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낭길잡이★ 유럽 배낭여행(http://cafe.daum.net/bpguide) 유럽! 가슴 설레는 곳으로 함께 떠나보아요~^^
특별한 여행지의 정보보다는, 제가 느낀 생각과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주를 이룰 것이기에 이걸 여행기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까페에 앉아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보는 마음으로 한번 편하게 써 보려고 합니다. 한국에 가면 여행에 관한 생각들을 정리할 시간이 많을 줄 알았는데, 막상 와 보니 귀차니즘의 압박이 상상을 초월하네요...
-------------------------------------------------------------------------
"하아...제임스..." 함부르크에 온 것은 순전히 제임스 때문이었다. 전날 밤 암스테르담의 호스텔 문을 열고 들어갔을때, 제임스는 테이블에 앉아 마리화나를 열심히 말고 있었다. 두 사람은 미국인이었으나, 지금 독일에서 2년째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 가이드북에 나와 있지 않은 도시를 가보는 것도 괜찮겠지. 비틀거리면서 맹목적으로 가보는 것.... "함부르크로 갔다가, 이후에 베를린으로 가면 되겠네. 정말 멋진 곳이야. 2-3시간이면 함부르크에 갈 수 있을걸"
이렇게, 말도 안되는 이유로, 내 첫 독일 여행지는 예정에 없던 함부르크로 결정됐다. 심지어 함부르크의 스펠링도 몰랐다. 아마 H로 시작하지 않을까? 아무튼, 그렇게 됐다. 정보도, 지도도, 가이드북도 없이... 기차 두 번을 갈아타고, 그중 한번은 연착 되고 - 누가 독일 열차는 정확하다 했는가? - 예상시간보다 훨씬 늦게 함부르크에 도착했다. 늦은 오후 기차역...여기가 함부르크구나.
훗. 어떻게든 되겠지... 나는 시크한 아시아 원숭이답게, 일단 인포메이션 센터로 갔다. 가이드북에 써있었다. 인포메이션 센터를 적극 활용하라고. 혹시 근처에 숙소가 있는지 물어봤다. 40대로 보이는 독일 아저씨는 안경너머로 날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매우 사무적인 독일식 영어로 말했다. 내적인 동요를 드러내지 않으려 애써 온화한(이라고 쓰고 멍청한 이라고 읽는다) 미소를 지어보이며, "당케"라고 말하고 인포메이션 센터를 나왔다. 아마 번호표를 든 여행객 20명이 내 뒤에 줄을 서 있지 않았다면, 몇마디 사정을 더 했을지도 모르겠다...
"난리 났군" 그러나, 함부르크에는 한국인은 커녕 동양인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현지인들이 힐끔힐끔 쳐다본다. 길 잃은 원숭이 처음보나?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내 오른쪽에서, 한 여자가 다가왔다. 물론 그녀가 나에게 다가온게 아니라, 난 그냥 멍청하게 서 있었고, 그녀의 가는 길이 나와 겹쳤을 뿐이다. 어색한 웃음을 짓고, 인사를 건냈다. 하이. 눈길이 그녀의 손을 향했다. 거기에는 함부르크의 지도와, 오, 내가 그 독일산 안경원숭이에게 받았던 똑같은 A4용지가 들려져 있었다. 아항~ 감 자바쓰! 우리는 깨달았다. 결국 믿을 것이라곤 그 빌어먹을 A4용지와 함부르크 관광지도뿐이라는 것을. 한참을 들여다 보다, 결국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호스텔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마냥 역에서 해멜수는 없었으니까.
이렇게 한 동양인 남자와, 백인 여자가 나란히 함부르크 거리를 방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방황을 시작한지 10여분 만에 느꼈다. 몇번의 골목을 돌고, 한 번은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여기가 호스텔이 아닌가벼!"라면서 나오기를 반복하다, 우여곡절 끝에 첫번째 호스텔에 도착. 이미 시간은 오후 9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머리를 빡빡깎은, 키 큰 독일 아저씨가 우리를 맞았다. 그러자 백인 여자가 간절한 표정으로 독일인의 자비심에 호소하기 시작했다. 잠시 생각을 하던 호스텔 주인은 카운터에 앉더니,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다른 호스텔에 방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네~ 안녕하세요~ 여기 두 백팩커스가 방을 못구해서 그러는데 어쩌구 저쩌구~" 두 세번 전화를 돌리는 사이, 백인 여자가 배낭에서 초코바를 꺼내 먹기 시작했다.
