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 재의 수요일 (VATICAN MEDIA Divisione Foto)
교황
교황, 재의 수요일 “사순시기는 위선 없이 하느님께로 돌아가기에 좋은 때”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마 아벤티노 언덕에 위치한 산타 사비나 대성당에서 재의 수요일 미사를 거행했다. ‘재’는 우리가 그분의 손으로 빚어진 깨지기 쉬운 질그릇이라는 사실을 떠올려 준다. 교황은 세상의 인정이 아니라 하느님의 눈길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Paolo Ondarza / 번역 이정숙
사순시기는 “본질로 돌아가” 하느님과 화해할 수 있는 좋은 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산타 사비나 대성전에서 재의 수요일 예식을 주례하며 사순시기의 의미를 이 같이 설명했다.
바쁜 일정의 독재를 막기
사순시기는 “세상이 우리 개인의 필요라는 편협한 한계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고 일깨워주는” 40일간의 좋은 때다. 또한 “남은 시간”이 아니라 “삶의 우선권을 하느님께 돌려드리고” “언제나 해야 할 일로 가득 찬 바쁜 일정의 독재와 점점 더 피상적이고 까다로워지는 자아의 요구를 막으며 중요한 것을 선택”하기 위한 좋은 때다.
사순시기의 세 가지 위대한 길
교황은 이 같은 은혜로운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자선 △기도 △단식이라는 세 가지 위대한 길을 따르자고 권고했다. 이 세 가지 길은 “외형적 예식이 아니라” “우리 마음의 쇄신을 표현하는 행위”여야 한다. “항상 진실한 마음과 일관된 행동에 부합해야 합니다.”
“자선은 양심의 가책을 덜어내기 위해 재빨리 끝내고 마는 행위가 아니라,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우리 손으로 어루만지고 눈물을 흘리는 것입니다. 기도는 한낱 예식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와의 진실하고 사랑스러운 대화입니다. 단식은 한낱 장식이 아니라, 진정으로 중요한 것과 덧없는 것을 우리 마음에 일깨워주는 강력한 행위입니다.”
피아첸차 추기경으로부터 머리에 재를 받는 프란치스코 교황
외형적인 것에 “아니오”
그러나 너무나 자주 우리의 행위와 예식은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다른 이들의 존경이나 찬사를 얻기 위해서만” 행동할 뿐이라고 교황은 지적했다.
“교회 생활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개인적인 삶에서도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 인간의 판단, 세상의 인정은 아무 소용이 없으며,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사랑과 진리를 읽어내시는 하느님의 눈길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우리가 하느님의 눈길 앞에 겸손하게 서 있다면 자선, 기도, 단식은 우리가 진정으로 하느님의 자녀이며 서로의 형제자매임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자선은 궁핍한 이들에 대한 연민의 표지가 되고, 기도는 아버지를 만나고자 하는 우리의 깊은 열망에 목소리를 보탤 것이며, 단식은 불필요한 것들을 기꺼이 버리고 우리 자신의 진리로 돌아갈 수 있는 영적 훈련의 장이 될 것이다.
잿더미에서 부활하신 하느님과 함께
교황은 재를 뿌리는 예식에 대해 설명했다. “재는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를 상기시켜 줍니다.” 교황은 ‘재’가 우리 삶의 본질적인 진리, 곧 “주님만이 하느님이시며 우리는 그분의 손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진리로 돌아가게 한다고 말했다.
“그분께서 창조주이시고 우리는 그분의 손으로 빚어진 깨지기 쉬운 질그릇입니다. 우리는 흙에서 왔고 하늘, 곧 그분을 필요로 합니다. 하느님과 함께라면 우리는 잿더미에서 일어날 것이지만, 그분이 없다면 우리는 먼지에 불과할 것입니다.”
교황은 “온유하고 자비로우신 아버지”이신 하느님 또한 우리를 원하시고, 기다리시며, 우리가 다시 돌아오길 기다리시기 때문에 사순시기를 지내신다고 설명했다.
“그분께서는 우리가 연약함과 죄의 먼지 속으로 넘어질 때에도 절망하지 말라고 끊임없이 우리를 격려하십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우리의 됨됨이를 아시고, 우리가 티끌임을 기억하시기 때문’(시편 103,14)입니다. 우리가 티끌임을 그분께서 기억하신다는 말씀을 다시 들어봅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티끌임을 알고 계시지만 우리는 종종 이를 잊어버립니다. 우리는 그분이 없어도 우리 스스로 무엇이든 할 수 있고, 강하며,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산타 사비나 대성당의 재의 수요일 미사 거행
창조주와 피조물
교황은 생명의 주님의 부활을 준비하는 이 40일이 거짓과 위선의 가면을 벗기는 진리의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사순시기는 누가 창조주이고 누가 피조물인지 기억하는 때입니다.” 교황은 사순시기가 “나 자신만으로 충분하며 상위계층에 속해 있다고 여기는 오만을 없애고, 나 자신의 능력만으로도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내 주변의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때라고 말했다.
개인주의의 사슬 끊기
교황은 우리가 자기 자신만으로 충분치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주님과의 관계와 다른 이들과의 관계 덕분에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삶이 하느님과 부모로부터 받은 관계라고 강조했다. “자기 자신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오만함이 거짓이라는 것, 자아를 우상화하는 것이 파괴적이며 고립의 감옥에 우리를 가둔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러므로 사순시기는 하느님과 형제에게 돌아가고 개인주의의 사슬을 끊기 위한 좋은 때다.
교황은 재의 축복과 재를 머리에 얹는 예식과 함께 미사를 집전한 교황청 내사원장 마우로 피아첸차 추기경으로부터 머리에 재를 받았다. 피아첸차 추기경은 미사 전에 산탄셀모 성당에서 시작 예식을 주례한 뒤, 산타 사비나 대성당까지 참회행렬을 거행하고 미사를 집전했다. 많은 신자들을 비롯해 추기경, 대주교, 주교, 산탄셀모 성당의 베네딕토회 수도자들, 산타 사비나 대성당의 도미니코회 신부들이 사순시기 전례를 상징하는 자색 제의를 입고 재의 수요일 미사에 함께했다.