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회 제 296차 산행기
☆일시: 2010.12.17.10;15 ~ 13:00 ( 점심13:00-15:00, 뒷풀이15:00-20:00 )
☆참가: 혜종허세영,태화손관선,연암김무웅,남계류근모,난곡박세주,송헌양춘길,
중산최차랑, 청송정경권,매일생한.
☆간길: 도시철도 토성역-감정초등학교-천마산조각공원-천마암-충무동새벽시장-
자갈치횟집-광복동거리
긴 목도리를 두르고 바삐 걷는 사람들의 입김이 뽀얗게 나오고, 교회의 십자가에 성탄트리장식이 반짝이는 가운데 구세군 자선남비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니 경인년의 끝자락도 며칠 안 남았음을 알리고 있다. 도시철도 토성역에 9명이 모였다.
팔꿈치 엘보가 심해 테니스를 못 치고 그 사이 탁구로 운동을 대신하려했는데 그 탁구도 엘보가 영향을 미쳐 제대로 할 수 없다고 걱정하는 청송에게 중산이 대처해 나가는 방법을 일러 주었다.
천마산 지리에 밝은 난곡을 대장으로 추대하고, 대학병원 암센터 앞에서 까치고개로 오르는 마을버스를 탔다. 굽이치는 비탈길을 곡예 하듯 운전하는 기사는 베테랑이었다. 길도 좁고, 공사하는 곳도 있어 초보나 처음 왕래하는 사람은 여간 힘든 길이 아닐듯하고, 이 높은 곳에 사는 사람들의 애환 또한 보통이 아니겠다 싶다. 우리는 감정 초등학교 공영주차장 앞에서 내렸다. 위치가 높아서 인지 귓가를 스치는 바람이 차고 학교 정문을 지나 천마산 조각공원의 안내판 앞에 서니 응달의 한기가 만만치가 않다.
낙엽 옷마저 다 벗은 겨울나무가지 사이로 부산항의 모습이 보인다. 멀리 보이는 바다는 호수 같이 잔잔하고 영도대교와 부두의 대형크레인들이 현대조각물처럼 설치되어 있다. 망양정에 앉아 쉬었다. 정자가 길 안쪽에 지어져 望洋 하기에는 나뭇가지가 시야를 가리고 있다.
조각공원가는 길로 걸었다. 산에 가는 사람, 산을 갔다 오는 사람이 거의가 나이든 사람들이다. 누구나 오래 살기를 바라지만 늙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어느 누가 늙음은 낡음이 아니라 모든 어려움을 녹여 내는 노련함이고, 삶의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를 다음세대에 물려주는 어른이기에 공경 받아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우리도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았다. 이제 이 발걸음에 힘을 주고 당당하게 나아가자.
부산항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는 전망대에서 보니 발아래 부산의 시가지가 쫙 펼쳐져 있다. 용두산 공원에 우뚝 선 탑이 영주동, 대청동, 광복동, 남포동, 충무동, 보수동, 대신동을 굽어보며 애정의 눈빛을 보내고 있는 듯하고 영도대교 너머 오륙도와 희미하게 광안 대교의 모습도 보였다. 엄청난 물동량의 수출로 부산발전의 축을 이루었던 북항부두가 많은 일을 신항에 내어주고 이제는 새 모습으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하다. 언젠가 올 그날에 우리가 여기에 다시서서 옛날의 모습을 회고 하며 발전한 부산항의 모습을 이야기 할 것이다.
천마산 정상 아래쪽 한 등성이 전체가 조각공원이다. 유명작가들의 훌륭한 작품들이 적당한 곳곳마다 잘 전시되어 있고, 보존 관리도 잘 되고 있었다. 공원 입구 동백꽃 석상 조각품 근처의 잔디밭에 앉았다 마음씨 좋은 관리인 앉아서 쉬어도 된다고 했다. 매실주와 꽈베기, 비스켇 안주를 준비해온 연암은 집에 있는 술독을 비우기로 작정 한 것인지 매번 담아 왔고, 중산 또한 배낭에 번번이 밀감을 넣어 와서
우리의 입맛을 시원하게 한다. 송헌이 주는 캬라멜은 어릴 때 아껴 가며 녹여 먹던 달콤한 그 맛 그대로 였다.
천마암 위에 지은 천마정에 올랐다. 송도 앞 바다와 남항이 훤히 내려 다 보인다. 연암이 갈매기 모양으로 지은 자갈치 활어시장 앞 바닷가에는 어선이 하나도 없고 영도 남항동 쪽에 다 가 있다고 한다. 바다에서 생선을 실어다 주는 것이 아니고 활어차로 운반하는 것인지? 송도 앞 먼 바다에는 정박해 있는 배들이 몇 십 척이나 있어 다 무엇을 하는 배들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천마산은 부산항 바닷가로 벋어 나와 있어 부산항구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이다.
