체를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 모든 세포의 기능이 떨어지고 우리 눈 속의 수정체도 탄력을 잃어 조절 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을 노안이라고 한다. 노안이 오면 시력장애, 시야혼탁, 두통, 안구통, 안정 피로, 등의 증상이 따른다. 그래서 45세 이상이 되면 근거리에 있는 것들이 안 보이게 되어 신문이나 책을 볼 때 자신도 모르게 눈에서 멀리 하고 보게 되는 것이다.
근시나 원시는 노안의 발달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원시의 경우 근점이 정상인보다 멀어서 노안 현상을 빨리 느끼게 되며, 근시인 사람은 그의 발견이 늦어 노안이 되더라도 가까운 것이 비교적 잘 보이게 되므로 별도의 교정을 요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노안이 오는 것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 늦추려면 조명에 주의해야 한다. 천정에 400~700룩스 (60와트 백열등 정도)의 전구를 달고 왼쪽에 스탠드를 놓아 그림자가 없도록 하여 독서를 하는 것이 좋으며 인쇄 상태나 종이의 질이 낮은 책은 피한다. 또한 흔들리는 차 속에서 독서하는 것도 눈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사람은 왜 나이가 많아지면 가까운 곳이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일까. 귀는 무슨 일로 어두워져 소리를 잘 듣지 못하게 되며, 행동은 또 어설프게 되는 것인가. 어느 지인의 말을 빌리면 나이가 들게 되면 덜 보고 적게 들어서 말을 많이 하지 말고 행동도 느려져 점잖은 노후를 보내라는 신의 뜻이라고 한다.
안과에 들려 돋보기를 맞추었다. 안경을 쓰니 책을 보기가 훨씬 수월하다. 하늘의 섭리대로 나도 보는 대로 다 말하지 않고 자숙하는 노년 인생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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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침 저녁으로 찬 바람이 부는 군요.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세요.
"새옹지마" 동감합니다!, 노년에도 잘보이고, 잘들리고, 잘움직여진다면, 요즘 젊은이들과 같이하기가 결코 쉽지가 않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1년에 두어번씩 시력점검을 하시어 좋은건강을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답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님도 건강하세요.
오랜만에 아름다운 수필을 들고 오셨네요 ㅎㅎ 가을날에는 얼굴 한번 뵈오야지요 ^^ 전주에서 보까예 ^^ㅎ
좋지요! 쿠사 화이팅!
눈이 좋은 사람이 노안이 빨리 온다는것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나도 요즘 눈이 침침 할때가 있는데 예사일이 아니네요 잘 보고 갑니다..^^
건재하시군요. 답글 감사합니다.
적당한 영양 공급과 적절한 안구 운동으로서 노안이 오는것을 상당히 늦출 수가 있다고 합니다. 노안에 대한 좋은 글을 참고삼아 미리 눈의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겠습니다.
오늘부터 안구 운동을 시작해야 겠네요. 고맙습니다.
이전에 꼬전에 나이 쫌 덜 묵었을땐 시력이 아주 좋았는데 2.0.... 나이 드이까네.. 늘그막에 컴쀼따 까지 하이까네 눈이 팍!!!~~~가뿌네예~ 평소 산들향기님 말쌈 참고 하샤 눈건강에 유의 하시길~~~~
감사합니다. 눈 건강에 유의할께요.
내겐 그런날이 오지않을줄 알았는데 오고말드라구요~ 보는것도 듣는것도 젊은사람들과 다른걸....아름다운글 잘봤습니다.
세월의 흐름을 어느 장사가 막겠습니까? 그저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 현명하겠죠. 답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