갑자기 빡빡머리가 전화기를 귀에 붙이고서는 뭔가를 메모하기 시작했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인포메이션에서 받은 A4용지를 보여주며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부탁해보기로 했다. 물끄러미 종이를 보고있던 빡빡머리가, 뭔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대머리 원숭이가 말했다. "괜찮아. 너희들이 이 도시에서 좋은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야, 다음에도 이 함부르크를 찾지 않겠어?"
작전은 성공했다. 팬션에서 OK사인이 떨어졌다. 트윈룸, 45유로.(두당 22.5유로) 내가 한국에 돌아가면 당신의 극락왕생을 빌어주겠소! 팬션은 호스텔에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가야 했다. 그제서야 긴장이 풀렸는지, 백인 여자가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그녀의 이름은 바네사였고, 미국 태생이었다. 다른 여행객과 마찬가지로, 방학을 이용해 유럽 각지를 여행중이었다. 배가 고팠다. 그러고보니 함부르크에 와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넌 초코바라도 먹었지. 샹. 점원은 내 눈 앞에 자기 머리통만한 케밥을 내밀었다. 자네, 날 돼지로 아는건가? 아무튼 케밥 음식물 쓰레기를 입안에 털어넣고, 가게를 나왔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팬션으로 고고. 겨우 도착.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가니 인심 좋아보이는 독일 할머니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어쨌든 OK. 우리는 숙박료 45유로를 지불하고, 방을 둘러봤다. 꽤 넓었다. 샤워룸, 부엌(냉장고와 주방기구 완비)도 따로 있었다. 그런데 침대가 좀 달랐다. 침대의 본체는 하나였는데, 작은 메트리스가 두 개 올려져 있었다. 음. 이게 트윈룸이라고? 결국 한 침대잖아. 이거 뭔가...
좀 어둡지만, 이날 함부르크에서 찍은 유일한 사진이다. 팬션 내부다. 왼쪽은 바네사가, 오른쪽은 내가 자게 됐다.(맨 왼쪽 흰 침대는 낡아서 쓰지 못한다) 일단, 바네사가 먼저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나도 레이디 퍼스트 정도는 알기에... 대충 배낭을 뒤져서 세면도구를 꺼냈다.
to be continue...maybe...
|
즐거운 유럽여행! 함께 나누는 추억!
★배낭길잡이★유럽 배낭여행
(http://cafe.daum.net/bpguide)
|
첫댓글 아핫~ 재밌어요! 특히.. 넌 초코바라도 먹었지 샹.. 그래도 언제 백인여자와 동침을 해보겠어요! 특별한 추억이겠네요.
이런 추억 쉽지 않은데......부러워용 ^^
저도 함부르크의 추억이 떠오르네요.다시갈수있을진 모르겠지만...
여행은 참 다양한 경험을 하게해요. 가끔은 믹스룸에선 둘만 있게 되기도 하더라구요. ^ 무튼 방은 구하셨네요~~
글 읽는 내내 옆에서 친구가 말하는 듯한 느낌이에요. 몰입도 100%!!!! 다음편 기다릴게요 ㅋ
살짝 취한 상태에서 쓰긴 썼는데 괜찮은지 모르겠군요...(여행 다녀온 후, 요즘 거의 매일 술이라)...휴...겨우 4-5시간 동안 일어났던 일을 쓰는데도 꽤 시간이 걸리네요...다음편이 언제 나올지 ;;;
제목 좋았는데 왜 바꾸셨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왠지 여행기 보다는 스파크, 핫윈드스러운 제목이라고 생각하여...ㅋㅋㅋ
ㅎㅎㅎ 이미.. 예전기억의 충격이 ㅋㅋㅋ
ㅋㅋㅋㅋ 그 정도로 충격까지야...
공지로 올립니다... 좋은 추억 잘간직하세요 ㅎㅎㅎ
어익후 간만에 들어왔더니 가문의 영광 ㅋㅋㅋ
초코바가 넘 웃겼어 ㅋㅋㅋ
좋은 추억 이네요 ㅠㅠ 저두 함부르크 꼭 가고 시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