천마가 대마도로 날아가며 남긴 발자국에는 고였던 물이 얼어 얼음이 되어 있고, 전망대에는 자세하고 선명하게 잘 찍은 사진을 전시하여 암남공원, 동섬 등 위치를 질 안내 해 놓았다.
다시 조각공원 전시장으로 돌아 나와 하산 길에 들어섰다. 통나무를 잘라 가로로 누이고 기둥을 고정 시켜 만든 계단 길로 내려 왔다. 대원사를 지나 내려오는 길은 계속 계단 길이다. 송헌은 찻길이 없으니 모던 물건을 운반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을 것인데 절을 지을 때 얼마나 힘들었겠느냐고 한다.
편백숲을 지나 한참이나 내려오니 산복도로가 나왔다. 해돋이로다 여기에서부터 사람의 힘으로 지고 가야한다. 한 불럭 내려가서 나온 도로가 초장로, 마지막 산복도로가 천마로이니 그사이에 살고 잇는 사람들은 이 산복도로를 적당히 이용하여 물건을 이고 지고, 들고 다니는 수고를 해야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연탄이나, 쌀 같은 무거운 물건 운반은 여간 힘들지 않을 것 같다.
충무동 새벽시장을 지나 자갈치 어시장 총각횟집에 왔다. 축하의 잔치가 2주째 이어진다. 고희 대접을 받은 혜종과 태화가 답례를 한다고 한다. 방석만한 접시에 가득 담은 싱싱한 회와, 신선한 굴, 꿈틀 대는 생 낙지로 배를 불렸다. 안주가 좋으니 술 맛 또한 특별하여 분위기는 무르익고, 시간도 잘 갔다. 오늘 약속이 아니 였으면 산행에 참가하지 못했을 태화가 긴급전화를 받고 급히 자리를 떴다. 혜종에게 어쩌면 오늘을 못 넘길 것 같다고 했다. 우리가 天崩 소식을 들은 것은 저녁 8시 가까이였다.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겠으나, 아흔이 넘은 연세이고 그 동안 병고로 당신도 고생을 하셨으니, 우리는 호상이 아니겠느냐고 상주에게 위로의 말을 보낸다.
답례가 너무나 푸짐하고 풍성하였다. 연암이 여기까지 왔으니 추억의 광복동거리를 한번 걸어 보자고 제안 했다. PiFF거리에서부터 아름다운 조명 장식을 걸어 놓은 길을 걸어서 롯데 백화점 광복점까지 왔으나 4시 분수 쇼 까진 30분이나 시간이 남았다.
입가심 호프집을 찾아 중앙동 쪽 지하상가를 걸어 멋진 집`카멜`에 들어갔다. 연암이 경비를 갹출하여 맥주로 답례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고 4시에 서둘러 백화점으로 와서 분수 쇼를 구경했다. 아래에서 솟아오르는 것보다 천정에서 솟아 지는 분수에 조명이 비쳐지는 것이 더 장관이다. 15분간 구경을 마치고 나왔으나 광복동거리는 조명이 켜지지 않았다. 이왕 늦은 김에 조명이 들어온 광복동 길을 보자는 욕심이 생겨 세명약국 뒤 먹자골목을 한 바퀴 돌고 2차호프집 `곰 세 마리`에서 한잔 더 하고 나오니 붉고, 노랗고, 하얀 불빛이 어우러져 휘황찬란한 거리가 펼쳐져 있었다.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 퍼지는 부산의 명물거리, 추억과 낭만이 깃들었던 광복동의 아름다운 조명에 휩싸인 거리와 즐거움에 푹 빠진 사람들을 구경하고, 마지막으로 혜종의 고희와 쌍둥이 손자손녀에 대한 축하 술을 난곡이내고 끝난 것이 밤 8시다. 오늘의 산행은 1편 2편이 길고 다양했다. 아마도 이 해가 다 가는 12월을 아쉬워하는 마음의 발로 인지도 모르겠다. 변치 않는 오래된 꿈은 마침내 보석이 된다고 했는데, 우리 모두 건강하게 오래 만날 수 있는 꿈이 실현되기를 바래본다.
첫댓글 천마산 산행, 정상에서 부산시내 중심가 내려다 보기, 대한민국 어시장 1번지 자갈치 시장 구경, 풍성한 생선회,
롯데 백화점 분수, 맥주집 곰세마리의 40 노처녀 주인의 여행 사진, 광복동 거리의 빛 축제까지 ~ 산행 대장 난곡, 시내 투어 대장 연암 고맙소. 혜종과 태화가 쏜 싱싱한 회 맛은 잊을 수가 없겠소. 1층 한진 상회에서 가져온 회를 2층총각 상회에서 먹다. 한진 상회 여주인은 혜종의 사모님 초등학교 동기 ~ 혜종을 특대 손님으로 모시는 바람에 더욱 잘 먹었소이다.
좋은 친구들과 추억의 광복동 야경 거리를 걸었뎐 것은 또 하나의 추억으로 남지 않겠소. 즐겁고 멋있는 하루였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